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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대학 수능일”
가을은 인생의 추억을 만들고 마음의 창고에까지 울긋불긋 형형색색의 빛깔로 여러 가지 단풍으로 물들어 놓는다. 인생의 가을을 느끼도록 이맘때쯤이면 바람도 차고 날씨도 으스스하여 기온이 뚝 떨어져 입시한파란 말이 나올 정도다. 오늘은 다행히 예전처럼 그렇게 춥지도 않고 몹쓸 황사 바람도 없이 청명한 날이다.
오늘은 국가 대사가 있는 바로 2015년 대학 수학능력시험의 날이다. 며칠 전부터 방송, 신문 등 언론 매체에서 수능에 관한 뉴스들을 쏟아내고 있다. 작년에는 물수능이란 말까지 나오면서 이렇게 하면 변별력도 없고, 무슨 시험 본 효과가 있겠냐는 말까지 나왔지만 그래도 어김없는 시험 날은 초시계처럼 찰깍 찰깍 다가왔다. 막내이자 둘째인 아들은 동산고 3학년이다. 키는 182cm정도였는데 조금 더 컸는지 모르겠다. 몸매는 날씬하다. 몸에 잘 못해 먹인 것처럼 홀쭉하다. 1년여 전에 장래 진로에 대해 나와 얘기 했는데 체육교육학과를 나와서 학교 체육교사가 되고 싶어 했다. 나는 좀 더 크고 다양한 세상을 경험하도록 더 높고 큰 꿈을 가져볼 것을 권했지만 아들은 그 결심에 변함이 없다. 학교 선생님하고도 상담하고 그렇게 소신을 밝혔다고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너의 재능과 몸과 마음, 그리고 학업 성적 등을 고려하여 그 체육교육학과 선택에 후회하지 않겠느냐고 했더니 확신 있게 대답했다. 그리고 자신은 학교에서 체육시간에 선생님이 학생들 체육활동 지도하는 것이 보기에 좋았고 자신도 그렇게 하고 싶다고 했다. 아들은 나중에 동산고에서 체육선생님 하고 싶다고 했다. 나중 일이기 때문에 어떤 변수가 있고 또 살다보면 꿈도 바뀌고 주변 여건도 바뀌니까 우린 알 수 없지만 본인이 지금 그런 소신이 있기 때문에 열심히 잘 해 보고 또 거기에 맞는 체력과 실력을 부지런히 연마하도록 권면했다. 그리고 수능일 까지 공부 어떻게 하라 저렇게 하라 별 간섭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기만을 바랐다. 또 살다보면 어떤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것은 도우시는 하나님께 맡기고 최선을 다하면 주께서 때마다 일마다 간섭하시고 문을 두드리면 열어 주실 것을 믿는다.
수능 예비 소집일이다. 고잔고에서 시험 보게 되는 데 아들은 안가보고 그냥 학교에서 공부하겠단다. 인문계는 시험장소가 성안고가 아니면 고잔 고 인데 자신과 친구 재석이는 고잔고에 배정되어 아침에 같이 걸어가겠단다. 아들은 여유 있게 종일 학교에 있다가 밤 11시쯤 집에 왔다. 그래도 뉴스에 수능에 대한 애기도 나오고 학교에서도 분위기가 그러니 조금은 설레고 긴장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난 그래도 아빠 노릇 조금이라도 하고 싶어 “내일 내가 차 태워 줄게.” 하니 괜찮단다. 가까우니 그냥 가겠다는 것이다. 친구와 함께 걸어가며 긴장도 풀겸……. 그럼 난 뭘 하지? 별 도움이 될 것이 없다. “그래 편히 자거라” 하고 자리에 들었다.
어김없이 아침이 밝아왔다. 마치 다른 날과 별 다를 것이 없는 것처럼. 물론 매일 맞이하는 같은 새벽이지만 몸부림치며 애써 공부한 수험생들과 사랑과 정성으로 길러낸 그 부모들 그리고 그들을 가르침과 돌본 선생님들의 마음은 그 날의 새벽이 달리 보일 것이다. 나도 수험생들이 모이는 그 학교에 함께 가서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은데 아들은 혼자 그냥 걸어서 가겠다고 하니 ‘나는 뭐지?’ 그래도 3년 나이 차이가 나는 큰 아들은 안산역 건너편 선부고교에서 시험을 봐서 우리가 차로 태워주고 교문에서 다른 학생들 응원도 했었는데……. 막내하고는 아무 추억의 사진이 없어지게 된다? 그러면 안 되지. 나는 결심했다. 싫어해도 태워주자. 정 거부하면 그냥 우리끼리 고잔고 교문에 가서 그 분위기를 함께하고 응원도 하자고 생각했다. 아들에게 그래도 내가 차에 태워줄게 친구랑 같이 가자 하니 그때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 안 되지. “너는 너대로 가고 우린 차타고 갈 거야” 하고 외출을 준비했다. “너는 그냥 친구 사는 성안고 부근에서 내려 거기까지 태워 줄 테니까” 하고 함께 승합차를 타고 고사장으로 향했다.
출발하기 전 아들과 아내와 함께 손을 맞잡고 우리의 길과 지혜가 되신 하나님께 은혜와 지혜주시도록 기도 했다. 아들이 시험 보러 가는데 몸과 마음이 함께 하니 기분이 좋다. 아니 전국에 있는 이 땅의 모든 아들 딸 들과 함께 시험 보는 마음으로 고사장으로 향하는 마음에 기분이 좋았다. 아들을 성안고 입구에 내려놓고 아내와 나는 고잔 고로 향했다. 차를 학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임시 주차해 놓고 학교로 향했다. 물론 아들은 아직 도착 안했지만 벌써 다른 학교 학생들이 와서 피켓을 들고 선배들을 응원하느라 왁자지껄하다. 동산고 후배들도 “승리하라 안산 동산고”, “강하고 담대 하라.”는 피켓을 들고 교문 기둥 앞에 조용히 서서 응원하고 있다.
학부형들도 많이 나와 있고 계속 승용차가 도착하고 학생들이 부모와 후배들의 응원을 받고 교실로 향했다. 나는 이런 시험장 분위기만 보아도 기분이 좋다. 아들이 친구와 함께 왔다. 후배들과 인사하고 함께 사진도 찍었다. “편하게 잘하고 와. 파이팅!!” 후배들은 차를 끓이고 사탕을 손에다 건네준다. 광덕고 학생들은 플랫카드를 크게 써서 노래도 하며 응원한다. 아들이 들어간 후에 나는 그 학생들과 함께 소리 지르며 응원했다. “광덕고, 광덕고, 광덕고 파이팅!!” 함께 외치니 학생들은 나보고 고맙단다. 차도 한잔 준다. 동산고 학생들은 사탕을 줘서 기쁘게 받아왔다.
내가 대학 시험 볼 때가 생각난다. 난 서울에 와서 공돌이도하고 신문도 팔고 하면서 공부해서 중학교, 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합격했다. 그래서 손에 잡히는 후배들이 없고 응원하는 사람도 없었다. 서울 신림동 자취하는 집에서 다른 형제들이 잠들어 있을 때 새벽에 일어나 채소스프를 혼자 끓여 먹고 수험장에 갔던 기억이 새롭다. 교복입고 학교에서 공부하고 또 이렇게 후배들이 북치고 소리 지르며 응원하는 모습이 부럽고 참 좋다. 그때, 나한테 응원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나한테 응원하는 것으로 여기고 늠름하게 서울 어느 고등학교에서 입시를 치룬 기억이 난다. 호수동 아파트 주민들도 나와 차와 커피를 나누며 수험생들을 격려하고 있다. 고맙게 생각하며 함께 따끈한 커피도 마실 수 있어 감사했다.
하루가 일순간에 지나간다. 수험생들은 종일 문제지와 씨름하며 몸과 마음이 지치고 힘들었을 것이다. 저 하늘과 들판과 산과 거리는 단풍잎, 노란 은행잎, 울긋불긋 멋지게 가을을 수놓고 있는데 수험생들은 이 수능고사 하나로 다 평가받는 학창시절이어서 가을 단풍을 아름답게 감상할 마음의 여유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니 조금은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오후 5시에 모든 시험은 끝났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동안 배운 모든 것을 이 한 번으로 다 평가받는다. 물론 내신제도가 있지만 참 여러모로 학생들에게 무리가 있고 두려움과 긴장을 주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한 시험이 인생의 모두가 아니다. 생을 살아가는 길에 한 과정에 불과하다. 성실하고 담대하게 하나하나 잘 넘어가면 되리라. 혹 가다 넘어지면 다시 용기 내어 일어나면 된다. 지치면 쉬어가고 힘이 있으면 함께 가는 사람, 넘어진 사람 손 잡아주며 함께 가고, 가을날처럼 아름답고 보기 좋은 인생의 날을 그려 가면 될 것이다.
아들은 시험 끝나고 바로 집으로 오지 않고 친구들과 함께 중앙동에 가서 저녁도 먹고 놀고 왔다며 밤9시가 넘어서 왔다. 시험 경향이 작년과 비슷하다더니 수험생들을 조금 당황케 했나보다. 아들은 친구들과 나눈 얘기를 계속해 댄다. 당황한 그 시험문제얘기, “넌 괜찮니?” “이제 편히 쉬어. 애썼다” 난 아들의 손을 꼭 잡아 주었다.
수험생 아빠 김영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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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고생한 결과가 좋은 성적으로 나왔으면 좋겠어요..
다들 고생한 수험생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네요 .
미술샘님, 함께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든 수험생이 모두 잘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들도 아버지도..
고생 하셨습니다.
수능 대박을 기원하며...
오늘도 좋은 날 되시어요~
니콜님, 응원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나길 기원합니다.
모두 인생
고 삼이 있는 가정에는 부모도 함께 수능 공부를 하는 결과가 되더이다
좋은 결과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조선미님, 함께 마음 나눠주시니 감사합니다.
선미님의 노래하는 일에도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길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