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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고 있는 곳 가까이 성곽의 꽃이라 불리는 화성이 있어요. 화성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어 우리나라 사람뿐 아니라 외국 관광객도 많이 찾는 곳이지요. 그런데 여러분 중에 언제든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고, 나중에 가야지 하며 미루고 계신 분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이번 기회에 저와 함께 화성을 따라 걸으면서 화성을 보고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하루에 화성전체(약 5.7km)를 다 돌아볼 수는 있지만 걷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구간을 나누어 화성 시설물들을 살펴보며 걷도록 할께요. 관광안내소에서 화성지도를 구해서 가는 곳마다 표시해보세요. 여러 시설물들을 한 눈에 볼 수 있으니 이해가 더 빠르겠지요.
화성의 시설물은 대문 4곳, 암문 5곳, 수문 2곳, 적대 4곳, 노대 2곳, 공심돈 3곳, 봉돈 1곳, 치성 8곳, 화포 공격하는 포루 5곳, 군사 대기하는 포루 5곳, 장대 2곳, 각루 4곳, 포사 3곳이 있었습니다.
우선 화성과 관련된 역사적 인물로 정조와 정약용, 채제공 등이 있는데 이야기에 자주 등장을 하게 되니 잘 기억해두세요. 정조는 잘 알다시피 조선의 22대 왕이었어요. 정조는 책읽기를 무척 좋아했던 임금님이었어요. 그리고 누구보다 백성들을 위한 정치를 했던 분이에요. 창덕궁 후원에 규장각을 두어 새로운 책을 만들고, 좋은 책들은 수입하여 소장하고, 그 책들을 읽으면서 신하들과 경연하기를 즐겨하며 인재를 키워냈어요.
1793년 정조는 수원의 이름을 ‘화성’으로 고치고 유수부를 설치했어요. 조선시대에는 화성이외에도 개성, 강화, 광주에 유수부를 설치하여 서울을 둘러 방어하게 했어요. 한편으로는 실학자인 정약용에게 화성건축 설계를 맡겼답니다. 정약용은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의 성 쌓는 법을 참고하여 성화주략(1793년)을 지침서로 삼았어요. 재상을 지낸 채제공이 총괄을 하고, 조심태의 지휘로 1794년 1월에 착공에 들어가 1796년 9월에 완공되었어요. 와, 대단하지요! 만 2년 8개월 만에 이렇게 거대하고 아름답기까지 한 성을 축성하다니요! 모두가 맡은 일에 열심을 다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성을 쌓을 때 필요한 돌을 채석장에서 다듬어 가져오게 하고, 운반할 때는 수레를 사용하고, 수레가 다니기 편한 도로를 만드는 등 계획단계부터 치밀하게 준비를 했어요. 돌을 운반하는 도구로 유형거, 거중기, 녹로등을 사용하여 인력과 비용 절약에도 큰 역할을 했고, 성을 쌓느라고 동원된 모든 인부들에게 적정한 노임을 지불한 것도 이전의 사회 모습과 달라진 것이에요.
그런데 정조는 왜 이곳 수원에 화성을 쌓으려고 했을까요? 그 이전에는 외적의 침입을 막는 분지에 도읍을 정했으나 교통이 편리하여 상업과 유통의 중심이 되는 곳이 중요하게 여겨졌어요. 수원은 전라도와 충청도, 경상도를 잇는 교통의 요지였던 거에요. 정조는 이곳에 신도시를 세워서 상업을 활성화시키고 조선을 강한 나라로 만들기 위한 미래를 준비한거랍니다.
우리는 동쪽문인 창룡문에서 시작합니다.
창룡문은 한국전쟁(6.25) 당시 문루가 파괴되었던 것을 1976년 중건한 것이랍니다.
1795년 5월에 터닦기를 시작하여 10월에 완공한 문으로 반옹성을 두르고 있어요. 모양이 항아리를 반으로 쪼갠 것과 같다고 해서 옹성으로 불리우는데 옹성은 적의 공격으로부터 성문을 보호하는 방어시설입니다.
성은 외적의 침입을 막기 위해 쌓은 것인데 적군의 입장에서는 성문을 탈환하는 게 급선무이겠지요. 그래서 끝이 뾰족한 충차 등을 이용하거나 화공을 이용해 성문을 공격할거에요. 그런데 옹성을 두면 도움닫기 할 공간이부족하니 성문 공격이 어렵겠지요. 게다가 옹성 위에서 아군의 공격을 받으면 갇힌 꼴이 되어버리니 옹성이 있다는 것은 적이 공격을 어렵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자, 이제 성안으로 들어가볼까요!
들어가면서 성벽을 보니 돌로 쌓은 곳도 있고 벽돌로 쌓은 곳도 있어요. 그 점이 화성의 가장 큰 특징이기도 해요. 중국에서 많이 사용하는 벽돌의 장점을 배워서 살리고, 우리나라에 많은 돌의 장점을 살려 만든 것이지요. 석회로 돌과 벽돌을 붙여서 더 튼튼하게 만든 것이지요. 성벽을 이루는 돌들을 봐주세요. 색깔도 보고 모양도 보면 복원할 때 사용한 돌과 원래의 돌 색깔이 구분이 되지요. 그리고 직사각형 모양으로 잘라 차곡차곡 쌓으면 편했을 텐데 우리나라 석성은 그렇게 쌓질 않았어요. 삼국시대부터 돌을 자유롭게 다룰 줄 알았던 조상들은 화성 성벽을 쌓을 때도 돌의 크기를 다르게 하거나, 모서리를 서로 갂아서 서로 맞물리도록 했어요. 그리고 성벽이 공격을 받을 경우 와르르 무너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길다란 돌을 중간중간 끼워 넣어 견고하게 만들었답니다.
문을 들어가 왼쪽 계단을 이용해 올라가 반옹성에도 들어가 보고 문루도 살펴보았다면 공심돈 쪽으로 갈께요. 가면서 보니 파란색 깃발이 나부끼고 있네요. 잘 기억해두세요. 가다가 검은 색으로 바뀌는 곳에서 설명을 해드릴께요.
오른쪽 돌로 쌓은 성벽 위로 얕은 담처럼 생긴 것을 여장이라고 해요. 혹은 성가퀴라고도 부르지요. 성을 지키는 군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쌓은 여장에는 3개의 구멍이 있어요. 그 구멍을 총안이라고 부르는데 성 밖에서 보면 높낮이가 다르답니다. 왜 그런지 경사면을 자세히 보세요. 하나는 수평으로 되어 있고 다른 두 개는 경사면으로 되어 있어요. 수평으로 되어있는 곳에서 포를 쏜다고 가정하면 경사면으로 되어있는 곳보다 더 멀리 겨냥할 수 있겠지요? 그래서 그 총안을 멀 원이라는 한자를 사용하여 원총안이라고 부르고 다른 2개는 가까울 근자를 사용하여 근총안이라고 해요.
자, 이제 여장과 총안을 보았으니 다음 시설물로 가볼까요. 표지판에 동북노대라고 적혀 있네요. 노대는 다연발 활인 쇠뇌를 쏘는 장소인데 우리가 있는 방향이 동북방향이라서 동북노대라고 한거에요. 다른 하나는 서장대 뒤편에 있답니다.
공심돈안으로 들어가볼까요?
공심돈은 속이 비어있는 돈대라는 뜻이고 돈대는 구역이 좁은 곳에 설치하는 시설물이에요.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고 지금은 멋진 모습이 되었네요. 소라처럼 생겼다고 해서 별명이 소라각이에요. 전체 3층 구조인데 군사들이 몸을 숨기고 공격할 수 있는 돈대 맨 아래만 돌로 되어 있고 나머지는 벽돌로 만들어 쌓았어요.
'화성성역의궤'에는 '성서城書'를 빌어서 공심돈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어요. 성 바깥쪽 3면에서 다가오는 적을 향해 총포를 쏘아 격퇴시키면서도 공격자의 몸을 가려주니 매우 좋은 공격 시설이면서 방어 시설이다.
자, 안으로 들어갈께요. 밖이 환한 곳에서 안으로 들어가면 더 어둡게 느껴지지만 조금만 기다리면 금새 어둠에 익숙해져요. 그렇다고 빨리 뛰어가지는 마세요. 계단이 나와도 그곳을 지나쳐 한 바퀴를 더 돌고 계단으로 올라가야 3층인 것을 알 수 있어요. 키가 큰 분들은 부딪치지 않도록 머리 조심하세요~
올라가보니 저멀리 서장대까지 보이지요. 서장대는 화성에서 가장 높이 있는 시설물이에요. 우리가 곧 갈 동장대와 같은 장대이지만 2층으로 되어있는 게 달라요.
왼쪽으로 우리가 지나온 창룡문과 동북노대도 찾아보세요. 오른쪽으로는 성벽이 구불구불 이어져 있고 눈에 보이는 건물이 동포루입니다. 다시 시선을 아래로 행해보니 활쏘기 체험장이 보이지요. 정조가 활쏘기를 아주 잘했다고 하는데 정조를 본받으려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자, 다시 조심해서 내려가지요.
공심돈을 앞을 지나면 조금 넓은 공간이 보이지요. 그곳에서 성벽을 보고 갈께요. 성벽이 일직선으로 되어있지 않고 구불구불 만들어져있어요. 창룡문에서 들었던 여장과 총안 기억하지요? 근총안과 원총안도 다시 찾아보며 걸어가보세요.
담장이 보이는 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문이 나 있네요.
문안으로 들어가면 웅장한 건물이 한 채 있어요. 이곳은 군사훈련장으로 사용되었던 동장대입니다. 다른 말로는 연무대라고 해요. 건물 뒤편에는 암키와로 만든 담장, 영롱담이 있고 그 뒤로 포가 전시되어 있어요. 화성이 만들어질 당시에는 포 공격에 대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그 전에 쌓은 성의 성벽보다는 낮게 쌓은 거에요.
포 이름은 크기가 작은 포, 소포라고 해요.
영롱담은 뒤편에서 공격할 경우를 대비해 쌓은 담인데 생긴 모양이 예쁘지요! 기와를 이용해서 아름답게 쌓았어요. 담에서 나와 신발을 벗고 동장대안으로 들어가보세요. 무척 시원해요. 다리도 아픈 친구들은 이곳에서 물도 마시고 쉬며 체력을 보충하면 되겠네요. 여러분이 앉아있는 그 마루는 정조임금께서 앉았던 자리랍니다.
동장대는 화성의 장용영외영 군사들이 24가지 무예를 훈련하던 곳이에요. 말타고 검쓰기, 창쓰기, 활쏘기 등 군사훈련을 하던 곳이어서 연무대라고도 불러요. 다시 일어나서 신발을 신고 연무대 앞으로 가보세요. 계단이 보이고 그 앞에 넓은 마당이 보이지요. 그곳에서 군사 훈련이 이루어졌을 거에요. 앞쪽의 문은 닫혀있으니 들어왔던 문으로 다시 나가세요. 활쏘기하는 곳을 지나 오른쪽으로 열차가 보이는군요. 화성을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열차이니 다음에 기회되면 이용해보세요. 우리는 성벽 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왼쪽으로 연무초등학교와 삼일고등학교의 모습이 보이지요. 그러다가 움푹 파인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설명을 할께요. 계단을 내려가 보면 작은 문이 나와요. 네, 암문이라 불리는 비상문이에요. 잠깐 밖으로 나가보세요. 성 밖으로 나가면 사람들이 살고 있는 집이 보여요. 예전에도 이렇게 민가가 있었겠지요. 성으로 들어오는 작은 문인 암문은 비상시에 적군이 모르게 외부와 연결하는 통로랍니다. 동쪽에 있어서 동암문이라고 부르고요 전체가 벽돌로 이루어져 있어요. 문이 열리는 방향을 보면서도 성의 기능에 충실한 것을 엿볼 수 있답니다. 다시 계단을 올라가 성벽을 따라 걸어요. 각건대라고도 불리는 포루가 최근에 개방되었으니 올라가서 안에서 밖을 바라보세요. 화성을 지키는 군사가 되어서 밖을 감시하는 것처럼요~
우리가 걸어오는 동안은 무슨 색깔의 깃발이었는지 기억나세요?
네, 푸른색이었어요. 깃발 색깔은 방위에 따라 달라지는데 진위 즉 남문의 위치에 있는 팔달위(빨강)·동쪽의 창룡위(청색)·신풍위(화성행궁.황색)·서쪽 화서위(백색) 그리고 북쪽의 장안위(검정)로 구분해서 보시면 화성 돌아보는 재미가 더 커지겠지요.
아쉽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설명을 끝내고 다음에 북암문과 방화수류정, 화홍문을 지나 장안문 가는 길에서 만나도록 해요~
첫댓글 선생님 이야기들으며 실제로 화성을 걷는듯한 착각에 빠져들어요^^감사합니다
정말대단하세요~~화성이 선생님 머리속에 다 있나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