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음성군 감곡 ‘매괴성모성당(枚瑰聖母聖堂)’의 설경
백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충청북도 최초의 성당
전국적으로 폭설주의보가 내린 날, 예수 부활을 기념하는 사순절(四旬節)을 맞아 충북 음성군 감곡에 있는 ‘매괴성모성당’을 찾았다. 매괴성모성당은 ‘감곡성당’, ‘감곡성모성당’ 또는 ‘장호원성당’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정식 명칭은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이다. 매괴(玫瑰)는 장미꽃다발을 뜻하는 한자어로 천주교회에서 성모님께 기도드리기 위해 만든 묵주를 가리킨다. 그러므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매괴성모성당은 성모님께 봉헌된 성당이다. 매괴성모성당은 1896년, 충청북도에 최초로 설립된 성당으로 백 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또한 성당 건물은 1930년에 완공된 건축물로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그 밖에 현재 매괴성모성당의 박물관으로 쓰고 있는 고풍스런 3층짜리 옛 사제관은 충북 최초의 석조건물이다.
매괴성모성당은 본래 경기도 여주군 강천면에 있던 부엉골본당 관할의 성당이었다. 초대 신부인 임 가밀로(Camille Bouillon) 신부는 파리 외방전교회 소속으로 1893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바로 우리나라에 입국하여 다음 해에 교우촌과 신학당이 있던 부엉골에 부임하게 된다. 그런데 임 신부는 부엉골마을이 산골짜기에 있어 본당이 들어서기에는 마땅한 자리가 아니라는 판단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임 신부는 사목 방문차 여주를 지나 충북 음성군 감곡면에 이르렀을 때 매산 밑에 커다란 기와집이 있는 것을 보고는 무릎을 친다. 바로 그 자리가 성당을 세우기에 적당한 장소였던 것이다. 그래서 오래 망설이지 않고 그 부근의 널찍한 터를 매입하여 1896년에 여주에 있던 부엉골본당을 감곡으로 이전하게 된다.
당시 매산 아래 있던 큰 집은 명성황후의 육촌 오빠인 민응식 대감의 집이었다. 조선조 26대 왕 고종의 중전이었던 민비(閔妃/뒤에 명성황후로 추존)는 대원군과의 대립이 심화된 가운데 임오군란(壬午軍亂)이 일어나자 때 생명의 위협을 느껴 궁궐을 몰래 빠져 나와 이 집으로 피신했다. 그리고 청나라의 개입으로 임오군란이 진압되자 민비는 궁궐로 되돌아온다, 그러나 그 후 민대감의 집은 민비가 피신했었다는 이유로 일본군에 의해 불태워졌다. 임 가밀로 신부는 민 대감의 집터에 사제관 겸 소성당을 지어 여주 부엉골에 있던 성당을 이전하였으며, 1903년에 한식과 양식을 절충한 사제관과 성당을 세우게 된다. 그런데 점차 교우가 크게 늘어나자 1930년에는 현재의 성당 건물과 함께 사제관을 신축하여 오늘에 이르게 된다.
매괴성모성당의 종탑은 높이가 약 14m로 우리나라 성당의 종탑 가운데 가장 높다. 종탑에 있는 종은 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소도시 루르드(lourdes)에서 만든 것으로, 루르드는 가톨릭교회가 공식 인증한 성모발현지(聖母發現地)다. 그리고 이 종은 대동아전쟁 때 일본군이 이를 녹여 무기를 만들기 위해 징발했으나 일본 패망 뒤 이 곳의 신자들이 다시 찾아다 걸어놓았다. 또한 성당의 제대 위에 있는 성모상 역시 루르드에서 제작하여 1930년 대성전 건립 시 안치한 것이다. 그런데 6.25전쟁 때 인민군이 성당 건물을 임시사령부로 사용했는데 한 인민군이 성모상을 향해 총을 난사했다고 한다. 그러나 석고로 만든 성모상은 깨어지지 않았으며 지금도 당시 인민군이 쏜 일곱 발의 총탄자국이 성모상 여기저기 고스란히 남아 있다.
임 가밀로 신부는 51년 동안 매괴성당에서 사목활동을 하면서 평소 신자들에게 “나는 여러분을 만나기 전부터 사랑했습니다”라는 말을 했다. 말이 쉬워 51년이지 외국인으로서 낯선 나라에 부임하여 평생을 성당과 신자를 위해 헌신한 셈이다. 그리고 1947년에 “성모여 저를 구하소서!”라는 말을 마지막으로 선종했다. 임 신부의 유해는 성당 뒤편 매산 중턱에 안장되었으나 나중에 성당 안으로 옮겼다. 그리고 성당 옆 뜰에는 모자를 벗어 들고 서 있는 임 신부의 동상이 서 있다. 성당에서 매산 오른쪽 산기슭에 있는 성모의 광장까지 묵주기도 15단이 있다. 그리고 매산 정상에는 15m 높이의 십자가상과 성모마리아, 사도요한상과 함께 성광을 높이 쳐든 임 가밀로 신부상이 있으며, 십자가의 길 마지막 14처가 정상에서 끝난다.
감곡매괴성모순례성당은 우리나라 최초로 성체대회가 열렸던 성당이다. 멀리서 바라보니 세상이 온통 하얀 가운데 성당의 첨탑이 우뚝 솟아 있다. 그리고 성당이 자리하고 있는 매산 산기슭이 눈으로 하얗게 뒤덮여 마치 설국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성당 들머리의 언덕을 천천히 걸어 올라 성당 마당에 들어서니 신자 몇몇이 전날 밤 내려 쌓인 눈을 부지런히 쓸어내고 있었다. 성당 박물관 앞에서 묵주기도를 하며 서성거리는데 옆을 지나가던 수녀 한 분이 가볍게 인사를 건냈다. 사순절은 신자들이 부활절을 앞두고 약 40일간 몸과 마음을 정결하고 경건하게 하며 지내는 기간이다. 그래서 대성당과 성모광장, 성모동굴, 가밀로영성관, 박물관, 경당 등을 천천히 둘러보며 예수님과 성모님이 겪었을 고난을 생각했다.
첫댓글 매괴성모성당에 겨울모습을 촬영한 이동영상은
바티칸으로 보내야 될것 같습니다
너무 아름답습니다
그모습을 촬영하느라 힘이드셔서
거친 숨소리가 더실감이 납니다
이성당이 신축하기까지
그긴역사를 설명하고 역사로 증명하는 귀한 자료가될것 같습니다
매괴성당
장호원성당
반월성성당
내고향 장호원에는 성당의 역사를 나누는 한줄기인것 같습니다
잘보았읍니다
수고 하셨읍니다
잘보았읍니다.
매괴초등학교 건물이 있던 자리를 둘러보며 매괴초등학교를 졸업한 권현상 동문을 생각했더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