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슴도치
참! 힘들다. 이럴 때 어떻해야 하나.
노하우를 자랑하는 퇴직 상담교사라 자부했다마는 걱정이 태산 같다. 학업중단 위기학생을 구하기 위한 교육청 위센터 전임 상담원으로 이번에 상담 배정받은 내담자의 상담초기 사항을 접하고 생긴 고민이다.
내담자는 20세 초반에 결혼한 부모에게서 출산하여 유아 때부터 할머니에게 위탁된 학생이다. 나이어린 부모님에 대하여 아는 바가 없으며 내담자가 엄마를 처음 본 것도 초등 4학년 때이고 60대 할머니와 이혼한 큰아버지와 사촌 여동생2명과 함께 생활한다.
엄마가 자기를 버리고 간 것에 대한 배신감과 상처를 안고 있으며 가족의 구조적 결함과 가정환경의 빈곤에서 오는 가족 구성원 관계상 문제로 인하여 목표 의식도 없고 무기력하며 정서적으로 긴장 불안 수준이 높아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불안 때문에 자존감을 상실 사람들이 모두 나를 싫어 할 것이라는 왜곡된 생각을 가지고 스스로 무능하다고 생각 미래에 대하여 지나친 부정적 측면을 보이고 있는 학생이다.
자기 처신 합리화를 위하여 거짓말을 많이 하고 결석, 지각, 무단조퇴를 자주 하며 흡연과 음주를 하며 친구관계는 원만한 편이나 공부에 흥미를 상실한 학업 부적응 학생이다. 큰아버지와 사촌형제들과 함께 살면서부터 지금까지 보살펴 주신 할머니에 대하여 반항을 하거나 문제행동을 보이기 시작 하였으며 말을 듣지 않고 가출을 하는가 하면 짜증과 화를 많이 낸다고 할머니와 전화상담 때 귀뜸을 해주신다.
면담중 대화를 기피하고 대부분의 대답을 모르겠다로 부정적 답변을 하니 상담자
로서 고민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안녕!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 “말하기 싫은데요.
“싫어하는 게 있니?” - “대답하고 싶지 않은 내용을 물어 보는 게 제일 싫어요.
“지금 뭐 하고 싶은데” - “자고 싶은데요.
“상담을 하려니 많이 피곤한가 보네” - “짜증나는데요.
“선생님께 바라는 게 있다면” - “그만하면 안 돼요”
더 이상 상담이 불가능 할 것 같아 얼마간 침묵을 하다가 그냥 보내 버렸다.
다음날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학생이 어제 집에 들어오지 않고 학교에 무단결석이니 상담하러 오지 말란다.
다행이 가출은 오래가지 않고 다음날 학생이 출석을 했기 때문에 다시 상담을 할 수 있었다.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준비하여 내담자를 만났다.
대화를 거부한 내담자와 가슴의 대화를 통한 마음의 마인드 컨트롤 테라그라피 치유상담으로 인내심을 가지고 실시 내담자의 변화를 크게 기대하지 않은 채 상담을 진행하였다.
무단가출 무단결석의 이유를 묻지 않고 독서치료 프로그램을 진행 도서<돼지책>을 읽고 가출한 엄마의 입장을 이야기 나누면서 내담자의 입장을 공감해주어 약간의 마음을 열게 하였다.
또<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 프로그램에서는 고슴도치가 노래대회에서 1등한 지빠귀. 멀리뛰기에서 신기록 세운 메뚜기. 슈퍼스타가 된 꼬꼬닭이 되려고 했다는 내용을 접하고는 내담자는 평소와 달리 심각하게 진지한 태도로 평을 하는데
“고슴도치 바보 아니면 미친놈이지요. 지주제에 되도 않게 유명인사가 되려고 합니까? 지분수에 맞게 몸을 동그랗게 말아서 구르면 1등하겠구만!”
말하기 제일 싫다고 한 놈이 얼굴에 격한 감정 까지 띄우면서 고슴도치와 자기 처지를 비교까지 하면서 열을 낸다. 얼마 전에 교육청 위센터에서 독서치료 연수받은 효과를 톡톡히 보는 것 같다.
어제는 생각지도 않았는데 학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선생님 저 오늘 조퇴합니다. 상담받기 싫어서가 아니고요 피곤하고 다리가 아파서요.”
반갑고 기특하다. 틀림없이 오후 수업이 하기 싫어 무단 조퇴 할게 뻔한데 그래도 상담 못하겠다고 전화를 하다니 .........
어제 담임선생님께 말도하지 않고 또 상담도 안 받고 도망을 갔으니 다른 아이들이 이런 행동을 본받을가봐 걱정이 된다면서 상담을 받아도 가능성이 없는 아이 같다고 담임이 말하는 것을 들을 때 상담자로서의 소임을 다하지 못한다는 질책 같아 솔직히 기분이 상하긴 했지만
“상담선생님 저 오늘 다리가 아파 조퇴합니다. 라고 한 내담자를 생각하니 나에게는 말없이 도망친 학생이 아니지 않는가? 어저께 내담자에게 전화온 것을 생각하면 선생님께 상했던 마음이 확 풀린다.
모든 것을 거부하고 말하기 싫다며 침묵하던 내담자가 오늘따라 귀엽고 정감이 가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렇다고 잘 했다고 칭찬 해 줄 수는 없고 아무튼 밉지가 않다.
오늘도 달라진 것 없다. 떪은 표정으로 묵묵히 천장을 응시하면서 무슨 말인지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몇 마디하고 그리고는 가금 씩웃는 모습이 어제까지는 골칫덩어리 미운 오리새끼 같이 밉상 이였지만은 이제는 달라 보인다.
그에게도 오리가 아니라 백조될 가능성의 모습이 보이는 것 같으니 말이다.
쓸모없이 망가진 추한 모습이 아니라 자기에게도 반짝이는 숨은 보석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자. 분수 넘치게 건방진 고슴도치가 아니라 몸을 말아 구르기만은 1등 할 수 있다는 고슴도치의 모습을 남은 회기에 꼭 찾게 해줄 것이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의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는 고슴도치가 되게 하고 싶다.
잘 되어야 할 텐데............
(2016.09.20. 학업중단 위기학생의 중간상담을 점검 하면서)
첫댓글 사춘기 절정인가봐요. . 범생쪽?에 속했던 울딸도
반항하고 대답안하고 삐딱하게 몇년을 맘고생 시키더니
그시기가 지나니 점점 조아졌어요
학생의 경우 환경때문에 자포자기가
더심할수도 있는데 내면에서는 누구보다도
도약하고 싶은 맘이 엿보입니다
님의정성 이학생의 마음을 조금씩열고
더나아가 상담학생이 자기자신을 사랑하는
고슴도치가 되도록 응원합니다~~
합리적이고 지당한 말씀입니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시네요? 힘내시고요 보람찬 선도활동 많이 부탁 드려요?......
힘을 보태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아이가 그렇게 문제행동을 하게 된 것이
불우한 가정환경 탓이 큰 것 같아 가엾고 딱합니다.
아이가 세상을 조금이라도 밝고 긍정적으로 볼 수 있도록 분투하시는
노고에 경의를 표합니다.
공감합니다.좋은말씀 주심에 감사합니다.
고슴도치... 누군가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려 하면 상처받기 싫어서 날카로운 가시를 곤두세우지만, 진심어린 사랑으로 지속적으로 다가가니 가시를 누그러뜨림을 경험한 적이 있어요.. 정말 힘드시겠어요..세상에 제일 힘든 것이 사람이 변하는 것 하지만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것도 사람이 변하는 것이 아닐런지요.. 참으로 가치있는 일을 하시네요.. 지치지 않으시길요...
좋은내용의 글로 답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학생이 어른이 되어 그 시절을 회상할 때 선생님을 떠 올렷으면 좋겠습니다
얼마나 보람있고 좋겠습니까?
좋은 일 많이 하십니다.
희망이 가득하게 보입니다.
격려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적산님!
맡은 일에
열정을 쏟는 모습을
보노라면 언제나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려서 입은
부모 트라우마로
엇나가기만 하는
소년 지도교사란
만만챦은 일이지요
적산님!
(굳월 헌팅)
보셨나요?
그 영화에도
부모 트라우먀로
제 갈 길을
못찾는 소년
MIT공대에서
청소부로 알바하는
수학천재 (멧데이먼)를
심리학자(로빈윌리암스)가
치유시키는 과정이
진료기록처럼
상세하게 나와있어요
마침내
치료에 성공을
거두고 나서
둘이 포옹하면서
상담사의 눈이
기쁨으로 반짝하지요
재미도 있어요
적산님!
격려박수 보냅니다
아름다운문님! 좋은정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굳월헌팅 찿아서 꼭 보겟습니다.
학업중단 위기의 학생들을 진정으로 걱정해주고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시는 님의 노고와 고민이 엿보이는 수기 이군요.
고교시절 제 희망이 교사였으나 성적이 안좋아 꿈을 실현하지
못하고 방황하다가 공대 진학 후 같은 계열이 아닌 항공사에
취직했던 저는 지금도 혹시 다시 태어나면 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잘읽고 갑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무대응보다는 반항적이어도 대응을 한다는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이네요.
선생님이 다독여 보내신 사랑이
두고두고 삶의 디딤돌이 되어 진일보하는데
큰힘이 되길 기원하면서
지치지 않도록 선생님의 마음도 늘 평안으로 포맷하시며 함께 하시고
건강하길 기원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