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露,바람에 약간의 채찍이 있는 기분이고 논빛은 연노랑이 머금고 있다 옥구슬같은 이슬 방울이 방울방울 맺히고 몇 몇 풀잎에는 수정물이 흔근하다. 바람은 불수록 맑아지고 햇살은 아무런 여과 없이 바로 투과한다. 우거져 있던 여름나무에는 시들어가는 누런 잎이 보이기 시작하고 누에가 뽕잎이 깔아 먹는 소리처럼 사그락 사그락 거린다.
[관촉사 추억] 종소리가 시계였던 시절
오래된 필름 카메라를 들고 관촉사에 갔습니다.저녁 6시 무렵이었습니다. 경내에 머물다 종을 치는 스님을 만났고, 카메라를 들어 그 순간을 사진에 담았습니다. 셔터를 누르는데 오래전 기억 하나가 따라 나왔습니다. 관촉사 아래 마을의 관음작골에서 살던 어린 시절이었습니다. 그때 우리에게 저녁 6시는 숫자로 기억되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절에서 들려오는 종소리로 알게 되는 시간이었지요. 해가 서쪽으로 기울어도 아이들의 놀이는 좀처럼 끝날 줄 몰랐습니다. 골목을 뛰고 들판을 쏘다니며 노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지요. 그래도 어머니가 정해 놓은 약속 하나는 잊지 않았습니다.
“절에서 저녁 종 치면 들어 와야 한다.”멀리서 종 울림이 번져 오면 그제야 놀던 손을 멈췄습니다. 친구들과 “내일 보자”며 헤어져 각자의 집으로 향했습니다. 조금만 더 놀고 싶은 마음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그 소리를 모른 척할 수는 없었습니다 .종은 마을의 시계였습니다.아침 6시의 울림은 밤새 잠들었던 동네를 깨웠습니다. 어른들은 하루를 시작했고, 아이들은 이불 속에서 아침이 왔음을 알았습니다. 아침 종은 하루를 열었고, 저녁 종은 하루를 거두었습니다.절에서 시작된 울림은 담장을 넘고 골목을 지나 집집마다 닿았습니다. 누구에게는 밥을 지을 시간이었고, 누구에게는 일을 마칠 시간이었으며, 아이들에게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 이었습니다. 시계가 귀하던 시절, 사람들은 그렇게 소리로 하루를 살았습니다.
세월이 많이 흘렀습니다.이제는 손안의 전화가 몇 시 몇 분인지 정확하게 알려 줍니다. 원하는 시간마다 알람도 울립니다. 하지만 그 어떤 전자음도 어린 시절의 저녁을 데려오지는 못합니다. 오늘 다시 관촉사에서 종이 울렸습니다. 길게 번진 울림이 산 아래 관촉동으로 내려갔습니다. 필름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다 잠시 손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소리 끝에서 오래전 어머니의 한마디가 문득 되살아났습니다. “종 치면 집으로 들어와야 한다.” 그때는 집으로 돌아오라는 시계였습니다. 지금은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데려오는 소리가 되었습니다.♧
♬ - 하숙생,나훈아
첫댓글
인생에 있어서
최초로 종주한 산이 계룡산입니다
지금도 헬기장이 그대로 있겠지요
이젠 가을입니다
살만하지요
네 남은 오후의 저녁시간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