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샤인
신해욱
문 앞에 구두가 놓여 있었다.
한 발이. 우리는 한 발이 늦은 걸까.
남은 걸까.
우리는 부름을 받았는데. 둘이서 하나를 쓰는 곳에. 오라는대로 우리는. 빈소를 지나. 소각장을 지나. 위령의 방과 비수기의 체험관을 지나.
둘이서 하나를 쓰는 곳에. 몫이 있다고 했지. 나눌 수 없는 몫을 맡아. 하나를 쓰랬는데. 하나의 구두에 가로막혀. 우리는 꼼짝없이.
구두에 발을 넣어보았다.
구두는 컸다.
이것은 미달의 체험일까. 들어가야 하는데. 둘이서 하나를 쓰는 곳에. 구들장이 끓을 거야. 우리는 알을 슬고 싶었는데. 내기를 할 수도 있었는데. 무엇을 낼까. 실랑이를 하며. 재촉을 당하며.
우리는 구두를 닦았다.
광이 났다. 삶이 비쳤다.
탐이 난다 삶은 탐스럽다 만져보고 싶다 우리는 손을 뻗었는데. 들어가고 싶었는데. 피하지 마. 피할 수가 없었는데.
피할 수 없는 삶으로부터 우리는 유리된 것 같았다.
살을 꼬집어보았다.
아야.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하나를 깨우고 싶었다.
📖시집 『자연의 가장자리와 자연사』 , 2024, 봄날의책
#모과의시건축학 #신해욱시인 #슈샤인 #신해욱
🖋신해욱 시인 – 1974년 춘천 출생.
ㆍ1998년 <세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ㆍ시집 『간결한 배치』, 『생물성』, 『syzygy』, 『무족영원』,『자연의 가장자리와 자연사』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