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 임재문 | 날짜 : 12-11-04 15:45 조회 : 1874 |
| | | 인생의 굴레
임 재 문
다람쥐는 쳇바퀴를 돈다 . 내가 생각하는 인생도 그런 것 같다. 내가 직장생활 할 때만해도 아마 그렇게 다람쥐 처럼 쳇바퀴 도는 인생이 아니었는가 싶다. 그런데 이제 그 쳇바퀴 인생을 뒤로하고 자유의 몸이 되었다
.삼십여년 넘게 공직생활 교도관 생활을 마감하고 그렇게 정년퇴임을 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나를 항상 다람쥐 쳇바퀴러럼 따라다니는 인생의 굴레가 있었으니. 하하 그 이름 붙혀서 무엇하리요?
지금은 주차관리인으로 또 제2종교개혁연구소 사무국장으로 사실상 용돈을 벌어가며 생활하고 있으니 이 또 한 내 인생의 새로운 굴레가 아니겠는가?
내가 살고 있는 의왕시 부곡동에는 매일 시골장터가 열린다. 나는 그 시골장터가 좋다.고향냄새 흙냄새가 그 옛날 나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하기도 하고, 흘러간 옛추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따뜻한 양지쪽을 따라 옹기 종기 길가에 앉아서, 시골의 정취를 팔고 앉아있는 할머니들 ... ... 호박이며 상추며 무우 고구마 등등. 싱싱하게 밭에서 바로 수확한 듯한 채소들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나이 드신 할머니들께서 그렇게 초라하게 앉아 계시니 연민의 정을 느낄 때도 있다. 그런데 사실을 알고 보니 그것이 아니다. 시장 길가에 앉아 채소를 팔고 계시는 할머니들께서는 이 곳 의왕시 부곡동 본토박이로 대부분 땅부자들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지금쯤 그 땅을 팔아 호화롭게 생활할 법도 하건마는 할머니들은 평생 그렇게 해온 일들이기에 쉽게 포기하지 못하고 오늘도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 돌듯 그렇게 의왕시 부곡동 시골장터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그 뿐인가? 내가 알고 있는 할머니 한 분은 금년 연세가 82세인데도 손수레에 생활용품들을 가득 싣고, 지하도 입구에서 노점상을 경영하고 계신다. 노점이기 때문에 저녁 어두움이 찾아오면 할머니는 장사를 접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목의 점포들을 방문해 종이박스와 재활용품들을 챙겨 수레 가득 싣고, 손으로 밀기도 너무 힘들어 얼굴로 온 힘을 다 해 싣고와서 할머니만의 공간에 쌓아두었다가, 이틑날 날이 밝자 마자 고물상에 내다 파는 것이 할머니의 일과이다.
82세의 할머니에게 정년은 없다. 할머니는 이십대에 결혼해서 이남 삼녀 오남매를 다 가르치고 결혼 시켜 분가해 잘 살고 있다. 할머니께서는 나이 오십대 초반에 혼자 되셨다. 세살 연상의 남편을 만나 행복을 느끼기도 잠깐 ! 남편의 술주정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급기야는 남편이 과음으로 간경화가 악화되어 세상을 떠났다.
이남 삼녀 오남매를 고스란히 할머니께 남겨놓고 저세상으로 가신 할아버지 ! 그때부터 시작한 노점상이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으니, 벌써 삽십여년을 헤아리게 된다. 그래도 할머니는 그일을 그만둘 생각이 없다. 폐품 수집도 그렇다. 요즘 폐품 가격이 내려서 폐박스를 힘겹게 수레 가득 싣고,오백미터가 넘는 곳에 가서 팔았더니 이천원을 손에 쥐어주어 울었다고 한다.
그래도 그 일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삼십여년 그렇게 살아온 것이기 때문에 결코 포기 할 수 없단다. 그것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할머니의 인생의 굴레가 아니겠는가?
할머니의 손수레는 오늘도 굴러가고 있다. 할머니의 인생의 굴레는 그렇게 할머니를 놓아주지 않는다. 걸음도 걷기 힘든 할머니 ! 그 인생의 굴레는 정녕 벗어날 수 없는 할머니의 굴레였더란 말인가?
이제 찬바람 몰아치는 겨울이 오고 있다. 할머니는 또 한차례 겨울과 맞서 싸워야 한다. 눈보라와 싸워 이겨내야 만 한다. 어쩌면 마지막 겨울이 될지도 모를 이겨울의 추위가 벌써부터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할머니에게는 가장 혹독한 겨울이 될 것만 같다.
아 ! 나도 그렇게 힘겨운 인생의 굴레를 끊어버리지 못하고 오늘도 무거운 수레를 끌고 힘겹게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내가 이세상을 떠나는 그날에야 나는 그 굴레를 훨훨 벗어버리고, 환한 웃음을 머금고 떠나가야만 하리라! |
| 정진철 | 12-11-04 22:14 | | 임선생님~11월은 또한번 인생의 의미를 생각하는 달인것 같습니다 그것 역시 매년 한번씩 11둴이 되면 하는 다람쥐 쳇바퀴 도는 생각인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돌아 보건데 다람쥐 쳇바퀴 돌면서 살때가 편안하기는 했던것 같습니다. ㅎㅎ | |
| | 임재문 | 12-11-06 10:16 | | 맞아요 그때 그시절이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ㅎㅎ | |
| | 이진화 | 12-11-05 01:14 | | 임재문 선생님, 정년 후에 또 일을 하시네요. 은퇴한 후에는 원해도 일자리 찾기가 어려운데 두 가지 일을 하신다니 축하드립니다. 건강하고 즐겁다면 할 수 있을 때까지 하는 것이 행복 아닐까요. | |
| | 임재문 | 12-11-06 10:17 | | 저도 그렇게 생각하며 살고 있습니다. 앞으로 누가 뭐래도 저는 이 길을 갈겁니다. 감사합니다. | |
| | 일만성철용 | 12-11-06 07:16 | | 그래서 출판기념회에 못나오셨군요. 허나 일을 하면서 산다는 것이 제일 행복했던 시절 같아요. 세상에서 제일 심심치 앟은 일이 직장에서 일할 때였다 생각합니다. 고운 마음으로 쓴 글로 아침을 엽니다. | |
| | 임재문 | 12-11-06 10:18 | | 일만 성철용 선생님 회포를 풀어야 할 텐데요 언젠가는 아무튼 감사합니다. | |
| | 김용순 | 12-11-06 08:24 | | 임재문 선생님, 그렇습니다. 살아서는 벗을 수 없는 굴레이지요. 눈을 감고서야 멈추겠지요. 의미 깊은 글 잘 읽었습니다. | |
| | 임재문 | 12-11-06 10:19 | | 김용순 선생님 감사합니다. 제 인생의 굴레를 저는 사랑합니다. 앞으로도 그 어느 때도 저는 그렇게 가렵니다. 감사합니다. | |
| | 임병문 | 12-11-10 16:32 | | 선생님, 그 굴레라는 것이 삶의 굴레라는 것이 참말로 눈물나게하는 군요. 하지만 죽어서야 벗어날 수 있는 멍에라면, 말씀처럼 다독이고 쓰다듬고 풍상을 같이 겪다 정마저 드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미운 정, 고운 정 아마 그것일 겁니다. 건강하십시요. | |
| | 임재문 | 12-11-14 22:57 | | 임병문 선생님 ! 저도 아마 그 할머니처럼 그렇게 인생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저도 그렇게 제 인생의 굴레를 쓰다듬고 사랑하렵니다. 감사합니다.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