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한국을 포함한 동북아시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대만해협을 통해 한국의 수출입 물동량 45%가 움직이고 특히 중동산 석유의 경우 80%이상이 대만해협을 통과한다. 또한 예전 한국과 대만사이는 돈독했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이전까지는 말이다. 필자는 1988년 대만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참으로 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자도 우리가 배웠던 그 글자여서 부담감도 적었다. 대만인들은 한국인들을 보면 친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는 듯했다. 중국에서 밀려 내려온 대만인들의 입장에서는 남한에 대한 동병상련의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대만의 국부인 장개석총통은 일제 강점기때 상해임시정부를 비롯해 조선의 독립인사들에게 나름 상당한 호의를 베푼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1992년 이후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중국과 수교는 대만과 단교로 이어졌다. 대만인들은 한국인들에게 대해 아주 심한 배신감을 느꼈다고 한다. 한국을 배반의 아이콘으로 대만인들은 생각한다고 한다. 능히 이해가 된다. 입장 바꿔 놓고 보면 당연히 그럴 수 있다. 단교이후 대만은 특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한국과 경쟁을 벌여왔다. 1인당 GDP를 놓고 엎치락 뒤치락하는 상황이 됐다. 특히 요즘은 반도체를 놓고 피할 수 없는 경쟁상태에 돌입한 모습이다.
그런 대만을 이제 또 다시 경제 경쟁국이 아닌 군사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바로 중국의 대만 침공을 앞두고 높아지는 양안 긴장때문이다.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던 전 정권에 비해 현 정권은 드러내놓고 반중 외교를 펴고 있기에 양안의 긴장이 고스란히 한국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의 대통령이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무력으로 대만을 흡수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요지의 공식적인 의견을 밝힌 만큼 중국의 한국에 대한 태도도 더욱 강해지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안그래도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고립정책에 일본과 호주에 이어 한국도 본격적으로 가담함에 따라 중국은 미국과 함께 한국도 자신들의 전략에 방해를 하는 주도세력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중국안에서는 주한미군이 양안전쟁에 개입하지 못하게 하기위해 북한을 설득하고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미국이 중국과 북한을 상대로 이중전선을 펴기는 힘들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렇다면 과연 일본은 대만상황을 어떻게 파악하고 인지하고 있을까. 일본은 대만을 50년가까이 식민지화했다. 대만 강점기에는 한반도 강점과는 다른 정책을 편 것으로 알려졌다. 무자비한 탄압과 약탈을 한반도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했다는 말이다. 이른바 유화정책으로 나갔다는 이야기다. 또한 일본 패망으로 대만에서 철수한 뒤에도 대만과의 관계를 원만하게 이끌었다는 분석이다. 대만인들도 일본에 대해 한국인들이 일본에게 느끼는 감정과는 아주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한다. 적대감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일본은 중국의 성장에 엄청나게 피곤함을 느끼는 분위기이다. 중국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일본이 중국에게 뒤쳐지는 형국이 되자 더욱 그런 감정이 생겼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중국해 남부에 위치한 5개의 무인도와 3개의 암초를 놓고 벌이는 다오위다오 열도 (센카쿠 열도) 분쟁이 양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다. 일본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즉각 군사적 개입을 선언해 놓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현재 관계는 그다지 위태로워 보이지 않는다. 무역도 그다지 변함없는 상황이다. 사실 중국인들이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은 편치않다. 아니 아주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중국은 일본을 무시할 수 없다. 그래도 일본은 현재 세계 3위 경제강국이다.
중국입장에서는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이런 저런 문제도 있었지만 그래도 한국은 미중 관계에서 나름 중립적인 스탠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판단을 중국을 해왔다. 하지만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그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한국이 내놓고 친미정책으로 방향을 선회하니 중국은 나름 당혹스럽고 불편한 감정일 것이다. 한국에서 정권이 바뀐 뒤 일년동안 양국사이에 벌어진 상황을 보면 중국의 심정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제 한국제품을 왠간해서는 수입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 중국이라는 것을 중국이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일어나는 일이다. 한국에서 수입해서 사용했던 것을 자국화하고 있으며 부족분은 동남아 등지에서 수입하는 것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이 어떻게 경제 성장을 했는데 이제와서 배신하느냐 이런 심산인 것이다. 중국도 잘 알고 있었다. 한국이 안보는 미국과 경제는 중국과 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정권이 바꾸면서 급하게 선회하는 한국의 태도를 중국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지금정도의 경제 성장을 이루는데 큰 일조를 한 나라에 대고 노골적으로 적대감을 드러내고 있으며 미국보다 더 앞장서서 반중을 외치는 상황이라고 중국은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일단 경제적인 압박을 가해 한국 스스로 손을 들도록 만들겠다는 것이 중국의 전략인 듯하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와 연합해서 한반도 주변의 상황을 긴장상태로 몰아넣어 한국인들의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수법으로 나가겠다는 의중이 읽혀진다. 그러면 한국내부에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높아질 것이고 결국에는 한국 정부가 대중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겠다는 것이 중국의 최종적인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잘 알고 있다. 일본은 위기가 도래해도 상당기간 스스로 버틸 수 있는 힘과 저력이 있다고 판단한다. 일본의 인구는 1억 3천명에 달한다. 인구 1억명 이상일 경우 국제적인 교류가 없이도 자국내에서 자급자족이 이뤄지고 어느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또한 일본의 경우 타국과의 전쟁을 해본 경험이 많다는 것을 중국은 잘 알고 있다. 중국도 일본에게 짓밟힌 쓰린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한번 당한 나라는 상대 나라에 대한 트라우마가 존재하는 법이다. 지금은 중국이 군사력에서 일본에게 어느정도 앞서고 핵무기를 가지고 있다는 강점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일본이 제대로 군비확산에 나설 경우 그 발전 속도는 생각보다 높을 것이라고 중국은 판단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입장에서 볼때 한국은 결코 그렇지 못하다. 인구만 해도 5천만명정도로 약하다. 무역을 통하지 않고는 존립하기가 힘든 나라라고 판단한다. 자체 자원이 너무도 부족하고 경제구조도 무역에 의존하니 무역망만 고립시키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래서 중국은 한국이 자신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우선 경제보복을 하는 것이다. 중국이 일단 경제적 보복을 단행하면 한국은 즉각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의 경제구조가 그렇기 때문에 한국 입장에서는 중국이 정말 만만한 상대가 아닌 것이다.하지만 이제 한국은 외교적으로 확실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미국에게 무조건 기대는 정책이다.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적인 측면에서 그렇다. 미국이 하라면 그대로 하는 상황이 됐다. 미국이 차마 발설하기 꺼리는 그런 말도 한국은 앞뒤가리지 않고 발언하는 상황이 됐다. 주식도 한 종목에 올인하다가는 쪽박차기 십상인데 국제적인 외교에서 오죽하겠는가.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에 가서 조금 낯간지러운 언사를 하는 것도 다 외통수 외교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 아니겠는가. 독일의 총리도 마찬가지다. 그들이 중국의 행동이 정말 마음에 들어 그렇게 하겠는가. 오랜 외교적 상황을 고려해 볼 때 지금은 한곳에 올인하는 것이 옳지않은 선택이라고 스스로 판단한 결과 아니겠는가. 외교는 자존심과 고집으로 이뤄지는 것이 절대 아니다. 치열한 국제 상황 분석과 오랜기간 쌓인 노하우가 결집된 것이 바로 외교이다. 특정세력의 생각과 고집 그리고 판단으로 내릴 것이 정말 아닌 것이다.
2023년 5월 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