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의 정국, 해법을 묻는다-김희중 천주교 광주대교구장]국가권력 사유화 확실히 단죄해야
2016년 11월 25일(금) 00:00
김희중 히지노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은 세월호, 백남기 농민 사망 등 시대가 아플 때마다 약자의 편에 서고 국가권력에 대한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을 맡으며 대북지원사업에도 앞장서는 등 남북평화통일 기틀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24일 광주시 서구 쌍촌동 천주교 광주대교구청에서 김 대주교를 만나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빚어진 혼란한 정국의 해법을 들어봤다.
-‘최순실 국정농단’ 정국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현 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아주 심각한 위기이다.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신뢰를 추락시키는 중대한 사태다. 도덕적 면은 물론 경제적인 면에서도 큰 손해다. 국가 신뢰도가 높아야 투자가 이뤄지는 데 국가 성장 동력까지 약화시키고 있다.
특히 미국 행정부가 새롭게 출범해 다른 나라들은 발빠르게 외교 채널을 가동시키고 있지만 우리는 ‘발등의 불끄기’에 급급한 상황이다. 이는 국민이 위임한 국가권력을 사유화한 탓에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친일파, 자유당 부역자, 5·16부역자 등 문제가 발생하면 적당한 선에서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었다. 대나무가 매듭을 지어야 성장하듯이 이번 일을 확실히 매듭지어야 국가와 사회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종교계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교계의 역할은 무엇인가.
▲가능하면 종교계가 정치에 개입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정치와 교회는 서로 독립적이고 자율적인 소임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사회과 인간을 위한다는 사명은 동일하다. 필요하다면 교회가 정치 질서에 대해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종교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철학적 방향을 제시하고 협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해법은 정치인들과 관련 전문가들이 마련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
-올바른 총리 선출 방안은.
▲여야의 이해득실을 극복하고 국민 염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인물, 지역과 정파를 떠나서 존경받는 인물, 국태민안과 민족 중흥이라는 소임을 수행할 수 있는 인물이 추천되기를 바란다. 교회의 경우 교황을 선출하기 전 투표권을 가진 추기경들에게 후보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 후보의 인물 됨됨이를 모든 국민에게 알리고 정치권과 시민이 참여하는 ‘콘클라베’ 방식이 어떤가 생각해본 적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국가권력을 위임받은 분들이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대규모 촛불집회로 성난 민심을 표출하고 있다. 민심을 달래는 해법은 무엇인가.
▲먼저 정치권에서 대화와 협상으로 이견을 줄이고 ‘공동선’(共同善)이라는 최대 공통분모를 도출해 국민을 편안하게 해야한다. 이미 마련된 제도와 법이 있음에도 성난 민심을 달래야할 상황이라면 지금까지 정치권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언젠가 이전 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간신이 왕권을 멸망케 한다’는 책을 봤습니다”는 말을 비서실장과 수석들에게 한 적 있다. 무조건 ‘용비어천가’보다는 잘못이나 실수를 진솔하게 밝히고 국민에게 양해를 구하는 편이 문제해결의 더 쉬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특히 언론이 정치 감시 기능을 철저히 수행하기를 바란다.
-올바른 리더란.
▲지도자란 구성원을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공정하게 수렴하고 의견을 조욜해 부족한 내용을 보충하는 ‘코디네이터’ 역할이다. 나 역시도 인사나 성명서 발표를 할 때는 주변 신부들 의견을 구하고 논쟁도 할 때도 있다. ‘빨리 가려면 혼자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가라’는 말이 있다. 리더는 구성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의 어려운 점을 이해하게 되고, 결국 일이 잘되게할 수 있다.
-최근 악화된 남북 관계에 대해 조언하자면.
▲무기로써 평화를 지키는 데는 한계가 있고 영속적인 평화를 도모할 수는 없다. 지난 2011년과 2015년에 평양 방문 때도 정부와 북한 당국자들에게 평화를 지키는 최첨단 무기는 대화와 협상이라고 했다.
세계적으로 강대국들의 무기수출이 증가하고 있고 방위산업 비용이 점점 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남북 통일이 되면 방위 사업 비용보다 물류 등을 통해 얻는 수익이 훨씬 많을 것이다. 미국 등 외부세력을 배제하고 남북이 대화를 통해 평화를 모색해야 한다.
-주교회의 향후 계획은.
▲인도주의적 대북 교류사업은 지속적으로 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최근 10년 동안 남북관계가 퇴보한 것은 정부의 가장 큰 과오라고 생각한다.
-당부하고 싶은 말은.
▲이번 국정농단 사태는 국가가 발전할 수 있는 하나의 ‘성장통’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잘못을 범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과오로부터 교훈을 얻고 다시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국민들도 무조건 드러나는 실태에 대해 저주를 보내기 보다는 진정으로 회개하고 뉘우침을 통해 보다 나은 상황을 맞이하도록 바라는 마음을 갖길 희망한다.
/김용희기자 kimy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