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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년 말 자동차 회사인 크라이슬러는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을 지어 회사의 위상을 떨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맨해튼 은행의 사장 역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맨해튼 은행 빌딩의 불행한 역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당시 뉴욕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은 1913년에 완공된 울워드 빌딩(Woolworth Building)으로 241.4m이었으며, 맨해튼 은행 측은 울워드 빌딩보다 약 20m높은 260m 높이로 빌딩의 건축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크라이슬러 측이 282m로 건축한다는 발표를 듣고 맨해튼 은행 측은 283m로 건축계획 안을 수정하였다.
크라이슬러 빌딩은 1928년에 공사를 시작하였고, 맨해튼 은행 빌딩은 그 다음해인 1929년에 공사를 착수하였다. 맨해튼 빌딩의 완공일은 1930년 4월이었고, 크라이슬러 빌딩의 완공일은 한달 늦은 1930년 5월이었다.
1 맨해튼 은행 빌딩(舊. Bank of Manhattan Trust building 또는 Manhattan Company Building, 現. The Trump Building 또는 정식명칭인 40 Wall Street) <출처: (CC BY-SA) No machine readable author provided. ChrisRuvolo assumed (based on copyright claims)@Wikimedia Commons> 2 크라이슬러 빌딩 <출처: (CC BY-SA) Overand@Wikimedia Commons> |
당시 뉴욕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의미했기 때문에 완공 즈음 당시 매스컴들은 모두 뉴욕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맨해튼 빌딩의 완공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당대 가장 높은 빌딩의 영애를 단지 1m의 차이로 크라이슬러 측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맨해튼 빌딩의 완공 한 달 후인 1930년 5월 27일, 크라이슬러 빌딩의 내부에선 모종의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건축가 윌리엄 밴 앨런(William Van Alen)은 37m 높이의 스테인리스 안테나를 건축물 내부에서 조용히 조립하도록 지시했으며, 이에 소요된 시간은 1시간가량이었다. 결국 크라이슬러 빌딩은 안테나를 포함하여 319m로 뉴욕에서 가장 높은 빌딩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한 달 남짓 가지고 있었던 뉴욕 제일의 마천루(skyscraper, 摩天樓)라는 왕좌를 크라이슬러 빌딩에 넘기기에 맨해튼 은행 빌딩 건축가 측은 무척 약이 올랐던지 ‘사실, 사람들이 실제로 오를 수 있는 전망대의 높이는 맨해튼 은행 빌딩이 크라이슬러 빌딩보다 30m가량 높다’는 점을 지적하는 글을 신문에 기고하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크라이슬러 빌딩 역시 뉴욕 제일의 마천루라는 왕좌를 11개월 동안만 유지할 수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에 자주 등장해 익히 우리도 잘 알고 있는 102층짜리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Empire State Building)이 1931년 4월11일 완공되었기 때문이다. 건축물 높이만 381.0m이며 맨 꼭대기까지의 높이는 무려 443.2m이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건축가는 슈리브(Shreve), 램(Lamb)과 하먼(Harmon)1)으로 이들 중 슈리브와 램은 맨해튼 은행 빌딩의 자문건축가였고, 신문에 맨해튼 은행 빌딩이 실질적으로 크라이슬러 빌딩보다 높다는 점을 기고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당시 미국의 이러한 무분별한 마천루 경쟁을 경제전문 매스컴에서는 마천루 지수(erection index)라는 용어로 비판하기도 했다. 마천루 지수 혹은 고층건물 지수란 고층건축물의 높이 기록이 경신될 때마다 경제적 공황이 왔다는 상관관계를 수치적으로 밝혀 무분별한 건축물의 높이 경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맨해튼 은행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의 마천루 경쟁은 경제적 이익과는 별개로 하나의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건축물의 높이가 직접적으로 재산권에 관계된다면 안테나의 높이까지가 건축물의 높이인지 아니면 슈리브와 램의 신문 기고문처럼 사람들이 올라갈 수 있는 곳까지가 건축물의 높이인지는 중요한 문제이며, 그저 신문에 푸념하는 정도로 끝날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따라서 「건축법」에서는 건축물 높이 산정 기준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 산정 기준은 (가로구역별)건축물의 높이제한(「건축법」 제60조)2)과 일조권(「건축법」 제61조)3)에서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된다.
건축법에서 건축물의 높이를 관리하는 목적은 개별 건축물의 건축안전과 일조, 통풍, 채광, 미관 등 도시 환경 및 나아가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하여 규정하고 있다. 건축물의 높이제한 규정은 크게 4가지이다.
건축물의 높이제한 규정 Ⓒ이재인
건축물의 높이 산정은 지표면으로부터 건축물의 상단까지의 수직거리이다(「건축법 시행령」 제119조 제1항 제5호).
이때 1층 전체가 필로티로 구성된 건축물의 경우 높이제한 규정과 공동주택의 일조권 규정을 적용할 경우 필로티의 층고는 건축물의 높이에서 제외한다. 1층 전체가 필로티라는 것은 말 그대로 1층이 상층 구조물을 떠받치기 위한 기둥으로만 구성되어야 하지만, 상층 건축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계단이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수직이동 동선용 공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건축물을 사용하기 위한 계단실이나 승강기실 등의 설치는 1층이 전체 필로티로 구성되었다고 인정하며, 이에 더하여 경비실도 현대 건축물 이용에 필요한 부분으로 판단한다.
건축물 높이 산정의 기준은 건축물의 높이제한과 일조권에서 직접적으로 관여하게 되는데, 「건축법」에서는 이 두 규정의 적용에 있어 높이 산정의 기준을 각각 달리 규정하고 있다.
1. 건축물의 높이제한 규정 적용을 위한 건축물 높이 산정 기준
일반원칙으로 건축물의 높이는 지표면에서부터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건축물의 높이제한 규정 적용에 있어서 건축물의 높이는 지표면이 아닌 전면도로의 중심선을 기준으로 높이를 산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모든 일에 있어 기준은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그런데 전면도로가 경사로여서 낮은 쪽 도로 중심선 높이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혹은 높은 쪽 도로 중심선 높이를 기준으로 해야 하는지 모호한 경우가 있다. 또한 전면도로 보다 지표면이 상당히 높은 경우 건축물 아닌 부분까지 모두 건축물 높이에 포함하여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도 있을 수 있다. 때문에 「건축법」에서는 이러한 전면도로의 기준에 관하여 2가지 상황을 규정하고 있다.
① 건축물의 대지에 접하는 전면도로의 노면에 고저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건축물이 접하는 범위의 전면도로 부분의 수평거리에 따라 가중평균한 높이의 수평면을 전면도로면으로 본다.
예를 들어 가로(X)와 세로(Y)가 각각 20m와 10m인 건축물이 전면 경사도로에 접하여 건축되었다. 전면도로의 노면은 가장 낮은 부분을 기준으로 3m의 고저차가 있다.
사례로 제시한 건축물의 높이를 구하기 위해서는 기준이 되는 가중평균 노면의 높이를 구해야 한다.
가중평균 높이는 건축물이 대지에 접한 둘레에 대한 대지에 접한 부분 면적의 비례에 의해 산정되는데, 대지에 접한 건축물의 둘레길이는 (20mX2) + (10mX2) = 60m이고, 대지에 접한 면적은 [(H1=20mX3m/2) X 2(H1이 2부분이므로) + (H2= 10m X 3m)] = 90㎡이므로 가중평균 높이는 90/60 = 1.5m이다.
결국 건축물의 높이는 9m도 12m도 아닌 10.5m가 된다.
② 건축물 대지의 지표면이 전면도로보다 높은 경우에는 그 고저차의 1/2의 높이만큼 올라온 위치에 그 전면도로의 면이 있는 것으로 본다.
예를 들어 전면도로와 대지의 지표면의 높이 차가 3m인 대지에 건축물을 건축한 경우 건축물의 높이는 전면도로 높이를 기준으로 하지 않고, 전면도로와 지표면 간의 높이 차를 1/2로 나눈 높이에서 건축물의 높이를 산정한다.
2. 지표면 간 고저차가 있는 경우 일조권 규정 적용을 위한 건축물의 높이 산정의 기준
일조권 적용을 위한 건축물 높이를 산정할 때 건축물 대지의 지표면과 인접 대지의 지표면 간에 고저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지표면의 평균 수평면을 지표면으로 본다.
지표면 간에 고저차가 있는 대지에 공동주택을 건축할 경우는 일반건축물에 비하여 높이 산정 기준이 불리하게 적용된다. 해당 대지가 인접 대지의 높이보다 낮은 경우에는 그 대지의 지표면을 기준으로 건축물의 높이를 산정하는 반면, 그 반대인 경우는 평균수평면을 기준으로 건축물의 높이를 산정한다.
그러나, 전용주거지역 및 일반주거지역(※우리나라 용도지역 구분은 건폐율 및 용적률 중 ‘용도지역에 따른 건폐율 최대 한도 (국토계획법)’ 표 참조)을 제외한 지역에서 공동주택을 다른 용도와 복합(주상복합4))하여 건축하는 경우에는 오히려 인센티브를 주어 공동주택의 가장 낮은 부분을 그 건축물의 지표면으로 보아 이를 일조권 적용을 위한 공동주택의 높이로 판단한다. 이는 주거지역 외의 지역에서 공동주택을 건축하도록 유도하여 도심 공동화현상(空洞化現象)5)을 방지하도록 하는 도시계획적 차원의 제도적 수법으로 이해할 수 있다.
건축물 외관을 조금 상세하게 들여다보면 사람들의 안전한 이용을 위한 건축물 옥상 난간이나 엘리베이터 기계실과 같은 돌출물들이 있다. 이들 난간이나 옥탑을 건축물의 높이에 포함해야 할까 아니면 사람들이 이용하는 공간이 아니므로 건축물의 높이에서 제외해야 할까 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건축물의 상세한 부분을 규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에서도 맨해튼 은행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의 논쟁과 유사한 일들이 재현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건축법」에서는 난간이나 옥탑 등을 건축물의 높이에 포함여부를 정하기 위해 세부기준 2가지를 마련하고 있다.
① 건축물의 옥상에 설치되는 승강기탑·계단탑·망루·장식탑·옥탑 등으로서 그 수평투영면적의 합계가 해당 건축물 건축면적의 1/8 [사업계획승인 대상(※대지분할 및 합병 중 ‘주택의 종류에 따른 사업계획승인 규모’ 이미지 참조)인 공동주택 중 세대별 전용면적이 85㎡ 이하인 경우에는 1/6] 이하인 경우로서 그 부분의 높이가 12m를 넘는 경우에는 그 넘는 부분만 해당 건축물의 높이에 산입한다.
예를 들어 건축면적이 800㎡이고, 각층의 층고가 3m인 10층짜리 건축물의 경우 옥탑 면적이 건축면적 1/8인 100㎡을 초과하면 건축물의 높이에 포함된다.
또한 건축면적이 800㎡이고, 각층의 층고가 3m인 10층짜리 건축물의 경우 옥탑 면적이 건축면적 1/8인 100㎡이하라고 하더라도 옥탑의 높이가 15m라면 12m를 제외한 3m는 건축물의 높이에 산입되어 건축물의 높이는 3m X 10층 + 3m = 33m가 된다.
② 지붕마루장식·굴뚝·방화벽의 옥상 돌출부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옥상 돌출물과 난간벽(그 벽면적의 1/2 이상이 공간으로 되어 있는 것만 해당)은 그 건축물의 높이에 산입하지 않는다. 즉, 건축물의 장식적 돌출물은 건축물의 높이에 산정되지 않는다. 파이프 등으로 세운 옥상 난간의 경우는 건축물 높이에 산입하지 않지만, 옥상 난간을 막힌 벽으로 올렸다면 개방성을 판단하여 50% 이상 뚫려있는 난간벽은 높이에 산입하지 않고 50% 미만으로 뚫려있는 옥상 난간벽은 건축물 높이에 포함한다.
건축물의 높이에 포함되거나 포함되지 않는 부분들의 기준을 요약정리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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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주 ~~~~ 유용한 정보....... 감사,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