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권 3년차 되면 어김없이 친인척 비리, 측근 부패 터져 정권 몰락 가속화
정치인들은 여론조사의 등락에 일희일비한다. 한 시절 70~80%를 오르내리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11월 3주차에 52.5%를 찍었다. 언론들은 ‘8주 연속 하락’, ‘집권 후 최저치 지지율’ 운운하며 호떡집에 불난 듯 기사를 날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9주차인 지난 7월 7일, 지지율 83%를 돌파하여 5년 단임 대통령제 하에서 대통령 취임 첫 해 지지율 중 최고 기록을 경신한 바 있다. 이 화려한 성과로 볼 때 지지율 50%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수치 아닌가? 이러다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정부’의 운명이 위태로워지는 것 아닌가?
이런 속 좁은 상상력은 골수 문재인 지지자들의 기우일 뿐, 청와대는 지지율에 관한 한 일종의 해방구를 자임하는 분위기다. 지지율 따위야 ‘김정은 서울 답방’ 및 남북통일 쇼 한 방으로 단숨에 뒤집기 할 수 있다고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말이다.
지난 9월 19일 평양서 열린 제3차 문재인-김정은 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 서울 방문”을 합의한 바 있다. 그 후부터 ‘백두칭송위원회’라는 괴 단체가 김정은 답방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고, 김정은 위원장 서울방문 환영, 대학생 ‘꽃물결 실천단’이란 기상천외의 조직까지 발족했다. 지하철역에는 ‘서울방문환영단’ 포스터가 나붙는 등 가히 김정은 신드롬이라 할 만한 일들이 대한민국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소위 ‘백두혈통’이라는 김정은의 제주 방문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원희룡 제주지사는 김정은 탑승 헬기의 백록담 착륙 운운하는 발언을 했다가 된서리를 맞았다. 일개 지방자치단체의 도지사가 김칫국부터 마시든, 누구를 헬기로 모시든 말든 필자가 상관할 바 아니나 그 대상이 김정은이라면 할 말이 많다.
북한 독재자들이 제주도 방문을 그리워하는 이유?
북한 세습 독재자들의 제주 방문설은 김 씨 왕조의 3대 세급 군주 김정은만이 아니라 2대 세습 군주인 그의 아버지 김정일도 애타게 고려했었던 사안이다. 그들은 왜 그렇게 제주 방문을 원하는 것일까?
우선 제주는 제헌의회 선거를 방해하기 위한 4·3사건의 본무대다. 대한민국 탄생을 거부하는 운동이 제주에서 뜨겁게 전개된 현장을 북한 지도자가 방문하여 4·3 평화공원에 헌화라도 한다면 또 무슨 희한한 사태가 전개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또 한 가지 집히는 것이 있다면 김정일의 세 번째인가 네 번째 부인, 즉 ‘선군조선의 어머니’로 칭송되는 3대 세습 군주 김정은의 친모 고영희의 본가가 제주란 사실이다. 본명이 고영자인 고영희는 일제 시절 일본으로 건너간 제주 출신 고경택의 딸로서,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고경택은 유도를 해서 레슬링 선수인 역도산과 절친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영희는 1960년대 초 북송선을 타고 가족과 함께 북한으로 건너가 만수대예술단 무용단원으로 활동하던 중 김정일의 눈에 들어 동거를 시작했다고 한다.
김일성은 일제 시절 백두산 일대에서 항일투쟁을 했다고 행적을 날조해 놓았다. 그는 백두산 일대에서 항일투쟁을 한 사실이 없을뿐더러, 김정일이 태어난 곳은 백두산 밀영이 아니라 하바로스프크다. 김일성은 만주에서 마적질 한 것이 들통날까 두려워 백두산을 중심으로 관동군·만주군과 조국해방투쟁을 벌였다고 소설 창작을 해 놓았다. 북한 노동당 서기 출신 황장엽 선생의 증언에 따르면 백두혈통 운운하는 것 자체가 온통 사기극이니, 미안한 얘기지만 김정은은 핏줄로 따질 경우 ‘한라혈통’이 맞다.
이런 정도의 사기꾼 우두머리를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 ‘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 운운하며 신처럼 떠받든 무리들이 청와대 일대에 포진하고 있으니 애국시민들이 나라 적화될까봐 밤잠을 설쳐온 것 아닌가.
지지율, 여론, 민심이란 자고 일어나면 바뀌는 뜬구름이고 신기루다. 이제 유권자들은 문재인 정부가 외치는 적폐청산이 무슨 뜻이고, 저들이 말하는 남북통일은 무엇을 하자는 통일인지, “내 삶을 책임지는 정부”는 대체 누구 돈을 갈취해다가 뭘 어쩌겠다는 것인지 정도는 이미 다 간파했다. 아무리 ‘한라혈통’의 통일 쇼를 벌여도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이상 현실적 반등이 어려운 이유다.
여의도 주변에 진을 친 정치꾼과, 그들 주변에 부나방처럼 꼬여든 정치 사기꾼 무리들은 ‘지지율’이라는 뜬구름, 신기루를 구세주로 신앙하면서 대중들을 자신들이 ‘주군’으로 모시는 인간의 열성신도로 포섭하기 위해 눈만 뜨면 상징조작과 선전선동을 해댄다.
사법 쿠데타와 촛불시위로 박근혜 정권 날려버리고 집권한 문재인 정권은 집권 즉시 문화대혁명 식, 대약진운동 식 적폐청산 작업을 계속해 왔다. 여세를 몰아 백두산에 올라 김정은과 손잡고 “민족자주와 민족자결의 원칙”을 재확인했고, 이제 한라산에 올라 “백두에서 한라까지”를 외칠 그날을 위해 위기를 다잡아가고 있다.
김영삼 지지율과 문재인 지지율
선량한 시민들이 촛불 들고 광화문에 모여, 투표장에서 문재인 정권 창출에 앞장섰으니 “그들 모두 우리 편”이라 착각할 수도 있겠다. 안타깝게도 이 나라의 납세자와 유권자들은 시키는 대로, 프로그래밍 된 그대로 작동하는 ‘착한 로봇’이 아니다.
그들은 한 인물을 대통령으로 밀어 올릴 수도, 감옥으로 보낼 수도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에너지 덩어리다. 때로는 잔잔한 바다가 되어 배를 띄울 수도, 거대한 쓰나미를 일으켜 배를 뒤엎을 수도 있는 역동적인 존재들이다.
문재인 지지율을 유추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있다. ‘문민정부’를 표방했던 김영삼 대통령을 기억하시는지? 취임 첫 해 하나회를 타도하고, 금융실명제 전격 추진, 구 조선총독부 청사와 궁정동 안가(安家)를 폭파 철거한 반일 민족주의의 화신이었다. 그는 취임식에서 “어떤 동맹국도 민족보다 더 나을 수 없다. 어떤 이념이나 사상도 민족보다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한다”고 민족지상주의를 선언했다.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대갈일성하여 취임 초 문재인과 똑같이 83%를 기록했다.
아이돌 스타보다 더 뜨거운 인기를 실감했던 김영삼도 재임 마지막 해 지지율 8%로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하고, 아들 김현철을 감옥으로 보냈던 사실을 기억하시는지? 기세등등하게 서민 대통령을 표방했던 노무현도 퇴임 후 부엉이 바위에 올랐던 사연을 잊으셨는가?
초대 전쟁기념관장으로서 ‘백골부대’ 신화를 창조했던 고(故) 이병형 장군은 생전에 『대대장』이란 명저를 발간했다. 이 저서에서 이병형 장군은 자신이 수도사단 18연대 제1대대장으로 참전했던 6·25의 체험담을 담담하게 소개한다. 6·25 때 18연대가 어느 마을에 진주했을 때 주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국군을 환영했다. 그들 집을 수색해보니 인공기가 무더기로 발견됐다.
그들은 국군이 나타나면 태극기를, 인민군·중공군이 나타나면 인공기를 들고 나와 환영했다. 주민들이 낮과 밤사이에 수시로 이념이 달라져서 태극기, 인공기를 번갈아 들었겠는가? 아니다. 살기 위해서였다. 재빨리 주변 상황을 파악한 후 어느 편에 줄을 서야 목숨이 담보되는지 그들은 체험적 삶의 현장을 통해 적나라하게 학습했다.
선뜻 인정하기 괴롭겠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기회주의자 속성이 있다. 기회주의가 비난 받거나 욕먹을 일이라고 생각하시는가? 해상무역으로 한 시대를 풍미한 도시국가 베네치아는 오스만투르크와 한쪽에서는 전쟁을 하고, 다른 쪽에서는 전쟁을 했다. 그들은 국부(國富) 창출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이교도는 발견 즉시 화형을 집행하는 종교 원리주의 시대에 십자군을 몰고 같은 기독교 국가인 비잔틴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침략하여 막대한 보물을 약탈하여 베네치아로 싣고 왔다.
베네치아의 행태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기회주의자들”이라고 비난하지만, 우호적으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유연성이 뛰어난 나라”라고 평한다. 인간의 삶이라고 베네치아의 행태와 뭐 그다지 다를 것이 있겠는가.
지금까지 좌익의 숙주 역할을 했던 김영삼 정부는 물론이요, 김대중·노무현 정부에 부역했던 자칭 ‘보수우파’ 인사들이 뼛속까지 좌익이라서 그들 정부에 부역했나? 아니다. 살기 위해서, 명예와 관직을 얻기 위해서,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 출세와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일신의 영달을 위해 때로는 영혼까지 저당 잡히는 메피스토펠레스 역할을 마다하지 않으셨다. 대한민국의 이념과 체제를 망치는 일에 앞장서셨던 분들도 지금 이 순간 태극기 들고 애국을 외치면 구원 받는 세상이 되었다. 기독교의 구원론뿐만 아니라 세상 이치가 다 그런 것이니 애국의 길을 순수하게 걸어오신 골수 우파 시민 여러분께서는 ‘돌아온 탕아’들을 너무 노여워하거나 경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간은 천성이 기회주의자
동식물을 막론하고 생명체들은 생존을 위해 어느 편이 힘이 센가, 어느 편에 붙어야 나의 목숨이 부지되는가, 어느 쪽에 가담해야 먹고 사는 데 더 유리한가를 가리는 데 원초적 본능과 유전적 감각이 예민하게 작동한다. 특히 인간세계에선 어느 한쪽이 압도적인 힘의 우위를 보일 때 그 권력에 순종하고 그 체제에 순응하는 모드를 작동시킨다.
하지만 그 권력의 힘이 점차 느슨해져 자신의 이권을 지켜주는 능력에 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느껴지는 순간, 또 다른 ‘힘의 원천’을 재빨리 간파하고 말을 갈아탄다. 검찰이 그랬고, 경찰이 그랬으며, 공직자, 정치인, 필부필부(匹夫匹婦)들이 그랬다.
한 시절 이 땅의 유권자들은 개혁과 혁신, 촛불의 문화적 미학, 민족주의적 선동에 속아 문재인 정부에 뜨거운 지지를 보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삶이 주야로 팍팍해지고 지갑이 점차 얇아져간다고 느끼는 순간, 광속의 속도로 지지를 철회한다. 6·25 때 어느 편이 더 힘이 센가, 내가 어느 편에 붙어야 목숨이 부지되는가를 파악한 후 동물적 본능에 의해 태극기와 인공기를 번갈아 들었듯이 말이다.
김영삼 지지율이 83%에서 8%로 미끄럼을 탄 것도, 김대중의 두 아들 김홍업·김홍걸 씨가 뇌물 수수 혐의로 감옥에 간 것도 그 근원은 유권자들의 원초적 줄서기, 기회주의 본능 탓이다. 그들의 행태를 기회주의적이라고 탓하지 말라. 민심이란 원래 그런 것이고, 그런 민심의 표출이 ‘지지율’이란 허상의 괴물이니까.
이 와중에 저들은 법관들마저 동료 법관 쫓아내겠다고 사법 쿠데타를 선포했다. 문재인 지지율 52.5%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고, 수용할 수밖에 없는 가혹한 현상이다. 하지만 저들은 아직도 자기들이 꿈꾸는 세상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한다.
생각은 가상하다. 하지만 내 주머니의 현금을 빼앗는 개혁, 내 직업을 앗아가는 적폐청산, 내 사업을 말아먹는 평등, 내 소득을 말려버리는 증세(增稅)는 막연하게 촛불을 지지하고 개혁에 박수쳤던 유권자들과 납세자들의 등에 칼을 꼽는 행위다. 집권여당의 당대표께서 “20년 이상 집권론”을 연호해도 그것은 그 분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그런 구호는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는 데 약간의 효력 발휘가 가능할지는 몰라도, 등 돌린 민심을 그 정도의 구호로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다면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배고픈 민중이 원하는 것은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체제의 나라”가 아니라 지금 당장 허기를 끌 수 있는 밥과, 내일 당장 출근할 직장, 내 주머니를 불려주는 경제정책이다. 언제까지 그들을 ‘희망’이라는 허상의 빵으로 유혹하고 기만할 수 있다고 보는가?
문재인 정부에게 남은 것은 추락 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연말부터 지지율 곤두박질 현상에 직면할 것이다.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의 이합집산 회오리가 벌써부터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집권세력에겐 미안한 이야기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너무 일찍 레임 덕이 시작됐다.
지금까지 “제 발등에 총 쏘기” 형태로 전개됐던 안희정의 ‘미 투(Me too)’ 낙마, 이재명의 ‘혜경궁’ 반란, 박원순의 노조와의 밀애는 어린애 장난이었다. 권력 재편기마다 난장처럼 윤회되는 칼춤은 누가 누구 칼에 맞아 사망자가 속출할지 도무지 장담할 수 없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양상으로 전개되는 것이 특징이다.
5년 단임 권력구조 하에서 집권 3년차가 되면 어김없이 친인척 비리, 측근 부패의 크레모어가 작렬하여 정권 몰락을 재촉한다. 행정 및 국정운영 아마추어들의 돌려막기로 치유불능 상태가 된 경제를 살린답시고 어김없이 전문 관료들이 차출 동원된다. 이 와중에 개혁은 좌초 실종, 남북관계는 급제동, 적폐청산의 후폭풍, 차기 대권주자 후보군들의 물고 물리는 혈투 와중에 발생하는 자해 공갈극…. 한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뜨는 것을 용납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문재인 정부라고 이 엄숙한 통과의례에서 예외일 수는 없다.
집권여당의 자중지란을 엔조이하며 어부지리의 기회를 모색하기에는 ‘야당’이라고 일컬어지는 ‘쓸모 있는 바보’들의 리더십 행태가 너무도 한심하고 참혹하고 저질스럽고 천박하다. 아무리 양보해도 이 정도로 정신이 가출해버린 야당에게 대한민국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다는 사실을 납세자, 유권자들은 오래 전부터 알고 있다.
체제가 붕괴될 수도 있는 절박한 상황의 연속에도 불구하고 음풍농월 일삼으며 스스로 개혁·혁신을 이루어내지 못하는 정치집단에게 미래 따위는 없다. “나라부터 구해놓고 보자”는 애국시민들의 절절한 힘이 그들 존재를 한순간에 공중분해 시켜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지지율 폭락과 함께 ‘개혁 놀음’으로 난장을 연출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운명도 점차 풍비박산의 행로로 진입한 것 같다. 인간의 힘으로 어쩌겠는가. 시대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정치집단은 몰락하거나 시민의 힘으로 깨부순다는 것이 역사의 순리인 것을.
김용삼 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