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신문기사를 통해 재미있는 이웃나라 일본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엔딩 드레스 입고···무덤친구 찾고···‘웰다잉’ 관광버스 투어에 빠진 일본”이라는 제목의 기사에는 이런 내용이
있었다.
단체관광 출발지로 애용되는 일본 도쿄역 근처의 한 주차장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여느 투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백발의 참가자 비중이 압도적이라는 것. 이 투어는 잘 죽는 법을 배우기 위해 모인 ‘종활(終活)
버스투어’다. 한국의 ‘웰다잉(well-dying)’에 해당하는 종활은 최근 일본 고령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투어 상품까지 등장했다. 참가자들의
평균 연령은 60대, 여성이 85%가량이다. 카운슬러도 동행해 종활과 관련한 조언을 해줬다. 호텔 뷔페를 포함해 도쿄 도심의 종활 시설을
돌아보는데 참가비는 1인당 우리나라 돈으로 약 9만원. 이들이 맨 먼저 찾아간 곳은 ‘종활 페스티벌’이 열린 도쿄 하마마쓰초. ‘종활 페스티벌’은 장례 관련 기업들이 만든 종활 카운슬러협회가 지난해부터 개최한 박람회다. 지난해에는
2100명이 방문했지만 올해는 부스도 45개로 늘어났고 방문객도 지난해보다 4~5배 증가했다. 사전에 특별 입장권을 받은 투어 참가자들은 1시간
20분 동안 뿔뿔이 흩어져 부스를 꼼꼼히 돌아봤다. 수의 대신 입는 ‘엔딩
드레스’를 판매하는 회사, 전문 헤어와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대동해
영정사진을 찍어주는 시니어 전문 사진관, 유품정리 전문회사 등 다양한 업체가 있었다.
점심을 먹은 관광객들은 오후에 도쿄 미나토구의 한 종합장례시설로 향했다. 이
시설은 장례식장과 묘지, 납골당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이곳은 도쿄 중심에 위치해 인기가 좋다. 후손이 없어도 묘지를
관리할 수 있도록 ‘영구 공양 무덤’을 운영하고 있는데, 묘지 1기(60개)는 완판되었고 2기는 100개 중 60개 가량이 이미 팔렸다.
1인용·2인용·4인용이 있고 애완동물도 함께 묻힐 수 있다. 13년이 지나면 납골당에 안치한 뒤 10년을 더
보관하고 그 후에는 다른 망자들과 합사해서 계속 절에서 공양을 지내준다. 2인 기준으로 최소 150만엔(약 1500만원)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을
참가자들은 진지한 얼굴로 들었다. 투어 참석자들의 인터뷰 내용이 남일 같지 않게 들린다. “아이가 없어 죽고 난 뒤에 무덤을 돌봐줄 사람이
없다”, “부모님이 돌아가실지 몰라 미리 준비해야 한다” 또 한 명의 참가자는 “자식들에게 폐가 되고 싶지
않다. 장례식에 필요한 현금 정도는 제대로 남겨 놓고 싶다”고 말했다.
3년 전부터 종활 붐이 일면서 일본에는 여러 가지 새로운 장례문화가 나타나고
있다. ‘종활 버스투어’를 기획한 여행 담당자는 “남편과 함께 묻히고 싶지 않은 여성들은 무덤에 같이 들어갈
‘무덤친구(하카모토)’를 구하기도 하고, 생전식(生前式)이라고 해서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장례식을 미리 경험해 보는 사람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에는 헬리콥터를 타고 유골을 뿌리거나 우주에 유골을 뿌리는 상품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 행사 담당자는 “1인 가구가 급증해 자신의 사후를 돌봐줄 가족이 없는 이들이 주로 종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 그럼 과연 이 얘기가 이웃나라 일본의 얘기로만 들리는가?
우리나라의 저출산으로 인해 펼쳐질 풍경들을 생각하면 아찔하기만하다. 특히 썰렁한 장례식장과 장례식 자체를 포기하거나 나라에서 이 짐마저
짊어져야 할 상황이 연출될 것 같아서 가슴이 아프기만하다. 저출산 초고령화 사회의 임박은 이미 예견되어 있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문화적
충격과 부담은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요즘도 일부 장례식장에서 목격되는 가슴 아픈 풍경 하나. 미혼의 딸 하나만 두고
떠난 망자에게는 장례식 마저도 사치다. 조문객이 거의 없는 빈소 한 구석에 망연자실 앉아 있는 유일한 상주의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너무 아프기만
했다. 핵가족은 기본이고 사촌 간 왕래조차 없으며 사촌이라고 해도 모두가 평균 하나씩인데 어떻게 서로를 돌보랴! 얼마 전 발표된 우리나라의
성별출산율을 보면서 더 갑갑한 마음이 든다. 이제 상주가 꼭 아들이어야 한다는 우리나라 유교 전통문화는 점점 퇴색되어 간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화장이 대세인지라, 운구의 거리가 짧아서 그리 많은 운구인력이 필요치 않지만
그래도 6명은 있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어서 등장한 운구 아르바이트는 그 예고편이기도 하다.
누구나 두렵지만 인생의 종착역인 죽음에 도달하기 전 많은 준비를 한다. 남겨진
유족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 많은 것들을 스스로 준비해두고 싶어 한다. 그리고 죽음을 준비하기 위해 죽음에 대한 연습을 비용까지 지불해
가면서 하기도 한다. 하지만 부디 일본의 사례처럼 죽음의 동반자를 구하는 사태까지는 가지 않기를 소망한다.
웰다잉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인생의 족적을 남기기 위해 자신이
그동안 못다한 의미 있는 일들을 해보는 것도 좋고, 자식들에게 말년 병수발의 고통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서 건강관리와 함께 보험을 들어두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현재 가족상황, 경제상황 등을 고려해서 인생의 졸업식도 미리 준비하자. 우리나라에도 웰다잉 협회가 결성되어 있어
전문가들의 도움도 받을 수 있으니 잘 활용하면 좋겠다.
이처럼 마음의 준비와 함께 다음 세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자신의 상황에 맞는
인생졸업식 준비를 하는 이것이 진정한 웰다잉이다. 이제 우리의 인생졸업식에는 그리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을 것이고, 그보다 더 중요한건 내가
준비해두지 않으면 인생졸업식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으므로···.
첫댓글 終活! 연년이 조상님들의 산소를 찾아서
벌초와 성묘를 하고 있는 입장에서 볼 때
본인은 후손들에게 짐을 지우고 싶지는 않는다.
화장을 하여 선산에 뿌려주기를 바라뿐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출산과 고령화가 심화되는 우리나라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는데
차제에 모두가 건강관리 잘 하고 후손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웰다잉을
할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좋겠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나쁜 유행이 상륙할까 두렵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