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상, 부탁이 있는데스.]
"안 돼."
열심히 재택근무하던 내 옆에 슬금슬금 와서 부탁부터 하는 미도리의 면상이 굳는다.
[데, 아직 말도 꺼내지 않은 데수까.]
"안 돼."
[저, 구더기챠 한 마리만이라도....!]
계속되는 안 돼 세례에도 미도리가 결국 내게 요구사항을 말하고 만다.
"너 저번에도 그러다가 훈련소 갔다왔냐, 안 갔다왔냐."
이 상황에 배는 이리도 간지러운지 메리야스 밑으로 배를 벅벅 긁으며 말하자 미도리의 안색이 살짝 바뀐다.
[데.. 이번에는 와타시가 잘 조절하는데스. 그동안 청소나 빨래도 잘 해왔지 않았던 데수카.]
"너 그 말 몇번째인지 알아? 한 번 안 된다고 하면 그렇게 알아라."
상심한 어깨로 뒤돌아서는 녀석. 타닥타닥 타자 치는 소리만 집안에 울려퍼지며 한참을 일하는데 묘하게 죄책감이 든다. 요즘 일하느라 바빠 집안일은 내팽겨쳐놓고 살았는데도 불구하고 집 안은 깨끗이 정돈된 편이다. 미도리가 없었더라면 집안꼴이 쓰레기장이었겠지. 하씨, 딱 하나만 허락해줄까.
나가면서 케이지 쪽을 보니 미도리는 그때까지도 침울해져 있어 제 집에서 웅크리고 누워 있었다.
마트에 가서 적당히 필요한 걸 사와 식탁 위에 늘어놓을 때까지도 나오지 않는다. 상당히 삐져있나보다.
"미돌이, 아직도 삐져있나?"
대꾸가 없다.
"내가 뭐 사왔을까?"
그제서야 내쪽을 보는 미도리. 내손에 든 건 사람 손만한 식육 우지챠. 가격이 그리 비싸지는 않지만 미도리가 한 번 맛 본 뒤로 계속 사달라고 졸라 비만까지 갔었다. 살 빼는 게 너무 힘들어 비만석 훈련소까지 보냈었지. 저도 힘들었는지 가끔 욕구가 일 때도 훈련소 얘기만 하면 힉 소리를 내며 내뺐는데 그래도 가끔 치팅데이라는 게 있어야지.
[주, 주인상! 감동인데스! 역시 와타시의 마음을 알아주는 건 주인상밖에 없는데수!!]
태도가 일변해 다리를 빙글빙글 돌며 군침을 흘린다. 감사의 대상은 나지만 미도리의 눈은 우지챠에 고정.
뭐, 이런 것도 애완동물 기를 때의 기쁨 아니겠는가.
갑자기 주인상 요리하는 동안 청소를 하겠다며 헐레벌떡 달려가는 미도리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오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첫댓글 적절한 반전이 스크를 앙팡테라블하게 만들어주는데스.
자를 가지는것이아닌 식욕이라니 ㅋㅋㅋ
레후? 오바상이 우지챠의 새마마인레후?
우지챠 사육우지레후?
레뺘앗!! 우지챠는 먹는거 아닌레후
아 치팅데이는 못참지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