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일하다 보면 정말 짜증 나는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미치도록 더운 날씨는 100M만 걸어도 온몸이 땀에 젖는다. 피크 시간임에도 성한 오더는 없고, 조금만 늦은 시간이면 핸드폰이나 PDA화면은 감감 무소식이다. 게다가 프로그램사는 수시로 업데이트를 해대면서도 어찌 성한 프로그램 하나 못 만드니, 사방에서 좌뇌와 우뇌를 쓰리 쿠션으로 두들긴다.
어지간한 양아손이나 업체에는 개무시 하거나 나름대로 요령껏 대처해 왔거늘, 더위와 함께 찾아온 최근의 상황은 참을 수 없는 지경에 까지 이른 듯 하다. 항상 평정심을 유지하려 애쓰는 터라, 스트레스와 분노, 우울증을 없애기 위해선 도가에서 수행한다는 유체이탈이라도 배워야 할 일이다.
근무중에 아주 싫어하는 것이 서식지 주변으로 도착하는 것이다. 첫 콜부터 꼬이더니 결국 1시30분이 넘어서 서식지 근처로 도착했다. 오더가 끊길 시각. “목동 현대백화점-하안동 20K” 뚜시꿍! 간만에 보는 착한 오더다. 서둘러 전화하고 현대백화점 앞 공영주차장으로 가니 전화를 안 받는다. 우산도 없고 비 피할 곳도 없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한다. 한참 만에 손과 만나니 안에 여자와 함께 있다. 계속 차 안에 있었으면서 전화를 받지 않은 것. (어제도 관교동에서 광명 가는 손이 여자와 함께 있으면서 전화를 받지 않았다. 바로 차 앞에서 십여 차례 전화를 해대는 데, 보고 있으면서도 받지 않은 것이다. 결국 오더 취소하고 차 주변에 쪼그려 앉아 오더를 보고 있는데, 30여 분 후 차문이 열리고 여자가 나와 미안 하다며 운행비 주는 바람에 상황실 보고 후 바로 완료 처리한 터) 이틀 연속으로 광명 손에게 무시 당한다는 생각이 뇌리를 광속으로 스치는 순간, 일단 비가 내리므로 얼른 차에 오르니 “방화동 들렀다 가시는 거 알죠?” 헉,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 오더 창을 다시 보니 적요란에 씩씩하게 “방화동 경유”라고 적혀있다. “아 C-Bar, 대리요령란에 적요를 꼭 확인하라는 글까지 써 놓고 이게 무슨 시츄에이숑이냐” 착한 오더라는 생각이 앞서 적요 보는 것을 깜박한 것. 아니 손 전화번호만 눈에 들어 왔다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다. 이런 오더는 운행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순간 창밖에는 빗줄기가 굵어진다. 잠깐의 갈등. 갈등① 쌩까고 취소하자. 그러나 현대백화점 처마 밑까지 가면 홀딱 젖는다. 갈등② 조금 섭섭해도 서식지를 탈출해야 전투력이 생긴다. 사실 많이 섭섭할 것 같다. 갈등③ 손과 적정가로 재협상? 그러나 국물도 없을 것 같다.
나는 비가 내리는 시커먼 하늘 위를 날고 있었다. 쏟아지는 빗줄기 마저 시원하게 느껴진다. 아래에는 자동차들의 헤드라이트가 길을 따라 벌레들처럼 꾸물꾸물 기어 다닌다. 마음속으로 계속 외쳐본다. “유체이탈”, “유체이탈”, “유체이탈”…
40여분 운행 중 딱 한마디만 했다. “몇 단지죠?” 요금 조정으로 삐친 손도 딱 한마디만 했다. "5단지요" 설상가상인지 점입가경인지 그 많은 하안 단지들 중에서도 5단지였다. 비가 내리는데.
아무래도 여름을 버티려면 유체이탈의 경지를 더 높여야 할 듯 하다.
첫댓글 유체이탈" ㅎㅎ
5단지 철탑에서 걸어나오셨다면 고생좀 하셨겟습니다....ㅋㅋㅋㅋㅋ방화동 경유라 .....아주 ...코믹합니다 ...ㅎㅎㅎ
수고요... 요금조정 하시고 운행하신거 맞죠? ㅎㅎ 저는 술주정하는 손이 지껄이는 XX같은 말은 음~ "지껄여라 한귀로 흘린다" 하지만...요금만큼은 "저까"를 오버한 "쓰레기요금"만큼은 큰소리를 냅니다. (저까 요금은 아무말없이 운행하면 우리 대리기사 모두에게 타격이 옵니다. 운행하더라도 저까임을 상기기켜 줘야 합니다.) 타당성을 설명하고 요금조정하면 70대30정도로 대다수 수용하고요...정 안되면 취소지요... 목동->방화->광명하안...20K라...헐~ 어떤 무뇌충 업체인지 알고싶군...쩝.
고생하셨네요. 개인적으로 님이 쓰시는 글 읽는 재미가 제일 좋습니다. 물론 좋은 정보도 얻기도 했었구요. 님의 내공이 느껴집니다. 항상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