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1번째 편지 - 리더십이란?
Open AI의 쿠데타는 마치 구한말 갑신정변처럼 5일 천하로 끝났습니다. 반전의 결정적 계기는 Open AI 전 직원 770명 중 710명이 샘 올트먼의 복귀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Open AI를 떠나겠다고 서명한 것입니다.
이를 보면서 샘 올트먼의 리더십에 대해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평상시에는 전 직원의 90%가 샘 올트먼을 지지하지 않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결정적 상황이 도래하자 전 직원의 90%가 그를 지지하였습니다.
모든 리더들이 꿈꾸는 리더십이 바로 이것일 것입니다.
최근에 읽고 있던 일본 전국시대 명장들의 리더십 일화가 떠 올랐습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같을 것 같아 몇 개 소개하려고 합니다.
일본 전국시대 명장 세 사람은 <오다 노부나가 (織田信長) 1534~1582>, <도요토미 히데요시 (豊臣秀吉) 1537~1598>, <도쿠가와 이에야스 (徳川家康) 1542~1616>입니다. 일본 대하소설 '대망'에서는 세 주인공의 리더십을 이렇게 평가하였습니다. 모두가 아는 내용입니다.
"<오다 노부나가>는 새가 울지 않으면 한칼에 베어버리고,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만들고,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
그런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자신의 주군이었던 <오다 노부나가>의 리더십을 어떻게 평가하였을까요?
"노부나가는 용장이지만, 좋은 장수는 아니었다. 한 번 배신한 자에 대해서는 결코 용서하지 않아 그와 연관된 사람들을 모두 처벌하였다.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하였지만 그는 대중의 사랑을 받지는 못했다"
아마 샘 올트만은 이와 반대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중인 직원 90%의 지지를 받은 것입니다.
샘 올트만은 11월 5일 Open AI 개발자 컨퍼런스인 Devday에서 저작권 방패(Copyright Shield)의 개념을 발표하였습니다.
저작권 방패는 개발자가 Open AI 서비스를 활용하다가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할 경우, Open AI가 소송비용을 모두 지불하는 제도입니다. 그날 행사장에서 개발자들이 가장 열광한 대목은 이것이었습니다.
샘 올트만은 대중의 사랑을 받는 방법을 잘 알았던 것입니다.
<다케다 신겐 (武田信玄) 1521~1573>이라는 명장이 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벼랑 끝으로 내몰다가 갑자기 병사하였습니다.
그는 늘 5할의 승리를 강조하였습니다.
"5할의 승리는 신승(辛勝)이다. 적을 격파하였지만 아군의 피해도 적지 않았다. 이럴 경우 긴장과 겸손을 잃지 않게 된다. 7할의 승리는 낙승(樂勝)이다.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승리를 거둔 것이다. 이럴 경우 기강이 해이해진다. 다음 전투에서 큰 피해를 입게 된다. 위험한 것은 10할의 승리, 즉 완승(完勝)이다. 완승은 교만을 낳고 다음 전투에서 필패한다."
샘 올트만의 승리는 어디에 해당할까요. 자신은 그 승리를 어떻게 해석할까요? 왜 쿠데타가 벌어졌는지를 숙고한다면 <5할의 승리>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지만 완승으로 해석하면 또 다른 위기가 올 것입니다.
그러면 리더가 새겨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요?
독안룡(獨眼龍)이란 별명을 가진 <다테 마사무네 (伊達政宗) 1567-1636>는 유교의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을 재해석하여 후손들에게 오상훈(五常訓)을 남겼습니다. 현실적 리더십의 표본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인(仁) : 사람을 지나치게 소중하게 여기면 정에 빠져 자신이 나약해진다. 의(義) : 정론만을 고집하면 완고해져 융통성이 없어진다. 예(礼) : 예의가 지나치면 상대방에게는 불쾌감을 주게 된다. 지(智) : 머리가 너무 좋으면 이상을 이루기 위해 거짓말을 하게 된다. 신(信) : 다른 사람을 너무 믿으면 타인에게 이용당해 손해를 보게 된다."
리더들이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주제라고 생각됩니다.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사와 논공행상입니다. 이것을 잘못하여 부하들의 원한을 사는 경우가 흔히 있습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참모였던 <구로다 요시타카 (黒田孝高) 1546-1604>의 일화입니다. 요시타카는 사람을 잘 쓰는 사람이었습니다.
능력이 있는 부하가 잘못을 저지른 경우 어떻게 하여야 할까요? 우리가 흔히 아는 방법은 공개적으로 야단치지 말고, 불러서 개인적으로 야단치라는 것입니다.
<요시타카>는 부하가 잘못을 저지른 경우 오히려 그에게 관직을 주거나, 금은옷감 등의 상품을 주고, 이틀이나 사흘 후에 그의 잘못을 야단쳤다고 합니다. 그 결과 부하들은 상을 받아도 오만해지지 않고, 벌을 받아도 크게 원망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요시타카>는 자신의 물건 중 귀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것을 부하들에게 싼값을 받고 팔았습니다. 부하들은 공짜로 주지 왜 돈을 받고 파냐고 물었습니다. 요시타카는 웃으며 "물건을 받는 것과 스스로 사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기쁜가"라고 물었습니다. 모두 입을 모아 "남에게 받는 것도 좋지만, 스스로 산 것만큼은 아니다"라고 대답하자, 요시타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렇다. 받은 자는 기뻐할 것이지만, 받지 못한 자는 원망할 것이다. 누구에게 주고 누구에게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할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로가 없는 자에게도 주면, 공로가 있는 자에게 상을 줄 때 그 가치가 없어진다. 그래서 오래된 물건을 주고 싶을 때는 싸게 팔아버리는 것이다. 너희들 중 필요한 사람이 조금의 돈을 내고 사는 것이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
돌이켜 생각하면 저도 한평생을 살면서 많은 선물을 받았지만 제가 돈을 주고 산 물건만큼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요시타카는 인간의 본성을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던 것입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400-500년이 흘러도, 일본이라 해도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리더십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영혼을 훔치는 일이니까요.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3.11.27. 조근호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