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전 한밤 안봅니다. 연예인들의 사생활에 갖은 추파를 던지면서 조모군과 같은 놈들을 한국 최고의 라이브 가수라고 띄워주는 어이없는 짓을 하니까요. 젊은 애들 화보 촬영하는게 뭐 그리 궁금한 일이 되는지 모르지만, 정말 연예 주변 정보 프로그램이니까 안 봅니다. 전 그날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한밤 안보고 100분 토론을 보며 한나라당 노친네들의 코미디에 광분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새벽 이러한 일이 터진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방금 전 동영상을 보았습니다.
며칠간 저는 속으로 광분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동영상으로 확인하니 이 사태는 냉정하게 풀어야할 것 같습니다. 우리의 동지들이 자칫하면 고립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며 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건 정말 개인적인 생각이니 혹시 다른 생각이 있으시더라도 너무 심한 저주를 퍼붓지는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한 때, 넥스트라는 그룹이 있었습니다. 신해철이라는 사람이 말한 넥스트의 모토는 오버와 언더의 고리라는 것입니다. 오버와 언더의 괴리를 넥스트를 하며 메꾸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넥스트는 상당히 많은 성과를 남긴 것도 사실이지만, 결국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신해철이 밝힌 바와 같이 정말 힘들다는 것입니다.
다시 환님의 지금의 위치는 정말 오버와 언더의 오버랩입니다. 드팩이라는 자신만의 기획사로 거대 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음악을 하는 등 구조적으로는 언더의 음악을 하지만, 그의 음악은 상당히 돈이 많이 듭니다.(음반 제작비나 콘서트 비용이 아마 국내 최고의 반열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버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egg'음반에서도 여실히 나타나지만, 그의 음악적 성향은 오버(sunny side-up)와 언더(overeasy)가 공존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오버와 언더의 공존은 뮤지션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다는 것이죠. 오버와 언더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어쩌면 낙동강 오리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다양한 음악적 지향이 오히려 그 뮤지션을 고립시킬 수도 있는 아주 역설적인 면이 국내에는 존재합니다. 환님은 지금까지 그 줄타기를 아주 멋지게 해내셨고, 오히려 그러한 노력이 가요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대단한 음악적 성과를 일구어내셨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작년 연제협 사태에서 나타났듯이 거대 연예 기획사와 방송사의 유착관계의 골은 깊어가고 그 관계에 끼지 못하면, 고립되는 형국이라 할 수 있죠. 이제 환님은 심하게 말하면 컬트 가수라고 불릴만큼 매니아 층을 형성한 언더가수로 인식되게 되었습니다. 방송사 특히 TV라는 미디어에서는 그의 음악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이죠. 오히려 그의 연애담이 더 땡기는 내용이죠. 이제 우리가 바라듯이 TV가 환님의 음악을 제대로 인식하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환님과 같이 실력은 있으나 고집이 있는 뮤지션은 이제 심야시간 아니면 TV에서 환영받지 못합니다. 심지어 그 고매하신 sbs방송국은 타 방송국에 있는 라이브 음악 방송조차도 없습니다. 정말 음악에 대한 관점이 아주 상업적이라는 것이죠. 그리고 그 절정에는 한밤이 있는 듯합니다. 춤출 때 눈만 좀 부릅뜨면 가요계의 카리스마라 합니다. 조성모나 지오디의 콘서트는 최고라는 호칭을 붙여주는 것을 들으며 저는 남들이 들으면 '이 반도 땅에 저런 애들밖에 없나?'라는 의문을 가질지 모른다는 쪽팔리는 상상을 해봅니다. 차라리 같은 방송국의 금요컬처클럽에서 이 콘서트를 취재했으면 이런 사태는 없었을 것입니다.
방송을 봤습니다. 저도 보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면죄부를 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도 봤습니다. 첨에 보니 방송 분량이 한 5분 정도 되더군요. 그런데 보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정말 일관적으로 옐로 저널리즘에 충실하더군요. 시작부터 '채림 씨랑 열애 사실 발표후 첫 콘서트'라구 합니다. 전 이거 보구 제작진들의 아이큐가 세자리는 안 될 거라구 봤습니다. 열애 사실 발표 후 수십차례 콘서트 하고 나서 하는 콘서트가 첫 콘서트라구 하더군요. 그리고, 다른데는 모자이크 잘 하며 왜 그런 초상권 침해는 모르나요. 요즘 색깔론이 욕을 많이 먹던데, 어디서 이상한 것만 배워와서 환님을 채림으로 덮어씌우려고 하네요. 무식이 하늘을 찌르는 프로그램에서 더 뭘 바랄까 하는 생각입니다.
환님과 함께 음악 생활을 시작했던 지금의 30대 가수들은 거의 지금 현실에 안주하며 젊은 날의 내공들을 소진 또는 아니면 거의 그 직전입니다. 그래서 음반 낼 때 더 이상 그들에게서 새로운 것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포기하고 맙니다. 그러나 거의 유일하게 환님만이 계속적인 음악적 진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의 음악적인 역량의 끝이 어딜까 궁금할 따름입니다. 많은 젊은 가수들이 환님을 표본으로 삼아 음악을 한다고 합니다. 이제 환님께서는 많은 이들과 함께라는 것을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쓰레기는 분리 수거해야된다고 합니다. 이번의 한밤 방송에 등급을 매긴다면 진짜 쓰레기라고 할만합니다. 그 쓰레기는 분리 수거해서 멀리 내다버려야겠죠. 그리고 쓰레기를 사람들에게 뿌리는 사람은 당연히 사과해야지 않습니까? 쓰레기를 청소하여 세상을 깨끗하게 하는 동지들의 노력은 당연한 것입니다.
환님이 늘 말씀하듯이 뮤지션은 음악으로 평가받아야 합니다. 반대로 뮤지션 또한 음악으로 얘기해야 합니다. 다음 앨범에 이걸 가지고 곡이나 한 번 만들어 보시면 어떨까요. 정말 좋은 곡의 소재 같은데......같이 공연장에 그 노래를 부르며 'fucking hanbam'을 외치며 환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일부 사람들이 얘기하듯이 이번 기사로 인해 환님의 가수로서의 평가가 떨어진다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그리고, 사람들이 또한 얘기하듯 그는 여전히 이 땅의 최고의 가수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겠죠. 그러나, 그들이 놓치고 있는 것은 립싱크나 해대는 애들에게는 노래가 별거 아닐지 모르지만, 뮤지션이기를 갈망하는 이들에게는 노래는 자기 자식보다 소중한 것이죠. 음악을 만들 때의 그 엄청난 고통을 모르는 이들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겠죠. 그리고, 뮤지션에게는 공연장은 자기 집보다도 더 편안한 안식처이죠. 어느 어머니가 자기 자식을 남의 자식이라고 그러면 화 안낼 어머니가 어디 있을 것이며, 어느 가장이 자기 집을 남의 집이라고 하면 발끈 안할 가장이 어디 있습니까? 한밤은 간단히 그런짓을 했죠. 그래서 사과해야 합니다. 옐로저널리즘은 타도의 대상이 되어야지 무시의 대상이 되서는 안되죠.
환님께서 이번 일로 상심이 크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노래 소재 하나 더 발견했다는 기쁨으로 이 사태를 여유롭게 풀어나가시기를 바랍니다. 가장 강력한 무기인 음악으로 그들을 짓밟으시길 바랍니다. 동지들의 투쟁에도 많은 애정을 보냅니다. 하지만, 빠순이들처럼 환님에 대한 애정으로 일리있는 비판에는 발끈하지 마시기를......
쓰다보니 무쟈게 어이없는 글이 되었네요. 쓴게 아까워서 등록합니다. 모든 이들에게 용서를 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