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천의 암각화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의미 강의를 듣고 / 안성환
사단법인 울산문화아카데미 제429차 강의는 전 울산암각화박물관 최현숙 관장님의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의미"의 강의였다.
먼저 반구천은 화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약 3킬로미터의 계곡으로, 그 속에 자리한 암각화는 단순한 ‘옛 그림’이 아님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암각화를 바위에 새긴 그림 정도로 여기기 쉽지만, 그 안에는 수천 년에 걸친 인간의 삶과 사유, 그리고 자연과 공존해 온 방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202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세계유산이란 인류가 함께 보존해야 할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지닌 문화유산과 자연유산을 의미한다. 이는 한 국가를 넘어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서, 역사와 자연, 삶의 흔적을 후대에 전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관광객 증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보존을 위한 국제적 협력과 지원을 통해 보다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해진다. 이러한 의미를 알고 접근하니 자연스럽게 깊은 관심과 호기심이 생겨났다.
사실 암각화는 세계적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어 오히려 그 희소성이 낮다고 여겨지기에 세계유산 등재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는 무려 15년에 걸친 노력 끝에 등재되었다. 쉽게 포기할 수 있었을 긴 시간 속에서도 이를 이루어낸 집념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현재 우리나라의 세계유산은 총 17개로, 그 사실 또한 자랑스럽게 느껴졌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고래 사냥 장면이었다. 기원전 6000년경, 이미 석기시대 사람들이 바다로 나가 고래를 사냥했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이를 생생하게 표현해낸 기록성은 더욱 경이로웠다.
또한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이 서로 다른 시대와 성격을 지니면서도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진 ‘문화의 기록’이라는 점도 인상 깊었다. 대곡리가 사냥과 자연을 중심으로 한 삶의 현장을 보여준다면, 천전리는 문자와 함께 인간의 정신과 사회를 담아낸 공간이었다. 이 두 유산이 함께 세계유산으로 묶인 이유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라는 개념이 깊이 와닿았다. 이는 특정 지역의 유산을 넘어 전 인류가 함께 공유해야 할 가치라는 뜻이다. 결국 반구천의 암각화는 “인간이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보여주는 가장 오래된 기록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옛사람들의 흔적은 거창한 기록에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바위에 새겨진 작은 선 하나에도 그들의 삶이 담겨 있었다. 글이 없던 시절, 그림은 곧 언어였고 동시에 삶의 기록이었다. 그것은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공동체가 함께 어우러진 삶의 증거였다.
오늘 우리가 그 흔적을 바라본다는 것은 단순히 과거를 들여다보는 일이 아니라,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되묻는 일이라 느껴졌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옛사람들이 남긴 이 소박한 흔적은 오히려 더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결국 돌에 새겨진 그 오래된 선들은 시간을 넘어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었다.
“너희는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2026년 4월 28일 안성환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