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 헷갈린다
나는 무엇이든 뿌리를 뽑아보고 씨앗을 발라낸다. 때로는 심어서 싹을 틔워보기도 한다.
BTS라는 이름을 듣고 뜻을 알아보니, 방탄소년단이라는 우리말 이름을 한글 머리글자를 떼내어 알파벳으로 적은 것이란다. 방탄은 또 무슨 뜻인가 하니 총알을 막는 아이들이란다. 어른과 사회가 아이들에게 총을 쏘아대니 그 억압에서 자유를 지키겠다는 의도란다. 더 기가 막힌 사실은, 한국인만 이렇게 이해할 뿐 외국인들은 이 이름을 '현실을 넘어선다(Beyond The Scene)'는 뜻으로 안다는 점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관심 없던 차에, 이번 공연에 내걸린 붉은 동그라미 세 개를 보고 '이 아이들이 뭘 좀 아는구나, 방시혁이가 철학을 좋아해서 뚱뚱한가?' 싶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찾아보고 나니 헛웃음이 나왔다. 이 그림은 그저 2014년에 낸 음반의 상징물일 뿐이란다. 한글 '방탄'의 자음인 'ㅂ'과 'ㅌ'을 동그라미 안에 그려 넣은 디자인이라고 주장한다. 알맹이 없는 껍데기 디자인일 뿐이다.
우리는 참으로 웃기는 민족이다.
지금도 태극기 뜻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 우리 국민 5000만 명 중 100명도 안 된다. 0.0002%도 안 되는 거다. 그런데도 태극기를 양복에 잘도 달고 다니며, 광장에 나가 마음껏 휘두른다. 제대로 가르쳐 주려 해도 들으려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조선을 망친 성리학자들은 태극기 그까이거 주역의 태극일 뿐이라며 침을 튀기고, 중국인들은 자기네 도교 문양을 한국이 훔쳤다며 헛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래도 대답할 줄 아는 한국인이 드물다.
애국가를 부르면서도 누가 가사를 썼는지, 누가 곡을 만들었는지 잘 모른다. 조금 안다는 이들은 작사가와 작곡가 모두 친일파라고 손가락질한다. 기독교인은 '하나님이 보우하사'라며 목청을 높이고, 그 하나님이 오직 하나뿐인 신이라서 하나님이라고 우긴다. 한글 성경을 번역한 평안도 사람들이 보면 배꼽을 잡고 웃을 일이다.
세상일이 다 이렇다.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잘 모르고, 한국이라는 나라이름에 담긴 뜻도 모른다. 평생 사회주의 운동을 하고, 지금도 하는 놈들이 입으로는 민주주의를 외친다.
이런 중에 나조차 방탄소년단의 상징을 보고 헷갈렸다.
"이 아이들이 우리 태극의 이치를 어떻게 알았을까? 반도체의 1과 0을 어찌 저리 잘 나타냈을까?"
하지만 검색을 하고 나니 순간 내 망상이었음이 드러났다. 아무런 뜻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다시 헛웃음이 터진다.
뭐, 이번에는 무슨 아리랑이라고? 아리랑이 대체 무엇인가. 너희가 아리랑에 무슨 뜻인지는 조금이라도 알고나 있는가.
* 나 혼자, 방시혁이가 뭘 좀 아는구나 잠시 헷갈린 그저 그런 시뻘건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