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응원으로 장애인 주차구역 부활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는 지난 한 달에 걸쳐 단지 내 모든 지하주차장에 대한 도장 공사를 일제히 새롭게 했다. 도장 공사 기간 중 모든 입주민 승용차는 공사기간별 동별로 나누어 지하주차장 출입과 주차를 금지 시키고 지상 주차장을 비롯한 인근 지상 공간에 분산 주차하도록 안내했다.
기다리던 도장공사가 일주여 만에 끝난 다음 날 지상에 피난 주차했던 차를 몰아 기쁜 마음으로 도장공사가 끝난 지하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내려갔다. 지하주차장에 진입하면 거의 습관적으로 다가가 전용주차장처럼 주차하던 장애인 주차구역에 주차했다. 시동을 끄고 차량정면 벽면을 보니 장애인주차구역을 알리는 표시판이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 주차구역을 알리는 바닥 구획선과 그림도 그려있지 않았다. 바닥 도장 공사는 끝났지만 나머지 다른 공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이라 여겨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상하게 여겨 같은 지하주차장에 있던 다른 장애인 주차구역을 돌아 살펴보았다. 그러나 돌아본 곳의 주차장은 모두 바닥도장 공사를 말끔히 끝내고 벽면에는 알림 표지판은 물론 바닥에는 장애인주차구역을 구획한 선과 그림이 그대로 뚜렷이 있었다. 이렇게 둘러보고 오는 길에 만난 이웃 아저씨는 장애인차량구역 표지가 없어진 구역을 손으로 가리키며 ‘아니 어떻게 된 거냐?’며 관리사무소에 한번 알아보라며 혀를 차며 내일처럼 걱정해주었다.
사무소에 전화, 책임자에게 도장 공사를 한다고 알려만 놓고 장애인 주차장을 조정하거나 철거한단 말 사전에 한마디 않고 일방적으로 철거하다니 도대체 이럴 수가 있느냐고 항의했다. 이상하게 응대만 하며 전화를 받던 책임자가 ‘실은요 제가 오늘날자로 바뀌어 새로 온 사람’이라며 ‘전에 책임자는 다른 곳으로 갔다’며 ‘말씀하신 철거된 장애인 주차장은 사정을 좀 더 알아보아 곧 설치해드리겠다’고 시원스레 뜻밖의 약속.
그러나 지하주차장 도장공사로 장애인 주차장이 감쪽같이 사라진 항의에 사정을 알아보고 곧 설치하도록 하겠다던 책임자의 약속은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말도 없고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책임자에게 어떻게 돌아가고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사정을 알아보고 곧 설치해주겠다던 말과는 달리 ‘설치하려던 곳은 정비소 출입구 바로 앞이라 설치할 수가 없다는 엉뚱한 설명이 되돌아왔다. 그 후 이야기도 하지 않은 구청의 담당자라는 직원으로부터 뜻밖의 전화가 왔다. 제가 담당자인데 ’현장에 나가 민원을 확인하고 결과를 알려 드리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하게 되었느냐고 물었더니 내가 운동을 다니는 복지관의 한 물리치료 직원을 통해 사정을 들어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며칠 후 현장을 다녀왔다는 직원은 ‘아파트 단지 외벽 도장 공사를 할 때 그 장애인주차구역을 ’곧 설치하도록 하겠다‘는 전화를 주었다.
아파트단지 화단 옆 산책로에 나가려고 지하주차장에 이르는 현관문을 열고 나설 때 운동을 하고 들어오는 길의 아파트 같은 동 같은 라인의 반장은 눈을 크게 뜨고 서서 장애인 주차구역이 있던 곳을 쳐다보며 ‘다시 설치해 준다던 주차장은 왜 아직도 설치가 되지 않느냐?’고 보다 큰 목소리로 불편이 참 많으시겠다며 화를 냈다.
문제는 구청직원의 친절한 전화에 실렸던 ‘곧 설치해드리도록 하겠다’던 약속처럼 감 쪽 같이 사라진 장애인 주차구역이 설치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더 참고 기다렸다.
그 후 며칠 지나 관리사무소 직원으로부터 전화, ‘지워진 장애인주차구역을 다시 설치하려하니 그 곳에 주차된 차를 빼달라는 것.’ 그 날 오후 감 쪽 같이 사라졌던 장애인 주차구역은 번듯하게 부활했다.
지하주차장 장애인 주차장은 아파트 반장과 아파트 이웃 아저씨와 아주머니 등 이웃의 관심과 사랑 응원의 힘으로 부활한 것임에 틀림없다고 여긴다.
(2017. 12. 18.)
첫댓글 축하합니다! 몸이 성한 사람들인 담당자들은 장애인들의 불편의 실상을 못느껴요. 자기 가족중에 장애인이 있었다면 달라졌을껍니다. 옛날 읽었던 一石 이희승님의 수필중에, 한겨울에 밖에 있는 종이 춥다고 하니까 손가락 끝을 문풍지 사이로 내밀어보고 "하나도 않추운데" 하더라는 문구가 생각나는구려! 축하! 축하!
좋은 이웃을 두셨소 그래서 세상은 아직 살만한 것 이니겠소. 축하합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지난 8월 20일 필자가 문제의 글을 올렸는데 너무나 늦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을까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집니다.장애인 전용주차장은 의무적
으로 설치되며 위반시는 과태료가 부과되는데도 늑장을 부린 관계자들이 원망스럽네요.
그런데도 인내하며 기다린 필자의 인격이 존경스럽네요.
다행스럽게도 이웃들의 관심과 도움이 컸다니 선한 이웃들입니다.
언제나 역지사지의 생각으로 돌아본다면 따뜻한 사회가 될터인데
그런 사회가 오도록 독자도 마음을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