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람도 반갑지만, 가을이 더 반가운 것은 풍성한 먹을거리다. 뭘 먹을지 고민에 빠지게 하는 가을, 그 맛의 세계로 빠져보자.
통통하게 살이 오른 새우는 가을철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별미 중 하나다. 오죽하면 굽은 허리도 펼 정도로 맛있다고 했을까. 특히 가을철 새우가 맛있는 이유는 독특한 단맛을 내는 글리신 함량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살이 탱탱하게 오른 암컷이 맛있어 보이지만 살이 퍽퍽하고 단맛이 떨어져 오히려 수컷 새우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새우는 단지 식품으로 뿐만 아니라 약으로도 사용됐다. <본초강목>에 의하면 ‘새우가 양기를 왕성하게 하는 식품으로 일급에 속한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특히 신장에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혼자 여행하는 총각은 새우를 먹지 말라’는 말까지 있다고 한다. 한방에서는 몸이 피곤할 때 새우를 먹으면 혈액순환이 잘 돼 효과가 있다고 하며, 종기가 났을 때 새우를 찧어 붙이면 좋다는 민간요법도 전해진다.
이처럼 영양 만점인 새우지만 마냥 섭취하기가 꺼려지는 이유가 있다. 바로 콜레스테롤이 높아 안좋다는 말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새우에 포함되어 있는 콜레스테롤 함량은 100g 당 130mg으로 낮지는 않지만, 계란보다는 훨씬 적다. 게다가 새우에 들어있는 타우린과 키틴·키토산 성분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주기 때문에 그다지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 걱정된다면 튀기거나 고지방식품과 섭취하는 대신 오픈에 구워먹거나 찌거나 삶는 방법으로 조리하면 된다.
물 위로 힘차게 튀어 오르는 가을 새우를 맛보기 위해서는 홍성으로 가자. 그 중 홍성 남당항은 매년 대하축제가 펼쳐질 만큼 펄펄 뛰는 자연산 대하를 만날 수 있다. 새우는 크기에 따라 대하(27cm 전후), 중하(15cm 전후), 소하(6cm 전후)로 나뉘는데, 남당리의 새우는 유난히 튼실하고 싱싱하다. 상점들이 항구 가까이에 자리잡고 있어 당일 아침 어부들이 잡아온 신선한 대하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바다를 바라보며 대하 소금구이, 대하회, 대하탕 등을 먹고 나면 몸 안 가득 양기가 가득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남당항 대하축제는 9월 5일부터 11월 1일까지 두달간 펼쳐진다. 남당항 일대에서 푸짐한 대하구이와 대하튀김을 맛볼 수 있고, 머리부분은 따로 떼어 바짝 구우면 바삭한 맛에 또다른 별미가 된다.
가을 별미 2. ‘가을에 전어를 구우면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 ‘가을 전어 대가리엔 참깨가 서말’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 걸어 잠그고 먹는다’ …
가을은 유난히 먹을거리가 풍부해 음식과 관련된 속담이 참 많다. 그런데 그 중에서도 단연 으뜸은 바로 ‘전어’다. 예로부터 전어의 맛을 인정했다는 뜻이다. ‘전어’라는 이름도 맛에서 유래된 것이다.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 의하면 ‘전어는 기름이 많고 맛이 좋아 상인들이 염장해 서울에서 파는데 귀천이 모두 좋아했으며 사는 사람들이 돈을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전어(錢魚)라고 했다’고 기록돼 있다. 가격도 묻지 않고 누구나 샀을 정도로 그 맛이 보장됐다는 것이다.
전어는 영양 식품이다. 회로 먹든 구워먹든 뼈째 먹는 만큼 칼슘 섭취량이 뛰어나며 비타민과 미네랄 성분이 풍부해 피로 회복은 물론 여성들의 피부 미용에도 좋다. 또한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콜레스테롤을 낮춰주므로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라 걱정없이 먹어도 된다. 신장이 좋지 않아 아침마다 온몸이 붓고 자주 팔다리가 저리는 사람에게도 전어는 특효약이 된다. 전어는 이뇨작용을 도와주고 위장을 보호하는 작용도 하기 때문에 가장 영양가가 높은 가을철 전어를 놓치지 말자.
얼마나 고소하면 그 냄새로 집 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말이 나왔겟는가. 구운 전어는 머리부분부터 꼬리까지 뼈째 씹어 먹어야 제대로 전어의 맛을 느낄 수 있다. 한번 구운 것이기 때문에 뼈가 딱딱하지 않고, 특히 가을 전어는 뼈가 부드러워 편하게 먹을 수 있다. 이밖에도 배, 무채, 미나리, 깻잎, 양파 등 야채와 함께 먹는 무침회나 전어의 내장 가운데 완두콩 크기의 밤(위)으로 담그는 전어밤젓도 전어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이다.
여름철 무더위에 지쳐 기가 허해져 원기회복을 하고자한다면 낙지만한 것이 없다. 정약용의 형 정약전이 쓴 <자산어보>에 따르면 ‘마른 소에게 낙지를 서너 마리 먹이면 금새 힘을 되찾는다’고 적혀 있을 정도니 그만큼 몸에 좋다는 말일 것이다.
특히 낙지는 가을이 제철이다. 낙지는 겨울에 암 · 수 낙지가 갯벌에 들어가 산란해 초봄 수정을 하는데, 이후 암낙지는 수낙지를 잡아먹고 기운을 차리게 된다. 이는 알에서 깬 새끼들을 위한 것인데, 여름까지 새끼 낙지는 암낙지를 뜯어먹으며 자라게 되는 것이다. ‘오뉴월 낙지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담은 여기에서 나온 것이다. 새끼를 위해 모든 영양분을 쏟아내기 때문에 아무런 영양가가 없는 것이다. 반면 짝짓기 물색에 나서는 가을은 충분한 먹이를 먹어두는 시기이기 때문에 가장 그 향취가 빛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쫄깃쫄깃한 맛이 일품인 낙지, 어떻게 먹어야 맛있을까? 낙지는 우리나라 전라남도 해안을 비롯해 일본과 중국 해안 지역에 분포해 있는데, 특히 우리나라는 유독 낙지 요리가 다양하게 발달해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흔히 조방낙지라 불리는 낙지볶음과 연포탕이다. 조방낙지는 부산에 옛날 조선방직회사가 있었는데, 조선방직 공장 앞의 낙지볶음 골목이 유명해지면서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일본의 가혹한 탄압으로 인해 조선인 노동자들이 주로 먹었던 것으로 애환이 담긴 음식이라 할 수 있다.
연포탕은 맑은 국물에 낙지를 살짝 데쳐 먹는 것이지만, 원래는 맑은 두부국을 뜻한다. 그런데 해안지역에서 두부대신 낙지를 넣어 끓이면서 오늘날의 낙지탕이 된 것이다. 이밖에도 생으로 돌돌 말아먹는 세발낙지,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인 낙지전골, 새콤달콤하게 무쳐 먹는 낙지초무침, 갈비와 낙지를 함께 끓인 갈낙탕, 달달한 불고기와 만난 불낙전골 등 낙지를 먹는 방법은 다양하다.
낙지는 주로 전라도 지역에서 많이 잡히는데 목포, 무안, 고흥 지역에서 나는 것은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최고다. 이곳의 갯벌은 그 어느 곳보다 깊어 영양 성분이 가득해 낙지가 쫀득하고 영양가가 높다. 올 가을을 놓치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하니 절대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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