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결에 택시를 탔다가 고개도 아닌 곳에 잘못 내려 휙휙 스쳐 가는 청주행 시내버스를 보며 안개만이 자욱한 도로 따라 6.25 참전비를 지나고 식당과 버스 정류장이 있는 17번 국도의 잣고개에 올라 반대쪽의 공군부대로 들어가는 도로를 따라가다 능선으로 붙는다.
빽빽한 잡목들을 헤치며 지뢰지대 경고판들이 붙어있는 흐릿한 능선을 조심스레 통과해서 문안산(412.1m)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대까지 갔다 돌아와 맞은 편 절개 지로 붙어 제법 가파른 능선을 올라간다.
암 능들이 섞여 있는 된비알을 한동안 지나 왼쪽에서 오는 반질반질한 길과 만나 당당하게 솟은 느티나무 보호수를 보며 산불초소가 서 있는 봉화산(411.3m)로 올라가니 자그마한 정상 석과 삼각점(진천475/1992재설)이 반겨준다.
짙은 안개 사이로 비추는 몽환적인 햇살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이슬에 바지 깃을 적시며 지뢰지대 경고판들이 서 있는 군부대로 내려가 양쪽을 살피다가 어지러운 족적을 확인하며 덜 가파른 오른쪽의 철망을 따라가지만 30분이 지나도록 우회할 수 있는 지형이 안 나와 낙담이 된다.
하는 수 없이 오른쪽의 도로로 떨어져 번화한 사석리 도로를 따라가 부대 정문을 지나고 자재암 뒤의 지능선으로 들어가 단맥의 347.0봉으로 올라 낡은 삼각점을 찾아내고 표지기 두 어 개 붙어있는 갈림길에서 남동 쪽으로 꺾어 치성 터에 진천문화원의 안내판도 있는 한티고개를 넘는다.
진천터널에서 나는 굉음을 들으며 315봉을 힘겹게 넘고 방향을 잘 살피며 포장도로가 넘어가는 파재로 내려가 익히 가시덤불이 심하다는 정보를 들은지라 도로를 따라가다 그럭재로 올라갈 심산으로 삼거리에서 목장들이 있는 왼쪽 시멘트 임도로 들어가지만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소에서 거센 제지를 받고 오른쪽 지능선으로 붙는다.
무성한 잡목들을 헤치며 그럭재와 주라골을 잇는 임도와 만나서 통나무 계단들을 타고 정자 한 채가 서 있는 양천산(351.1m)으로 올라가면 낡은 삼각점과 정상 석이 놓여있고 조망이 시원하게 터진다.
정자에 앉아 만뢰산에서 이어지는 산줄기와 불당산으로 달려가는 낮은 능선들을 바라보며 고산처럼 솟아있는 두타산을 한동안 감상하고 무심코 북동 쪽 지능선으로 가다 뒤늦게 생각이 들어 지나온 임도로 돌아가 도로 삼거리에 등산 안내도가 서 있는 주라골로 떨어져 내려간다.
귀찮은 생각에 능선을 버리고 이어지는 도로를 따라가다 왼쪽의 시멘트 임도로 들어가 막걸리 한 컵을 마시며 쉬고 임도 삼거리에서 능선으로 붙으니 뚜렷한 산길이 나타난다.
거미줄들을 걷으며 258봉을 넘어 옥성리와 은탄리를 잇는 도로로 떨어져 내려가 빽빽한 가시덤불들을 힘겹게 뚫고 절개지를 통과해 철망 쳐진 넓은 문중 묘를 지나서 우신코스텍 공장을 오른쪽으로 끼고 가시나무들만 차 있어 동물도 다니지 못할 수로를 간신히 지나 가족묘가 있는 207봉으로 올라가면 앞에 낮으막한 불당산이 모습을 보인다.
벌목지대를 만나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능선을 휘어 돌아 불당산(246.9m)으로 올라가니 좁은 공터에 삼각점(305복구/건설부74.10)과 ‘진천319’로 적힌 안내판이 있고 앙증맞은 오석이 놓여있는데 조망은 완전히 가려있고 땅거미가 완전히 지기 시작한다.
뚜렷한 산길 따라 253봉을 넘고 흐릿한 족적을 보며 남쪽으로 잘못 꺾어서 키를 넘는 잡초들을 뚫고 개들만이 짖어대는 과수원으로 내려가면 사람 한 명 보이지 않는 적막강산이고 주위는 온통 어둠만이 뒤덮고 있다.
묵은 임도를 찾아 원리마을 도로로 내려가 택시 부에 전화를 걸었다가 현 위치를 모르니 차를 보낼 수 없다는 말을 듣고 만뢰단맥 고개를 넘고 20여 분을 더 걸어 성군교회 앞에서 택시를 불러 ktx를 탈 수 있는 오송역은 너무 멀어 못가고 가까운 오창읍으로 나간다.
첫댓글 이젠 도상 20km는 당일산행으로 버거워요
황거금기 잘 다녀오셨나요?
@킬문 황거하고 수밍령 오니 돌아올 버스시간 생각에 용추사로...
잡목많은 산길에서 고생많았습니다....
대단한 가시밭 길이더군요. 얼굴에 상채기 나서 직원들이 뭐라 하던데...
@킬문 ㅠㅠ이제 비단길만 다니시길~
봉화산은 참 많아요. 장시간 애쓰셨네요.
여기 봉화산은 괜찮더군요. 큰 보호수도 있고, 철사다리 달린 높은 초소도 있고요.
양천산은 박산행으로 가볼려고 계획하고 있는 산입니다.
형님 산행기를 보니 양천산은 한겨울에 가야될것 같습니다.
봉화산도 단산으로 올라가봐야 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양천산 정자에서 비박 하면 좋겠지요...
지맥도 아니고 단맥이니 오죽하겠어요 ㅎ 고생하셨네요
ㅎㅎ 설악 잘 다니시지요?
이날 만뢰산 밑에 잠깐 있다가 무제산아래 휴양림에서 하루 있었어요.
가족들하고 만났구만...일주일에 하루만 보면 정이 더 쌓이지.
@킬문 이날은 누나하고 조카들하고 어머니 안났어요
무제산도 산책하기는 참 좋치요.
@문필봉 그위에 까지 차가 올라가요
만뢰지맥이 아니고 그 옆 산줄기네요.덕분에 생소한 산길도 잘 감상하고 갑니다.
덩달이님도 지맥 다 끝나면 곧 가실 길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