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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꽃] 02
S#1. 칠리칠리 홀 (전회 연결/ N)
장미꽃 한송이 내밀고 서서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보고 있는 태빈,
그런 태빈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는 선.
그리고 핸드폰 너머로 들리는 생일축하 음악.
인하 : (F) 어때요? 노래가 맘에 드세요?
선 : ! (퍼뜩 해드폰에 대고) 네? 아 네...
S#2. 태빈의 오피스텔 (N)
인하 : (통화하고 있는) 맘에 안들면 다른 노래로,
지호 : (수화기 확 뺏어서) 죄송합니다. 이 사람이 좀 취해서요.
인하 : 야 왜 그래. (손 내밀어 뺏으려는)
지호 : (그 손 털어내며) 나중에 말짱한 정신에 다시 전화하라구 할께요. 미안해요. (핸드폰 탁 접는)
인하 : (기막혀서 웃으며) 야, 서지호.
지호 : (O.L) 나 서지혼거 알아. 근데 오빠가 서인한건 잠깐 헷갈린다. 뭐니 진짜. 술 먹구 여자 한테 전화 걸어 농이나 걸구.
나 남자들 그러는거 진짜 싫어. 하지마. 어? 하지말아주라 제발.
S#3. 칠리칠리 홀 (N)
선 : (끊긴 핸드폰 바라보며 멍....)
태빈 : 생일 축하 다 받았어?
선 : !! (아참, 핸드폰 집어넣고) 이 꽃 어디서 났어요? 혹시 오늘 아침 자동차 위에 떨어져 있던 거 아니예요?
태빈 : 그걸... 어떻게 알어?
선 : 잃어버린 사람이 나니까요.
태빈 : (피식 웃으며) 원래 그렇게 뭘 질질 잘 흘리구 다녀?
선 : 그게 아니라--- (생각해보니 기분 나쁘다) 근데 날 언제 봤다구 아까부터 반말이예요.
태빈 : 아까 엘리베이터에서 봤잖아.
선 :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 한테는 다 반말해요?
태빈 : 세상에 그런 미친눔이 어딨어. 나보다 어리니까 말을 놓는거지.
선 : (하! 기막혀서) 내가 몇살인데요.
태빈 : 키스하는 거 훔쳐보다가 들켜서 딸꾹질 할 정도면, 한 열다섯살 정도는 되나?
선 : (기막혀서) 이,이거 보세요!
한여사 : (그만하라고) 선이야.
선 : (한여사에게) 도무지 믿음이 안 가잖아요. 중요한 얘기 하러 온 사람의 자세예요 이게?
시종일관 농담에 장난에, 진지함이라는게 눈꼽 만치라두 보이냐구요.
태빈 : ? (한여사 보며) 무슨... 소리예요?
선 : 무슨 소리예요? (하, 기막혀서) 좋아요, 가게 문을 닫든 말든 건 상관 안하겠어요. 근데, 인간적으루 한가지만 짚구가요 우리.
영업 전 부터 가게루 사람 보내, 아직 새파랗게 젊은 사람이 어른 한테 찍찍 반말하면서, 꼭 그렇게 해야됐어요?
태빈 : (장난기 없이) 무슨 소리야.
선 : (O.L) 내가 묻구 싶어요. 아침엔 남의 케잌 묵사발 만들어 놓구, 저녁엔 꽃 주면서 축하한다는건 무슨 의미예요?
누구 놀려요 지금?
태빈 : 이봐,
선 : 단란주점을 하든 민속주점을 하든 맘대로 해요! 대신 내가 아침마다 깡통 던지면서 시위할테니까 어디 두구보자구요!
(확 뒤돌아 가고)
태빈 : ... ! (그제서야 대충 사태가 파악되는데)
선 : (가다가 꽃다발! 척척 다시 와서는)
태빈 : ? (보면)
선 : 이 꽃은 내꺼니까 가져가겠어요.
하며 꽃다발 잡는데, 그 바람에 꽃다발을 잡고 있던 태빈의 손을 같이 잡게되는.
선 : (화들짝 놀라 손 빼는 순간) 아얏! (얼른 손가락을 감싸쥐고)
태빈 : (좀 놀라서) 왜 그래? 찔렸어? (선이의 손 확 잡아 끌어다가 보면, 가시에 찔려 피가 송글송글 맺히고 있는 손가락,
피식 웃으며) 피를 봐야 조용해지는 스타일이군. (웃으면서 테이블위에 있던 냅킨으로 손가락 누르는)
선 : .... (그 미소에 흠칫했다가 얼른 손 빼내고 허둥지둥 나가는)
태빈 : .... (재밌어서 보는)
S#4. 선이네 집 앞 (N)
가로등.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선이를 기다리고 있는 시봉.
문득 저만치 멍한 표정으로 자전거 끌고 걸어오고 있는 선을 발견하고,
시봉 : 써니야!! (달려와서) 왜 이제 와? 을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날은 어두워지지, 애는 안오지, 그러게 밤눈두 시원찮은 애가
왜 나가서는 (하다가) ? (보면)
선 : ... (멍한)
시봉 :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덜컹 해서) 왜, 또 넘어졌어? 또 차에 칠 뻔했어? (선이 쫒아가며) 왜 그래에. 무슨 일인데에?
S#5. 칠리칠리 앞 (N)
태빈, 한여사의 배웅을 받고 있다.
태빈 : 글세 전 괜찮다니까요. 하실 말씀 있으면 하세요.
한여사 : 아냐, 오늘은 관두자. 집에 친구들 와있다며, 것두 모르고 괜히 내가 급한 맘에 불러냈다. 오늘은 얼굴 봤으니까 됐어.
심각한 얘긴 차차, 여유롭게 하자.
태빈 : ... (확실히 해둬야 될꺼 같아서, 어렵게) 아주머니, 전 이 레스토랑 아무래두 도저히,
한여사 : (O.L) 니 대답, (말 막고) 나중에 듣구 싶다. 부담 주자고 하는 말은 아닌데... 시간을 두구 찬찬히 생각해보구,
진지하게 내린 결정을 듣구 싶어.
태빈 : ... (심난해지는데서)
시봉 : (E) 깔깔깔깔!!
S#6. 선이네 욕실 (N)
잠옷 차림으로 세면대에 나란히 서서 양치질 하고 있는 선과 시봉.
시봉, 양치 하다말고 거품 문 채로 깔깔깔 죽겠다고 웃고 있고,
시봉 : 그래서, 핸드폰 쪽은 어떻게 됐어? 그쪽두 만나서 찾아왔어?
선 : (입 헹구고) 아니.
시봉 : (양치 하며) 바루 바꿔오지 않구 왜. 통화까지 했다며.
선 : (수건으로 입 닦으며) 몰라. 술 먹은거 같드라구. 여자두... 있는거 같구.
시봉 : 뭐는 뭐끼리 모인다더니, 완전 그 밥에 그 반찬구만.
선 : ? 무슨 소리야.
시봉 : (칫솔 헹구며) 쉬운 말루 두 남자가 바람둥이 한셋트란 얘기다.
선 : ? (보는)
S#7. 태빈의 오피스텔 앞 (N)
인하와 지호 막 택시에 잡아놓고 있는 중이고,
태빈 : (인하에게) 미안하다. 나중에 제대루 하자.
인하 : 빠른 시일내에 밤낚시두 한 번 가야지.
태빈 : 물론이지. (웃고는 지호에게) 조심해서 가라.
지호 : (대답 않고, 쌀쌀맞게 택시 타고는 문 탁! 닫아버린다)
인하 : (기막힌) 야, 난 타지마? 같은 집 가는데 택시 두 대 잡아야 하니?
태빈 : ?? 왜 저러냐 쟤?
인하 : (웃으며) 왜 그러는지 잘 생각해봐라. 간다. (문 열고 타면, 택시 출발하고)
태빈 : ? (보다가 오피스텔 쪽으로 가는 위로)
선 : (E) 두 사람 다 잘 알아?
S#8. 선이네 방 (N)
시봉, 화장대에 앉아서 스킨을 화장솜에 묻히고 있는,
시봉 : 핸드폰 쪽은 잘 모르는데 장미꽃 쪽은 좀 알지 내가. (스킨 묻힌 화장솜 선이에게 건네며)
그 남자 미소 죽이지? 거의 살인용이지?
선 : (멈칫 했다가 화장솜 얼굴에 바르며) 새로 산거냐 이거?
시봉 : (자기 화장솜 만들며) 너 그 남자 미소에 잠깐이라두 심장 끝이 간질간질 했다면, 절대 위험신호니까 바루 진정시켜라.
(바르고)
선 : (로션 끌어다가 손에 덜며) 이것두 새거네? 언제 샀냐?
시봉 : (로션 덜어 얼굴에 찍어 바르며) 너 그 미소가 언뜻 보면 백만볼트의 전류가 흐르는거 같지만, 천만볼트의 바람기가 숨어있는
핵폭탄이야. 감전 되는 순간, 인생이 아작난다는 걸 수 많은 여자들이 몸소 체험으로 보여줬다니까?
선 : (침대로 가며) 보일러 틀었냐? 왜 이렇게 선뜩선뜩하냐? (눕고)
시봉 : (오며) 임상실험을 거친 완벽한 학설이니까 명심해. 귓등으루 흘려 듣지 말구. (불 끄고 이불 덮고 눕는) 아! 좋다!
선 : .... (누운채로 가만히 생각해보는) ....(문득 스탠드 불빛 아래 놓여있는 꽃다발에 시선이 가는) .......
(가만히 바라보다가 밴드 붙인 손가락을 들어서 보는)... (어느순간 이불 확 뒤집어 쓰는데서) (F.O)
S#9. 청담동 집 외경 (D)
S#10. 민여사의 방 (D)
빼꼼히 고개 내밀어 방안을 살피는 효태.
아무도 없는 것 확인하고 들어서는 효태와 그뒤의 찬.
효태, 척척 걸어가 그림액자를 걷어내자 드러나는 금고.
효태 : 지놈이 아무리 설쳐봤자지. 등기권리증이 내 손에 있는데 무슨 수로. 빨리 열어.
(뒤 돌아보는데 청진기 목에 걸고 꼬챙이 든 찬,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끙끙매고 있다) 뭐해?
찬 : 형님, 근데요. 그게, 제가 실습기간이 쪼끔 모자라서
효태 : 20년 베테랑한테 배웠다며! 으이그, 널 믿은 내가 천치지. (하면서 금고 손잡이를 돌려보는데 텅, 열리는 금고) 엥?!
(손바닥으로 금고안을 삭삭 뒤지지만, 텅텅 비어있는 금고) 이게 뭐야! 어이 씨! 어흐, 아우, 누나아아!!
하는데, 덜커덕덜커덕, 잠긴 방문 돌아가는 소리.
순간 허걱! 놀라는 두 남자. 얼른 금고문 수습하고는 어쩔까, 허둥대다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찬송가 발견!
두사람 !! 마주보고는 얼른 찬송가 끌어다 무릎 꿇고 앉는.
열쇠로 문 열리고 한손에 청소기 든 가정부 들어서는 순간,
찬 : (손 꼭 모아쥐고 눈 감고 앉아있는 효태 머리 위해 손 올리고) 당신이 우리의 죄를 사하여 준 거와 같이,
이 어린양의 죄를 용서해 주씨!옵고, 환락과 타락과 악의 늪에서 구해주씨!옵써서.
가정부 : ... (조용히 문닫고 나가면)
효태 : (슬쩍 한 쪽씩 눈 떠 확인해보고는) 어이 씨! 누나 정말 이러기야 진짜!! (소리치는 데서)
S#11. 태빈의 오피스텔 앞 (D)
자전거 세워놓고 기다리고 있는 시봉. 문득 건물 쪽으로 돌아보면,
한 손에 핸드폰 쥐고 나오는 선.
시봉 : 바꿨어?
선 : 아니. 아무도 없나봐.
시봉 : 전화를 해보지 그럼.
선 : 꺼놨나봐. 계속 부재중이야. 가자. 급하면 전화하겠지 뭐.
시봉 : (자전거 타려다가 배 감싸쥐며) 쓰...
선 : 왜 그래?
시봉 : 월중행사. 약 먹어서 괜찮아. 가자. (자전거 타는)
S#12. 단란 주점 앞 거리 (D)
담배 빡빡 피며 걸어오고 있는 효태. 어우 씨! 입간판 한 번 뻥 걷어차고 단란주점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뒤에서 나타나는 태빈. 성가신 한숨 내쉬고는 건물 쪽으로 간다.
S#13. 칠리칠리 홀 (D)
들어서는 시봉과 선인데, 어제에 이어 초상집 분위기로 맥놓고 앉아있는 동만.
괜히 같이 우울해져서 적당한 자리 찾아 앉는 두아이.
약속이라도 한 듯 동시에 에휴--- 한숨 쉬는 세사람.
한여사 : (주방에서 나오다가) 아,얼른 일어나 영업 준비들 안해?
동만 : 아주머니...
한여사 : 왜.
동만 : 인생이란게 뭘까요?
한여사 : (또 시작이다 싶은 얼굴로 보고)
동만 : 요리란 뭐구, 스파게티란 또 뭘까요. 전 요즘 너무 허탈합니다. 언제나 텅 비어있는 이 홀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가슴 속에 응어리진 뭔가가 오바이트 쏠리듯 확 끓어오르면서,
시봉 : (미식거려서) 주방장님. 아침에 먹은 밥알이 곤두서잖아요.
동만 :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모든게 제 요리실력이 부족한 탓이예요. 이 가게의 셔터가 내려지는 날,
내 인생의 셔터두 함께 내려질 것 같은 생각이 자꾸 뇌리를 쥐어뜯구 가요.
선 : (안됐어서) 주방장니임....
동만 : 전 이 가게의 부끄러운 주방장이요, 부끄러운 아버집니다. 앞으로 우리 슬이 얼굴을 어떻게 봐야 할지, 정말... (괴로운데)
선주 : (문 벌컥 열고 호들갑스럽게 들어서며) 동만씨!!
슬이 : (노란 유치원 복 입은 채로 튀어 들어와) 아빠!!
동만 : ?! (화들짝 놀라, 벌떡 일어나서 슬이 안으며) 어어... 그래 슬이야, (안은 채로, 가게 식구들에게 눈 찡긋찡긋, 고개 설레설레,
가게일 말하지 말아달라고 신호 보내는)
식구들 : (공범의 표정으로 얼른 고개 끄덕이고)
동만 : (선주에게) 여,여긴 당신이 웬일이야?
선주 : (분위기 파악 못하고 호들갑스럽게) 오늘 내가 슬이네 유치원 일일교사잖어. 부모님들의 직업을 찾아서라는 주젠데,
요리사란 직업과 함께 당신의 늠름한 모습을 보여주려구 내가 전부 데리구 왔다는거 아니야. 호호.
동만 : 야, 지,지금은 상황이 좀, (하다가) ??? 다 데리구 와? 누굴? (하는데)
선주, 동만의 말 끝나기도 전에 뽀르르 달려가 문 열어주면, 노란 원복을 입은 열댓명의 유치원생 우루루 몰려 들어온다.
동만 입 떡 벌린채 하얗게 질려가고.
선주 : (애들 모아놓고 신나서) 여러분! 여기는 스파게티 음식점이예요. 스파게티란 이탈리아의 국수 같은거예요. 알겠어요?
아이들 : 네!!
선주 : (하얗게 질려 있는 동만을 확 끌어 애들 앞에 세우며) 그럼, 여기 이 잘 생기고 늠름한 아저씨는 뭐하시는 분이실까요?
슬이 : (신나서 혼자 손 번쩍 들고는) 요리사 아저씨요!!!
선주 : 네! 참 잘했어요. (박수 치는데)
동만 : (얼굴 확 굳어서 선주 끌어내며 버럭) 야! 너 이리 좀, (하다가) ! (아이들 시선 의식, 애써 웃는 얼굴로 선주 잡아끌며)
너 좀 이리 와보세요오~ (주방으로 끌고 가고)
식구들 : (으으... 고개 팍 숙이고 이마 감싸쥔다)
S#14. 칠리칠리 주방 (D)
선주를 확 잡아 끌고 들어오는 동만.
선주 : (끌려들어오며) 왜 그래에?
동만 : 왜 그래? (손 확! 놓으며) 너야말루 왜 그래 진짜아!
선주 : 내가 뭐얼. 난 슬이의 교육을 위해서 맨발루 뛴 죄 밖에 없어.
동만 : 야, 교육두 상황을 봐가면서 해야지! 지금 내 상황이, (입 뻐끔거리다가 차마 말 못하고, 어휴, 머리 팍 쓸어넘기는데)
선주 : ...? (살피며) 왜... 그래에 당신? (표정 굳으며) 다..당신 설마....?
동만 : (알아챈 줄 알고 헉! 놀라서) 다,다,당신 서,설마 뭐?
선주 : 당신 정말 이 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었어? 아무리 갈라서면 남이래지만 말야, 슬이한테까지 남처럼 굴기야 진짜!
옛정을 생각해서라두 당신이 이럼 안 돼지! 이럼 섭하지!!
동만 : 보,봉선주. 내 말은,
선주 : 그깟 스파게티가 을마나 한다구 벌벌 떨어 쪼잔하게! 애들이나 많이나 먹어? 그냥 큰 그릇에 두 접시만 내노면
알아서 나눠먹겠구만, 아빠가 되서 슬이 한테 그 정도두 못해줘!!
동만 : !!! (입 떡 벌어지고, 하얗게 질려가는 위로)
효태 : (E)(밝은) 그게 진짜냐?
S#15. 단란 주점 내 사무실 (D)
좀 밝아진 표정의 효태 주위로 모여 있는 으쓱한 표정의 찬과 똘마니들.
찬 : 그렇다니까요! 저희가 겁을 콱! 주구 왔거든요. 알아서들 짐 쌀겁니다 아마. 이렇게 망해가는 가게를 조카분이 맡으려구 들까요?
효태 : (좋아서) 하하. 차식, 좀 살살하지 그랬어 살살. 그러다 그 사람들 붉은 띠 질끈 묶고 단식 들어가면 어쩌려구 그래.
(찬이 머리 쓰다듬어 주며) 살살해 살살 어?
찬 : (머리 내민 채로) 예. 형님.
효태 : (좋아서) 형님은 무슨. 마! 우리가 무슨 조직이냐? 그냥 편하게 사장님이라고 불러. 사장님, 좋잖아?
태빈 : (E) 제 생각에도 그게 낫겠네요.
효태 : (웃으며) 그치? (하다가) !!!
태빈 : (여유있게 웃으며) 안녕하세요 삼촌.
효태 : (굳어서) 여긴 니가 웬일이냐?
태빈 : 가게, 제가 확실한 결정을 내릴 때 까지 건들지 말아달라는 말씀 드리러 왔습니다.
효태 : (비식 웃으며) 너 아주 재밌는 놈이구나? 손에 쥐어준 고기, 싫다구 풀어줄 땐 언제구,
남의 낚시 바구니에 들어가 있는거 보니 새삼 미련이 생긴다 이거냐?
태빈 : 삼촌이야 말로 남의 그물에 걸린 고기, 자기 바구니에 챙기는 일 좀 그만 하시죠.
효태 : 뭐야?
태빈 : 삼촌이 회사에 계실 땐, 명목상 지사 건설비용으루 나간 돈 중 일부가 가끔 단란 주점으루 깜짝 변신해 있드군요.
내 몫의 유산이 부당한 방법으루 상당 부분 삼촌에게 돌려진것두 알고 있습니다.
효태 : (얼굴 험상궂게 굳어가고)
태빈 : 아, 물론 어머니의 도움 없인 불가능했던 일이란것두 압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알면 지하에서 통곡하실 일 아닙니까?
효태 : (가소롭다는 듯이 비죽) 돌아가신 아버지가 지하에서 통곡해? 푸하하하하! (눈빛 번뜩이며) 늬 아버지 살아있는 동안은
우리 누님 평생이 통곡이었어. 아이 못낳은 죄루 평생 죄인 처럼 살구 있는 누님 앞에, 밖에서 만들어 온 놈 데려다가
아들 삼아라, 평생 지울 수 읎는 상처 만들구 간 위인이야 니 아버지.
태빈 : (눈빛이 꿈틀대는)
효태 : 지하에서 통곡 좀 하면 어때! 다른 여자 아들 키워낸 우리 누님이 니 아버지 돈 좀 건드리면 어떠냐구!
아무렴 너 키워준 값이 그것만두 못해!!!
태빈 : .... (울컥 솟지만) 전 분명히 말했습니다. 가게, 건들지 마십시오. (가는데)
효태 : (담배 꺼내 물며) 우리 누님 인생 생각하면, 너한테 그 가게 던져주는 것두 아까워.
태빈 : (우뚝 멈춰선다. 확 돌아서 효태를 향해 온다)
효태 : (담배 불 붙이려다가) ??? 너, 뭐뭐뭐야. 한 대 치겠다는거야 뭐야 임마! (하는 순간)
태빈 : (찬이의 멱살을 잡아 올려, 그대로 한방 날리는)
효태 : !!! (입 떡! 벌어지는)
태빈 : (쓰러진 찬을 멱살잡아 끌어 올리고 씩 웃으며) 잘들어. 난 말야, 누구든 태어난 인생은 축복 받아야 된다구 생각하는 놈이야.
내 말이 틀리냐?
찬 : 아,아니요. (겁 먹은채 고개 젓고)
효태 : (얼굴 일그러지는, 정말은 자기에게 하고 있는 말이란걸 안다)
태빈 : 분명히 말해두지만 가게문을 닫고 안닫고는 내가 결정해. 난 니가 먼저 나선게 아주, 몹!시 불쾌하다.
아무리 가게가 탐이 나두 말이다, 꼭 남의 생일까지 망쳐가면서 그래야겠냐?
찬 : 아,아니요.
태빈 :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되는지두 알겠네? (의미있게 씨익 웃는데서)
S#16. 칠리칠리 홀 (D)
테이블 차지하고 앉아서 왁자지껄 떠들며 스파게티 먹느라 난리인 아이들.
입 주위에 잔뜩 쏘스 묻히고, 커다란 접시에 담긴 스파게티를 나눔 접시에 덜어먹는 것 시봉과 선이가 도와주고 있다.
선주 : (아이들 테이블에 물 써빙해주며 신나서 콧소리로) 여러부운~ 꼬옥꼬옥 씹어드세요. 꼬옥꼬옥~
동만 : (한 쪽 구석에 맥없이 앉아서) 내 팔짜야... (멍하니 보는데)
S#17. 칠리칠리 앞 (D)
유리문 앞에 붙어서 손우산 만들어서 안을 살피고 있는 웨이터복 차림의 찬(얼굴에 상처)과 똘마니들.
찬 : 어후어후, 맨날 파리만 날리더니 오늘은 왜 저렇게 손님이 많냐. 미치겠네 진짜. (머리 감싸쥐고 미치겠는)
S#18. 칠리칠리 홀 (D)
선 : (아이들 먹는 것 거들고 있다가 문소리에 돌아보며) 어서오세, (하는데)
불만 가득 찬 얼굴로 들어오는 찬(얼굴에 상처)과 똘마니 1,2.
가게 식구들 그들 일행을 보고 !!!! 잔뜩 긴장하는데,
그대로 척척 선이 앞으로 다가와 테이블 위에 준비해온 케잌을 꺼내놓는 찬.
선 : ??? (보고)
찬 : (케잌 셋팅 끝내고, 똘마니1에게) 야.
똘마니1 : (얼른 초를 꼽는다)
찬 : (똘마니2에게) 야.
똘마니2 : (얼른 초에 불을 붙인다)
찬 : (불 다 붙으면, 정도있게 꾸벅 인사하며) 늦었지만 생일축하드립니다!
똘마니1,2 : (꾸벅) 축하드립니다!
선 : ??? (황당하고 벙쪄서 보고)
아이들 : (생일 케잌을 보자 와아-- 신나서 온다)
시봉 : (보고 있다가 기도 안찬다는 듯 챠! 웃으며) 나중엔 별 쌩쇼를 다 하는구만. 야, 너 지금 무슨 야생마 훈련 시키냐?
어젠 채찍이더니 오늘은 또 당근 주면서 달래는거야 뭐야 지금!
찬 : (점잖게) 너 보러 온거 아니니까 넌 빠져라.
시봉 : (잡아 끌며) 얼른 나가라 응? (밀어내며) 영업 중인거 안 보이니? 나가라. 얼른 나가란 말이다 얘야.
찬 : (밀리며) 이거 안놔? 못 놔? 못 놔? 못 놔? 에이씨! (시봉을 확 뿌리치는)
시봉 : (저만치 튕겨져서) !!!
찬 : (쪽팔려 죽겠다) 노,노래두 해야된단 말이야!!!
시봉 : ??? (벙쪄서) 해야 된단 말이야...?
식구들 : ??? (서로 마주보며) 왜 해야 된단 말이야...?
찬 : (집중되어 있는 벙찐 시선들에 쪽팔려 죽겠는 표정으로 선이 앞으로 오더니) 큼큼(목소리 가다듬고) 생일 축하 합니다~
선 : ???
식구들 : ???
찬 : 생일 축하, (똘마니들에게 버럭) 야!
순간 똘마니들 쪽팔려서 고개 팍 숙이고 서있다가 화들짝 놀라 얼른 자세 바로 하고,
다시 시작되는 찬이의 노래에 절도 있게 짝짝 박수 치며 박자 맞춰준다.
신나서 따라서 박수치는 슬이와 아이들.
찬 : (노래) 사랑하는~ (하다가 멈추고 선에게) 성함이...
슬이 : (신나서) 써니 언니요. 유.선.
찬 : (노래, 음정 박자 엉망인) 사랑하는 유선씨 (에서)
S#19. 태빈의 오피스텔 복도 + 안 (D)
복도를 걸어오는 태빈. 침울해보인다. 그 위에.
효태 : (E) 아무렴 너 키워준 값이 그것만두 못해! 우리 누님 인생 생각하면, 너한테 그 가게 던져주는 것두 아까워!
태빈, 쓰게 피식 웃는데 복도 벽에 등 기대고 서 있는 여자1.
태빈 : ... (여자 지나쳐서 열쇠꺼내며) 웬일이냐.
여자1 : 나, 이제 정리 대상이야?
태빈 : (열쇠로 문 열며) 우리가 정리하고 말고 할게 있었던가.
여자1 : (들어가려는 태빈 가로 막으며) 얘기 좀 해.
태빈 : 너 아니래도 복잡해. 가주라 그냥. (하는데)
여자1 : (태빈 붙잡고 안으려는)
태빈 : (그대로 밀치며) 이러지마. 피곤해. (들어간다)
여자1 : (자존심 상한, 불타듯이 노려보는)
S#20. 태빈의 오피스텔 안 (D)
태빈, 외투를 식탁에 휙 던지고는 소파에 털썩 눕는다. 피곤한 듯 눈 감는데서.
S#21. 선이네 집 (저녁)
테이블 위에 케잌 올려놓고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선.
찬 : (E) 둘이 무슨 관계요? 이건 혼자 먹으라고 따로 보내는 거랍디다. 어휴, 남 연애질하는데 방자노릇이나 하고 있으니.
아흐, 오늘 완전 구기네.
선 : .... (가만...히 바라보는데)
시봉 : (화장실에서 배 감싸쥐고 나오며) 아으으.... 죽겠다.
선 : 많이 아퍼? 남들 다 무사히 넘어가는거, 넌 때마다 그렇게 아퍼서 어떡하니.
시봉 : 누가 아니래. (지갑 쥐고 현관 쪽으로 가며) 나 편의점에 좀 갔다 오께.
선 : (일어서며) 너 누워있어. 내가 얼른 갖다오께.
시봉 : 아냐. 날두 어두워지는데 내가 갖다오께. 그 길은 가로등두 션찮단 말야.
선 : (막으며) 됐어. 내가 가께. 나 눈 감구두 갈 수 있어.
시봉 : ... (보면)
선 : 볼래? 미장원 지나 레코드 샵, 레코드 샵 옆에 통닭집, 간판이 나와 있으니까 다리에 걸리지 않게 조심해야 되구,
그 옆에 오락실, 간판이 낮으니까 머리 조심, 육교 옆 오른편엔 공사중이니까 조심할 것!
시봉 : (놀라서) 유선.
선 : 밤엔 머리루 보면 돼. 자전거 불두 있구, 웬만한덴 혼자 다니께 이제.
시봉 : ...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해서 피식 웃는)
S#22. 편의점 안 (저녁)
들어서는 선. 생리대 코너로 가서 적당한 것 하나 골라드는데 문득 어떤 느낌에 테이블 쪽 보면 태빈이 있다.
지레 놀라서 생리대를 감추듯 옆구리에 끼고는 카운터로 가서 계산하다가 다시 한번 슬쩍 태빈을 보는.
거기 혼자 맥주 마시고 있는 태빈... 그 옆에서 식어가고 있는 라면...
선 : ... (어쩐지 우울해 보이는)
태빈 : (맥주캔 들어 마시려는데, 그 앞에 턱 놓이는 넛츠캔) ...? (보면)
선 : (좀 어색해서) 생일케잌... 고마웠어요.
태빈 : (픽 웃으며 맥주 마시고)
선 : ... (보다가) 라면....좋아하세요?
태빈 : (짐짓 가볍게) 사람이 좋아하는 것만 먹구 살 수 있나. 가끔은 배나 채우려구 먹는거지.
선 : ... (피식 웃으며) 우리 아빠랑 똑 같은 말을 하네요.
태빈 : ? (보면)
선 : 귀찮더라두 꼭 밥 해드시라구 하면 우리 아빠두 그래요. 배나 채우면되 뭐...
태빈 : (흠흠 웃으며) 요리사 딸을 둔 아버지 치군 불행하네. 같이 사는 아버지 부터 챙겨드리지 뭐해.
선 : 지금은... 못해요.
태빈 : ? (보면)
선 : 아빠한테 독립했거든요. 좋은 요리사가 되려구.
태빈 : ... (픽) 좋은 요리사?
선 : 요리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치료제 효과가 있대요. 그런 요릴 만들려구 열심히 노력중이예요.
태빈 : ... (보는)
선 : 인스턴트 되도록 먹지 마세요. 사람이 삭막해진대요. (간다)
태빈 : ... (보며 피식 웃는다. 귀엽다. 넛츠캔 들고 나간다)
S#23. 편의점 밖 (저녁)
선, 여전히 편의점 봉지 옆구리에 끼고 자전거쪽으로 가는데.
태빈 : (E) 자가용이 있었네?
선 : ...? (돌아보다가 가는)
태빈 : (따라온다)
선 : 왜 따라와요?
태빈 : (넛츠 하나 공중에 붕 띄워서 입에 쏙 넣으며) 따라가긴 누가 따라가. 나두 내 갈길 가는 건데. 나두 이쪽 방향이야.
선 : ... (자전거 바구니에 봉지 넣다가 슬쩍 태빈을 보는)
S#24. 거리 (N)
자전거 끌며 말없이 걷고 있는 선과 태빈.
주위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넘어질까봐 잔뜩 긴장하며 걷고 있는 선.
선 : (마음 속으로 주문 처럼) 미장원 지나 레코드 샵... 레코드 샵 옆에 통닭집... 간판이 나와있으니까 다리에 걸리지 않게 조심,
(하는 순간 간판에 머리가 딱 부딪힌다) 아! (머리 감싸쥐고 주저앉는 선)
태빈 : (놀래서) ? 왜 그래? 부딪혔어?
선 : (너무 아프다. 머리 문지르며 간판을 보면, 새로 생긴 까페의 간판)
(쓰...! 문지르며) 여기 까페 언제 생겼어요? 원래 통닭집 아니었어요?
태빈 :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보는)
선 : (이런 모습을 보인게 괜히 화가 난다. 벌떡 일어나서 툭툭 털고는 엎어진 자전거 일으키는데)
태빈 : (웃으며 보고 있다가 울리는 핸드폰에) 여보세요? (순간 표정 굳는) 이 번호 어떻게 알았어.
선 : ...? (보는)
태빈 : (냉랭하게) 너 왜 이래 진짜. 여보세요. 여보세요?
선 : ? (보고)
태빈 끊긴 핸드폰 보며 왈칵 짜증이 솟는데, 문득 저만치 불을 밝히고 오는 택시 한 대.
뭔가 결심한 표정으로 택시를 잡아세우는 태빈.
선 : ...? (벙쪄서 보는데)
태빈 : (선의 손을 확 낚아채더니 끌고 택시로 간다)
선 : ?? (끌려가며) 이봐요...잠깐만요...이봐요!
태빈 : (선을 차 안에 실고 문 탁 닫으면 출발하는 택시)
S#25. 선이네 집 (N)
많이 아픈 표정으로 배 감싸쥐고 앉아 전화받고 있는 시봉.
시봉 : 예... 안녕하세요 아버지. 선이 지금 잠깐 나갔는데.... 예, 요즘은 밤에도 혼자 잘 다녀요. 그럼요. 선이 괜찮아요.
얼마나 씩씩한데요. 예, 들어오면 전화 드리라고 할께요. 예... (끊고 벽시계 보며) 어으 유선.... 이 애물단지야.
(하다가 배 감싸쥐고) 어이구 어머니...시봉이 죽네에... (눕는다)
S#26. 클럽 골목 (N)
도착하는 택시.
태빈 : (먼저 내려 선이쪽 문을 열어준다)
선 : (굳은 표정으로 꼼짝도 않고 앉아있다) 무슨 일인지 말해주기 전에는 절대 안 내려요.
태빈 : ... (보다가) 미안해. 나중에 나한테 갚어. 받아주께. 대신 오늘은 길가다 뭐 밟은 셈쳐. (하고는 다시 손 확 잡아 이끈다)
선 : (끌려나가며) 이봐요! (기막히고 화나는) 이봐요!!
S#27. 클럽 안 (N)
태빈에게 끌려들어오고 있는 선.
귀가 터질 듯이 들려오는 강렬한 사운드의 음악. 현란하게 돌아가는 조명들.
그 속에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있는 젊은이들.
선. 눈 앞이 아득해지는데.
태빈 : ....? (돌아봤다가, 선의 어깨를 한팔로 확 감싸안아서 데리고 간다)
선 : (멍한 채로 완전히 무방비 상태가 되어 휘청휘청 끌려간다)
태빈, 저만치 엉망으로 취해 혼자 술마시고 앉아있는 여자1을 발견하고, 그 앞에 선이와 함께 털썩 앉는다.
여자 : (인기척에 흐느적 올려다보고는 베시시 웃으며) 왔네? 안 오면 여기서 죽을 때 까지 기다리려구 했어.
(한손 들어 태빈 얼굴 만지려면)
태빈 : (그 손 냉정하게 잡아 내리며) 취했어. 그만해.
여자 : (선이보고 픽 웃으며) 웬 떨거지야? 앤 또 어디서 묻혀온 거야?
선 : ?! (난감한데)
태빈 : 나랑 결혼할 여자야.
선 : !! (태빈을 보고)
여자 : (흐흥 웃으며) 그거 지금 나더러 믿으라구 하는 소리니? 너 그때 귀찮은 여자 떼낼 때 나 데리구 나가 약혼녀라구 소개하드라.
태빈 : 나가자. (잡으며) 데려다 줄게.
여자 : 놔! (뿌리치고 눈빛 사나워지며) 데려다 줘? 어디다 데려다줄껀데? 난지도에 갖다 버릴꺼니!
태빈 : (O.L)(무섭게) 너 왜 이래! 이런거 싫댔지, 늘러붙는 여자 귀찮댔지! 나 너한테 볼일 다 끝났어! 재미없구 싫증 나!
더 뭘 해야 돼! (하는 순간)
여자 : (태빈에게 확 물 끼얹는다)
선 : !! (기겁해서 보는)
여자 : 나쁜 자식. 뭐? 끝내? 누구 맘대루 끝내! 웃기지 마! 시작은 니가 했지만 끝은 내가 내!
너 내 허락없이 아무 한테두 못가! 알았어!
태빈 : (무섭게 여자의 팔 확 낚어채며) 이리 나와! 이리 나와! (끌고 가고)
혼자 남은 선, 어찌할 바를 몰라하다가 일어나서 따라나가려는데,
순간 확 어두워지는 조명.
순간 그 자리에 우뚝 멈춰서는 선.
S#28. 클럽 앞 (N)
여자 끌고 나오는 태빈.
여자 : (끈질기게 반항하는) 놔! 만지지 마 이 자식아! 이 나쁜 자식아 안놔!
태빈 : (질리고 싫증나서 손 확 놔버리며) 맘대루 해! (하고는 확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여자 : (휘청휘청 자기 차로 가서 올라타고는 시동 건다)
태빈 : !!! (돌아보고는 달려와서 차 붙잡으며) 너 미쳤어!!! (소리치는)
S#29. 클럽 안 (N)
현란하게 돌아가는 싸이키조명.
와아---! 사람들의 신들린 함성소리. 쾅쾅대는 음악소리!
그 속에 버려진 채 와락 공포가 밀려오는 선... 더듬 더듬 벽을 짚고 앞으로 나가다가 휘청하며 테이블을 짚고 넘어진다.
와장창 바닥에 깨지는 술병들...
선, 바닥에 넘어진 채로 넋 나간 듯 멍한 표정...
S#30. 선이네 집 (N)
침대 위에 폭 쌓여서 잠들어 있는 시봉. 전화벨 소리에 찡그리며 눈을 뜨는.
시봉 : (손만 뻗어서 수화기 집으며) 여보세요?
선 : (F) ... (쾅쾅쾅 음악 소리만)
시봉 : (짜증스럽게) 여보세요? (하는데)
선 : (F).... (공포에 질린) 시,시봉아...
시봉 : !! (순간 퍼뜩 일어나 앉으며) 선이니? 왜 그래? 너 어디야 지금!
S#31. 달리는 차 안 (N)
운전하고 있는 태빈, 뒷좌석에 허물어져 잠들어 있는 여자.
태빈 미치겠는 표정이다.
S#32. 클럽 안 (N)
쾅쾅쾅 터질 듯 쏟아지는 음악소리. 조명...
후다닥 뛰어 들어와 두리번 두리번 선이를 찾는 시봉.
종업원에게 뭔가 물어보는 시봉. 선의 인상착의를 대는 듯...
종업원, 태빈과 여자가 앉았던 테이블 가리키면 후다닥 달려오는 시봉.
아무도 없는 테이블 주위를 살피다가 멈칫! 옆을 돌아본다.
거기 테이블 아래 구석, 공포에 질린 채 한손에 핸드폰 꼭 움켜쥐고 멍하니 앉아있는 선...
시봉 : ... (울컥하는 심정으로) 선이야...
S#33. 선이네 집 (N)
들어오는 시봉과 선.
선, 멍하니... 아무 표정이 없는 얼굴로 들어서다가 후두둑 다리 꺽이며 그 자리에 그대로 무너져 앉는다.
몸이 천천히 달싹이기 시작하더니 그대로 참았던 눈물 꺽꺽 토해내기 시작한다.
시봉 : (속상해서) 그러게 밤엔 왜 자꾸 나간다구 그래! 눈두 시원찮은 애가!!
순간 아아앙--- 울음 터지며 큰 소리로 맘껏 우는 선.
바라보다가 주저앉아 같이 울어버리는 시봉.
S#34. 클럽 앞 길 (N)
택시 와서 멈추고, 안에서 후다닥 내리는 태빈. 클럽 안으로 들어간다.
S#35. 클럽 안 (N)
테이블로 달려오는 태빈. 이미 깨끗이 치워진 테이블... 혹시해서 주위를 둘러보지만 선은 보이지 않는다.
태빈, 테이블에 털썩 주저앉는다.
S#36. 선이네 집 (N)
이불에 폭 쌓여 잠들어 있는 선.
안쓰럽게 바라보다가 머리 카락 귀 뒤로 넘겨주는 시봉. 속상하고 안쓰럽다... (F.O)
S#37. 태빈의 오피스텔 (이른 아침)
인하의 차 들어와서 주차되고, 차에서 카메라 가방 들고 내리는 인하.
S#38. 태빈의 오피스텔 (이른 아침)
열쇠로 문 여는 소리 들리고, 들어서는 인하.
문득 느껴지는 음식 냄새, 주방에서 들리는 달그락 거리는 소리에 ??? 주방으로 간다.
태빈 가스쿠커 앞에 서서 오무라이스 만들고 있다.
인하 : (좀 놀라서) 김태빈...
태빈 : 어 왔냐? 아침 일찍 웬일이야?
인하 : (여전히 벙찐 채) 렌즈 두구 간게 있어서.... (들어오며) 근데 웬일이야? 니가 이 시간에, 그것두 주방에서 요리를 다하구...
태빈 : 되도록 인스턴트 안 먹어 볼려구.
인하 : 갑자기 왜?
태빈 : (혼자 비식 웃으며) 사람이 좀 삭막해지는 거 같아서...
인하 : ? (보는데서)
S#39. 거리 (D)
어제 태빈과 함께 걸었던 거리.
엎어진 채 그대로 놓여있는 선이의 자전거.... 전구가 깨져서 유리 파편이 으깨져있다.
시봉 : .... 안 없어진게 다행이다.
선 : .... (어제 일 떠오르는 듯 얼른 자전거 일으켜 세우고) 가자.
S#40. 태빈의 오피스텔 (D)
인하와 태빈 식탁에 앉아 오무라이스 먹고 있다.
인하 : (먹으며) 나라면 회사보단 레스토랑을 선택해.
태빈 :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야.
인하 : 왜 회사에서 영 소외될까봐? 청담동 어머니랑 알력 싸움에서 지는게 될까봐? (수저 내리며) 김태빈. 지금 니 머릿 속에서
오기를 지워봐. 자존심두 지우구 나이에 걸맞잖은 반항심두 지워봐. 뭐가 보이냐?
태빈 : (피식 웃으며) 자유가 보인다.
인하 : 그치? 자유가 보이지? 자유롭게 살어.
태빈 : 말 꺼낸 내가 잘못이다. 밥이나 먹어.
인하 : 지금 너 실력으룬 회사일 벅차. 어머니 말 일리있어. 너 아직 젊구, 실전에서 경험 쌓는 것두 괜찮다구 봐.
이왕이면 니 앞으루 준비된 무대에 올라보는 것두 괜찮잖아.
태빈 : 그 무대, (한심해서 한숨 쉬며)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드라.
인하 : 아니.
태빈 : ? (보면)
인하 : 그 사람들 뭣보다 열정이 있어. 그건 쉽게 얻을 수 있는게 아니야.
태빈 : ... (본다)
인하 : 그 사람들 한테두 기회를 줘. 그 사람들, 니 최고의 파트너가 되줄 준비가 되있는 사람들이야.
태빈 :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인하 : (피식 웃으며) 어떻게 알게 됐어.
S#41. 단란 주점 사무실 (D)
책상 위에 올라가 참선하는 사람 처럼 가부좌하고 있는 효태.
분을 가라앉히고 싶지만, 콧구멍이 씰룩씰룩, 어금니 앙물고 입술에 힘이 들어간다.
그 앞에 확 쫄아서 눈치보며 서있는 찬과 똘마니들.
효태 : (도저히 못참겠다는 듯) 으아아아아아!! (책상 내려치고는) 너!!
찬 : 네? (하얗게 질려서 보고)
효태 : (이리 오라고 손가락 까딱까딱)
찬 : (이젠 죽었다. 울상이 되서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느릿느릿 가는데)
효태 : (버럭) 백키로!!
찬 : !! (효태 말 떨어지기가 무섭게 벼락같이 달려와 효태 앞에 선다)
효태 : (곧장 찬의 머리로 날아가는 오른 주먹) 생일? (다시 날아가는 왼주먹), 케잌? (양손으로 쥐어 박으며) 뭘 축하해?
(어쿠쿠 엎어지는 찬의 등에 올라타고는 주먹 세레) 너 같은 놈은 수치야 이 자식아! 너 땜에 그 자식 앞에서 내 꼴이
완전 납짝 쥐포가 됐어 알아 임마!! 너두 쥐포한번 되봐 임마! (때리며) 어?어?어? (실컷 두들겨 패고는)
그제서야 분이 좀 풀리는 듯, 목뼈 어깨뼈 흔들어 제대로 맞추고 책상 위의 담배 집어드는 효태.
똘마니 한명 후다닥 달려와 라이타 대주면,
효태 : (한모금 깊게 빨고는) 꺼져!!
똘마니들 : (엎어져있는 찬 질질 끌고 얼른 나가고)
찬 : (끌려나가며 울먹울먹 혼잣말) 맞은데만 계속 때려 씨.... (나가고)
효태 : 건방진 놈.... 어디 두구 보자 이 자식. (두 눈에 불꽃이 번쩍 튀기는데서)
S#42. 납골당 앞 (D)
검은 양복을 입은 태빈, 한손에 꽃다발을 들고 걸어오고 있다.
S#43. 납골당 안 (D)
통로를 들어서다가 멈칫 서는 태빈.
故윤여옥 이라는 이름이 적힌 비석 앞에 먼저 와서 서있는 사람.
태빈 : ...? (보는)
한여사 : ....? (시선 느끼고 돌아보고는 미소 짓는)
태빈 : ... (조금 웃는데서)
S#44. 납골당 근처 적당한 곳 (D)
나란히 앉아 자판기 커피 마시고 있는 태빈과 한여사.
한여사 : 엄마 기일...잊지 않구 있었구나...
태빈 : ...
한여사 : 참 좋은 친구였지... 착하구, 정두 많구... (웃으며) 요리두 아주 잘했단다. 니 엄마가 만든 음식은 누구나 좋아했어.
나두 니 엄마 덕에 요릴 배웠 단다.
태빈 : (불쑥) 요리에 사람 마음을 위로하는 치료제 효과가 있다는 말...들어 보셨어요?
한여사 : ? (본다)
태빈 : (피식 웃으며) 엄마랑 눈이 참 많이 닮은 여자가... 그런 말을 하더군요.
요리엔 사람의 마음을 위로하는 치료제 효과가 있다구....
한여사 : (미소로) 있지. 있다마다.
태빈 : 어렸을 때... 청담동 어머니랑 같이 식사를 하면 꼭 소화제가 필요했어요.
특별히 눈칠 준 것두 아니구 홀대한 것두 아닌데, 늘 냉기가 느껴졌어요.
한여사 : ...
태빈 : 따뜻한 음식... 유쾌한 대화가 있는 식탁... 그런게 늘 그리웠던거 같아요.
그건... 저한텐 아마 어머니랑 같은 의미였을테니까...
한여사 : ... (짠하게 보는)
S#45. 꽃집 (D)
식용꽃을 파는 꽃집.
인하, 주인의 설명을 들으며 사진을 찍고 있다. 희안한 듯 냄새도 맡아보고....이것저것 뽑아들고 색도 조화시켜 보다가,
문득 입가에 미소가 맺히는...
인하 맘에 드는 꽃 몇 개 뽑아들고 카운터로 간다.
인하의 꽃들이 꽃다발 모양으로 포장되고 있다.
주인, 예쁘게 포장된 꽃다발 건네면, 인하 사람 좋게 웃으며 인사하고 나온다.
S#46. 꽃집 근처 주차장 (D)
어깨에 카메라 가방 메고, 한 손엔 포장된 꽃들고 차로 간다.
차에 가방과 꽃다발 먼저 실고 타려다가 문득 핸드폰 꺼내든다.
인하 : (단축 버튼 누르고 착신되면 밝게) 나다. 기분은 좀 어때?
S#47. 동물원 길 (D)
걸어가며 전화 받고 있는 태빈.
태빈 : (밝게) 차식, 내가 무슨 수술 받았냐? 뜬금없이 남의 기분 체크는 하구 그래?
S#48. 주차장 + 차 안 (D)
운전석의 인하. 보조석의 잡다한 짐 챙겨 뒷좌석에 옮기며.
인하 : 귀신을 속이지 내 눈은 못 속여 임마. 너랑 나, 태어난 병원에서 부터 대학교까지 끈질긴 인연으루 묶인 놈들 아니냐.
(대충 다 정리하고) 괜찮으면 됐다. (웃으며) 어울리지 않는 분위기 잡길래 잠깐 걱정했었거든.
S#49. 동물원 길 (D)
태빈 : 차식... 아 참. 낼 저녁에 시간 되니?
인하 : (F) 내일? 아마 괜찮을걸 근데 왜....?
태빈 : 지호랑 같이 오피스텔루 와라. 끝내주는 만찬이 준비되어 있으니까.
인하 : (F) 만찬....?
S#50. 칠리칠리 주방 (D)
벙찐 표정으로 한여사를 보고 있는 동만,시봉,선.
동만 : 음식 품평회요?
한여사 : (앞치마 하며) 마음이 잘 안 서나봐. 자기에게 확신을 줄 뭔가가 필요 했겠지.
솔직히 우리 가게 매상 알면 누가 하겠다구 덤비겠어? 당장에 셔터내리려구 들지.
동만 : 그래서, 그 자식이 그래요? 우리 음식 놓구 전문가들 불러다가 품평회를 하겠다구?
시봉 : 그러니까, 새롭구 신선한 요리 세가지를 만들어서 김태빈인가 밥태빈인가 하는 인간의 입맛에
아부를 하라 이 말이잖아요 지금!
한여사 : (버럭) 아, 아부는 무슨 아부야! 냉정하게 실력을 평가하겠다는 거지.
시봉 : (찔끔해서) 아니면 말지 왜 소리는 지르구 그래요 아줌만.
한여사 : 안 하면 말고, 할거면 오늘 부터 셔터 내리구 아이템 회의 하는거야. 어뜩할래?
선 : (O.L) 해요 우리!
일동 : ? (선이 보는)
선 : 스파게티 하나루 우리 요릴 평가하는거, 매상으루 우리 실력을 폄하하는거, 기분 나쁘잖아요.
시봉 : 그래요! 해요 까짓! 자존심이 있죠! 도전장을 던졌는데 어떻게 꼬리를 내려요!
동만 : (생각해 보다가 눈썹 꿈틀) 좋아.... 고동만 일생일대에 자존심이 걸린 싸움이다. 시봉! 셔터 내려! 오늘부터 아이템 회의다!
S#51. 동물원 입구 (D)
가운 차림으로 뛰어오고 있는 지호, 저만치 서있는 태빈을 발견 하고 반가운 표정 지으려다가 짐짓 쌀쌀한 표정으로 바꾸고 간다.
지호 : (쌀쌀맞게) 웬일이야?
태빈 : 어, 왔냐?
지호 : (거만하게) 웬일이냐구. 또 서인하 찾으러 왔어?
태빈 : 아니 오늘은 주차장에 놓구 간 차 찾으러 왔다.
지호 : (버럭) 찾을거 없으면 나 볼일 없냐? 찾을거 찾아갖구 가 그럼! (들어가려는데)
태빈 : (가운 자락 붙잡아 세우며) 아, 너랑 술먹느라구 놓구 간거 아냐. 이틀이나 세워둬서 주차비가 어마어마 하단 말야.
주차증 끊어줘 빨랑.
지호 : (그래? 그럼 어디 골탕 좀 한 번 먹어봐라, 냅다 도망가고)
태빈 : 야! 야! (뛰어 들어가려다가 어휴 씨... 매표구에서 표 산다)
S#52. 동물원 일각 (D)
태빈 씩씩대며 들어오고 있는데, 그 앞에 불쑥 내밀어지는 주차증.
태빈 : ? (보면)
지호 : (짐짓 우울하게) 오빠가 나 한테 바라는게 이런 거 밖에 더 있겠어?
태빈 : ??? (했다가 웃으며) 차식 삐지긴. 나중에 술사께.
지호 : 아냐. 이제 오빠랑 재미없어서 못놀겠어. 잘가. 행복하길 바래. (우울한 표정으로 가운에 손 넣고 돌아서는)
태빈 : (몰래 웃고는) 그래, 너두 행복해라.
지호 : ? (이게 아닌데? 우뚝 멈춰서고)
태빈 : 이 주차증, 마지막 선물로 간직할게. 간다? (뒤돌아 가며, 입모양으로만 하나, 둘, 셋! 하는 순간)
지호 : (E)(태빈의 셋!과 동시에, 험악하게) 야! 김태빈!!!
S#53. 동물원 내 은행나무 길 (D)
태빈과 지호 캔음료수 마시며 걸어오고 있다.
태빈 : (마시다가 멈칫) 오늘이 여기 마지막이라니? 그럼 너 짤렸어?
지호 : 서지호를 너무 모르는군. 나 능력있는 여자야. 내 사전에 짤린다는 말은 없어. 예정된 기간이 끝나서 그만 두는 것 뿐이지.
태빈 : 너 여기 정식 취직된거 아니였어?
지호 : 교수님 추천으루 인턴실습했던 거야. 마침 여기 한달간 빈자리가 있었거든.
태빈 : 시원섭섭하겠구만.
지호 : 섭섭이 더 커. 우리 태백이가 눈에 밟혀서.
태빈 : 태백이가 누군데?
지호 : 사자. 끝내주게 멋있다? 김태빈은 쨉두 안돼.
태빈 : (기막혀서) 야, 내가 왜 사자하구 쨉 대결을 해야되는 거냐 도대체.
지호 : 적어두 갠 머린 안 굴리거든. 우리 인간들은 머릴 너무 많이 굴려 피곤해. 끽해야 자갈 굴러가는 소리면서 디게 난체 하거든.
태빈 : 고거 지금 나 들으라구 하는 소린가본데, 너두 못지 않다. 상.하.좌.우, 앞 뒤 딱딱 재서 인간 상대하는게 누군데?
지호 : (팔짱 착, 끼며) 그러니까 오빠랑 난 완벽한 합집합이라니까?
태빈 : (털어내며) 난 영원한 독립체루 존재하구 싶은 사람이야. (가는)
지호 : (이씨...노려 보다가 따라간다)
S#54. 칠리칠리 앞 (D)
안에서 나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선.
그 앞에 불쑥 내밀어지는 꽃다발.
선 : ? (보면)
인하 : (웃으며) 오랜만이네요. (어서 받으라는듯 꽃다발 좀 더 내미는)
선 : .... (받으며) 가,감사합니다.
인하 : 먹어보세요.
선 : ?? (황당해서) 네?
인하 : (꽃잎 하나 뜯어서 주며) 먹어보라니까요?
선 : ?? (벙해서 쳐다보면)
인하 : (웃으며 자기 입에 가져간다) 이 꽃 먹는 꽃이예요.
선 : ? (보다가 꽃잎 한장 뜯어서 씹어보는)
인하 : 가시가 없어 상처두 없구, 우울할 때 한잎씩 떼먹으면 기분이 달콤해지구... 첫사랑의 맛이랑 닮았대요 그 꽃이.
선 : .... (먹다가 멈칫 본다)
인하 : 심심한 일상에 기묘한 만남을 기념하며 드리는 선물입니다. (핸드폰 꺼내며) 핸드폰 가져오셨죠?
선 : 아! 어떡하죠? 오늘 깜빡 잊구 안가져 왔는데... 잠깐 기다리실래요, 어짜피 오늘 영업 안하니까 제가 얼른 집에 가서,
인하 : (얼른 잡으며) 저기요, (웃으며) 코스모스 샐러드 먹어봤어요?
선 : (벙찐) ?
인하 : 민들레 식혜는요? 그럼, 꽃물 김치도 못 먹어봤겠네.
선 : ? (벙찌지만 호기심으로 보는데서)
S#55. 꽃요리 전문 레스토랑 (D)
화면 시작되면 두 눈이 똥그래져서 환한 표정 짓고 있는 선.
그 시선에,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예쁜 꽃요리들....!
인하 : 어때요? 맛있겠죠?
선 : (황홀해서) 꽃으루 만든 요린 첨이예요. 이걸 아까워서 어떻게 먹어요?
인하 : 기분이 맛있어지라구 먹는 요리예요. 먹구 힘내세요.
선 : ? (보면)
인하 : 가게 일, 잘 될껍니다. 하루 아침에 길 바닥으루 나 앉게 되는 일 아마 없을꺼예요. (웃는)
선 : ... (보는)
인하 : 배고픈데 슬슬 먹어 볼까요? (먹고)
선 : ... (본다. 따뜻한 사람 같다)
S#56. 달리는 태빈의 차 안 (D)
운전 중인 태빈. 기분 많이 좋아진 표정인데, 울리는 핸드폰.
태빈 : (핸즈프리로 받는) 여보세요?
민여사 : (F) 나다.
태빈 : ... (기분 가라앉는) 네.
민여사 : (F) 저녁... 같이 할 수 있겠니?
태빈 : ...
S#57. 거리 (D)
걸어오고 있는 두 사람.
선 : (꽃다발 들고 있다) 오늘 고마워요.
인하 : (본다)
선 : 사실 쭈욱.... 기분이 안 좋았거든요. 근데 덕분에 오늘, 꽃 먹구 기분이 다시 활짝 피었어요.
머릿 속이 봄을 맞은 것 처럼 생생해요 지금.
인하 : (웃는다)
선 : 근데, 핸드폰 어떡하죠? 늘 꺼놓으셔서 연락두 안되구...
인하 : (느긋한 놈이다) 인연이 있으면 지들이 제 자리 찾아가겠죠 뭐. 흘러가는 대루 놔둬봐요 그냥. 어디 까지 가나.
선 : (어이없어 웃어버린다)
S#58. 청담동 집 외경 (저녁)
S#59. 청담동 주방 (저녁)
화면 시작 되면, 식탁 위에 푸짐하게 차려져 있는 저녁상.
민여사 : 먹자. (수저 들고)
태빈 : 네... (수저 드는데)
가정부 : (벨소리. 인터폰 받으러 나가고)
민,태빈 : ....(말없이 수저질 하는데)
효태 : (E) 좋은 냄새 나네? 뭐 맛있는거 했나봐요?
태빈 : ! (수저질 멈칫하고)
효태 : (가정부와 함께 들어오며) 누님 나 왔, (하다가 태빈 보고 떫떠름한) 어이구, 조카님이 어려운 행차하셨네?
태빈 : (마지못해 일어나며) ....오셨어요?
효태 : (비죽 웃으며) 아줌마 나두 숟가락하구 젓가락 좀 줘요. 원님 덕에 나팔 좀 붑시다. (앉는데)
민여사 : (국 뜨며) 너 가게 건들지 마.
효태 : 예?
민여사 : 태빈이가 결정 내릴 때 까지, 그거 어떻게 할 생각 하지 말라구. 태빈인 가게 일에 차질 없게 빠른 시일내에 결정해라.
태빈 : 알겠습니다.
효태 : (사태 파악하고 표정 일그러지며 태빈 보고, 기분 팍 상해서 국에 밥 퍽퍽 말며) 창사기념일 준빈 잘 되가우?
민여사 : ! (수저질 멈칫하고)
태빈 : ? (보는)
효태 : 누님 이번에두 박선생 한테 했다데? 태빈이 넌 그날 입을 옷 누구한테 했냐?
큰집 태주하고 태현이는 김선생 한테 맡긴 모양이든데. 너 공식석상에 얼굴 내미는 거 첨이지?
태빈 : !! (민여사를 보는)
효태 : (짐짓) 어? 너 몰랐던 모양이구나? (누나에게) 이번에두 감출꺼유?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비밀인데 뭘 그루?
이번 기회에 탁 까발리지.
태빈 : ... (굳은 표정으로 수저 내려놓는)
민여사 : (멈칫, 그러나 계속 수저질 하며) 바쁠거 같아서 얘기 안했다. 젊은 사람, 섞이기 힘든 자리기두 하구.
시간 괜찮으면.... 참석해라.
태빈 : 어머니 생각은 어떠세요? 좀 더 숨어있어 드릴까요, 아니면 친아들 처럼 다정하게 등장해드릴까요.
민여사 : ....
태빈 : (일어서며) 아주머니. 죄송합니다. 소화가 안되서요. 이대루 먹으면 체할꺼 같네요. (민여사에게) 가보겠습니다. (나간다)
효태 : (비식 웃고 우적우적 밥 먹고)
민여사 : .... (효태 한 번 봤다가 한숨 쉬며 눈 감아버리는)
S#60. 청담동 집 앞 (저녁)
문 열고 나오는 태빈, 리모콘으로 차문 열고 차쪽으로 간다.
차문 여는데, 잘 열리지 않는다.
가슴 속에서 뭔가가 왈칵 치솟는 태빈, 차 천장을 손으로 쾅 치고는 홱 돌아선다.
차에 등 기댄채 혼자 쓰게 피식 웃는 태빈.... 도저히 좁혀지지 않는 둘 사이의 거리감...
S#61. 선이네 집 (N)
테이블 위에 털썩!! 놓이는 많은 양의 요리책!
시봉 : !! (입 떡벌리며) 이 책을 우리가 오늘 다 봐야 되는거냐?
선 : 아니. (레시피 묶음, 그 위에 덧붙이며) 틈틈이 내가 개발해 낸 레시피까지 샅샅이 다! 살펴봐야 돼.
시봉 : 너 도대체 이 일에 필사적으루 목메는 이유가 뭐냐?
선 : 주방보조의 자존심. (주방으로 움직이며) 차 한잔씩 마시고, 바로 들어가자.
시봉 : 머리 끈 주랴? 필승이라는 글자 새겨서 머리에 동여 매줘?
선 : (상관않고 씩씩하게 주전자물 올리는)
시봉 : 너 오바가 좀 심하잖어. 공부를 이렇게 했으면 수석의 영광을 부모님 품에 안겼겠다.
선 : 그만 좀 떠들어 너. 구상하는데 방해되잖아. (머그잔에 녹차 티백 넣다가 멈칫하는) ....
(주방 구석에 매달려 있는 장미다발) ... (식탁 위에 놓여있는 인하의 꽃다발) .... (보며)
S#62. 칵테일 바 (N)
태빈 바에 앉아서 혼자 술 마시고 있다. 조금 취해있다.
태빈 : (중얼거리듯) 당신이랑 난... 절대 건널 수 없는 강 하나를 사이에 두구 있어요.... 알아요? 절대 좁혀지지가 않는다구요....
(쓰게 웃고는 잔 비우고 일어나 나간다)
S#63. 선이네 집 (N)
주방에서 머그잔 들고 나오는 선.
시봉 : 탱큐! (잔 받고) 아참, 아까 RP동호회에서 전화 왔었어.
선 : (잔 들고 앉으며) 뭐라구.
시봉 : 이달 말에 모임 있구, 그리구... 아, 홈페이지 주소가 바꼈대. 모임장소랑 바뀐 홈피주소는 핸드폰에 문자멧세지루 남겨주겠대.
선 : (책 넘겨 보며) 그래...? (했다가) ! (퍼뜩 표정 굳는)
시봉 : 왜?
선 : (벌떡 일어나 핸드폰 집어들고 현관 쪽으로 가는)
시봉 : ?? (했다가 확 잡으며) 너 또 어디가 다 밤중에!
선 : 핸드폰 바꾸러.
시봉 : 뭐?
선 : RP주소랑 홈피가 문자루 뜨면, 내 병두 알게 될꺼 아니야!
시봉 : !
선 : 바꿔야 돼. 그 사람이 알면, 김태빈이란 사람두 알게 될꺼구, 그럼 나... 주방일 못하게 될지두 몰라. 얼른 가서 바꿔와야 돼.
시봉 : 그렇다구 지금 어딜 가겠다는거야. (붙잡으며) 내가 가께, 차라리 내가 가께. (선 밀어넣고 자기가 가려는데)
선 : (붙잡으며) 시봉아.
시봉 : (멈추고 본다)
선 : 내가 해야 돼. 벌써 부터 자꾸 숨어들면... 나중엔 정말 아무 것두 못하게 돼... 벌써 부터 안보이는 사람 취급하는거, 나... 싫어.
시봉 : ... (깝깝한 한숨)
S#64. 편의점 앞 거리 (N)
걸어오고 있는 태빈. 문득 우뚝 멈춰서더니 편의점 쪽을 돌아본다.
창 안으로 보이는 편의점 풍경... 아무도 없다....
문득 그런 자신의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듯 피식 웃고는 돌아서 간다.
S#65. 태빈의 오피스텔 입구 (N)
한 손에 핸드폰 들고 들어서는 선, 승강기 쪽으로 가서 버튼을 누른다.
이내 열리는 문. 들어가서 층수 누르면 문닫히고.
뒤이어 들어서는 태빈, 선이가 타고 간 옆 승강기의 버튼을 누르고 기다린다.
S#66. 태빈의 층 승강기 (N)
땡 소리와 함께 문 열리는 승강기.
선, 안에서 나와 태빈의 오피스텔 쪽을 향해 걸어간다.
S#67. 태빈의 오피스텔 앞 (N)
선, 벨을 누르고 기다린다. 안에서 반응이 없다. 다시 벨을 누른다. 한 번,두 번, 세 번.... 반응이 없다.
선, 잠시 망설이다가 문을 두드리려고 손 드는데, 문득 느껴지는 인기척.
선 : ...? (돌아보면)
태빈 : ... (언제 왔는지 가만히 선이를 바라보며 서있다)
선 : ... !! (본다)
태빈 : ... (보다가 열쇠로 문 열고는 들어간다)
선 : (기막히다, 얼른 닫히려는 문 잡으며) 미안하다라는 말, 한마디 정돈 해야 되는거 아니예요?
태빈 : ... (본다) 나중에 나 한테 똑같이 갚어. (닫으려면)
선 : (문 붙잡고) 미안하지만 난 그런 짓 못해요! 물건 처럼 끌구 갔다가 지 편한대루 내팽개쳐 두는 그런 비열한 짓,
난 난 못한다구요!
태빈 : 늦은 시간이야. 조용히 해.
선 : (O.L)(상관않고 눈가 붉어지며) 그러니까 미안하다는 말을 들어야겠어요! 진심으루, 공손하게 사과해요 나한테! 얼른 사과해요!
태빈 : (순간 선의 팔을 잡아서 안으로 확 끌어 당긴다)
S#68. 태빈의 오피스텔 안 (N)
태빈, 선 끌어들여 문에 붙이고는, 자기 두 손을 문에 짚어 선을 자기 영역 안에 가둔다.
선 : !! (덜컥 겁 먹고 본다) 뭐...뭐하는 거예요.
태빈 : (가만히 선의 눈을 들여다보고 있다)
선 : ... (빠져 나가려 홱 돌아서려는데)
태빈 : (뒤에서 안 듯이 두 손으로 벽을 짚어, 막는다)
선 : (태빈의 심장소리가 느껴진다. 그대로 얼어붙는다)
태빈 : (장난기 없이) 경고 하는데... 내 눈에 띄지마.
선 : (숨을 죽이며 듣고 있다)
태빈 : 난 쉽게 사랑하구, 쉽게 버리는 놈이야. 그러니까... 내 눈에 띄지마. 알았어?
선 : (가만히 몸을 돌려 태빈을 본다)
어둠 속... 창밖으로 차 한 대가 헤드라이트를 밝히며 지나간다.
그 불빛에 잠시 드러나는 태빈의 얼굴...
태빈 : ... (손 풀어주며) 돌아 가. 맘 변하기 전에. (안으로 들어간다)
선 문을 연다. 그 문틈으로 바깥 불빛이 새어들어온다.
나가려다가 문득 다시 한 번 태빈을 돌아본다.
그렇게 가만히 태빈을 바라보는 선의 모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