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9월5일
컨버스 운동화
몇 년 전부터 운동화 패션이 유행이다. 예전에는 원피스에 운동화를 잘 신지 않았다. 요즘은 정장에도 신고 평상복에도 신고 다닌다. 나이 드신 어른들이 걷는데 편안하니까 운동화를 주로 신고 다녔는데 이제는 남녀노소가 패션으로 운동화를 신는다.
<컨버스> 운동화를 갖고 싶었다. 요즘 멋쟁이들이 색깔별로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패션의 아이콘이다. 매장에 직접 가서 사야겠다는 생각이 앞서서 계절이 바뀔 때마다 싱숭생숭하면서 미루고 미루면서 지금까지 눈으로만 쇼핑하는 중이다. 운동화는 직접 신어보고 사는 것이 맞는 것 같아서다. 큰아들이 첫 월급 타서 선물로 사준 운동화도 크기는 맞는데 디자인이 항공모함처럼 생겨서 멋 내기로는 아쉬웠다, 게으른 탓인지 아니면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주저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신발장을 열어보면 나의 신발들로 빼곡하다. 몇 번에 걸쳐서 신발을 정리했는데 아직도 내 신발이 제일 많다. 신발을 사고 싶을 때마다 신발장을 열어보면서 ‘신을 것이 이렇게 많은데 낭비야, 낭비’ 하면서 마음을 접었다.
주말에 부산에서 친구의 사진 전시회가 있다. 10월 초순에도 청주에서 친하게 지내는 선배 그림 전시회가 있다. 오랜만에 산문집을 냈다고 안부를 전해준 선생님도 계신다. 올가을에 <컨버스> 운동화를 사고 싶은 간절한 이유다. 신발장을 다시 열어보면서 ‘그래, 사치나 낭비라고 생각하지 말자. 가을에 좋은 사람들 만나는데 나에게 선물한다고 생각하자, 몇 년을 벼르고 벼른 신발이 아닌가?’ 수없이 검색한 사이트에 들어가서 다시 한번 살펴보았다.
이제 사는 것은 당연하고 색상 고르는 작업이 남았다. 검은색과 흰색에서 갈등이 생겼다. 검은색도 필요하고 흰색도 필요하지만, 우선 하나만 사자고 나를 달래본다. 마음은 흰색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굳히기 작전으로 막내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엄마는 검은색은 잘 신지 않잖아요.’하면서 흰색에 손을 들어준다. 나의 결정이 굳히기로 들어가서 일사천리로 결제까지 진행이 되었다. 마음을 먹었으면 저질러야 한다. 그래야 산다.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신발을 주문했다. 나에게 주는 가을 선물이다. 설렌다. 행복하다. 친구 전시회도 가고 선배 그림 전시회도 가야지. 시집 출판 기념회에 초대받았는데 그날도 하얀 운동화를 신을 거야. 보고 싶은 사람들 만나러 갈 때 신고 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