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 살아 숨쉬는 안동. 도시 곳곳이 전통을 지키려는 안동사람들의 노력으로 가득하다.
편안한 동녘마을이라는 뜻을 가진 안동을 일컬어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수도라고 부른다. 척박한 산악지역인 경상북도에서 비교적 너른 땅을 차지하고 있는 안동은 불교문화가 강한 주변의 다른 지역들과는 달리 유교문화가 뿌리 깊다. 벼슬길을 탐하지 않고 학문을 숭상했던 안동양반들의 자존심과 자부심이 지금까지 잘 남아있어 대쪽같은 선비정신을 여행 중에도 느낄 수 있는, 멋이 살아있는 고장이다. 1999년 안동 하회마을에서 생일잔치를 열었던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은 안동을 두고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운 지닌 마을’ 이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굽이쳐 돌아가는 아름다운 하천과 깎아지를 듯 아찔하지만 수려하고 기품 있는 절벽들, 그리고 그 아래 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 같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마을풍경이 21세기를 살아가는 지금도 편안하게 남아있는 곳이 바로 안동이다.
안동은 또한 뿌리 깊은 양반의 음식문화가 일반 시민들에게도 전통적으로 남아있어 경상북도의 인근 지역들과는 다른 독특한 음식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양반들의 제사문화가 담겨있는 헛제삿밥, 내륙지방에서 생선을 즐길 수 있는 현명한 방법이었던 간고등어, 몸에 좋은 건강한 발효음료인 식혜, 콩가루를 섞어 반죽해 만든 건진국시, 달콤한 간장양념에 매운 청량고추와 감자, 당면 등을 넣어 보글보글 끓여 만든 맛있는 안동찜닭 등은 안동에서 빠뜨리면 섭섭한 음식들이다.
맛과 멋이 가득한 안동에서 가장 유명한 문화는 국보 121호 안동 하회탈을 들 수 있다. 하회별신굿탈놀이는 우리나라 중요무형문화재 69호로도 지정되어있다.
국보 121호 하회탈
하회탈은 병산탈과 함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탈놀이 가면이다. 고려 중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한다.<사진제공·문화재청>
하회탈은 안동 하회마을에서 전해 내려오는 하회별신굿탈놀이에 사용되는 탈을 일컫는 말이다. 원래는 12개의 탈이었지만 현재 전해 내려오는 하회탈은 모두 9개이다. 탈 하나하나가 표정이 풍부하고 생동감이 느껴지며 턱이 분리되어 말을 할 때 움직이도록 만들어진 탈도 있어서 탈을 사용하여 표정연기가 가능할 만큼 기능적인 면에서도 탁월하다.
하회탈 전설
아주 먼 옛날, 하회마을에 전염병이 돌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갔고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자주 발생하여, 마을에 근심이 대단하였다. 이 때 하회마을에는 허도령이라는 청년이 살고 있었는데, 그는 마음씨가 맑고 고왔을 뿐만 아니라 멀리서도 한눈에 허도령임을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외모도 곱고 잘생긴 청년이었다. 어느 날 허도령 꿈에 산신령이 나타나 이런 말을 전했다. “지금 마을에 흉흉한 변고들이 자꾸만 생겨나는 이유는 마을을 지켜주는 신의 노여움을 샀기 때문이다. 신의 노여움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탈을 만들어 쓰고 춤을 추어야한다. 이 탈을 네가 만들거라. 단, 탈을 다 만들 때까지는 그 누구도 이 사실을 알아서는 안 되느니라. 만약 누군가가 이 사실을 알게 되거나 엿보기만 해도 모두 다 피를 토하고 죽게 될 테니 그리 알아라.”
잠에서 깨어난 허도령은 아무도 몰래 마을 어귀에 움막을 짓고 12개의 탈을 만들기 시작했다. 원래 탈 만들기에 재주가 뛰어났던 허도령은 신을 기쁘게 할 탈을 만들기 위해 있는 힘을 다했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허도령을 사모했던 한 마을 처녀가 허도령이 마을에서 사라진 것을 알아채고 찾아 나섰다. 처녀는 허도령을 백방으로 헤매다가 드디어 허도령이 작업하던 움막을 찾았다. 허도령은 마침 마지막 탈을 조각하던 차였다. “도련님..” 처녀가 사모하는 마음을 담아 허도령을 불렀고, 처녀와 눈이 마주친 허도령은 목을 부여잡고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고 죽었다. 그 모습을 본 처녀는 사모하는 허도령을 자신이 죽이고 말았다는 죄책감에 그 길로 부용대 높은 절벽 위로 올라가 자결하고 말았다.
허도령이 마지막에 작업하고 있던 탈은 이메탈로, 처녀가 허도령을 훔쳐보는 바람에 이메탈의 턱은 미완성인 채로 남아있다. 하회마을 사람들은 허도령과 처녀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기며 해마다 제사를 지내주었다.
안동민속박물관
안동민속박물관. 안동댐 수몰로 인해 자칫 묻혀버렸을 수도 있는 전통 고가옥 등을 이전하여 독특한 선조들의 생활양식을 보존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하회별신굿 탈놀이를 비롯하여 경상북도 북부지방의 민속 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안동민속박물관은 안동댐과 월영교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아름다운 강변에 위치해있다. 안동민속박물관에서 경상북도 북부지방의 민속 문화를 살펴보도록 하자. 안동민속박물관 주변에 위치해있었던 KBS 드라마 촬영장은 2011년 철거되었다.
안동웅부 安東雄府 현판
안동웅부현판. ‘영남에서 가장 으뜸 가는 곳’이라는 뜻이다.
안동민속박물관 전시실에 들어서면 ‘안동웅부安東雄府’라는 기상 넘치는 멋진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 ‘안동웅부安東雄府’ 현판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구 안동시청 현판으로 사용되었으며, 지금은 안동민속박물관 전시실로 자리를 옮겼다. 이 현판의 글씨를 쓴 분은 다름 아닌 고려 공민왕이다.
고려 공민왕은 홍건적의 침입을 피해 안동으로 피난을 내려왔다. 피난길이 고단하고 힘이 들었던 공민왕과 노국공주가 안동에 다다랐을 때 만나게 된 것은 풍산 소야천이라는 너른 하천이었다. 추위에 떨고 있던 노국공주를 안쓰럽게 여겼던 공민왕은 노국공주가 젖지 않게 강을 건너게 하려했으나, 방법이 없었다. 그 소식을 들은 안동 부녀자들이 모두 강으로 쏟아져 나와 엎드려 노국공주를 건널 수 있도록 도와줌에 감동을 받게 된다.
이 때 전통이 지금까지 계승되어 안동에서는 지금도 ‘놋다리밟기’라는 이름으로 해마다 공민왕과 노국공주의 피난 행렬을 재연하고 있다. 홍건적이 격퇴된 후에도 공민왕은 안동에 머무르며 사찰을 짓는 등 업적을 남겼다. 이때 제작된 현판이 바로 ‘안동웅부安東雄府’이다. 고려시대 때 그 어느 지역보다 귀한 대접을 받았던 안동의 자부심이 담겨있는 현판이다.
삼삼기
안동민속문화박물관에 가면 민속문화, 불교문화, 유교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안동의 전통성과 다양성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안동삼베는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안동의 특산물이다. 안동에서는 신라 유리왕 때 삼을 삼아 삼베를 만드는 대회를 열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아주 오래전부터 삼베를 만들어왔다. 안동포라고 불리는 안동삼베는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대표적인 여름옷감으로 일컬어질 만큼 유명한 안동의 특산품이 되었다. 삼을 째고 삼을 삼고 베매기를 하는 과정을 통해 안동포는 고급상품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안동민속박물관에서는 부녀자들이 모여 삼을 삼는 과정을 모형으로 전시해놓았다.
월영교
아름다운 월영교. 2003년 개통되었으며 길이 387m, 너비 3.6m로 국내에서는 가장 긴 목책 인도교이다.
월영교는 2003년에 개통된 다리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길이를 자랑하는 목책교이다. 월영교는 안동에서 발견된 원이어머니의 편지와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를 테마로 만들어진 다리이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먼저 떠나보낸 원이어머니는 뱃속에 있는 아이와 함께 험한 세상을 살아가야하는 회한과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편지를 쓰고, 하늘나라에 먼저 간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 자신의 머리카락을 잘라 저승길 가는 남편의 발에 신기기 위한 미투리를 만들었다. 원이어머니의 편지와 미투리는 전세계적인 이슈가 되었으며 원본 편지와 미투리는 현재 안동대학교 박물관에 보관되어있다. 월영교의 모양새는 원이어머니가 머리카락으로 삼은 미투리를 닮았다.
헛제사밥
까치구멍집의 헛제사밥. 슴슴한 비빔밥 한 그릇으로 안동만의 독특한 양반문화를 느낄 수 있다.
경상북도 지역은 태백산맥이 가로놓인 폐쇄적인 지형적 특성상 상당히 독특한 음식문화를 발전시켜왔다. 내륙지방 특유의 매콤하고 짭짤한 밑반찬과 산에서 나는 갖가지 산나물을 비롯하여 밭에서 나는 밭작물을 이용해 국수를 만들 때에도 콩가루를 넣어 반죽했다. 특히 안동은 유교문화와 결합하여 더욱 다양한 식문화를 발전시켜왔다. 처음에 맛보면 상당히 독특한 이색적인 맛이지만 한번 맛을 들이면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성 강한 음식들이 많다.
특히 유명한 음식은 간고등어 자반구이와 고춧가루를 넣어 엿기름에 발효시킨 안동식혜, 콩가루를 섞어 만든 건진국수, 그리고 양반문화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헛제사밥이 유명하다. 유교문화가 뿌리내린 안동은 집집마다 제사를 많이 지냈습니다. 제사음식이 남으면 각종 나물반찬에 맨고추장(양념을 하지 않은)을 쓱쓱 비벼 다른 제사음식들을 곁들이 반찬으로 즐겨먹던 것이 제사를 지내지 않는 날에도 제례음식을 만들어 먹게 된 헛제삿밥의 유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