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글과 인연. 184
[포상 휴가 8]
지인의 마을은 돌섬 입구에서 10분 거리, 몇 년 전부터 글을 통해서 인사를 나눈 사이였지만
대면하기는 처음인 분이다. 인사삼아 마산을 지나게 되면 연락하라는 인사 정도였는데, 꽃
시를 연재하면서 마산을 가겠다는 나의 글에 선 듯 초대를 하셨기에 응하게 된 것이다.
그의 마을 골목으로 들어서니 한 사람이 길가에서 등을 보이고 서 있다. 나를 기다리는 사람
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 신기하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그가 이끄는 식당으로 들어선다.
여 사장이 그와 인사를 나눈다. 참 오래된 관계라는 생각이 든다. 여 사장은 앉아서 법구경을
옮겨 쓰고 있었다. 나는 그런 분들을 보면 마음이 즐거워진다. 나의 종교와는 다르지만 나 역시
15년째 눈을 뜨면 커피 한 잔을 놓고 가장 먼저 성경을 컴퓨터로 옮겨 쓰는 중이기 때문이다.
회 보다는 장어 정식을 먹어보라는 지인의 말에 선 듯 동의하면서 차림표를 보는데 눈에 뜨이는
장어국수, 무슨 맛일까? 사장은 장어 국에 국수를 말아내는 것이라는 설명을 해 주는데 그 국수
를 먹어보고 싶다. 그렇다고 지인의 선택을 거부하기도 그렇고, 그러고 보니 부산의 자갈치 시
장에서 먹어 본 선지국수, 청도 시장에서 먹어본 돼지 뼈 국물에 말아내는 국수(이 국수의 이름
은 모른다) 조치원 시장에서 먹어본 순대 국수, 참 국수도 여러 종류이지만 그저 그런 국수가 있
다는 호기심에 먹어본 국수들인데, 다른 이들에게 소개할 자신은 없는 음식이다. 다만 어느 곳
을 가든지 그곳의 특이한 음식이 있으면 기어코 먹어보는 나의 관심이 주는 경험일 뿐이다.
그러나 궁금하신 분들은 그 곳에 가시면 한 번 드시는 것도 말릴 생각은 없다.
하지만 강원도 정선에 가시거든 올챙이국수는 꼭 드셔 보시기를 바란다. 맛은 없지만 담백하고
구수한 옥수수의 맛이 담겨있고, 그 생김이 재미있으니 말이다. 물론 옥수수 막걸리도 함께,
하긴 청도의 사과 막걸리, 공주의 밤 막걸리, 연천의 율무 막걸리 등등 지역의 생산물로 만들어
내는 술이 많이 있지만, 그래도 옥수수 막걸리를 앞세우고 싶은 것은 나의 주관적인 판단이지만
권할 만 하기 때문이다.
지인이 내게 나이를 묻는다. 나를 대하는 자세를 정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환하게 웃
는다. 갑장이라면서...그 후부터 대화는 조금 더 편해진다. 역시 사람의 관계는 어울릴 수 있는
조건이 있을 때 부드러워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그와 헤어진 후 어시장 가까운 곳에 숙소를 정하고 잠이 들었고, 게으름보다는 피곤이 새벽 어시
장 경매를 볼 수 없게 만들었다. 할 수 없는 일. 아쉽지만 그렇다고 안타까운 일은 아니다. 또 다
른 여행에서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조금 일찍 마산을 떠나기로 하고 길을 잡는다. 마산에서 창녕으로 창녕에서 김천으로 그리고 조치
원으로, 역시 길은 일반도로가 편하고 즐겁다. 그러나 마산 출발해서 창녕까지의 길에서 만난 한 곳
의 편의점, 캔 커피가 두 플러스 원이라는 글에 반해서 세 개를 들고 계산한다. 실은 화장실이 생
각나서였는데, 없단다. 그럼 참을 수밖에 없다. 일반도로에서 휴게 시설을 만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제 이 글을 마치면서. 6월 2-3일은 화천 평화포럼을 다녀왔고, 9일부터 12일까지 제주의 지인 초
대로 4명의 부부가, 22-24일은 관계하는 문학에서 시행하는 제주 문학 기행, 다녀오면 같은 방식으
로 여행기를 쓰게 될 것이고 이 면을 통해 소개해 드리게 될 것이다. 읽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