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자폐증에 맞서온 한 가족의 슬픈 다큐멘터리,
우리에게 던져진 또 하나의 숙제인 자폐증이 사실적인 묘사로 그려진다!
자폐 소년 노아 이야기 『혼자 있는 아이』. 아버지는 희곡작가, 어머니는 소설가이자 화가인 집에서 비극적인 일이 생긴다. 둘째아들이 노아가 소아자폐증을 안고 태어난 것이다. 노아의 형 칼 타로 그린펠드는 자신의 동생인 자폐아 노아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그려낸다. 기본적인 인간관계의 개념은 물론 언어, 운동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는 노아의 상황과 사회적인 편견, 어느 곳에도 도움 받지 못하는 자폐아를 둔 가정의 문제를 현실적으로 전한다.
누가 불러도 반응이 없고, 끊임없이 몸을 흔들어대는 아이. 점점 자라면서 자기 몸을 때리고, 할퀴고, 공격 행위를 일삼는 아이. 그럼에도 유태인 아버지와 일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나 혼혈의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아이가 자폐 소년 노아이다. 그의 형인 칼은 자폐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6,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그들 가족이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하루하루를 여과 없이 이야기한다.
어린 자폐아 이야기는 주변에서 많이 나오지만, 그들의 노년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비춰주지 않는다. 극소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자폐를 극복하고 휴먼드라마를 통해 화려하게 조명되지만, 칼의 동생 노아는 그렇지 못했다. 그리고 대다수의 자폐아 역시 노아와 같은 삶을 살아간다. 저자인 칼은 자신의 가족이 자폐아 노아와 함께한 기억들을 덤덤하게 풀어내며, 나날이 확대되고 있지만 개인적인 숙제로만 방치되고 있는 자폐증에 대한 냉철한 깨달음을 전한다.
목차
01 아이
02 소년
03 형제
04 꿈
05 그러나...
출판사 서평
자폐증의 비극적인 실상을 증언하는 슬픈 다큐멘터리
우리 사회에도 나날이 확대되고 있으나 개인적 숙제로만 방치되고 있는
자폐증에 대해 통렬한 깨달음을 주는 책
미지의 영역인 인간의 뇌가 우리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숙제
아버지는 아카데미상 시나리오 부문 후보에 올랐던 희곡작가, 어머니는 화가이자 일본의 대표적인 문학상인 아쿠다가와상을 수상한 소설가. 유태인과 일본인의 결합이라는 이색적인 특징 말고는 아무 문제없는 평화로운 집안에 돌연 비극적인 일이 생겼다. 둘째아들이 소아자폐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누가 불러도 단음절의 신음 같은 말 외엔 아무 반응 없이 끊임없이 몸을 흔들어대는 아이. 점점 자라면서는 자기 몸을 때리고, 할퀴고, 아무에게나 침을 뱉고, 머리카락을 무자비하게 잡아당기는 공격 행위를 일삼는 아이. 짐승처럼 보호시설에 가두는 것 말고는 아무 대책이 없는 노아 그린펠드는, 그럼에도 출중하게 아름다운 용모를 가지고 있어 더욱 가슴 아프다.
《혼자 있는 아이Boy Alone》는, 자폐라는 말조차 생소했던 6,7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자폐증에 대한 사회적 편견에 맞서 왔던 한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자폐증의 비극적인 실상을 증언하는 슬픈 다큐멘터리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인간의 뇌가 우리 모두에게 던지는 또 하나의 숙제인 자폐증에 대해 이토록 사실적으로 묘사한 책은 없다고 썼다.
자폐증을 통해 배우는 가족의 소중함, 그리고 삶의 진정한 의미
노아의 부모는 아들의 치료를 위해 평생을 자폐 관련 서적과 의학 자료들을 섭렵하고, 의료기관과 보호시설을 전전한다. 그렇게 최선을 다했지만, 그들에게 남은 것은 여전히 자기 세계에서 나오려고 하지 않는 마흔 살의 중증 자폐증 환자 노아 그린펠드뿐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세상에 묻는다. 그 많던 소아자폐증 환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소아자폐증 환자들 역시 여느 인간들처럼 자라고 늙는다. 여전히 유년시절에 머물며 지극히 동물적인 본능만을 표출하는 그들은 지금, 첨단의학의 울타리 밖으로 내몰린 채 어딘가의 격리시설에서 속절없이 세월만 보내고 있다. TV의 휴먼드라마에서 화려하게 조명되는 극소수의 자폐 극복 사례와는 달리 중증의 자폐증은 아직 치료법이 전무하다는 뼈아픈 사실을 증언하는 이 책은, 우리 사회에도 나날이 확대되고 있으나 개인적인 숙제로만 방치되고 있는 자폐증에 대해 통렬한 깨달음을 주는 책이 될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자폐증으로 인해 생긴 노아 그린펠드 가족의 비극은 우리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운다. 수렁에 빠진 자식일지라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 부모의 헌신과 눈물 나는 형제애가, 삶이 우리 모두에게 명령하는 참된 사랑의 가치를 깨닫게 한다. 한 가족의 풍파를 통해 진실로 인간답게 산다는 게 무엇인지 가슴 먹먹해지는 문장으로 그려내고 있는 저자 칼 그린펠드는 노아의 형이다.
| 해외 언론 서평 |
“심각한 자폐증을 앓는 동생과 함께 살아온 저자의 풍부한 경험담을 실은 이 회고록은 황폐한 환경에서 형제간의 경쟁과 사랑을 다룬다. 자폐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지만, 동시에 하나로 단단히 뭉치게 된 가족의 감동적인 이야기.”
《퍼블리셔즈 위클리》
“이 회고록은 어떤 희망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 칼 그린펠드는 그럭저럭 자신의 삶을 추스를 수 있었지만, 동생인 노아는 결국 치료시설에 갇혀 지낸다. 자폐증 연구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칼은 노아와 같은 사람들의 운명에 대해 여전히 비관적이다. ‘나는 정말 그들이 기적적으로 회복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들 모두가 회복되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안다.’ 그럼에도 마지막에 독자들은 가족들의 엄청난 인내와 완벽한 생존의 기술, 사랑스러운 주먹밥의 기억들을 읽으며 감탄하게 될 것이다.
《워싱턴 포스트》
책속으로
한 소년이 잔뜩 얼룩이 진 하얀 카펫 위에 혼자 앉아 있다. 닳아빠진 담요의 끝자락을 입에 물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아이는 손가락으로는 연신 자신의 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아이는 친구를 찾는 것 같지도 않고, 아예 사귈 생각도 없는 듯하다. 인사를 해도 쳐다보지 않고, 말을 거는 쪽으로 얼굴을 돌리지도 않는다. 아이의 시선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가보면, 금세 다른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본문 10쪽)
노아의 자폐증은 이제 자명한 사실이 되었다. 노아는 오랫동안 연달아 몸을 흔들면서 의미 없는 소리를 낸다.
“머, 머, 머, 머……….”
그 애는 거실 카펫에 혼자 멍하니 앉아 있거나, 소파 위에 앉아 실이나 고무줄을 만지작거리는 자신의 손가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 그 애는 또 자신의 담요에 관심이 크다. 그 담요는 노아가 하도 씹어 대는 바람에 어머니가 여러 번 수선을 한 것으로, 그래서 담요 위에 있던 푸우 캐릭터조차 이제 잘 보이지 않는다.
노아는 아무 것이나 입에 집어넣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내가 바닥에 뭔가 위험한 걸 놔두지 않는지 어머니가 항상 감시해야 한다. 노아는 내 장난감 자동차에서 플라스틱 바퀴를, 고르곤 인형에서 머리를, 동물 인형에서는 눈을 떼어내어 잘근잘근 씹는다. (본문 59쪽)
노아는 여섯 살인데 아직 대소변도 가리지 못한다. 밤에 오줌을 싸서 축축해진 잠자리 때문에 잠을 깨면, 그 자리에 똥을 싸기도 한다. 부모님은 제대로 푹 자는 일이 거의 없다. 바닥에 머리를 찧거나, 스스로를 할퀴고 손바닥으로 이마를 때리는 등 자해를 일삼는 노아 때문에 언제나 전전긍긍이다. 이제 상대가 누구든지 근방에 있는 사람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흔들어대는 일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이렇게 고생을 해도 부모님은 절대 현재 이상의 충격요법은 허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나 더 오래 버틸 수 있을까? 얼마나 오랫동안 노아를 잡아둘 수 있을까? 부모님의 뇌리를 온통 지배하는 의문은 노아의 상태가 고착됨에 따라 더욱 커지고 있었다. (본문 120쪽)
노아는 언제나 우리 가족 모든 주제의 중심이었다. 뉴욕에서 이곳으로 다시 이사 온 이유도 바로 노아 때문이었다. 우리 집이 항상 지저분한 것도, 가구들이 항상 더러운 것도, 벨벳 소재 소파에 마른 침 자국이 있는 것도, 다 노아 때문이었다.
책마다 사라진 페이지가 있는 것은 다 노아가 찢어버렸기 때문이며, 창문에 항상 뿌연 자국이 남아 있는 것은 노아가 뱉은 침 때문이고, 우리가 휴가를 떠날 수 없는 것도, 가족 모두가 늦게까지 잠을 잘 수 없는 것도 다 노아 때문이었다. 한 마디 말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노아가 우리 삶의 모든 부분을 차지해버린 것이다.
노아 없는 우리 집을 상상할 수 있을까? 그렇게 온 가족의 발목을 꽉 움켜쥔 채 옴짝달싹 못하게 하는 아이인데, 노아가 없는 우리 집을 상상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또 다른 무게의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본문 134쪽)
“버, 버, 버, 버, 버.”
노아가 손가락으로 고기를 집어 올린다. 어머니가 포크로 집으라고 명령하면 노아가 또 침을 뱉는다. 포크로 집어! 어머니가 엄한 표정으로 한 번 더 말하면, 그제야 포크로 고기를 쿡 찍는다. 노아가 15분 정도 걸려서 고기와 당근을 조금 먹으면, 어머니는 이제 접시에 밥을 덜어준다. 식성으로만 본다면, 노아는 딱 일본인이다. 어머니처럼 노아는 밥이 없는 식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어머니와 다른 점은 노아가 밥을 허겁지겁 입 안에 밀어 넣는다는 것이다. 볼이 터져 버릴 것만 같다. 그렇게 밥을 입 안에 우겨 넣고는 주스를 꿀꺽꿀꺽 들이마신다. 노아가 주스를 다 마시고 빈 잔을 들어 올린다.
“버, 버, 버, 버.”
어머니가 음료수를 조금 따라주면, 그것을 곧바로 들이킨다.
“잘했어, 착하지.”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 후 다시 마실 것을 따라준다. (본문 148쪽)
한 아이가 혼자 앉아 있다. 하지만 예전과는 아주 다른 모습이다. 내가 손을 내밀면, 노아는 움찔하면서 경계한다. 어머니가 이름을 불러도, 겁먹은 표정으로 일단 주위부터 두리번거리다 별다른 징후가 없다는 걸 확인하곤 옆걸음으로 다가온다. 아주 작은 기척에도 깜짝깜짝 놀라며 몸을 떤다. 이 모든 게 BMI에서 당했던 가혹한 고문의 후유증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본문 224쪽)
하지만 나는 답을 알고 있다. 누구보다 확실히 알고 있다. 자폐아를 자녀로 둔 부모들에게는 대단히 유감스러운 말이지만, 자폐증은 지금까지 등장한 어떤 의학으로도 완벽하게 치료될 수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폐증은 지금도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뇌의 세계가 우리 모두에게 제기하고 있는 숙제이기 때문이다. (본문 34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