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군신화는 일연이 지어낸 것일까
단군의 조선 건국을 최초로 기록하고 있는 책 이름은 무엇인가?
이렇게 물으면 많은 사람들이 삼국유사라고 답한다. 너무나 쉽고 상식적인 질문들이라는 듯이 그저 웃는 이도 더러 있다. 그러면 이 문제의 답을 찾기 위해 삼국유사 고조선 조 첫머리를 다시 한 번 읽어 보자.
위서(魏書)에 이렇게 말하였다.
금부터 2000년 전에 단군왕검(壇君王儉)이 있어 아사달(阿斯達)에 도읍을 정하고 나라를 열어 조선이라고 불렀으니, 요(堯) 임금과 같은 시기다.
고기(古記)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옛날에 환인(桓因)의 서자 환웅(桓雄)이 자주 천하에 뜻을 두고 인간 세상을 탐내어 구하였다. 아버지가 이를 알고 세 봉우리의 태백산[三危太白]을 내려다보니 인간 세계를 널리 이롭게 할만 했다. 이에 천부인 세 개를 주어 내려가 다스리게 했다. 환웅은 무리 3천 명을 거느리고 태백산 꼭대기에 있는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와서 ……
이를 보면 단군의 건국 사실과 그 연대를 기록하고 있는 책이 위서와 고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일연선사는 삼국유사를 지으면서 이 두 책에 실린 내용을 옮겨 적었을 뿐이다. 그러니 위의 문제에 대한 답 즉 단군의 조선 건국을 최초로 기록하고 있는 책 이름은 위서와 고기다. 위서는 중국의 역사책이고 고기는 우리나라 역사책이다.
위서는 위(魏)나라의 역사서다. 중국 역사상 ‘위’라는 나라는 여러 개 있었다. 전국시대 진(晋)나라의 대부 위사(魏斯)가 진나라를 삼분해 세운 왕조와 삼국시대 조조(曹操)의 아들 조비(曹丕)가 세운 왕조, 그리고 탁발규(拓跋珪)가 세운 왕조[後魏] 등이 있다.
이와 더불어 위서(魏書)도 여러 종류가 있다. 어환(魚豢)의 위략(魏略), 왕침(王沈)의 위서(魏書), 진수(陳壽)의 삼국지(三國志) 위서 등 10종이 있다. 이 가운데 현재 전하는 것은 왕침의 위서와, 진수의 삼국지 위서뿐이다. 현전하는 이들 위서 가운데 단군의 고조선 건국에 관련된 기록을 전하는 것은 없다.
그러나 위서 가운데에는 현재까지 전해지지 않는 것이 더 많다. 위서 중 8 종이 전하지 않고 단지 2종만 전할 뿐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비록 전해져 오지 않지만, 단군의 고조선 건국 내용을 기재한 위서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더욱이 위서에 이르기를 “지금으로부터 2천 년 전에 단군왕검이 도읍을 아사달에 정하고 나라를 개창하고 조선이라 일컬으니 요(堯)와 동시라 하였다.”는 기록에 주목하면,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건국한 서기전 2,333년으로부터 2천년 후인 서기전 300년경에 위서가 편찬되었다고 할 수 있고, 문제의 위서는 지금 전하지 않는 전국시대의 위나라로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떻든 단군왕검이 서기전 2,333년에 조선을 건국했다는 것은, 우리가 임의로 쓴 것이 아니고 중국의 역사서에 기록된 것을 일연이 그것을 인용한 것이다. 그러므로 단군의 건국을 신화라는 이름으로 조작 운운 하는 것은 당치도 않다.
일연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이승휴도 제왕운기에서 “요 임금과 같은 해 무진년에 단군이 나라를 세웠다.”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도 이 책의 첫머리에서 “국사에 의거하고, 한편으로는 각 본기(本紀)와 수이전(殊異傳)에 실린 바를 채록하며, 요순 이래의 경전, 제자백가와 사서(史書)들을 참조하여 허튼말을 버리고 이치에 맞는 것을 취하여 적었다.”고 하였다. 이승휴 역시 임의로 아무렇게나 단군의 개국연대를 쓴 것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중국의 경전과 제자백가 그리고 역사서를 참조하여 적은 것임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그리고 고기(古記)를 단순한 ‘옛날의 기록’이란 뜻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이는 아주 잘못된 것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도 전대의 여러 사서를 인용했는데, 그 중에 고기가 등장한다. 즉 고기, 해동고기, 삼한고기, 본국고기, 신라고기 등의 이름이 등장하는데, 만약 고기가 책 이름이 아닌, 단순한 ‘옛 기록’의 뜻이었다면, 여타 해동고기, 삼한고기, 본국고기, 신라고기 등의 사서 이름과 나란히 함께 세워 사용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까운 것은 고기를 비롯한 이러한 책들이 지금은 모두 전하지 않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단군의 개국을 기록하고 있는 책은 삼국유사가 아니라, 위서와 고기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새길 일이다. 그리고 ‘단군신화’라는 말에 이끌려 단군의 개국 사실이나 연대가 허황된 것이라는 생각은 그야말로 허황된 생각이다. 단국신화라는 용어는 일본 사람들이 처음 만든 말이다. 일본인들이 그 말을 만들기 전에는 아무도 단군신화라는 말을 우리는 쓴 적이 없다. 여기에는 일본 사람들이 우리의 역사를 깔아뭉개기 위한 의도가 다분히 깔려 있다.
물론 단군신화는 문학 장르로 보면 신화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신화라는 이름으로 역사서에 엄연히 올라 있는 역사적 사실까지 허탄한 사실로 덮을 수는 없는 것이다. 단군신화는 일연이 임의로 만들어 기록한 것이 아니라, 중국의 위서와 우리의 고기에 엄연히 기록되었던 사실을 인용한 생생한 기록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