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4(약평)
박순덕 시인의 시를 읽노라면 마치 상주사투리 사전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투박하고 소박하다. 꾸밈이 없다. 대부분의 시어들이 보기 좋으라고 일부러 발이 고운 체로 치거나 키로 까불러 골라 쓴 흔적이 없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계곡물이거나 샘에서 그냥 쏟아져 나온 맑은 물이다. 그래서 그의 언어에서는 소독 냄새가 나지 않는다. 그냥 삶의 현장에서 공동체라는 울타리를 존중하며 함께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내보이고 있다. 등장하는 시어들이 흔히 청승맞고, 한심하고, 민망하고, 촌스럽고, 세련되지 못함에도 시를 읽고 나면 마치 네 잎 클로버를 발견했을 때의 기분을 맛보게 하는 마력이 있다. 후덕하고 질박한 시인의 마음 바탕 때문이리라. _김재수(시인)
하이데거는 우리의 구체적인 ‘생활의 세계’가 ‘과학의 세계’에 의해 식민지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의 일상적인 생활의 영역들이 모래알처럼 버석인다. 우리는 항상 목이 마르다. 서로 부딪치며 생채기가 난다. 박순덕 시인은 형해화된 우리의 삶의 공간들을 해방시켜준다. 소, 닭 같은 가축들을 ‘우리의 가족’으로 귀환시킨다. 그 세계에는 오십 년 동안 햇빛에 널어말려도 당최 마르지 않는 예천댁이 있고, 온갖 질병을 낫게 하는 말벌들이 웅웅거리고, 앵두나무가 고양이 가족을 위해 고슬고슬 하얀 밥을 푸고, 어둑한 선술집에서는 늑대들이 컹컹거리고, 선산댁이 흰 나비가 되어 담장 위로 날아간다. 바로 나 어릴 적 보았던 고향 마을이다. _고석근(시인)
■ 차례_
제1부
소·11
버스에 광주리가 실려간다·12
사철나무 울타리·14
어머니의 닭·16
붉은디기·18
삼월·19
질척한 노래·20
당달봉사·22
공구리치다·24
헐렁한 사람·26
목련·27
사람값·28
곶감·30
마늘밭·32
제2부
봄나들이·35
저녁때·36
장 달이는 날·37
떼광우리·38
미끄덩 유월·40
기계치·41
칼물을 받다·42
선술집 늑대·43
허기·44
꽃샘추위·46
은행나무·47
간이버스정류장·48
우엉차·50
담쟁이·52
제3부
매화가 부른다·55
봄날·56
장부·57
둥둥 팔월·58
말벌과 통하다·59
호박떡·60
앵두나무 품에 들다·61
진눈깨비·62
빈 둥지·63
선산댁·64
망백(望百)·65
맨드라미·66
처마·67
구잠(九潛)·68
제4부
벽보가 붙다·73
말복·74
군대를 간다·75
입추·76
이스래기·77
정생을 만나다·78
어떤 하여가·80
내일은 비·81
부부·82
이어주다·83
호야불·84
겨울 빨래·85
늦가을·86
해설·89
시인의 말·111
■ 시집 속의 시 한 편
강릉함씨 할머니 붉은디기로 시집와
아들 형제에 딸 셋을 두셨다
천상 여자 중의 여자였던 할머닌
가르마 쪽진 머리 비단결이었다
그래서 요강도 흠집 하나 없이 매끈하다
진주강씨 어머니 붉은디기로 시집와
아들 형제에 딸 둘을 두셨다
말수가 적은 어머닌
기침 한번 편히 하지 않으셨다
오줌소리마저 정갈하였다
두 여인 살빛 흐르는 요강에
소담스러운 매화를 꽂았다
저녁노을 드리워지자
대문 열고 누가 오시는지
붉은디기 매화가 더욱 불그스름해진다
―「붉은디기」 전문
■ 시인의 말
가을바람이 불자 마디마디 호박이 달렸다. 앵두나무는 호박에게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고 넉넉하게 품을 내어 준다. 호박은 행여나 추울세라 넓적한 이파리로 앵두나무를 덮어주고.
좀 모자라면 어떤가.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넘치면 넘치는 대로
서로서로 어깨 걸고 그리 사는 거다.
나에게 스스로 눈길 주고
따뜻하게 말 건넨다.
이제 더는 춥지 말자고
외로워도 말자고.
2015년 가을 남문걸에서
박순덕
첫댓글 박순덕 시인의 첫 시집 발간을 축하드립니다. 시에 후원님께 오는 18일 전후 발송토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시인은 가까이 있는 것을 보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덕순 시인은 이러한 시의 정서를 잘 읽어내고 있는 것같습니다 시집 출간 축하드립니다
첫 시집 축하드립니다.
반가운 소식입니다. 첫 출산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 깊이 음미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