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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봉, 겨울에 더욱 힘차 보인다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라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
――― 정호승, 「희망을 만드는 사람이 되라」에서
▶ 산행일시 : 2014년 12월 25일(목), 맑음
▶ 산행인원 : 3명(킬문, 캐이, 악수)
▶ 산행시간 : 10시간 23분
▶ 산행거리 : 도상 14.4㎞
▶ 갈 때 : 동서울터미널에서 06시 50분발 용문 가는 버스 타고(버스요금 6,500원, 킬문
님과 캐이 님은 용문 가는 전철 중앙선 타고), 용문에서 택시 타고 용문사 입구
로 감(택시미터기 요금 : 10,300원)
▶ 올 때 : 가일리에서 높은산 님 만나 높은산 님 승용차로 서울(천호대교 천호동 쪽 아래)
로 옴
▶ 구간별 시간
06 : 50 – 동서울터미널 용문 행 버스 출발
07 : 50 – 용문터미널
08 : 07 – 용문사 입구, 산행시작
08 : 26 – 유격훈련장
08 : 55 – 헬기장, △537.9m봉
11 : 10 - 용문봉(963m)
12 : 25 - 926m봉 내린 안부, 점심(25분 소요)
12 : 55 - 한강기맥 ┣자 갈림길
13 : 54 - 용문산 정상 110m 직전 평상 쉼터
14 : 17 - 용문산(龍門山, 1,157m)
14 : 58 – 왼쪽으로 장군봉 ┼자 갈림길
16 : 00 - 숫고개
16 : 50 - 헬기장, 810m봉
17 : 10 - 어비산(魚飛山, △826.7m)
18 : 06 - 도로, 사기막천
18 : 30 - 가평군 설악면 가일리(可逸里), 산행종료
1. 추읍산, 양평의 마스코트다
▶ 용문봉(963m)
용문터미널에서 용문사 입구 가는 시내버스가 07시 45분에도 있었다. 좀 더 일찍 서둘렀더라
면 탈 수 있었는데 아쉽다. 이다음 버스는 08시 30분에 간다. 산행에서 30분은 크다. 그 시간
을 죽이느니 셋이서 택시 탄다. 택시 안에서도 차창 밖 스쳐지나가는 뭇 산 바라보며 공부한
다. 덕천리 고개에서 인자봉, 괘일산 넘어 도일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제법 실하다고 하여 꼭
꼭 갈무리해 둔다.
용문봉 오르는 길은 용문사 입구 버스종점에서 조계골 방향의 리치모텔 입간판 뒤 무덤 위로
나 있다. 그 옆에 모텔 입간판이 하나 더 생겼다. 환희모텔이다. 산에 들기 전에 전망 트이는
너른 주차장으로 가서 오늘 아침 더욱 고고한 설산교악의 모습인 용문산을 우러른다.
산길에 쌓인 눈이 얼었다. 발밑에서 바삭바삭 부서지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린다. 박자 유지하
며 걷는다. 평탄한 노송 숲길 지나고 산간 고개 넘어 완만한 오르막은 유격훈련장이다. 유격훈
련장은 눈 이불 덮고 동면에 들어갔다. 유격! 유격! 유격! 악 쓰는 사병들의 외침이 환청으로
들린다. 도톰하던 능선이 펑퍼짐해지고 벌떡 일어선다.
올 때마다 그리고 한겨울에도 비지땀을 걸게 쏟고야 마는 가파르고 긴 오르막이다. 겉옷 벗고
나서 어지럽도록 갈지자 그리며 오른다. 가파름은 무덤 나와도 한 피치 매듭지을 뿐 숨 돌릴
새 없이 이어진다. 가쁜 숨이 마침내 턱에 차오르고 널찍한 헬기장인 △537.9m봉이다. 삼각점
은 ┼자 방위표시만 보인다. 쉬어가자 하고 시원한 탁주로 목 추긴다. 이런 때 탁주는 맛 난다.
△537.9m봉 헬기장에서 용문봉의 사나운 옆모습 잠깐 보고 그 품에 든다. 이제나저제나 나타
나기 기다렸던 암릉이다. 왼쪽 사면 도는 산행표지기들을 못 본 체하고 직등한다. 아무렇지 않
았던 그저 아기자기했던 암릉이 이 겨울에 눈 덮고 얼어 심각한 험로로 변했다. 바위 모서리
움켜쥐고 바위 눈 쓸어 그 틈 헤집는 손맛 본다. 바로 용문봉의 매력이다.
가파른 내리막 슬랩이 설벽이라 슬링 걸고 장갑 벗는다. 손 시린 줄 모르고 내린다. 선답의 발
자국 따라 암릉을 연속하여 우회한다. 암릉을 곁눈질로 넘는 약간 섭섭한 맘을 한바탕 손맛 본
것으로 만족해야지 다독였는데 착오였다. 방금 곁눈으로 넘은 암릉은 누구도 넘을 수 없는 암
릉-여기 암릉을 타려고 장비까지 가지고 오는 사람은 없다-이었고, 눈길 선답의 발자국이 어
디론가 사라짐과 동시에 외길 암릉과 맞닥뜨린다.
여기 지나간 그간의 기억들을 모아 수북이 쌓인 눈 헤쳐 나무뿌리 찾아내고 슬링 걸어 오르고
내린다. 산행시간이 천연되는 만큼 짜릿한 스릴 느낀다. 암봉에 오르면 발아래 펼쳐지는 가경
에 밭은 침 삼킨다. 용문산이 명산인 것은 아마 저 추읍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수
많은 산 중 유난히 매끈하고 돌올하게 솟은 그러면서 단아한 모습은 아무리 보아도 질리지 않
는다. 추읍산은 용문산 일원에서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 용문산이 명당이고 명산인 이유다.
아울러 백운봉, 중원산, 도일봉의 진면목을 용문봉 오르면서 볼 수 있어 오늘 안복(眼福) 실컷
누린다. 그 중 백운봉은 도도하달까 다만 먼발치에서 경외할 따름이다. 눈이 꽤 깊다. 스패츠
찬다. 캐이 님은 비싼 오알스패츠를 찍찍이 얼른 붙여 차는데 킬문 님은 메이커 불상인 싸구려
(?) 구형이라 지퍼 채우는 데 손은 곱고 아주 애 먹는다.
이제 스패츠 찼으니 협곡이고 암릉 밑자락이고 막 간다. 눈이 깊을수록 좋다. 용문봉 정상은
바위 숭숭 솟은 암봉이다. 발돋움하여 준봉인 용문산과 백운봉 또 본다.
2. 용문산 전경, 산에 들기 전에 용문사 입구 주차장에서
3. 유격훈련장 진입하며
4. 소나무숲길
5. 뒤가 용문봉, 헬기장인 △537.9m봉에서
6. 백운봉, 용문봉 암릉 오르며
7. 백운봉
8. 앞은 용조봉, 그 뒤는 중원산 연릉
9. 용조봉
10. 용문봉 암릉에서 조망
11. 앞 왼쪽은 중원산 자락
12. 추읍산
▶ 용문산(龍門山, 1,157m)
용문봉 내리기가 어렵다. 암릉의 연속이다. 눈길 아무도 오가지 않았다. 발로 길 찾는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 이곳저곳 쑤셔보고 내린다. 용문봉을 내 혼자 왔더라면 어떠했을까? 아찔하
다. 킬문 님과 캐이 님의 동행이 아내의 기도발이 작용한 성탄절 예수님의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걸음걸음 조심스럽지만 추억으로 오래 남을 소중한 자취다.
캐이 님으로부터 뜻밖의 희소식을 듣는다. 높은산 님이 가일리에 차 대놓고 혼자서 천사봉,
문래재, 용문산을 향하고 있다 한다. 지금은 천사봉 북사면 눈길 헤치느라 무진 애를 쓰고
있는 중이다. 잘하면 높은산 님을 용문산 정상에서 만날 수 있겠고 못해도 가일리에서 만나기
로 하였다. 이에 우리의 산행행로를 마유산(유명산)에서 어비산으로 바꾼다.
948m봉 넘기가 된 고역이다. 왼쪽 가파른 사면을 길게 돌아 넘어야 한다. 대슬랩이 설벽으로
변했다. 슬링을 세 번이나 걸어 내리는데 그때마다 슬링 잡은 채 대롱대롱 매달리게 되지나 않
을까 맘 졸인다. 주릉 안부로 올라서기도 만만하지 않다. 혹시 미끄러지더라도 내 걸릴 나무를
보아둔다. 주릉의 험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면 돌던 테라스 등로는 눈 속에 묻혀 알아볼 수가 없고 꼬박 더듬어 직등한다. 926m봉 넘고
한강기맥 ┣자 갈림길 가기 전 우묵한 공터가 점심자리로 명당이다. 모처럼 오래 쉰다. 점심밥
이 킬문 님과 캐이 님은 샌드위치이고 나는 김밥 한 줄에 컵라면이다. 가뜩이나 허기진 터라
맛나지 않는 것이 있으랴. 컵라면 국물까지 비운다.
한강기맥 ┣자 삼거리를 지나고 눈이 점점 깊어진다. 바람이 눈 쓸어 모아놓은 데는 무릎을 넘
는다. 그래도 사면보다는 능선을 걷기가 낫다. 주등로는 능선을 갈아타고 가파른 사면을 오른
다. 양쪽 허벅지가 뻑적지근하게 오른다. ┤자 갈림길. 직진은 용문산을 군부대 오른쪽 철조망
돌아 넘게 되고 왼쪽은 산허리 돌고 돌아 용문산 정상으로 간다. 지난날 나는 주로 직진하다
중간에서 왼쪽 사면을 돌아 바위 협곡인 용문을 지났다.
산행표지기 안내 믿어 왼쪽 사면을 돌기로 한다. 가급적 위쪽을 향하면서 돌다보니 산행표지
기 다 놓치고 등로 개척한다. 설원을 누빈다. 너덜지대도 지난다. 용문 오른쪽 문설주일 듯한
지능선 바위 밑을 돌아 사면 치고 오른다. 땀난다. 용문 입구에 다다라 용문산 정상 직전의
평상 놓인 쉼터가 보이기에 잡목 숲 뚫어 그리로 간다. 용문산 정상 110m. 데크계단 내쳐 오
른다.
용문산 정상. 군데군데 경점을 다 들리며 일단 카메라 셔터부터 눌러댄다. 높은산 님은 문례재
삼거리를 지난다고 한다. 용문산 정상까지 우리 걸린 시간인 1시간 20분 남짓 걸릴 것이라 서
둘러 정상주 탁주 마시고 어비산을 향한다.
13. 용문봉 가는 도중 암봉
14. 멀리 가운데 오른쪽은 우두산, 왼쪽은 고래산
15. 앞은 중원산 연릉, 그 뒤는 도일봉
16. 백운봉, 그 왼쪽 뒤는 양자산
17. 추읍산, 용문봉에서 조망
18. 용문봉 약간 내린 공터에서 조망
19. 백운봉
20. 용문산
21. 앞은 중원산 연릉, 그 뒤는 도일봉, 그 뒤 왼쪽은 한강기맥 소리산
22. 용문산
23. 추읍산, 용문산 일원에서 바라보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지 않을까?
▶ 어비산(魚飛山, △826.7m)
용문산을 올라온 데크계단 그대로 내려 ┣자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용문산 산허리 돈다. 아
침에 용문산은 설화 만발한 화원이었다. 설화가 더러 남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용문산을 다
녀갔다. 눈길이 훤히 뚫렸다. 얇은 산줄기 4개 가로질러 왼쪽으로 장군봉 가는 ┼자 갈림길이
다. 1,150m봉 쪽으로 살짝 올랐다가 용문산 서릉을 내린다.
배너머고개 갈림길로 내리는 걸음마다 경점이다. 유장한 남한강이며 불쑥한 청계산이며 운길
산, 문안산, 마유산, 어비산, 중미산, 삼태봉, 통방산, 곡달산, 운악산 등등 짚다보면 마을은 과
연 한갓 의질(蟻垤, 개미집)에 불과하다. 배너머고개 ┣자 갈림길에서 오른쪽 군사도로 따라
내려간다. 도로에 눈은 말끔히 치워졌다. 용문산 군부대 영외거주자들이 옥천에서 출퇴근하기
때문이란다. 캐이 님은 그런 것도 안다.
군사도로는 산굽이 몇 차례 돌다가 길게 내린다. 산골짜기 용천 노블레스 빌이 마을이다. 숫고
개는 두명안 마을 가기 전 삼거리에서 오른쪽 도로로 간다. 오름길이다. 두 피치 올라 숫고개
고갯마루다. 어비산 가는 길. 지난 봄 금홍횡단 11구간 때 지났던 길이다. 눈 오고 나서 아무도
가지 않았다. 첫 눈길 내는 재미 본다.
740m봉을 한 피치로 오르고 쓰러진 거목들을 요리조리 피해 서진하였다가 야트막한 안부에
서 북진하여 720m봉을 오르고 주춤했다가 남서진하여 길게 오르면 헬기장인 810m봉이다.
주변 산릉이 온통 낙조로 물든다. 사뭇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발걸음이 급하다. 줄달음한다. 눈
은 발목을 넘어 지치기 딱 알맞다.
┣자 갈림길 안부. 오른쪽은 가일리 2.5㎞, 어비산은 직진 0.2㎞다. M2산악회에서 눈길을 뚫
었는데 길 낸 상태로 보아 대부대였다. 스퍼트 낸다. 어비산 정상. 휑하다. 이번에도 해 지기
직전이다. 킬문 님, 캐이 님과 함께 산행하면 번번이 이런다. 작년 봄 쑥굿봉에서도 그랬고 지
난 가을 복두산에서도 그랬다. 어비산 에워싼 백운봉, 용문산, 중미산 둘러보고 하산한다.
헤드램프 준비하고 아이젠 맨다. M2산악회에서 낸 길로 간다. 아이젠을 매니 미끄러질라 발걸
음에 신경 쓰지 않아서 좋다. 성큼성큼 걷는다. 골짜기라서 곧 어두워진다. 불빛 비춰 이정표
들여다본다. 가일리 1.8㎞. 다시 1.2㎞. 도로에 내려선다. 마을은 한참 가야 한다. 멀리 마을 가
로등이 반갑고 이어 개 짖는 소리도 반갑다.
그러니까 높은산 님을 2010년 4월 해남 주봉, 투구봉을 갈 때였으니 거의 4년 만에 만난다.
반갑다. 높은산 님은 부천에서 새벽에 여기 가일리로 차 몰고 와서 혼자서 천사봉을 북사면으
로 올랐다. 눈이 깊어 혼쭐났다고 한다. 대처인 설악면으로 간다. 지난봄에 더산 님과 들렸던
설악터미널 앞 정육점 식당에 가서 소주잔 들어 오늘 산행을 결산한다.
24. 마유산(유명산), 용문산 정상에서
25. 천사봉(문례봉, 폭산)
26. 앞이 우리가 넘어온 용문봉
27. 추읍산, 용문산 정상에서
28. 마유산, 대부산, 청계산, 청계산 뒤는 예봉산, 운길산
29. 어비산, 마유산, 중미산, 앞은 용문산 서릉 1,131m봉
30. 왼쪽은 남한강, 오른쪽 맨 뒤는 운길산, 그 앞은 청계산
31. 어비산 전위봉인 810m봉, 뒤는 용문산
32. 해거름의 용문산, 어비산 정상에서
33. 중미산, 어비산 정상에서
첫댓글 리딩하시느라 수고많았슴다. 지역특산물까지 맛난집 소개해 주시공 새해에도 무탈산행 이어가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