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특수 군사작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러 양국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직접 연결 교통 수단인 카페리 '이스턴 드림'호를 타고 한국에 온 러시아인 16명이 입국 거부 조치로, 이스턴 드림호내에 발이 묶였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 입국을 거부당한 러시아인들에 의해 현지 언론의 보도로 알려졌다. 동해시 출입국 당국 측은 러시아인들의 실제 여행 목적이 입국 서류에 명시된 목적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인들의 입국 거부 사태는 서방 측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한국과 러시아 간의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블라디보스토크항에서 이스턴 드림호에 탑승하는 러시아인들/바이러 자료사진
블라디보스토크항에 정박한 이스턴 드림호/바이러 자료사진
주한러시아대사관은 22일 러시아 국영 타스 통신에 "한국의 출입국 당국이 전날 자국민 16명의 입국을 거부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며 "한국 당국과 접촉해 사건 정황과 관련한 설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에는 여전히 무사증(비자) 입국 제도(전자 K-ETA 발급)가 시행되고 있지만, 관련 협정에 따라 입국 심사시 별다른 설명없이 현장에서 상대국 국적자의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
러시아 대사관 측도 한국의 이같은 권한을 인정하면서 “영사부장(총영사 격)인 로만 비코프 참사관이 동해항으로 가 출입국 당국자들과 러시아 시민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우라.ru 등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카페리호(이스턴 드림호)를 타고 21일 동해항에 도착한 러시아 단체 관광객 10~20명은 입국을 거부당해 사실상 선실에 갇혀 있는 상태다. 이들은 여객선 내·외부와 차단된 선실에 머물며, 귀국편 여객선이 출발할 때까지 생활하겠다는 서류에 반강제로(?)서명했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전자 K-ETA를 발급받고 블라디보스토크항을 떠났다"며 "한국의 입국 거부 조치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에 불만을 터뜨렸다.
1주일 전에도 러시아인 14명이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하고 선내에서 생활하다 러시아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굳이 이 사건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한-러 관계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에 따라 계속 악화일로를 걷는 듯한 분위기다.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의 브리핑 모습/현지 TV 채널 영상 캡처
한국 정부(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일 제35차 전략물자수출입 고시를 통해 러시아와 이웃 벨라루스로 수출되는 비(非)전략 물자 중 군사적 목적으로 전용할 가능성이 높아 원칙적으로 수출을 금지하는 상황허가 대상 품목을 243개 추가해 총 1천402개로 늘렸다.
러시아 측은 11일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이를 "적대적인 조치"로 규정하며 "러시아와의 무역·경제 관계를 더욱 악화하고, 실질적인 분야에서 여전히 가능한 양자 관계의 유지에도 명백히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앞서 데니스 만투로프 러시아 제1 부총리는 10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2년 러시아를 떠난 해외 자동차 제조사들이 러시아 시장에 복귀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들(외국 자동차 회사들)은 문을 '쾅 닫고' 도망갔다"며 "'돌아온다'는 옵션을 달았지만 그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지목한 외국 자동차 기업은 르노와 닛산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은 6년 내 매각한 자산을 재매입한다는 옵션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차는 2022년이 아닌 지난해 12월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을 러시아 업체에 매각하면서 '2년 내 공장을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조건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도요타와 폭스바겐은 아예 재매입 옵션을 포함하지 않았다
주목할 것은 현대차가 지난 8월 제네시스 브랜드를 포함해 17건의 상표등록을 신청했다는 사실이다. 러시아 관련법에 따르면 상표 권리자가 3년간 사용하지 않을 경우, 상표는 취소될 수 있다.
모스크바주 가전 공장 가동을 중단한 LG도 최근 화장품 브랜드 '오휘'(OHUI) 상표 등록을 신청했다. LG전자의 주력 제품인 TV와 세탁기 등의 상표도 시한이 마감될 즈음에 재등록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외교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한러 관계의 관리는 우리뿐 아니라 러시아 측에서도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