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위기를 기회로!' 추신수에게 가장 필요한 말일 듯하다. ⓒ gettyimages/멀티비츠 |
‘위기의 남자’ 추신수입니다^^. 5월부터 살아나기 시작한 타격감이 신기하게도 6월 접어들면서 또 다시 꼬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어제(24일) 허리 통증이 발생하면서 오클랜드전에 출장하지 못했습니다. 23일 하루 휴식일이었는데 그 날 오후부터 허리에 통증이 시작되더니 24일 경기장으로 출근할 무렵에는 그 강도가 점차 더해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급히 부황 뜨고 클럽하우스에서 팀 닥터가 처방한 침을 맞고 누워서 휴식을 취했습니다. 팀 닥터의 말에 의하며 허리가 뭉친 것 같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달라스에서 LA, 그리고 시카고로 이어지는 긴 여정이 적잖은 스트레스를 준 것 같다는 의견을 덧붙였습니다.
하긴 우리 팀 선수들도 지난 주 원정 스케줄에 대해선 불만이 한가득이었습니다. 비슷한 지역도 아니고 중부와 서부, 그리고 시카고를 넘나드는 일정에다 시카고에서 열린 3차전 중 두 게임은 낮 경기로 열리는 바람에 선수들의 휴식이 절대 부족이었습니다. LA에서 밤 늦게 경기를 마치고 자정이 넘어 LA 공항을 출발, 시카고의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7시.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겨우 눈을 부치고 1시에 일어나서 경기장으로 출근하니 몸이 녹초가 된 상태였습니다. 그 다음날은 오후 1시 경기. 뜨거운 햇볕이 내리 쬐는 외야에 서 있다 보면 정신이 몽롱해지기 십상이었습니다. 이러다 쓰러질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으니까요.
무리한 원정 탓인지, 아니면 제가 몸 관리를 잘 못해서인지, 결국엔 허리 통증이 발생됐고, 현재 치료 중에 있습니다. 허리가 삐끗한 게 아니라 뭉친 거라 치료 받으면서 제대로 휴식을 취하다 보면 곧 회복될 것으로 믿습니다.
요즘 야구가 잡힐 듯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상황의 연속입니다. 드실즈의 부상으로 리드오프를 맡고 나서 제 기록보다는 팀이 득점을 올릴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한 플레이로 자책만 하고 있습니다. 제가 잘하고 팀이 못하면 팀 성적 때문에 온전한 기쁨을 느낄 수 없었는데, 제가 못하고 팀이 잘하면, 그 또한 기쁨이 배가 되지 않는다는 걸 새삼 깨닫고 있는 중입니다.
작년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고 변명이라도 댈 수 있었지만, 올해는 과연 무엇 때문에 지금의 성적 밖에 올리지 못한다고 얘기를 해야 할까요. 이렇게 안 될 수도 있나 싶고, 제가 어떻게 행동하는 게 맞는 방법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돈 많이 받는 선수가 성적을 내지 못할 때 흔히 배가 불러서 그렇다는 얘기를 합니다. 그런데 제가 겪어 보니 그 말은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돈을 많이 받을수록 야구를 더 잘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입니다. 몸값을 못한다는 자책감이 두 세 배 이상으로 더 크기 때문에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고, 그래서 인정받고 싶은 거니까요.
좋지 않은 일이 생길 땐 습관적으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 합니다. 이것도 자주 하면 ‘약발’이 떨어지는 건지 노력으로 애쓴 ‘긍정’은 별다른 효과가 없었습니다. 거대한 비난 속에 파묻혀 있어도, 그래서 괴로움이 물밑 듯해도, 이 또한 제게 와 닿는 부분이 크지 않습니다. 이젠 주위의 평가나 비난에 상처받을 나이는 지났으니까요. 누구보다 제 자신이 ‘야구선수 추신수’를 인정해야 야구가 더 재미있고, 야구 속에 있는 삶 자체가 행복해 보입니다.
지난 번 텍사스 알링턴 글로브라이프파크에서 열린 ‘한국인의 날’ 행사 때 사인회를 통해 많은 한인 팬들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사인만 받고 가신 분들도 계시지만, 그중에는 제게 이런저런 당부와 부탁, 응원의 메시지를 남긴 분들도 많았습니다.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제가 힘들 때 같이 힘들어 하고, 제가 기쁠 때 같이 기뻐하신다는 말씀에 큰 힘이 됐습니다.
저도 제 경기에 만족하지 못하는데, 지켜보는 분들은 오죽할까요. 비난도 충고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지금 성적으론 욕 먹어도 뭐라 말할 입장 아닙니다. 제대로 맞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욕만 먹고 주저앉아 있는 건 저 답지 않으니까요. 제 인생은 평범한 걸, 편한 걸, 칭찬받는 걸 거부하는 모양입니다. 조금 나아질 만하면 한 번씩 시련을 겪게 하니 말입니다.
*이 일기는 추신수 선수의 구술을 정리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