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3시
엄마는 내 옆에서 잠을 주무신다
평온허지만 내 속은 불안하다
낮에 주무시곤 밤새 잠을 안주무실까봐서다
시골의 아침은 해가 뜨면서 시작해 분주해진다
개밥을 주고 물을 주고
쓰레기들을 정리하고
밥 챙겨 먹고 나면 할일이 없어져
갑자기 시계가 느려진다
엄마는 20년 전 이야기를 했다가
다시 50년 전 이야기를 했다가
현재로 돌아와선 내가 해 주는 밥이 맛있다고 했다
엄마를 입원시키는 날
우리 6남매는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엉엉 울고 있었다.
89세인 노인네가 입원하고 퇴원하는 일이
뭐 그리 울 일이냐고 할지 몰라도
그동안 몸이 허약하거나
감기가 좀 심해져서 입원을 한 적은 있었지만
그리 크게 아픈 적도 수술한 적도 없어서
우리 모두 건강하게 나이드심에 감사하고 있었다.
그런 엄마가
길고 더운 여름을 보내며 우울감이 생겼고
마을회관에 가거나 티비를 보거나 하는
시간때우는 일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뭘해도 재미가 없어~입맛도 없고'
그러다가 같이 사는 막내와 갈등이 생겼는지
밥도 안먹고 약도 안먹고
종일 일만하며 초기치매증세를 보였다
뇌관련 약을 드시다가 끊으면
'섬망' 증세가 생긴단다
정신과 의사는 치매보다 조증이 의심된다는데
일종의 조현병 비슷한 거라 보면 된다.
인지력저하. 판단력저하가 나타나며
곁에 있는 사람에게 분노를 표하고.
난폭해지며 공격적이 된다
우리 남매들이 일년에 한번 모여 김장하는 날
엄마는 우리가 알던 엄마가 아니었다.
악령에 씐듯
방에 있는 모든 물건을 꺼내고 던지며
욕설과 함께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아연실색한 우리는
엄마가 지쳐 쓰러지길 기다렸으나
밤새 문을 걸어잠그고선 서랍속의 물건을 꺼내
밖으로 던질때만 문을 잠깐 열곤 했다
몇번 말리다가 지친 우리는 그냥 두었는데
아침에 방문을 열고 나와선
나를 밤새 가두고 지들끼리만 쳐먹는다며
막말을 퍼부었다
엄마의 상태를 확인한 요양병원의 관계자들은
고개를 저으며 돌아갔고
전화로 상담한 요양원들도 다 받아줄 수 없다고 했다
마지막에 갈 곳은 한 곳 뿐이었다
'정신병원 폐쇄병동'
칼을 꺼내들고 불을 지르겠다고 말하는 엄마,
인지가 안되고 뇌가 아픈 엄마를
우리 힘으로는 감당이 안되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했다.
엄마는 읍에 뭐 사러 가는 줄 알고
따라 나섰다가 그 길로 병원에 강제입원되었다
보호자 2명의 사인이 필요해
오빠 둘이서 사인을 하고
묶을 수도 있다는 조항에 동의를 했다.
평생 할머니 아부지 병수발 다 하고
이제 당신이 병수발을 받아야 하는 연세인데
폐쇄병동이라니..
그 순한 양반이..
며칠을 울면서 어찌 보냈는지도 모르겠다
면회금지가 풀리고
처음으로 여동생이 면회를 갔을 때
영상으로 본 엄마는
진정제가 독했는지 무기력하게 보였다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퇴직준비를 했다
엄마랑 같이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 손으로 밥 한끼
목욕 한 번 해 드리는 일이 숙제로 남지 않아야했다
그 기회를 놓치고 평생 가슴치진 말아야했다
그건 엄마를 위한다기보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남아 있는 나를 위한 일이기도 했다
겨울에 해가 저물면 긴긴 밤의 시작이다
안보던 티비를 틀어서 여기저기 돌려봐도 별로고
약 기운에 주무시던 엄마가 벌떡 일어나
빈 손짓으로 서랍의 물건들을
꺼냈다가 담기를 반복하지만 그냥 내버려둔다
옷과 양말이 섞이기로 뭔 대수랴
전엔 꺼내기만 하더니 이젠 대충 정리도 하신다
나를 힘들게 하는 건
옷을 주섬주섬 입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실 때다
뭐 하러 가냐고 물으면
장독의 간장을 달여야 한단다
밖에서 불을 때야 하는 커다란 솥단지를
꺼내려 할 때마다 말리느라 힘이 든다
'엄마 돌아가실 때까지 먹을 간장 있어 엄마!'
말해도 내일이면 또 옷을 주섬주섬 입으실게다
다행한 건 밥도 잘 드시고 약도 잘 드신다는 거다
저녁준비나 해야겠다
오늘 메뉴?
(굴넣은 무볶음. 조기매운탕. 시금치나물)
첫댓글 어쩔까 그힘듦을
어쩔까 그아림을
어쩔까 그 그리움을..
헤어진단다는거 아파서 헤어진다는거
너무 속이빨개지는 느낌이야
암쪼록 엄마의 심신이 조금이라도
안정되길 바래
제인 하는만큼해 .. 너두 지칠라..
참 힘들고 아픈 하루들이 되겟구나
맛나게 저녁먹고
고마워~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야ㅠ
어머니가 치매에 걸린 선배가
이런저런 시도를 다 해보곤
그러더군..
버티기 위해서
옆집 할머니려니.. 한다고
잘하고 있는 선배야..
그렇게 장기전에 돌입했어~
모쪼록 건강 챙기고
잘 헤쳐 나가길 바래..
그래.
이런 일이
비단 우리엄마뿐이겠나
나도 오래는 못하고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할밖에.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다
나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
힘내고 체력전이야 ~
잘 먹고 지치지 않게 엄마 잘 보살펴 드려 ~
두살 아이처럼 넘어질까 불안해서
졸졸 따라다닌다니까..
아침 안먹던 내가 엄마 챙기면서
세끼를 꼬박 먹으니 살이 찌고 있어ㅠ
@제인lee꽃비 살쪄도 잘 먹어야 한다 ~
제인이도 어머니도 ~
마음이 아프네 울엄마도82세 점점쇠약해지시고 하는데~~~걱정이다.
제인이 얼마나 마음이 아플까~~~
나이를 먹는것이야 어쩔수 없지만 치매는 안와야하는데 제일 두렵다
무슨 위로의. 말이 필요하겠어~~~그래도 너무 지치지는 말길~~~
엄마가 올해도 텃밭농사를 지으셨거든.
그래서 별 걱정을 안했는데 갑자기
이렇게 쇠약해지셨네.
힘내십시오
고마워요~~
먹먹함이 내 심장을 조여오는것같아
엄마라는 큰 단어
무어라 표현못하겟지만 최고보다는 최선을 다해주길 바라고 지치지 않길 기도할께~~
엄마는 하느님 대신이라잖어
가시는 날까지 몸과 맘이 편안했음 좋겠어
많이 힘들겠다
엄마의 본마음이 아닐건데
아픈 엄마를 보는 자식들도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치매라는 병이 그만큼 무서운 병이다
그래도 계실때 최선을 다하자
후회되지 않게....
힘내라 칭구야~
이제 5일 지났는데 한달은 된 것 같어
일을 안하니 몸은 편한데
마음이 힘드네
댓글을 썼다 지웠다를 반복... 화내실땐 살살 달래서 다른 이야기를 하거나 놀이를 하거나 하면 배회증상도 폭력증상도 경감이 될꺼야 울엄마 간병할때 많이 썼던 방법이야 신경과 약은 드시고 있어? 드시면 배회증상과 반복증상이 개선될꺼야 재은아 힘내
응 고마워~
이병원 저병원에서 받은
약을 잘 드시고 있어
이야기만 잘 들어줘도 좋은 거 같애
@제인lee꽃비 알아서 잘하겠지만 많이 안아드려 신체적 접촉을 하는것도 좋다고 하더라구 곁에 있음 재은이 안아주고 토닥여줄텐데 지치지 않게 숨 쉴 공간은 마련하구 눈에 선하고 그 과정을 알기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말야 ...
나도 댓글을 썼다 지웠다 ..
뭐라고 말을 해야 아픈 너의 마음에 위로가 될까.
우리 엄마도 요양원 가시기 전, 밤새 옷장문을 열어놓고 이옷 저옷 다 끄집어 내 놓고 잔칫집 간다고 오래된 한복도 입으시고 그랬지 ㅠ
그래도 밥은 잘 드신다니 다행이다
너도 밥은 잘 먹고 기운내
엄마와 함께 할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벌려면
우리도 급하게 등급신청하고
요양원을 알아보고 있긴 한데
고민이 많네
댓글쓰기란 눌러놓쿠 한참 멍~~하다..
이건 재은이만의 일은 아니야.. 부모계시면 다 걱정되는 부분이지..
내 엄마니깐 힘이들어도 힘을 내는거지..
가시면 니맘이 그나마라도 이 힘들었던 시간이 조금이나마 아프지만 위로가 돼줄꺼야...
에휴... 뭐라해야할지 내맴도 무겁다..
루루야 고마워
친구들의 많은 위로를 받으니 힘이 나네
오늘은 미용실에 다녀왔어
힘들겠다 친구야
그런데 나도 엄마를 보내고나니 잘못한것만 생각나드라.
어쩌겠니ㅠ
우리 엄마인걸
친구는 먼저 겪었구나
늦었지만 위로의 말을 전해
엄마를 보낼일이 겁이 나네 ㅠㅠ
힘내요^^~
고마워 마음아~
평안한 저녁 되기를...
굴 무 볶음 맛나것다.
며칠 지나니 서로가 적응이 되네
오늘은 들깨토란탕을 끓였는데 성공한 듯..ㅎ
마음이 너무 아파 아무말도 하지못하겠다
힘들겠지만 살아계실때 후회없이 모시기를
넌 이미 잘해내고 있는것같아
조금만 힘내자
고마워~ 오리궁뎅이야~
멀리 살아서 자주 찾아뵙지 못한 내가
처음으로 오래 있는 거 같아
아. . 재은아. .
꼭 안아줄께
응 지영아 올만이야
그래 나 좀 안아주라 ㅠ
쉽게 댓글은 쓸 수가 없어서
읽고 또 읽고...
두손 잡아줄게..ㅜㅜ
고마워 다미아
우리도 늙어지면 겪을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겁네.ㅠ
글을 읽는데 마음에서, 댓글을 읽는데 눈에서 눈물이 나네 제인.
올해도 텃밭 농사를 지으시던 엄마가 급격하게 증세가 심해지셨네 ㅠㅠ
그저 아프겠다는 말 밖에 못하겠네 몰라 자꾸 눈물이 나네...
올만이야 꽃보다야
엄마집에서 엄마랑 밥 먹으면서도 슬프네ㅠ
잠을 잘 못 주무셔서 수면제를 처방받았는데도
잘 안듣는지 계속 자다깨기를 반복해.
어젠 엄마 주무시길래
막내랑 한잔하며 또 한참 울고..ㅜㅠ
토닥토닥. 힘내 ..
우리나이가 열심히 일 하면서도
자식들 키워놓고나니 이젠
부모님 모시는 문제가 남았더라고..
친정엄마가 우리집에 오신지
한달되었는데 난 행복한거네 .
거동만 좀 불편하시지
정신도 건강하시고 식사도 잘하셔서
그런엄마를 바라보면 아이처럼 예뻐 .
재은아..
힘들겠지만 내 앞에 계신다는거에
위안받기를..
평생을 고생하신 어머님 더이상 나빠지지 않기를 기도할께 .
그래 풀닢아
어머니 정정하셔서 걱정이 덜하겠다. 다행이야
나두 엄마가 막내랑 같이 살아서 별 걱정없었어
오늘은 통 약발이 안 받네. 안 주무셔 ㅠ
작년까지 재은이랑 계곡으로 피서도
가셨다고 글에서 본 거 같은데
왜 갑자기 그런증상이 왔을까ㅠ
재은이 말대로
돌아가신 다음에
내 가슴에 한이 되지 않도록.....
에고 맘이 짠해서
무슨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어
재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