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펄프픽션』은 21세기 대한민국식 펄프픽션을 정립해보고자 기획된 앤솔로지다. 우리시대 젊은 문학을 이끌어가는 작가 조예은, 한국 블랙코미디의 최전선에서 각종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류연웅, 명실공히 SF계의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 홍지운, 다양한 장르를 변주하며 정르문학을 선도하는 이경희, 청소년 소설과 동화에서 SF의 족적을 남긴 최영희.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현시대 장르문학을 선도하는 다섯 작가들이 만들어낸 21세기식 ‘펄프픽션’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햄버거와 얽힌 학원괴담, 한국에서 노동을 하는 뱀파이어, 느닷없는 외계인 출현, 조직폭력배, 알고보니 오컬트적인 기이한 능력을 쓰는 지하철 노인들, 살인청소로봇 등, 흔히 B급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소재가 이 앤솔로지에서는 각 작가들의 손에서 한국적 상황과 걸맞게 자유자재로 쓰이고 있다.
목차
햄버거를 먹지 마세요
떡볶이 세계화 본부
정직한 살인자
서울 도시철도 수호자들
시민 R
저자 소개
조예은
제2회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서 『오버랩 나이프, 나이프』로 우수상을, 제4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에서 『시프트』로 대상을 수상했으며 최근작으로는 안전가옥의 첫 번째 장편소설 『뉴서울파크 젤리장수 대학살』이 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해 고민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 중이다.
류연웅
근본 있는 Z세대. 인문계도 실업계도 싫어서 낭만적 도피처로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에 진학한 뒤로 꿈이 생겼다. 소설을 써서 대학도 가고, 돈도 벌었다. 자전소설 『내가 나이에 따라 변할 사람 같냐』를 독립출판물 형태로 만들고, 안전가옥과 함께 오디오북 『류연웅 단편선』도 출시했다. 현재 한국 문학판에서 ‘블랙코미디’ 장르를 개척해 내겠다는 꿈과 함께, 정말이지 열심히 쓰고 있다.
홍지운
영화배우 김꽃비의 팬, SF 작가. 본명 홍석인. 오랫동안 필명 dcdc로 활동해왔다. 『무안만용 가르바니온』으로 제2회 SF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구미베어 살인사건』과 『월간주폭초인전』 등의 단편집을 여러 권 냈다. ‘덴마 어나더 에피소드 시리즈’ 『물리적 오류 발생 보고서』, 『별을 수확하는 자들』, 『무간도 가이아의 성소』를 쓰기도 했다. 『근방에 히어로가 너무 많사오니』, 『우리가 먼저 가볼게요』, 『이웃집 슈퍼히어로』, 『냉면』 등 다수의 앤솔로지에 작품을 실었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 만화컨텐츠스쿨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경희
죽음과 외로움, 서열과 권력에 대해 주로 이야기한다. 환상문학웹진 [거울] 필진.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가 황금가지 제4회 타임리프 공모전에 당선되어 데뷔하였고,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으로 황금가지 제6회 작가프로젝트 공모전, 「χ Cred/t」로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을 수상했다. SF와 판타지 양쪽에서 활동 중이며, 대표작으로는 『테세우스의 배』, 「다층구조로 감싸인 입체적 거래의 위험성에 대하여」, 「마음 여린 땅꾼과 산에 깔린 이무기 설화」, 논픽션 『SF, 이 좋은 걸 이제 알았다니』 등이 있다.
첫 번째 장편소설 『테세우스의 배』가 2020 SF 어워드 장편 부문 대상에 선정되었다. 동양 판타지와 시간여행이 뒤섞인 단편 「꼬리가 없는 하얀 요호 설화」가 2019년 황금가지 타임리프 공모전에 당선되었고, 단편소설 「살아있는 조상님들의 밤」은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에서 ‘2019 올해의 SF’에 선정되었다.
그는 SF와 판타지의 팬보이로 10대를 보내며 오랜 세월을 방황한 끝에 작가를 꿈꾸게 되었고, 1980~1990년대 걸작 애니메이션과 만화들, 〈스타트렉〉 에피소드들, 톨킨과 이영도, 르 귄과 젤라즈니, 알프레드 베스터와 코드웨이너 스미스, 듀나, 배명훈, 곽재식, 김보영, 이서영 등 위대한 장르의 발자취를 추적하며 자신만의 샛길을 발견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한·중·일 아시아 설화 SF 프로젝트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앤솔러지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에 참여했다.
최영희
2013년 [어린이와 문학]으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꽃 달고 살아남기』로 2015 제8회 창비청소년문학상, 단편소설 「안녕, 베타」로 제1회 한낙원과학소설상, 단편소설 「그날의 인간병기」로 2016 SF어워드 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단편소설 「침출수」가 제7회 황금가지ZA문학상 우수작에 선정되었다. 지은 책으로는 『구달』, 『너만 모르는 엔딩』, 『알렙이 알렙에게』, 『인간만 골라골라 풀』, 『너만 모르는 엔딩』, 『검은 숲의 좀비 마을』 등이 있다. 청소년 테마 소설 『성장의 프리즘』에 「돌부리」를 수록했다.
출판사 리뷰
조예은 류연웅 홍지운 이경희 최영희…
21세기 대한민국 작가들의 손에서 재탄생한 ‘펄프픽션’
펄프픽션Pulp Fiction은 20세기 초반에 유행했던 싸구려 잡지인 펄프매거진Pulp Magazine에 실리는 소설을 뜻했던 용어로, ‘싸구려 소설’ 혹은 ‘삼류소설’을 의미한다. 소설의 질적 수준을 뜻하기도 했으나, 시대가 지나며 주류문학의 협소한 기준에서 벗어난 다양한 양태의 소설(특히 장르소설)을 조롱하는데 오용되기도 했다. ‘B급 영화’가 이제는 삼류 영화나 싸구려 영화 아니라 ‘주류 소제가 아닌’ 영화의 의미이자 하나의 장르작 형태로 확장되었듯, ‘펄프픽션’ 또한 재발굴될 필요가 있다. 『펄프픽션』은 21세기 대한민국식 펄프픽션을 정립해보고자 기획된 앤솔로지다.
우리시대 젊은 문학을 이끌어가는 작가 조예은, 한국 블랙코미디의 최전선에서 각종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있는 류연웅, 명실공히 SF계의 독보적인 스타일리스트 홍지운, 다양한 장르를 변주하며 장르문학을 선도하는 이경희, 청소년 소설과 동화에서 SF의 족적을 남긴 최영희.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현시대 장르문학을 선도하는 다섯 작가들이 만들어낸 21세기식 ‘펄프픽션’의 세계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학원괴담, 뱀파이어, 조직폭력배, 동양 오컬트, 살인 청소로봇…
장르문학을 이끌어나가는 다섯 작가의 시선으로 해석된 키치와 마이너
이 앤솔로지의 첫 번째 테마가 ‘펄프픽션’이라면, 두 번째 테마는 바로 ‘마이너’이다. 펄프픽션이 그간 협소한 기준 아래 장르문학을 저속한 것으로 격하시키는데 오용되어온 역사를 생각했을 때, 주류문학의 기준에서 마이너 취급을 받아온 장르와 스타일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그들이 말하는 ‘저속한’ 장르 속에서 새로운 의미, 그들이 발견해내지 못한 의미를 발굴해 드러내 보이는 작업이 바로 이 펄프픽션 앤솔로지의 목적이기도 하다.
햄버거와 얽힌 학원괴담, 한국에서 노동을 하는 뱀파이어, 느닷없는 외계인 출현, 조직폭력배, 알고보니 오컬트적인 기이한 능력을 쓰는 지하철 노인들, 살인청소로봇 등, 흔히 B급 영화에서나 등장할 것 같은 소재가 이 앤솔로지에서는 각 작가들의 손에서 한국적 상황과 걸맞게 자유자재로 쓰이고 있다.
동시에 ‘마이너’는 우리시대에서 충분히 대변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뜻하고 있기도 하다. 즉 이 앤솔로지에서 키치한 요소들은 우리시대의 마이너들이 오로지 마이너들로 남을 수 없게 되는 상황, 사회가 그들을 약자의 위치로 몰아내는 상황을 풍자한 기획이기도 하다. 재수학원에서 꿈을 이뤄보려 하지만 오히려 무기력해지기만 하는 청소년들, 무급에 가까운 노동으로 이용만 당하는 뱀파이어, 조직폭력배에게 팔려온 조선족 여성, 사회의 언저리에서 갈등하는 노인들, 성공한 사업가 아래서 탄생한 청소로봇을 유일하게 이해하는 청소노동자… 2020년대 한국, 우리시대를 살아가는 마이너가 펄프픽션적 요소에서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우리 시대 사회풍경을 풍장한 블랙코미디와 펄프픽션 장르의 결합.
키치한 사회풍자가 찾아온다
◆류연웅 「떡볶이 세계화 본부」
한국에서 가장 맵고 맛있는 떡볶이를 만드는 우리의 주인공 김신전. 그는 영국에서 내한한 배우들에게 무심코 떡볶이를 먹였다가… 너무 매워서 배우들이 즉사하고 만다. 우연한 사고였지만 대중의 질타로 떡볶이 장사를 접고 일용직 노동자로 살아가는데. 그에게 찾아온 국정원 요원. 영국에서 김신전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말인즉슨 영국에서 활개 치는 뱀파이어들에게 피로 만든 떡볶이인 척, 겁나 매운 떡볶이를 먹여 죽여 달라는 것이었는데…!
◆홍지운 「정직한 살인마」
어둔 새벽. 외딴 저수지를 찾아가는 나. 자동차 트렁크에는 조직폭력배의 시체가 들어 있다. 내가 시체를 저수지에 버리고 가려는 순간, 굉음과 함께 거대한 쇳덩어리가 등장해서 말한다. “선생님께서 떨어뜨린 시체는 이 금으로 된 시체입니까, 아니면 이 은으로 된 시체입니까?” 쇳덩어리는 자신이 행성 크루통에서 온 외계인이며, 정직하게 대답하지 않을 시 죽음을 맞이할 거라고 한다!
나는 과연 한 치의 거짓도 없이 대답하여 금 시체와 은 시체를 포상 받을 수 있을까?
◆이경희 「서울 도시철도의 수호자들」
고객과의 싸움으로 사고를 밥 먹듯이 치는 한나. 팀장은 특급 민원인 이명헌을 종일 응대해주면 이제까지 일은 없던 셈 치고 특별 수당까지 준다고 한다. 한나가 보기에 이명헌은 어느 꼰대 할아버지들과 다를 바가 없어보이는데… 마침 지하철이 멈추는 사고가 일어나고, 이명헌은 ‘태극’의 기운이 시청 앞 광장에 모이고 있는 게 원인이라고 한다. 즉 광장의 태극기 시위는 한양에 잠든 용을 깨우기 위해 누군가 태극의 균형을 흐트러트리고 있다는 건데…! 할아버지의 지나친 상상이라고 생각하는 한나. 하지만 한양에 잠은 무언가의 정체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여태 노인들이 어떤 싸움을 벌여왔는지, 그 힘겨운 과정이 드러난다.
살인과 미스터리 스릴러…
그리고 더 막 나가는 전개로 휘몰아치는 펄프픽션들
전에 보지 못한 방식의 소설들이 온다
◆ 조예은 「햄버거를 먹지 마세요」
대학에 가고 싶지 않았지만 재수생 기숙학원에 갇히게 될 듯한 루루. 그리고 대학에 갈 성적이 충분하지만, 어머니의 새 연인 김 사장 때문에 등록금이 탕진된 제이..이 둘은 연인이다. 햄버거 집에 모여 서로 망했다고 한탄하던 무렵 루루가 기발한 방법을 고안한다. 루루가 재수하원에 들어가고 제이는 그 기숙학원의 근로장학생으로 아르바이트 하면서 돈을 모으는 것이다. 기숙학원은 도심과 동떨어진 외지에 있었는데… 뭔가 으스스하고 경직된 분위기가 오싹한 학원. 원생들은 맛 없는 급식을 피해 매점에서 파는 햄버거를 먹으러 달려간다. 심지어 입시생들을 똑똑하게 만들어주는 특효약이라고까지 소문난 이 햄버거는 이 학원에서만 유통되고 있다. …루루와 제이는 햄버거와 기숙학원에 얽힌 오싹한 진실에 접근하게 되는데!
◆ 최영희 「시민 R」
청소로봇 알옛은 스타워즈의 알투디투와 똑 닮은 최신기종의 귀여운 인공지능 청소기다. 문제는 이 청소 로봇이 폐기처분을 한 대상이 인간 주인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이 시대의 인플루언서이자 해당 청소 로봇을 개발한 기업의 오너 강희원이 피해자라는 것. 인간을 죽인 청소 로봇에 대한 세기의 재판이 열리는 가운데, 청소 로봇의 회상과 겹친다.
여태껏 로봇이 주인을 살해하는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 가운데, 전혀 새로운 주제와 이야기로 소설은 독자들을 이끌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