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뷔페
손 원
뷔페 식사를 앞두고 늘 설렌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기쁨도 있지만 그보다 다양한 메뉴를 접하고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해서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뷔페에 갔다. 인원도 적어 비교적 비싼 특급호텔 뷔페를 택했다. 어린이를 위하기보다는 실제로 어른 위주의 한 끼 식사였다. 세 돌박이 손자는 쇠고기 두 점과 초콜릿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래도 무료입장이기에 본전 생각은 덜 했다.
나는 식당에서 테이블 서비스보다 셀프를 좋아한다. 갖다준 스테이크 한 접시에 칼질하는 것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즐비한 음식을 눈요기하면서 골라 담는 뷔페가 재미도 쏠쏠하다. 즉석에서 마음껏 먹는 음식 쇼핑인 셈이다. 음식을 덜기 위하여 줄을 서야 한다. 어떤 때는 앞에 수십 명이 줄 서 있기에 한 접시 채우는 데 꽤 시간이 걸려 짜증스럽기도 하나 잠깐이다. 진열된 음식을 보면서 맛이 어떨지를 마음으로 음미하고, 어떤 음식에 손이 많이 가는지를 살피기도 한다. 그러다 보면 지루하지 않게 접시를 채운다.
이것저것 접시에 담다 보면 진열 행로의 반 정도 이동했는데 접시가 가득 찬다. 골라 담았는데도 그렇다. 거치지 않은 진열 행로의 메뉴가 더 맛있어 보이는데 어떡할까 하고 잠시 고민을 하게 된다. 가득 찬 접시여서 더 담을 수가 없어 아쉽다. 추가로 한 접시 더 채우려면 긴 줄 맨 끝에서야 하기에 그러기도 여의찮아서다. 그래서 가득 찬 접시 위에 고봉으로 수두룩이 올려 진열행로를 끝까지 거친다. 음식을 골라 담았기에 전체 메뉴 중 일부일 뿐이다. 고봉으로 가득 담은 메뉴를 들고 다니면 지나치게 식탐을 낸 것 같아 조금 부끄럽기도 하다. 그래도 못 담은 음식이 많아 아쉬워 얼른 먹고 또 한 접시 가져올 요량으로 식사를 한다.
우리의 식사 습관은 서양인에 비해서 다소 급하게 먹는 편이다. 더구나 즐비한 뷔페 음식을 놓고는 더한 듯하다. 옆자리에 친구가 있고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고 먹기에 바쁘다. 후딱 한 접시 비우면 배가 찬다. 하지만 아까 못 담은 음식을 다시 섭렵해 본다. 양을 최소화해서 담다 보면 대부분 메뉴를 섭렵하게 되고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혹자는 뷔페 음식은 거기서 거기라고 한다. 대부분 냉동식품으로 맛도 없다고들 한다. 대형예식장 뷔페를 많이 접해 본 평가다. 예식장마다 품질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수긍이 갔다. 오래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후배 한 사람이 특급호텔에서 열린 행사 관계로 수일간 체류한 적이 있었다. 삼시세끼 호텔 뷔페로 해결해야 했다. 며칠 지나 행사 지원 관계로 그 호텔에 갔다. 저녁을 호텔 뷔페로 할 수가 있어 기대했다. 저녁때가 되어 식사할 참인데 그 후배가 호텔 뷔페에 질렸다며 국밥집을 가자고 했다. 행사 치러 느라 며칠간 고생한 후배를 배려해야겠기에 인근 국밥집에서 저녁을 때우기도 했다. 물론 그 후배에게 나도 호텔 뷔페보다 따뜻한 국밥이 더 좋다며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물론 그 호텔에 한 이틀 체류하면서 뷔페를 실컷 즐겼다.
2014년 군인체육대회 파견 시 선수식을 2주간 먹었다. 꽤 비싼 식사로 뷔페식이었다. 영내기에 병사 식도 먹어 보았으나 일반인 입에 맞지 않아 계속 먹기가 곤란할 정도였다. 요즘 병사 식도 꽤 좋은 편이나 호텔식 뷔페를 맛보고부터는 대하기가 싫어졌다. 특급호텔 위탁 뷔페식을 실컷 먹어보는 좋은 기회였다. 뷔페 사랑이 더 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뷔페는 대부분 서양식으로 우선은 종류가 다양하고 푸짐해서 좋다. 한식만 먹다가 서양식을 먹어보는 것도 별미다. 그래서 뷔페가 인기가 있는 듯하다. 요즘 친구 자녀들 혼사가 더러 있어 예식장 뷔페를 접할 기회가 많다. 내일도 뷔페를 먹을 기회가 있어 설렌다.
현직에 있을 때 외빈을 모실 기회가 많았다. 외빈 영접은 한식 위주였다. 한 식전문집의 식사는 고급으로 값도 비싼 편이었다. 한식을 처음 접하는 외국인도 만족해하기에 흐뭇했다. 양식에 비해 손색이 없고 더 훌륭한 한식이 양식에 밀리는 현실이 안타깝다. 원인은 고급 한식은 비싼 편이다 보니 평소 접하기가 쉽지 않고 접대용이나 회갑연 등 중요한 행사에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손님 접대 시에 한식집을 찾는다. 그만큼 한식은 익숙하면서도 품격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구 시내에 한식 명소 몇 개를 알고 있고 기회가 되면 그곳을 찾곤 한다.
식사는 때와 장소, 그리고 함께할 사람에 따라 정한다. 한식과 양식에 차별이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한식은 한식대로, 양식은 양식대로 각각의 맛과 운치가 있기 때문이다. 한류의 세계화로 국격도 높아지고 있다. 한식도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서민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뷔페도 양식보다 수저가 놓인 한식 위주가 되면 좋겠다. (2023. 5. 7.)
첫댓글
손원 작가님은 식도락가이신가 봅니다. 저도 맛있는 식사를 하기 전이면 기분이 좋고 설렙니다.
한식은 즉석에서 요리한 음식이 바로 나올 때 매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량으로 이미 요리해 놓은 음식은 아무래도 맛이 덜하지 않을까요?.
어린이날 손자와 함께 보낸 뷔페의 좋은 기억이 진정한 행복이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