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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5년 사이 사교육비 추이. 이명박 정부 임기 동안 줄어들던 사교육비 규모가 문재인 정부 때는 줄곧 늘었다. / 교육부 제공
한국에서 자녀를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양육 비용이 1인당 GDP의 7.8배로, 세계 최고 수준이란 분석이 나왔다. 베이징의 한 인구 문제 연구소가 각국 정부 통계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다. 한국에서 아이 한 명을 18세까지 기르는 데 3억6500만원 정도 들고, 이는 경제 능력에 비해 세계에서 가장 과도한 부담이라는 것이다. 중국이 6.9배로 한국 다음이었다. 독일 3.64배, 프랑스 2.24배 등 다른 선진국의 2~3배다.
비싼 양육비 부담은 자녀 출산 의지를 약화시킨다. 한국에 버금갈 정도로 양육 비용이 많이 드는 중국도 ‘미부선로(未富先老·부유해지기 전에 먼저 늙는다)’란 말이 나올 만큼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빠졌다. 그런 중국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 한국이다. 작년 중국의 합계 출산율은 1.1명이었는데 한국은 0.78명에 불과했다.
양육비 부담 중에서도 학원비 등 사교육비 비율이 높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사교육비 총지출액이 26조원이었다. 사교육에 참여하는 78%의 학생이 1인당 월 평균 52만4000원을 썼다. 사교육비 지출은 2009년 21조6000억원에서 2015년 17조8000억원까지 떨어졌다. 방과후학교와 EBS 교육 등을 강화한 효과였다. 그러다가 문재인 정부 이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사교육비 의존은 학부모들이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안감을 노린 ‘초등생 의대 준비반’까지 등장할 지경이 됐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2012년 이후 초·중·고교생 인구가 200여 만명이나 줄었는데 지방교육교부금이 2010년 32조원에서 올해 75조원이 돼 2.3배로 늘었다는 사실이다. 학생 1인당 교부금이 440만원에서 1426만원으로 3.2배가 됐다. 교육청들이 쓰는 돈이 이만큼 늘었으면 학교 교육은 훨씬 충실해져야 하는데, 그 반대로 사교육비가 늘어났다.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계획이 시행된 이래 투입된 관련 예산이 무려 280조원이다.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 많은 정책이 있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교육 예산, 저출산 예산 모두 뭔가 아주 크게 잘못 가고 있다. 뭐가 잘못됐는지 근본 성찰 없이 지금처럼 돈만 쏟아부어서는 그야말로 밑 빠진 독 꼴을 면치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