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자산 2017년 1조2300억서
2020년 -21조8600억으로 뚝
'소주성' 실패 일자리 급감에
각종 선심성 정책으로 '펑펑'
2021년 상반기 실업급여 6조 넘어
"또 혈세로 메꿔야 할 판" 지적
실업자 구직급여 등의 재원으로 사용되는 고용보험기금 순자산이 문재인정부 들어 23조원 이상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보험기금은 전체 67개 기금 중 2016∼2020년 순자산이 가장 큰 비율로 감소했다. 소득주도성장 경제 정책 실패와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고용시장이 악화했고, 각종 선심성 정책에 기금을 활용하면서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크게 악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인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15일 국회예산정책처(예정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 8300억원이었던 고용보험기금 순자산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2017년 1조2300억원에서 2018년 -2조9200억원으로 ‘마이너스 전환’됐다. 이후로도 꾸준히 큰 폭으로 줄어 2019년 -8조1300억원, 2020년 -21조8600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대비 2020년 순자산 감소폭은 22조7000억원이었다. 2017년 정부 출범 이후를 기준으로는 23조1000억원의 감소폭을 보였다.
고용보험기금 순자산은 2021년 기준 운용 중인 67개 기금 중 2016∼2020년 사이 가장 큰 감소율(-2716%)을 보이기도 했다. 다음으로 높았던 국민건강증진기금(-329%), 농어업재해재보험기금(-380%) 감소율과 큰 차이가 있었다. 순자산은 자산에서 부채를 뺀 잔액을 의미한다. 통상 순자산이 마이너스가 되면 기존 기금이 해왔던 공공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 세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예정처는 이를 “2018년 이후 급증한 사업비를 주요 수익원인 고용주부담금 및 피고용자 분담금으로 충당하지 못해 고용보험기금 순자산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 2월 1조149억원을 기록한 뒤 5개월째 1조원을 넘고 있다. 올 상반기 실업급여 지급액은 총 6조48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실업자 발생과 지급액 인상 등이 복합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19년 실업급여 보장성 강화가 시작됐기 때문에 올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밖에 고용창출장려금, 육아휴직급여 확대 등도 고용보험기금 재정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재정투입형 선심성 일자리 정책 확대에 코로나19 사태가 겹치면서 고용보험기금 재정건전성은 갈수록 악화하는 상황이다. 고용노동부는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악화된 상황에서 법에서 정한 기금의 적립금을 충당하지 못해 회계상 순자산이 감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지대 경제학과 조동근 명예교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정부 경제정책 성과는 좋지 않았다. 최저임금 인상 등 소득주도성장 정책 실패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그만큼 실업급여 부담도 늘어난 것”이라며 “고용보험기금 낭비를 막으려면 (실업급여 등) 지급을 더 까다롭게 하는 등 전반적 구조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늘어난 고용보험기금 지출액은 세금으로 보전되는 실정이다. 고용노동부·기획재정부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고용보험기금 4400억원을 추가 투입하는 계획을 포함했다. 고용보험기금에 대한 세금 지원액은 정부 출범 후 점차 증가해 지난해 1조1502억원으로 처음 1조원을 넘겼다. 올해는 더 많은 1조2400억원을 지원하게 됐다. 이 의원은 “문재인정부 소득주도성장 실패로 일자리가 급격히 감소하며 고용보험기금 재정이 파탄 났다”며 “정권 4년 동안 일자리 없애고 국민 혈세로 메꾸는 정책 실패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 이후 구직급여 兆 단위로 ‘껑충’… 기준 강화해야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고용보험기금이 매년 적자를 기록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구직급여(실업급여) 예산이 급증했다. 1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고용보험기금은 2017년 10조9660억원에서 해마다 줄어 지난해 7조277억원을 기록했다. 고용부는 코로나19 탓에 구직급여 지출이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구직급여 수급자는 69만3000명에 달했다. 고용부가 지난달 이들에게 지급한 구직급여는 1조944억원이다. 상반기 전체 구직급여 지급액은 역대 최고인 6조4843억원을 기록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구직급여 등 지출이 늘었다”며 “그동안 구직급여 지원 예산이 1000억원대 수준이었지만 이제 조 단위로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조선업이나 여행업, 항공업 등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은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을 3개월 연장해주기로 결정했다. 구직급여 지급액은 올해 2∼5월 4개월 연속 1조원대를 넘어섰다. 코로나19에 따른 고용 충격으로 고용유지지원금과 청년추가고용장려금 등 고용보험 사업 지출액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향후 고용보험기금 지출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민 고용보험도 추진된다. 모든 취업자의 보호를 위해 정부가 구직급여를 제공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특수고용노동자와 프리랜서, 자영업자까지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들은 이직이 임금근로자에 비해 자유롭다. 자영업자는 창업과 폐업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기금이 쉽게 새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구직급여를 악용하는 수급자들의 모럴 해저드도 기금 지출의 한 요인이다.
고용부는 기금지출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고용부는 5년간 3회 이상 구직급여를 반복해서 받아갔을 경우 이를 단계적으로 삭감할 예정이다. 세 번째 급여부터 10%를 삭감하는 등 최대 50%까지 단계적으로 줄이는 식이다. 단기 비자발적 이직자가 많아 구직급여 악용 가능성이 높은 사업장에는 고용보험료를 추가 부담시키는 방안을 추진한다. 적극적으로 재취업에 나서지 않거나 저임금으로 일하기보다 구직급여를 받는 것이 유리해 취업하지 않는 구직자에는 불이익을 줄 계획이다. 고용부는 ‘고용보험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대응방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고용보험 적용 확대가 필요하지만 기금의 재정적 상황과 지속가능성을 살펴보면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며 “세입보다 세출이 많으면 결국 보험료율을 인상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고용보험기금 적자가 누적되면 정부가 고용보험료율 인상안을 빼들 수 있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지난 5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고용보험)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면 인상 여부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고용부는 8월 말까지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고용보험료율 인상은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근로자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
전문가는 부정수급 등에서 나오는 기금 누수를 막고 막대한 금액이 들어가는 실업급여 기준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험료율 인상 등으로 근로자와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기보단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 및 재정 상태를 고려해 보험료율을 낮추거나 올리는 변동 보험료율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실업급여 등 지급이 관대한 측면이 크다”며 “기금이 쓰인 사업을 전면 검토해 지출을 줄여나가는 방향으로 제도 보완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험료 체납 규모 점점 커지는데 강제징수 어려워 받아낼 길 요원
고용보험기금의 주요 수입원인 고용보험료 체납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1995년 고용보험제도 도입 이래 27년간 전체 누적 체납액이 5300여억원에 달한다. 특히 문재인정부 들어서만 1400억원가량이 체납돼 전체의 26%를 차지했다. 고용보험료는 정부가 구직활동을 하는 실직자에게 주는 실업급여(구직급여)로 쓰이는 만큼 고용보험기금의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고용보험료 체납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국민의힘 박대수 의원실에 따르면 1995년 이후 올해 5월까지 누적된 고용보험료 체납액은 5365억원가량 된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2017년 386억원, 2018년 427억원, 2019년 293억원, 2020년 74억원 등 올해 5월까지 4년 반 동안 1401억원이나 쌓였다. 지난해 두 자릿수로 준 데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대면 업종인 숙박·음식업 등에서 일자리가 줄어 고용보험 가입자 수 자체가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다 올해 제조업 수출 호조세 등의 영향으로 고용보험 가입자 수가 전년 대비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자 1~5월에만 체납 금액이 221억원이나 발생했다. 경영난에도 어쩔 수 없이 고용은 늘렸지만 보험료까지 낼 여력은 없는 중소·영세업체가 적지 않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가 “고용시장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고 자화자찬할 상황이 아니라는 얘기다.
실제 사업장 규모별로 들여다보면 근로자 수 50인 미만인 사업장에서 전체 체납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일례로 지난 1~5월 기준으로 50인 미만 영세업체에선 약 223억원의 체납액이 발생했다. 이는 전체 발생 체납액인 221억원보다 2억원 많다. 결국 영세업체들의 경영난 심화와 잇단 폐업으로 인한 체납 사태가 50인 이상인 기업들에서 걷는 징수 효과를 압도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고용보험을 주관하는 고용노동부와 체납금을 징수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등 주무부처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체납 독촉과 사업장 재산 압류 등 기본절차 외에는 강제수단이 없다. 보험료 회피 목적으로 위장폐업과 사업 양도 등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사업장도 적지 않지만 적발하지 못하면 체납금을 받아낼 길이 요원하다. 이에 공단 측은 “가상자산(비트코인)과 전자상거래 운영사의 매출 채권 압류 등 징수영역을 확장해 체납 규모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대수 의원은 최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법인 또는 사업의 양도인이 체납금을 낼 수 없을 경우 본래 사업장에도 책임을 지게 하는 등 납부의무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박 의원은 “기금 건전성 확보를 위해 고용부가 체납금 징수 강화 등 자구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보험기금이란 정부가 근로자나 사용자의 보험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위해 운용하는 기금으로 고용안정사업이나 직업능력개발사업, 실업급여 등에 쓰인다. 보험료는 근로자와 사업주가 급여의 0.8%씩 부담하는 구조로, 2019년에는 보험료율이 1.3%에서 1.6%로 인상됐다.>세계일보, 곽은산, 정필재, 안병수 기자
출처 : 나갈 돈 늘어나는데.. 文정부서 거덜난 고용보험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