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전세 가구 중 절반 역전세 위험
추경호 부총리 "전세금 반환 대출, DSR 규제 풀 것"
정부가 심각한 역전세난 해소를 위해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대출 완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세를 살고 있는 가구 두 가구당 한 가구꼴로 역전세 위험에 노출되는 등 상황이 심각해지자 서둘러 대책을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DSR 대출 완화 조치가 전세 시장 불안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세입자 돌려막기와 같은 계약방식을 조장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한시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늦어도 7월 중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보증금과 신규 보증금의 차액만 DSR 규제를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기존 전셋값이 5억원이고 현재 전셋값은 3억원이라면 집주인이 차액인 2억원을 은행에서 빌릴 때 DSR 적용을 완화해주는 방식이다.
추 부총리의 이번 DSR 대출 완화 발표에 대해 전문가들은 역전세 문제 해소를 위한 한시적 대출 규제 조치에 대해 전세 시장 불안을 차단하는 한편, 정부 정책 목적이 서민 보호에 있다면 이러한 취지에도 부합한다고 평가했다.
실제 한국은행의 깡통전세·역전세 현황 및 시사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시장이 하락세를 지속하면서 잔존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8%(5만6000호)에서 올해 4월 8.3%(16만3000호)로 3배가량 급증했다. 같은 기간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25.9%(51만7000호)에서 52.4%(102만6000호)로 15개월만에 2배로 늘어났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임차인의 거주 이전을 자유롭게 해 임대차 거래를 활성화시키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임대인은 자금 마련에 시간적 여유가 생겨 역전세 우려로 인한 전세시장 불안을 차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 전세 보증금을 올려받아 집을 산 갭투자 임대인까지 보호해줘야 하냐는 지적도 있지만, 이번 정책의 목적은 정부가 임대인의 보증금 마련을 도와준다기보다 ‘서민 보호’를 위한 세입자의 보증금 보장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봐야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위험 수준에 도달한 가계부채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당장 역전세난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심각한 가게부채를 고려해서 한시적으로 제한적으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입자 돌려막기와 같은 계약방식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승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재 역전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보증금 반환 부담을 다음 세입자에게 전가하는 구조"라며 "주택 가격이 추가로 하락하거나 집주인의 자금 사정이 어려워지면 새로운 세입자가 은행 선순위 채권에 밀려 전세금을 보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책 당국내에서도 DSR 완화 조치를 두고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DSR 규제완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반면 금융당국은 집주인의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DSR 규제는 신중하게 풀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말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DSR 규제를 집주인에 대해서는 더 엄격히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당시 한은은 보고서에서 "주택을 보유한 차주에 의해 투자용 성격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대출에 대해서는 상환능력 등을 더욱 엄격하게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전세자금대출이 일부 갭투자 자금으로 활용돼 가계부채 덩치를 키웠듯 이번 DSR 규제 완화 조치가 갭투자를 지원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