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잠실에서 식사동 경유 잠원동 콜을 잡았더랬죠.
손님은 60대 중반의 무슨 뽕나무, 누에...이런 것들에 대한 박사라고 하던데 말이죠.
"뽕나무 말입니까? 누에고치라고요?"
저는 속으로 잠실과 무슨 연관있나 생각했지만 너무 깊게 생각하면 머리에 무좀이 생길 것 같아서 그냥 운행에 신경 썼습니다만,
그런데 같이 탄 일행도 없이 손님 혼자인데 무슨 경유인가 싶어
"박사님, 식사동엔 누구 픽업하시게요?" 라고 묻자
"아니올시다. 동생 집에서 밥이나 먹고 가려구요." 라고 말하는 그...
"암만요. 식사동이께 식사하셔야죠." 라고 나는 조크를 던지며 "대기하면 더 쳐줘야 합니다." 라고 다짐을 해뒀지요.
그런데 말이죠. 식사하고 나서 또 다른 한곳 경유하잡니다.
속으로 '배차정보엔 식사동 경유만 있었는데 또 어딜 경유한다는 거지?'
어딘가 물어보니 고기동이라고 하더군요. 고기 먹으러 가나? 라고 생각하며 고기동 운행했는데 진짜로 고깃집을 가네요.
"밥을 먹어도 고기 들어갈 배는 또 있지." 하면서 경유비 대기비는 신경쓰지 말라고, 후하게 쳐주겠다고 말하더군요.
차라리 잘 됐다. 오늘은 한건으로 편하게 마무리하자 생각하며 느긋하게 기다렸는데 웬걸..또 인천 한곳 들를 데가 있다며
네비를 켜주며 쿨쿨 자더군요. 네비대로 갔더니 계산동!
"설마?" 하고 내렸는데 역시나... 어느 업소로 들어가더니 카드를 긁고 있더군요.
"아니... 고깃값 계산하려고 계산동까지 오신거에요?" 라고 물었더니
"고럼, 계산은 해야지." 하며 드디어 최종 목적지 잠원동으로 향했습니다.
"손님, 다 왔습니다."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네요.
"박사님 집에 다 왔어요."
안 일어나길래 "어이 박사 다 왔네!" 했더니 눈을 뜨며 창 밖을 바라보네요.
무사히 집 주차장까지 주차해주고, 받을 만큼 받고 나오려는데
"잠원동" 하면서 자꾸만 되뇌이네요.
"네, 잠원동입니다. 댁에 욌으니 어서 들어가 주무세요." 하고 떠나려는데 계속 "잠원동" 되뇌입니다.
"같은 말을 왜 자꾸 되뇌이세여? 잠원동 맞으니까 어서 들어가 쉬세요."
여전히 그는 하품하면서 "잠원동" 하고 있네요. 하품을 쉴새없이, 요상한 소리까지 내면서 해댑니다.
뭐지? 저는 마음을 비우고 그의 소리를 가만히 자세하게 다시 들어 봤습니다.
아하 이제야 알앗습니다.
"잠온덩......잠온덩....."
"아하 잠온당이란 소리구나."
저는 곧바로 엘레베이터 버튼을 누른 후, 그의 층수를 묻고는 1F과 8F을 눌렀습니다.
1F에 다다라서 "들어가 주무세여" 하며 나오는데 등 뒤에서 "나가서 오른쪽 오른쪽으로 돌면 큰길 나옵니덩."
아직도 술에 취해 잠에 취해 얼떨떨한 그의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아...오늘 하루도 피곤하지만 나름 멋진 하루였어. 힘내자 대리!" 속삭이며 뽕박사의 아파트를 나왔습니다.
첫댓글 믿겠습니다...
믿거나 말거나...
네 믿거나 말거나..^^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정말 다행이에요. 어떡하나, 그런곳 가면 포도밭에 묻히........아니면 멧돼지에 받히....
잠원동이 옛날에 뽕밭이었습니다....... 압구정동은 배나무밭...
이건 믿으셔도 됩니다.
잠실이나 잠원이나 같은 뽕에 관한 곳인가 보네요.
@다비 넵...와이프말로는 말죽거리가 옛날엔 비오면 진흙탕이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님의 말을 믿는 게 대리운전이라는 게 워낙 변수도 많고 사연도 많죠^^
@가리대사거리 네 전혀 틀린 내용은 아니고 반반이에요. 대리란 직업이 별별 일이 다 생기곤 하죠. 그러면서 손님 다루는 기술이 늘어나기도 하고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게다가 여손님이면 더어쩔...
@다비 게다가 미시면 더더 어쩔
@가리대사거리 어머나..여기서 더 진전되면 아니되옵니당... 유방동은 아쉽지만 여기서 끄읕..
@다비 게가사 그 미시가 혼자산지 2년이상 되어싿면 더더더 어쩔..
유방동 콜은 제가 켓....
삭제된 댓글 입니다.
훔 십정동가면 우찌하는 거에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