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부터 이어진 그와 나의
인연의 연결고리는 생각보다 단단했고 견고했다
나의 이성밖에서 끊임없이 맏물리던 인연이란
방정식은 결국 거의 4년만에 우리를 멀티플랙스 영화관앞에서
그 미지수의 답을 보여주었다
난 던힐 담배를 피고 있었고
하늘은 비가 내릴 인상으로 창백히 질려있었다
그는 언제나 그랬듯 어색한 듯 내게 보일듯 말듯한 인사로
내가 서있는 곳으로 곧장 걸어왔다
별다른 무늬가 없는 회색 티에 청바지
그리고
발가락을 가릴수 있게 설계된 샌달...
언제나 어디서나 그는 이런 느낌의 패션을 참으로 착실히 하고 다녔다
그를 처음 만났던 중학교때에도 그는 이랬다
그가 그때와 달라진 건 그의 이름으로 된 핸드폰이 그의
오른쪽 앞주머니에 불룩한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는 거외엔
아마도 없을 거다
아니 없다고 나는 확신한다
예전엔 그앞주머니에 무얼 갖고 다닌지는 모르지만 핸드폰은 아니었다
그의 핸드폰은 연결고리에 걸려 그의 밸트에 연결되어 있었다
착실히...
물론 그가 착실하단 뜻은 아니다
그도 나못지 않은 놈팽이 기질이 그의 x와y염색체 사이에 빼곡히
박혀 있단 사실은 그도 부인 못하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난 잘 지냈냐는
뜨뜨미지근한 어설픈 인사로 우리의 4년만의 재회를
'시작'했다
그는 우선 앉을 곳을 찾자고 했다
그는 테이크 아웃 커피 전문점을 가르켰고
난 별다른 대꾸없이 그의 말에 따랐다
상당히 긴 이름의 커피 두컵과 가운데 체리 쨈이 들어간
쿠키 두조각을 시켰다
맛은 없었다
그와 난 군대 얘기로 시작해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비교적 유쾌하게 대화를 할수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우정(남자들 세계에
선 절대적 존재이자 모두를 용서할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다)
이란 두글자에
담겨 있는 마법같은 힘이 작용했을꺼라 생각한다
그리고 말도 안되는 김치볶음밥을 먹고 영화를 보러 갔다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자고 했지만 그 영화는
그 많은 스크린을 자랑하는 그영화관 어디에도
상영하지 않았다
결국다른 영화관에 가자고 그곳을 나왔다
난 그 어설픈 김치 볶은밥 덕분에 그에게 패스트 푸드점에 가자고 했다
난 닭고기 세조각에 콜라 한컵 그리고 콘샐러드
그는 배부르다면서 닭고기 두조각에 나와 같은 옵션을 붙였다
나는 닭고기를 먹으면서 아까 계산대에서 주문할때 본
여자애를 계속 바라보았고 그는 연신 배부르다면서도
닭고기 두조각을 뼈만 남겨 놨다
그여자애는 소녀같은 얼굴에 소녀같은 몸매를 가졌고
소녀같이 걸어 다녔고 소녀처럼 콜라를 홀짝 거렸다
어쩌면 진짜 소녀일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다
내가 계속 쳐다보자 그 여자애는 나를 힐끔힐끔 바라 보면서
마치 나는 지금 나를 보고 있는 저 시커먼 남자를
절대로 힐끔 힐끔 바라보지 않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표정 마저도 얼마나'소녀틱'한지 나는 귀여워서 살짝 웃었다
....후략....
영화는 재밌었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bmw z3를 보았다
내옆엔 뚱뚱한 여자와 그의 연인인 듯한 남자가 앉았다
아!
그 친구는 버스 정류장에서 헤어졌고 그의 하나뿐인 여동생은
4년전에 미국으로 갔고 2년전에 한국계 미군이랑 결혼했단다
그의 부모님은 지금 제주도에 계셔서 그는 지금 대전에서
혼자 살고있다
아르바이트로 마련한 컴퓨터는 매일 그의 외로움을 달래주는
디아블로2전용 게임기로 바뀌었단다
하...
그의 앞날에 한없는 부처님의 자비가 함께하길
우정이란 이름으로 간절히 간절히 바랄뿐이다
잘 살아라
내친구
오치훈
그의 별명은
오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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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친구를 만났다(부제:다 읽느라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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