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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29살에 A매치 데뷔전을 치른 스트라이커 정성훈. ⓒKFA |
지난 주말 만난 황선홍 부산 감독의 속내다. 황 감독은 올 시즌 ‘사령탑’ 데뷔 해를 보냈다. 두런두런 한 해를 갈무리하다 얼마 전 대표팀에 데뷔한 정성훈 얘기로 화제가 옮겨졌다. 10월11일 우즈베키스탄전서 만 29살에 A매치 신고식을 치른 정성훈은 4일 뒤 UAE와 2010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분전하며 안팎의 관심을 모았다.
큰 키(190cm)의 포스트플레이에 상대 수비수 다리 사이에 ‘알’을 놓는 발기술 등 ‘위(헤딩)’와 ‘아래(발)’의 경쟁력을 겸비한 스트라이커로 주목받았다. 국가대표팀이 최전방 공격수 부재라는 지적을 들어온 터라 쏠린 시선이 더했다.
“사실 그래서 더 걱정입니다. 성훈이가 잘했지만 이제 두 경기를 치렀을 뿐입니다. (정성훈의) 플레이에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가끔은 차분한 기다림입니다.”
황선홍 감독은 정성훈 평가에 신중했다. 상대 수비수에 얼굴을 차일 만큼 몸을 사리지 않았고 쥐가 올라 쓰러질 만큼 열정적이었지만 슈팅 기회를 포착하는 위치선정과 판단력은 가다듬어야 한다고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서른 즈음에 찾아온 변화
정성훈(오른쪽)은 대표팀 주전 스트라이커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KFA |
역대 A매치 개인 득점 부문 2위(103경기 50골/1위는 차범근 55골)로 한국축구 스트라이커 계보의 적통으로 불리는 황선홍 감독은 후배 공격수 정성훈에게 ‘변화’를 지시했다. 발을 쓰지 않으면 스트라이커 자신과 공을 연결하는 미드필더 모두 플레이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었다.
변화는 주효했다. ‘아래’로 힘을 분산시킨 정성훈은 폭넓으면서도 다양한 움직임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프로 7년차 정성훈이 올 시즌 프로무대 최다인 11개(28경기)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는 배경 중 하나다.
누구보다 정성훈을 이해하고 아끼는 황선홍 감독이 제자 칭찬에 신중한 건 지난 기억에 대한 학습효과 때문이다. 지나친 기대와 관심이 한 순간 비난과 냉소로 이어져 선수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기는 악순환을 온 몸으로 체험한 황선홍 감독이다. 롤러코스터의 미디어에 대한 아쉬움이기도 하다.
몸속에 박힌 세 개의 쇠핀
한 고비 넘긴 허정무호는 11월19일 사우디아라비아와 2010월드컵 최종예선 원정경기를 갖는다. |
하지만 이후는 시련의 연속이었다. K리그 드래프트 거부, 독일 진출과 좌절, 94미국월드컵 부진, 98프랑스월드컵 부상 등이 선수 황선홍의 발목을 잡았다. 중요무대서 황선홍의 부진은 그에 대한 기대와 맞물려 차갑고 쓰디쓴 비난으로 돌아왔다.
특히 94월드컵 직후 쏟아진 악평으로 대인기피증마저 앓아야 했다. 이때의 고통은 무릎에 두 개, 어깨에 한 개 등 부상 탓에 몸속에 박힌 세 개의 쇠핀보다 더 날카로운 비수로 그를 향했다. 2002월드컵을 통해 지난 상처를 보듬은 황선홍 감독이지만 힐난의 생채기는 아직도 세포 어딘가에서 꿈틀거린다.
황선홍 감독이 제자 정성훈에 대한 주위와 언론의 ‘신데렐라’ 평가를 경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순간의 극찬은 양날의 칼처럼 외려 독이 돼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 감독은 정성훈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그 만큼 땀을 흘렸고 또 더 흘려야 하는 선수라고 말한다. 지난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완성과 결과’가 아닌 ‘시작과 과정’일 뿐이다. 꼭 대표 선수로의 성공이 아니더라도 29살에 새로운 도전에 나선 정성훈에게 필요한 것은 서둘지 않는, 동시에 포기하지 않는 미학이라고 덧붙인다.
“중요한 건, 가끔은 차분한 기다림입니다.”
황선홍 감독이 과거의 자신에게 보내는 메시지일는지 모른다.
*출처 : 네이버뉴스 - 축구전문가 박문성
첫댓글 이제 정성훈이 황선홍에게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