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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거짓 원
원기 2년 여름, 김성구는 학질에 걸려 몹시 앓았는데 다른 병까지 겹쳐 얼굴은 누렇게 부었고 몸에 오한이 나는가 하면 고열로 얼굴이 벌겋게 충혈 되고 정신은 흥분이 되어 헛소리까지 할 지경이 되었다. 이렇게 고열로 발작을 할 때마다,
(참말로 당신님이 도인이라면 제자를 낫게 해 줄 텐데, 이렇게 송장이 되도록 두다니...) 원망을 하였다.
이 때 여덟 제자로 뽑혔던 오내진이 이전의 신심이 변해져서 다시 주색에 방탕하고 정당치 못한 사람들을 상종하면서 당신과 여러 동지를 심히 비방하고 다녔다. 이를 보고 김성구는 속으로 생각하기를
(전자에 내진이가 그와 같이 중한 맹서를 하고 지금 저와 같이 변심 행동을 감행하니 만일 그 때에 서약한 바가 영험이 있을 진대 내진의 신변에 반드시 어떠한 죄벌이 있을 지니, 이제 내진에 대한 영험의 유무를 보아서 장차 내 신앙도 결정하리라.)
오내진에게 벌이 없으면 나도 알아 차려야겠다. 하고 어느 날 당신을 만나 내진의 변심 상황을 보고하고 물었다.
「전자에 내진이가 그와 같이 중한 맹세를 하고 지금 저렇게 변심을 하였으니 그 사람의 전도가 장차 그 맹세와 같이 되겠습니까?」
당신이 말하였다.
「내 오늘에 있어서 내진의 전도를 미리 판단은 하지 않으나, 내진이가 맹세를 할 때에 보통 농담 말이 아니고 만일 진심으로 하였다면 그 말 한 마디가 극히 중하고 어려운 바가 있나니, 어찌 무단한 허언(虛言)으로만 생각하겠는가.」
김성구는 당신님의 말이 미덥지가 않았다.
「체!」
코웃음을 치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아니하여서였다. 드디어 변이 나고 말았다. 오내진이가 밤에 술에 대취하여 마루에 굴러 떨어져 머리에 피를 흘리며 죽었다는 것이었다.
김성구는 온 몸을 떨며 두려워하였다. 그는 다시 정신을 수습하고 길룡리를 내왕하기 시작하였고 다시는 당신에 대해 의아심을 내지 않고 그 가르침에 일심으로 복종하게 되었다.
12) 오직 명을 받들어 실행
하루는 조합장이 제자들을 불러 물었다.
「내가 장차 저 길룡리 전면의 바닷물이 내왕하는 개펄을 막아 옥답을 만들어 우리 조합의 기본 자산을 삼고자 하노니, 이는 폐물 이용으로서 국가 사회의 생산 확충에 한 본공이 될 뿐 아니라 우리로서도 공도 사업의 개척자가 될 것이니, 여러분의 의향은 어떠하뇨?」
조합원들이 난색을 보이며 물었다.
「심히 지당하온 말씀이오나, 이 앞의 간석지를 개척하여 논을 만들기로 하면, 적어도 근 만원의 공비가 필요하온데, 이제 겨우 몇 백 원의 약소한 금액으로써 어찌 가히 생의나 하오리까?」
「세상만사가 모두 사람의 맘에 있는 것이니, 비록 금전이 없을지라도 마음만 있으면 되는 법인즉, 제군도 마음에 꼭 하겠다는 작정을 세운 후에 나에게 하겠다는 단언만 올리라. 그리하면 반드시 될 것이다.」
여덟 사람들은 조합장을 믿는 마음이 독실하던 터이라 이 말을 듣고는 조금도 사량 계교 없이 이구 동성으로
「오직 명을 받들어 실행할 뿐이로소이다.」하였다.
13) 알고보면 코 풀기 보다 쉽다
원기 4년 봄, 마침내 방언 공사 일을 끝내어 마치니, 조합원들은 서로 말하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평지에 태산을 쌓을 것 같이 어려운 생각이 들더니 이제 이만큼 되고 보니 방언은 오히려 쉬운 일이나, 앞으로 도 이룰 일은 얼마나 더 어려울꼬.」
다들 앞으로 공부할 일을 걱정하였다. 이 말을 듣고 조합장이 말하였다.
「그대들이 지금 도 이루는 법을 알지 못하므로 그러한 말을 하거니와, 알고 보면 코풀기보다 쉽고 썩은 새끼 끊기보다 더 쉬운 일이지. 그 넉넉하고 한가한 심경이 어찌 저 언 막는 것 같이 어렵겠는가.」
이 말을 듣고 다들 미덥지 않게 여기는 듯하자,
「이 뜻이 미상하거든 잘 들어 두었다가 공부 길을 깨친 뒤에 다시 생각하여 보라.」
김성구는 「코 풀기보다 쉽고 썩은 새끼 끊기보다 쉽다」는 말에 용기를 얻어 가슴에 새기고 당신의 뜻을 받아 기필코 견성을 하리라 결심하였다.
14) 절대복종
이번 해선(解禪) 후로 집안 일을 대강 보살펴 주다가 마침 부엌에 불을 넣게 되었습니다. 일심으로 아미타불을 부르면서 무심히 불을 넣는 중 어디로부터 개구리 한 마리가 허둥지둥 뛰어와서 불이 방금 타는 부엌 속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그래서 저는 급한 마음으로 어떻게 구제해 볼까 하여 막대로 때리며 손과 발로 막아 보았으나 개구리는 기어이 부엌 속으로 뛰어 들어 갔습니다. 그래 저는 무슨 실망이나 당한 듯이 애달픈 숨을 쉬면서 부엌을 들여다 본 즉 개구리는 불 앞에 엎어져 있다가 도로 뜨거움을 견디지 못하여 도로 뛰어 나왔습니다. 무식한 개구리는 저를 죽일 줄 알았는지 다시 돌아서더니 도로 부엌으로 뛰어 들어갑니다. 저는 애가 쓰여서 막대로 손으로 발로 이리 저리 막아 보았으나 여러 가지 방어책은 다 수포로 돌아가고 개구리는 두 번째 부엌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또 부엌을 들여다보며
「이 무지한 개구리야, 처음에는 불인 줄 모르고 들어갔다 할지라도 지금 또 들어간단 말이냐.」
하고 한탄 不已 할 제 개구리는 또 뜨거운 것을 느꼈는지 급급히 뛰어 나옵니다. 저도 역시 처음에 실패된 구제책을 유감으로 생각하여 일층 더 맹렬한 활동을 가하여 손으로 발로 막대로 쫓아 밖으로 몰아냈더니 개구리는 할 수 없이 담장 밑으로 뛰어나가고 말았습니다.
저는 무슨 급경에 빠진 사람이나 건져내고 기진한 듯이 숨을 길게 내쉬고 하는 말이,
「참 무진한 개구리로다. 뜨거운 불 속으로 기어이 들어가는 모양을 건져 주려 하여도 그 뜻도 모르는 모양이 참으로 가엷도다.」
하며 다시 불을 넣으며 생각한 즉 한 감상이 났습니다. 비단 개구리만 그러하냐, 우리 인생도 또한 그러하나니 비유해 보면, 선도를 놓고 악도로 들어가는, 곧 불로 들어간다고 할 수 있으며, 직접 불 속이라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가령 사생 도적을 한다, 간음을 한다, 술을 먹는다, 악구 잡기를 한다, 남을 해롭게 하여 자기를 이롭게 하려는 것이 필경에는 감옥으로, 失職飢寒의 길로, 殘役 질병의 길로 타락되며, 심하면 피살 자살로 또는 비관 실진자도 있나니 저 개구리와 다른 것이 무엇이리요.
저는 이 생각을 할 때 개구리를 향하여 합장 경례를 무수히 하고 찬탄하는 말로, 어떻게 보살님 개구리 얼굴을 나투사 이 우매한 聖主華를 깨쳐 주려 오셨습니까. 이 후는 우리 종사님의 지도하시는 방편을 절대로 복종하여 수화 중에 들지 않게 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났습니다.
그러면 저 개구리보다 나은 사람이 되려거든 알면 아는 대로 모르면 모른 대로 하여간 우리 종사님 자비하신 지혜 손으로 건져 주시는 지도 방편을 절대로 복종하겠다는 느낌이 났습니다.
15) 천정조합 해체, 전무출신
원기 6년 삼산 김기천은 가족이 살고 있는 천기동 부락에 저축조합의 본을 받아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천정조합을 설시하였다. (이 무렵 이 동안도 그의 고향 신흥에다 守信組合을 설시하였다) 이는 애당초 스승의 뜻과 달리 하는 일이었다. 소태산이 「실력 없는 포교는 할 것이 없다」하고 포교를 엄금하므로 따로 천정조합을 설시한 것이다. 삼산의 내심에는 이 조합을 어느 정도 운영하다가 서서히 당신님의 법하에 참예시킬 방침이었다. 그래서 저축조합 법식대로 동민들에게 근검 절약을 장려하여 당신님으로부터 들은 법설로써 도덕의 교화에 힘썼다.
동네 사람들 거의가 조합원이 되었고 공부에도 열심이어서 오전에는 예회도 보고 오후에는 목화밭을 매며 공동 작업도 하였고 밤에는 야학을 하였다. 이리하여 3년만에 많은 동지와 자금을 얻었고 날이 갈수록 삼산을 모시고 따르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모두 삼산의 인격에 감화되어 나오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삼산을 두 대하여 하나의 모임을 이루어 오직 삼산만이 그들의 스승인 줄만 알았지 소태산에 대해선 전혀 알아 모시지를 않았다. 이러한 점이 소태산의 심려를 끼치게 되었다.
소태산은 삼산을 불러 심히 경책을 하였다.
「지금 이 일이 작은 일 같으나 앞으로 큰 해독을 미침이 살인 강도 보다 더 클 수도 있어. 나중에 삼산이 함정에 빠진 후에 내가 아무리 건져주려 하여도 건질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말을 듣고 삼산은 정신을 차려 천종조합을 해체하고 조합원 각자의 원에 따라 길룡리 조합에 편입시키는 동시에 소태산의 문하로 인도하고 자신은 단연히 출가하여 전무출신을 나왔다.
16) 예회의 중요성
삼산이 영광 교무로 부임하여 예회를 주관하며 근동의 회원들의 공부와 사업을 독려하는 것이 그의 주 업무였다.
길룡리에 한귀철이라는 가난하고 젊은 여자 회원이 살고 있었다. 그녀는 쓰러질 듯이 구차한 오두막집에 빈한하게 살고 있었으나 종사주의 법에 대한 신심 하나는 지극하여 예회 날이면 하루도 빠지는 법이 없었다. 어느 정도 가난하였는가 하면 예회를 볼 때도 신발이 없어 맨발로 다녀야 할 형편이었다. 그러나 회원의 의무에 대한 규칙은 잊지 않아 꼬박 꼬박 불은미를 가지고 오는데 여름이면 보리 이삭을 주워 왔고 가을이면 벼이삭을 주워 왔다.
삼산이 그 정성이 갸륵하여 우스개 소리로 한 말 하였다.
「귀철씨, 너무 작소. 한 말이나 되면 가져 와야지.」
「선생님, 이 못나고 못 사는 귀철이를 위하여 그렇게 복을 지어라 하시는군요.」
17) 효성 지극한 신심
정산종사 서울 큰 병원에 입원했을 때, 병이 쾌차하기를 염원하는 그 간절한 마음은 담당 간호원을 소중히 알고 존대하며 챙기는 데서 나타났다.
육타원이 정산 종사를 받드는 그 심법은 마치 효심 장한 딸이 그 어버이를 위하는 것과 같았다.
여름 한 더운 날 육타원이 총부 식사를 끝내고 조실에 문안 왔다가 마침 법사님이 식사를 하고 있으면, 뒤에서 가만가만 부채질을 하며 말씀을 사뢰는 모습은 자신이 여섯 살이나 손위라는 생각도 잊고 오롯이 어버이 모시는 태도였고 그 자태는 고아한 아름다움을 풍겼다.
3대 종법사로 대산 선생이 재위에 오를 때 또한 대종사 모시는 마음으로 일관하였다. 나이로나 입교한 시일로나 훨씬 후배였지만 그렇게 위할 수가 없었다.
대산 종법사 말하였다.
「육타원님은 날 덮어 주는 이불이었다.」
병 문안차 금강원으로 찾아오면 아무리 병중의 몸이더라도 계단까지 내려와 종법사를 응대하였다.
18) 방언공사에 합력하라
형산종사는 소년시절부터 대종사님과 9인 선진님을 모시고 회상 창립의 주역으로서 참가하였다. 원기 3년에 부친께서 방언공사에 전력을 다함에 가사를 맡아서 살림을 하면서 공사에 조력도 하였다. 대종사님께서는 새 회상 창립의 기틀을 만들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인간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서 기적을 나투고 계셨다. 그러기에 어린 종사까지도 동참할 것을 권유하셨다.
「너, 홍철이는 글을 그만 배워도 앞으로 세상 살아가는 데 충분할 것이다. 그러니 서당 다니는 것은 그만두고 천지공사인 방언공사에 합력하여라」는 종사는 이 말씀의 뜻은 알 수 없었으나 다만 두 마음 없이 받들어 대종사님의 말씀에 무조건 따랐다. 이것이 후일 종사께서 재방언공사를 주도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믿는다.
19) 너는 알지 못한다
총부 농업부의 감원으로 일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형산종사는 수레에 짐을 싣고 이리 시장에 나갔다가 고향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는 종사의 초라한 모습을 자세히 살피더니
「어쩌다 이리 됐느냐. 불쌍하다.」고 말했다.
종사는 그러는 친구에게
「나는 네가 오히려 불쌍하구나, 네가 모라서 하는 소리다. 내가 하고 있는 이 공부 이 사업에 만조하고 있단다.」고 반문했다.
자신의 신념에 찬 삶, 이상을 향한 삶을 어찌 친구가 알 수 있겠는가.
20) 꿈에 뵌 대종사님
원기 35년 여름이 왔다. 민족의 비극인 6.25가 터졌다. 특히 소란했던 영광 일대는 도저히 마음을 놓고 일할 수 없을 정도로 난세였다. 어느 날 밤 꿈에 형산종사는 대종사님을 뵙게 되었다. 생시 같은 음성으로 「그대로만 있어라. 그러면 얼마 안 가 전쟁은 끝난다.」라고 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