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익힘달 초여드레, 블날, 맑음.
아침에 길 나서서 대전으로 향했습니다.
며칠 전 대전의 김규복 목사와 약속을 하기도 했지만
아우 장창원 목사와 이야기를 나눌 때
오늘 있게 될 기자회견과 모임 발대식에 참석하기로 했던 것,
대전신학대학교는 참으로 오랜만에 가 보는 겁니다.
신학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을 시작할 무렵
잠시 이 학교의 전신(前身)인 대전신학교에 적을 둔 때가 있었지만
그 기간은 길지 않았고
이후 이 학교와 나는 직접적으로는 어떤 관계도 없습니다.
내게 의미가 있는 것으로는
언젠가 이 학교에 갔을 때
도서관에 내게도 없는 내 신대원 졸업논문이 꽂혀 있는 것을 본 것,
이따금씩 그 논문을 다시 꺼내 손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이 학교가 떠오른다는 것,
그리고 이 학교가 내가 살고 있는 곳과 영역이 겹친다는 것이거나
이 학교 출신의 목사들과 여러 모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
그런 점에서 볼 때 나와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은 틀림없지만
여전히 직접은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오늘 기자회견과 이 학교를 바로 세우겠다는 모임에 참석하면서
어쩌면 직접 관계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것도 여전히 유보적인 것은
이 모임이 건강한지 아닌지는
좀 더 짚어 볼 일이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이 학교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그 동안 학교의 파행에 가까운 운영해 온 데서 시작되는데
그 바탕에 인간의 부끄러운 탐욕이 도사리고 있었다는 사실,
그리하여 학교의 운영이 학교와 학생,
그리고 지역사회 안에서 해야 할 역할과 기능에는 관심이 거의 없고
이해관계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임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이 세계를 속이려고 하는 데에는
언제나 탐욕이 그 배경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다시 보는 안타까움
그렇다고 세계가 그들에게 속는 것이 아니고
단지 어리석은 이들이 어울려 놀아나는 소꿉장난이 펼쳐지는 건데
그 때에는 그게 통용될 수 있는 질서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부끄러움의 역사를 쓰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그것을 오늘 나는
“소중하게 지니라고 보석을 맡겼더니
그걸로 구슬치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그래서 보석은 엉망으로 시궁창에 처박힌 것이
현재 학교를 팔아 재정 문제를 해소하고
규모를 줄여 이사를 가자고 하는 데까지 온 게 아니냐”고
간단하게 정리한 발언을 했습니다.
그러나 기자회견 후 이어진 회의에서 나온 말들은
나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이 조금 있었고
이들 중 어떤 사람은 대전신학대학교의 회복보다는
다른 데 관심을 갖는 게 아닌가 싶은 이들도 보여서 안쓰럽기도 하고
이들과 일을 하는 것이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을지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날씨는 맑았고 바람결도 고왔던 것까지는 좋았는데
사람의 문제는 역시 어려운 것임을 실감하며 돌아왔고
하늘 바라보는 것으로 거기서 묻은 때를 다 씻지는 못했는데
길 끝이 안 보이는 길에 서 있는 답답함으로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날마다 좋은 날!!!
- 키작은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