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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리산 다녀오신 회원님들 다리가 뻐근하시지요 ?
그래도 어쨌든 남한 제 2봉인 1915미터 천왕봉을 등정했다는 생각을 하면
마음 한구석이 뿌듯 하실 겁니다.
오랜만에 회원님들과 힘든 산행을 하고난 후기를 몇줄 적고자합니다.
11월 11일 토요일, 빼빼로데이(아시는 분은 알고 모르시는 노인네는 모름)
날씨 맑음.
10시 정각에 출발하겠다는 엄포가 있었음에도 자리가 듬성듬성 비어있어
출발이 늦지않을까 걱정했지만 몇분 늦지않은 거의 정시에 출발, 예감이 좋다.
오랜만에 가보는 고봉이라 마음속에 약간의 걱정이 있으나
그래도 지리산이라니.... 영봉을 생각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산행이 익숙치않은 일부 회원님들은 긴장한 듯, 눈들이 반짝거린다.
새벽산행을 위하여 불을 끄고 취침을 명 받았으나 갑자기 바뀐 잠자리에
좁고 불편한 버스 안 이라서인지 잠이 잘 오지 않는다.
일부 성격좋은(?) 회원님들은 코를 고는 사람도 있으나 대개는 잠을 못 이루는듯.
잠이 부족한 상태에서의 새벽산행이 걱정된다.
몇시간 달리지 않았는데 벌써 산청휴게소, 한밤중에 아침을 먹으라니 익숙치 않다.
그래도 산행을 위해서는 먹어야지.
저쪽 구석에서는 때거리로 미빈님이 싸온 고기볶음과 밥을 뺏아먹느라 시끌벅적하다.
(사실 대개의 산악회가 사정상 아무때나 아무곳에서나 때거리로 시끌하게 ‘먹이활동‘을
하여 일반인들에게 무슨 거지때 취급을 받는 경우가 허다함)
미빈님은 이기회에 배낭 무게를 줄이려는 속셈이었을텐데 그 속을 모르는군 쯧쯧...
출발지인 중산리까지는 아직도 한시간여 더 달려야한다.
산행을 위하여 한숨 자야하는데 잠이 잘 안온다.
일부 회원들의 불면증세가 심각한 상황, 경험많은 어등산사 고문님께서 궁여지책으로
(정말 어쩔수 없이) 본인을 포함한 일부 회원들에게 수면제로 소주 몇방울씩을
처방하였다. 그리하여 몇몇 회원들은 수면제 약 500방울씩 복용한 후 잠들 수 있었다.
중산리, 캄캄한 새벽 3시 50분, 날씨가 제법 싸늘하다.
드디어 천왕봉을 향하여 출발. 약간 긴장한 분위기.
맑은 날씨, 하늘엔 온통 별들이 가득하다. 바람이 휭 하고 불면 후두둑 하고
별들이 떨어져 내릴듯 크고 작은 별무더기들이 화려하게 반짝이고 있다.
(연변 사투리로, 서울 별들은 별도 아닙네다. 서울별이 새끼손톱만 하다면 지리산 별은
주먹만 합네다)
별자리에 무지한 내가 봐도 국자 모양의 북두칠성이 확실하게 보이는 것을 보니
별빛이 뚜렷해서 그런가보다.
약 20분 바윗길을 오르는데, 어두운 등산로변에 랜턴도 없이 앉아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이름하여 “벗님”. 일행을 멀리 뒤로 따돌리고 산행의 최 선두에서 앞서가고
있었던 것이다. 벗님의 뜻밖의 선전에 모두들 놀랐다.
나는 그순간 갑자기 왠지 ‘킬리만자로의 표범’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 올랐다.
각설하고(벗님은 나중에 또 등장예정),
어두운 새벽의 산행길은 무척이나 길고 힘들었다.
대부분의 등산로는 크고 작은 돌로 이루져 있고, 천왕봉까지는 급경사와 완경사가
반복되는 약5.4킬로미터의 쉼없는 오르막길이다.
게다가 일정한 방향도 없이 몰아치는 강한 산바람이 계속되어서 산행을 더욱
힘들게 했다.
그래도 우리는 가야만 한다. 천왕봉을 향하여....
법계사를 지나 계단과 바윗길이 반복되는 급경사의 등산로를 오르는 것은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
옆의 베테랑 은총님도 다친 곳이 도졌는지 오늘따라 힘들어 보인다.
정상을 800미터 앞둔 개선문, 시간은 7시.
정상에서 일출을 보고싶어 쉼없이 올라왔는데 벌써 해의 끝이 보이기 시작한다.
익히 들어왔으나 천왕봉의 일출은 정말 장관이다.
더구나 3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천왕봉의 일출을 볼수 있다는데
이렇게 구름 한조각없이 청명한 날에 이렇게 완벽한 일출을 볼수있다니..
나무 관세음보살..... 돌아가신 증조할아버지, 할아버지와, 아버지 어머니, 3대에
감사하는 마음이 생긴다.
경건한 마음으로 잠시 반성하고 또 기도한다. “큰거 한건 중개하게 해주십사.....”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빨간 태양을 뒤로하고 정상으로 올랐다.
천왕봉 1915M. 감개가 무량하다.
왠지 우리 회원이 하나도 없어서 두리번거리고 있는데
낯익은 사람 하나.
아이프로님이 개떨듯 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최 선두로 올라오신 모양인데 한참을 기다렸는지 얼굴이 퍼렇게 얼었다.
뒤에 오는 일행과 합류하고싶지만 이렇게 추운곳에 땀에 젖어서 있을수는 없다.
천왕봉표지석에서 증명사진을 찍고 하산길에 올랐다.
아침 햇살을 받은 천왕봉 능선길에는 볼만한 풍경이 많았다.
기묘하게 생긴 나무와 바위들과 주목들, 내려다 보이는 너른 지리산의 늦가을
아침풍경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다.
만산홍엽 이라하더니, 산 전체의 색채가 황홀하다.
이 맛에 산을 오르는 것이 아닐까 싶다.
아이프로님은 사진 찍는일에 여념이 없다.
난 사진찍히는 일에 별 흥미가 없는데, 뭐 이쁜 아지매모델이 올라오지를
못해서 내가 대신 모델을 해야된다나 ? 나를 세워놓고 자꾸 찍자한다.
하긴 나도 사진빨은 좀 받는편이지. 산악회 따라다니기 시작한 후 최고로
사진 많이 찍었당.
통천문을 거쳐 장터목대피소에서 약간의 식사를 하고 한참을 기다려 보았으나
아무도 나타나지를 않는다.
전화도 되지 않고 후미와는 얼마나 떨어졌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우리 둘은 다시 하산을 시작했다.
장터목에서 백무동 까지는 정말 재미가 없다.
불규칙한 크기의 바윗길이 끝없이 계속되어서 긴장을 풀수 없다.
정말 피곤한 유형의 등산로이다.
등산로를 올라오는 사람들을 마주치면서 속으로 자꾸 한심한 생각이 든다.
언제 다 올라갈꼬.
드디어 매표소 도착. 시간은 11시.
내려와서 빛바랜 안내판을 보니 백무동 윗골이 옛날 빨치산유격대의
사령부였고 토벌하는데 5년이 더 걸렸다는 내용이 써있다.
이같이 넓고 골이 깊은 산속에서의 전투가 쌍방에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회원님들은 언제나 올까.
햇볕이 잘 드는 뜨뜻한 버스안에 앉아있으니 잠이 온다. 취침모드로.......
1시가 넘으면서 몇 명씩 도착하기 시작했고
후미의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어떤이는 완전히 퍼졌다고 하고 (중고차 ? ㅋㅋㅋ),
어떤이는 업혀 내려오고있고 어떤이는 차를 보내서
실어와야 할 정도이고 등등... 걱정스러운 상황.
그렇지만 후미에 막강하신 분들(폭탄처리반)이 버티고 있으니 별일이야 있겠나.
3시가 넘어서야 뒷풀이 장소인 식당에 모일수 있었다.
하나 둘 모여드는 우리 회원님들의 몰골은 솔직하게 말해서 양로원 그 자체.
하는 말들이 비슷하다.
‘아이고 팔이야’ ‘아이고 다리야’ ‘아이고 삭신이야’
그렇지만 그 얼굴들에 떠오르는 성취감은 숨길수 없었다.
‘아! 내가 그 힘든 1915미터 천왕봉을 오르고야 말았어.’ 하는.
퍼졌다고 했던 회원을 포함해서 모든 회원님들이 멀쩡(?)하게 다 모이고
닭삶는 샘새가 나기 시작하자 갑자기 원기들이 왕성, 시끌벅적해졌다.
그런데 그때 석양을 등지고 문을열고 들어선 이가 있으니
바로 그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었다.
모든 회원들이 안전하게 하산을 마치는 것을 확인하고 최 후미로 하산한
“벗님” 이었던 것이었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장렬하게 쓰러지면서 외쳤던 그 한마디 “아이고 나죽는다......”
우리는 모두 웃고 말았다.
(한편 벗님과 미빈님은 앞으로 지리산방향으로는 소변도 보지 않겠다고
하더군요. 남자야 조준, 사격에 별 문제가 없겠으나 미빈님은 조금....하하)
고생끝의 닭도리탕은 정말 달콤했다.
우리 모두 퍼져앉아 푸짐한 식사를 즐겼다.
퍼졌던 몇분들도 원기를 회복하고 함께 고생한 후미 지원조에 대한 감사도 있었다.
저도 사실은 힘을 좀 보태고 싶었지만 얼마전부터 생긴 오십견 때문에
힘을 쓰지를 못하는 상황임을 지면을 통해서 양해를 구하는 바입니다.
(55싸이즈 이상의 여자는 업을수 없슴)
뒷풀이때 운좋게 훈장님 곁에 앉게 되어 좋은 말씀을 많이 듣게 되었다.
훈장님 감사합니다.
어쨌든 화기애애한 뒷풀이를 끝내고 집으로 출발.
죽도록 고생도 했겠다, 술도 한잔 기분좋게 마셨겠다.
모두들 죽은듯이 잠들었다.
그런데 어디선가 들리는 아름다운 코고는 소리.
내평생 지상에서 들어본 적이 없는 청아한 사운드였다.
소리의 근원지는 대각선방향에 앉아계신 어등산사님.
아니 저런 형태의 코에서 저리도 아름다운 사운드가 날 수가 있단말인가.
나는 귀기울여 감상하느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런데 어째 좀 소리의 방향이 이상하여 접근, 분석해보니 그 청아한 사운드는
아니나 다를까 그쪽이 아니라 그 뒤의 어느 여회원님의 예쁜 코에서 나고 있었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기위해 이름은 밝힐수 없고 성만 (곰XX 님)밝힘.
청아한 자장가를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천안휴게소 통과.
한명 두명 잠에서 깨어나고 있었다. 이유는? 생리현상.
그럼 그렇지. 그리 퍼 마시더니 (내예기임).
갑자기 급해지기 시작했다. 주변의 얼굴들도 범상치않다.
참고로,
이럴때 응급처치법.
1. 꼭지를 꽉 쥐고있는다(남자만 해당, 방광이 파열될 염려가 있슴)
2. 아름다운 여인의 나체를 상상한다(다른 밸브가 열려서 이쪽밸브가 잠김
단 이럴때 노래를 시키면 왕 쪽팔림)
3. 조끔씩 배출하여 체온으로 말린다(여성에게 권장, 가끔씩 말해야 한다
“어머 물을 쏟았네”)
안성휴게소에서 소원을 풀고 서울로 서울로....
강남 도착시간 10시 10분.
이야깃거리 많은 우리의 지리산 산행은 이렇게 끝나고
산악회의 앨범에 커다란 추억으로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었다.
참석한 모든 회원님께 감사드리고,
운영진여러분, 고문님들 후미보신 여러분들 모두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다음에 서울근교 산에 가면 시시하다고 들 하실듯 싶네요.
안녕히들 계시고 후미 산행하신분들 중 한분이 그쪽이야기 해 주시면
재미있는 스토리가 많을듯 싶습니다.
첫댓글 후기 넘 재밌습니다...천왕봉 그 힘든고지를 잘 다녀왔다는게 뿌듯합니다....
ㅋㅋ 독고탁님~~ 개떨듯이 떨고 계신 아이프로님좀 꼭 안자주지 그려셨어요 ㅋㅋ 오우~ 불쌍한 아이프로님이시여~~ 후기 넘 재밌게 잘 봤습니다 기다리느라 고생하셨네요 ㅋ
독고탁님이 아마 시리퀸님이 개떨듯 떨고 계셨으면 틀림없이 않아 주셨을텐데 ipro님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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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 오~ 그래 글면 담부턴 선두로 날라가서 기다리고 있음서리 개떨듯해야되는데.. 선두로 가려면 오늘 부터 체력을 길러야 쓰겄네 ㅋㅋ
맛깔스런 후기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대단한 필력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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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니다 일사천리 재주꾼들은 산악회에 다 모인것 같아요 ^^ 앞으로도 계속 산에서 자주 뵙길 빕니다
후기 재미있게 잘 읽고 갑니다. 오랜만에 뵈서 반가웠습니다,
후기가 너무 재미있습네다. 후미조 기죽어서 산행후기 못쓰겠습네다.(연변 사투리로..)독고탁님 조용하신 분인 줄 알았는데...ㅋㅋ ... 관찰력 대단하시고 필력 또한 대단하십니다.만나 뵈서 반가웠습니다.
실감있고 생동감이 넘쳐나는 후기 잘 일고 갑니다.
와~~ 생생한 등정기~~~ '후두둑 떨어지는 별들'을 못 본지가 너무 오래 되었네요...근뎅 남자는 조준사격, 여자는 정밀 폭격....
역쉬 독고탁님의 거침없는 필력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네요..하늘의 별들을 바라본지가 언젠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정말 지리산에서 바라본 별들은 주먹만 했나요..?ㅎㅎ
대단하십니다....말로 다 표현할수 없는 부분까지 세세히...저는 지금도 아무 생각이 안납니다~ㅋㅋ
독고탁님 생생한,맛갈스런 후기 잘 읽고 갑니다.같이 한 시간 넘 즐거웠습니다
산행즐거웠고 생생한 후기 잘읽었읍니다...
오르고 또 오르면......못오를이 없건만은.......
^^ 고생하셧습니당........ ^^
시작 하면서 바라본 밤하늘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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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수했던 
들 (내 가슴에 쏟아질것 같았던) 모든것을 날려 보낼것 같던 바람소리가 기억에 남네요. 처음 동행한 일사천리 산악회 좋았습니다.^^*
정말 글 솜씨 좋고 잘 쓰시네요. 어제 고생 많으셨어요. 즐거운 산행 ~내년에는 지리산 종주 산행 안내 할께요. 많이 신청하세요~~ㅎㅎㅎ
독고탁님, 글 잘쓰시네유 잘 보았습니다.
감회가 새롭네요. 3대가 은공을쌓아야 볼 수있다는 일출광경을 접했으니 처음 만난 지리산은 저에게 울 횐님들에게 축복을 준것같습니다. 지리산 정기를 이어받아 모든 님들 건강하시고 돈 많이 버세요.
오우~독고탁님^^
후기 잼나게 잘쓰셨네요. 독고탁님 표현대로 정상에서 (40분씩이나 개떨듯이 떨었음 음~그보다도 조금 더 떨었음) 지금도 소름이 끼치네요. 그래도 동행할 수 있어서 즐거웠구요 수고 많았읍니다.^^*
엥 ~~~ 독고탁님 제가 정말 그랬어요..ㅋㅋ 울 신랑 말도 제가 많이 피곤 하면 그런다던데 정 말 인가 보네요... 독고탁님은 정말 조용한 분이라구 생각 했는데 글도 잘쓰시고 재미있는 분이세요...ㅋㅋ 이 곰탱은 이제 죽다 살아 났습니다... 정말이지 힘들어서 산에 안 가야지 생각 하다가도 여러 회원님들하구 산행한 생각하면 담에 또 따라가고 싶고 죽겠습니다..ㅋㅋㅋ
대단들 하십니다..... 담엔 꼭 참석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