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경우에 따라 다른 현상이 있고,
어떤 경우라도 적용되는 법칙이나 원리도 있다.
그런데,
경우에 따라 다른 현상을 일반화해서 말을 많이 하고,
불변의 진리를 경우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 둘을 섞어서 아예 소설을 쓰기도 한다.
아무튼 공통점은 거짓 또는 무지, 막지이다.
요즈음 근거를 알 수 없이 퍼지던 풍문처럼,
과연 에어컨을 제습 모드로 운전하면 소비전력, 즉 전기요금이 크게 절감이 되는지 직접 측정을 하였다.
그런데 측정을 시작하자마자,
몇몇 뉴스에서 차이가 없다는 방송들로 결론을 냈기 때문에 덜 신이 났지만,
실험 정신이 충만한 나로서는 나름 열심히 측정을 했다.
게다가 그들보다 나의 결과나 결론이 더 쓸모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도 있었기에...
이 글은 며칠 전에 올린 에어컨 소비전력 분석글
그 과정은 똑같지만 간단하게 설명을 하면,
스탠드형 에어컨에 자작한 IoT(사물 인터넷) 에너지미터를 부착하여 매 1분마다 소비전력값을,
웹서버에 전송하여 기록하고,
스마트폰에서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사용한 에어컨은 작년에 구입한 2in1 16평형 스탠드형 인버터 에어컨이며,
효율은 1등급 에너지 프론티어 제품이다.
즉 효율이 매우 좋은 제품이다.
우선 에어컨 효율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하면;
- 에어컨은 압축기가 천천히 돌고 (즉, 제품의 최대 능력에 비해서 여유 있게...)
- 실외기 열교환기 온도가 낮고 (즉, 응축압력이 낮고...)
- 실내기 열교환기 온도가 높을수록 (즉, 증발압력이 높을수록) 효율이 높게 된다.
그럴 경우 해야 하는 압축일이 작아지고,
소비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압축기가 전기를 덜 소모하기 때문이다.
한편, 제습에 대해서 아는 대로 설명을 하면;
실내기 열교환기 표면 온도가 낮을수록 제습 성능이 좋아지는데,
그러기 위해선 압축기를 좀 더 많이 돌리거나 약풍으로 풍량을 줄이면 되는데,
에어컨의 일반적인 운전에서는 후자의 방법을 사용 중이다.
결국은 실내기 열교환기의 온도를 낮추는 것이므로 에어컨 효율은 낮아지는 방향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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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공지보기▶ 풍량이 줄기 때문에 팬 소비전력은 감소한다. (하지만 전체 효율에 큰 도움은 안 됨)
대신 제습 운전을 하면 실내가 좀 더 쾌적해지기 때문에,
좀 더 높은 온도라도 체감상으로는 덥지 않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정교하게 운전하려면 인체의 쾌적감 등을 고려하고,
습도 센서까지 부착하여 제대로 제어를 해야 하겠지만,
현재 시중의 에어컨들은 단순하게 풍량만 줄이는 수준이 거의 대부분일 것이다.
아무튼 제품 특성, 제어 방법, 주변 환경, 재실자의 쾌적감 개인차 등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제습 운전을 냉방 운전과 비교하는 것을 일반화 하기 어렵지만,
실제 제습 목적이 아니고 냉방 운전에서의 전기요금 절감 측면에서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래서 특정 제품과 특정 환경에서의 비교이지만 직접 측정을 했다.
그런데 요즈음 더위가 막장 수준인데다가,
그날 그날의 차이가 별로 없어서 이런 실험을 일관성 있게 하는데 아주 적합하다.
즉, 아래의 날씨 어플을 보면 얼마나 안정적인 막장 더위인지 알 수 있다.
예보에서 보면 측정 기간 (수~토) 내내 기온이 아주 비슷하였고 실제로도 그랬다.
물론 내가 측정환경을 같도록 통제하긴 어렵고 모든 인자들을 다 관찰하지도 않았지만,
이번 비교는 나름 훌륭하게 측정되었다고 자부한다.
특히, 이 정도의 측정 자료를 세상에서 구하기가 쉬운 것이 아니니...
이제 실험에 들어갔다.
우리집 에어컨은 제습 모드에서도 희망온도를 설정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집에서 주로 사용하는 운전모드인 "희망온도 27도 냉방"을 기준으로 해서,
아래의 운전 모드에 대해서 소비전력을 측정했다.
물론 그리 정확하다고 보긴 어렵지만 체감상의 냉방 효과도 비교했다.
1. 희망온도 27도 냉방 운전 (기준 값)
2. 희망온도 28도 제습 운전
3. 희망온도 29도 제습 운전
4. 희망온도 30도 제습 운전
즉, 이렇게 자기 전에 에어컨을 설정한 후 아침까지 운전을 시키고,
그중에서도 운전이 가장 안정되어 있는 새벽 시간의 데이터를 취했다.
결과적으로 새벽 2시~아침 7시의 측정값이 안정적으로 나왔다.
그래서 그 결과를 정리한다. (아래는 실험한 순서와 일치 하지는 않음)
1. 희망온도 27도 냉방 운전 (기준 값)
이건 요즈음의 폭염에 우리집에서 하루 종일 운전하고 있는 설정 온도이다.
취침 시에도 이렇게 운전을 하고 있다.
아주 선선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가족에겐 생활에 거의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온도다.
기록된 것을 보면 무척 안정적으로 운전이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효율이 매우 좋은 인버터 에어컨인 덕분에, 5시간 평균 소비전력은 겨우 225.8 와트밖에 되지 않는다.
(앞서의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이렇게 24시간, 한 달을 운전해도 10만원이면 해결된다.)
2. 희망온도 28도 제습 운전
이번엔 희망온도를 28도로 설정한 후 제습 운전 모드로 열대야를 보냈다.
결과는 아래와 같다.
압축기가 안정적으로 연속 운전을 했는데 약 5시간 동안의 평균 소비전력은 373.3 와트로 나왔다.
앞에서 희망온도 27도로 냉방할 때인 225.8와트보다 무려 65%나 더 전기를 소모했다.
그런데 그 만큼 더 시원함을 느꼈다.
즉, 전기는 더 먹지만 더 시원해 졌으므로 이것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3. 희망온도 30도 제습 운전
이번엔 희망온도를 최대 값인 30도로 설정한 후 운전하였다.
결과는 아래와 같은데 긴 시간을 측정하지 못하고 1시간 반만에 중단해야 했다.
가족들이 더워서 잠을 못 잤기 때문이다.
즉, 소비전력도 271.1와트로 냉방 운전보다 20%나 더 먹으면서도 냉방 효과는 느낄 만큼 나빠졌기 때문이다.
특히 압축기가 자주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풍량도 그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실내 쾌적감이나 효율적인 운전 측면에서 불리해 보인다.
4. 희망온도 29도 제습 운전
마지막으로, 희망온도를 29도로 설정한 후 제습 운전을 하였다.
그랬더니 희망온도 27도의 냉방운전과 쾌적감이 비슷하게 체감되었고,
약 4시간 평균 소비전력은 284.8와트가 되었다.
즉, 27도 냉방운전과 비슷한 냉방 효과를 내기 위해서 26% 정도의 전기를 더 먹는다.
한편, 이 경우에도 압축기가 주기적으로 켜졌다 꺼졌다를 반복하고 있어서,
실내 쾌적감이나 효율적인 운전 측면에서의 손실로 보인다.
이것이 26%의 추가적인 전기 소모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정리하면,
1. 희망온도 27도 냉방 운전 (기준 값) = 225.8 W (100%)
2. 희망온도 28도 제습 운전 = 373.3 W (165%) → 체감 냉방 우월
3. 희망온도 29도 제습 운전 = 284.8 W (126%) → 체감 냉방 동등
4. 희망온도 30도 제습 운전 = 271.1 W (120%) → 체감 냉방 불량
결론은,
우리 집에서는 실제 제습 목적이 아니라면 쓸 일이 없을 것이다.
실내 냉방 시에는 제습 운전이 전기를 20% 이상 더 먹는다.
그냥 설정 온도 27도로 하루종일 운전하면서 이 기록적인 폭염의 남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단, 이 결과를 일반화할 수 없으며 제품마다, 환경마다 다를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특정한 상황에서 실측한 경우임을 감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