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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으로 차를 몰다.
7월 하순은 약 열흘간 평창 대관령 음악제가 개최되어 클라식 애호가들을 유혹한다. 매년 마음에만 두고 못 가 보았는데, 이번에는 두 달 전에 주저없이 음악회 두 연주회를 예약 했다.
그냥 연주만 듣고 오기에는 먼 길이라, 앞뒤로 몇 가지 근사한 일정으로 자유여행을 마련했다. 강원도는 가끔씩 들리는 곳이지만 자주 못 가는 명승지를 고르고, 음악이라는 정(靜)과 산악 트레킹과 바다 낚시라는 동(動)을 엮어서 나홀로 멋진 여정을 한번 마련해 보기로 했다. 여기에 반나절은 Business 출장을 섞어서 가성비도 고려하여 시간 계획과 동선을 구상했다. 첫날 일요일 아침부터 차를 몰고 평창으로 달린다.
대관령 음악제는 금년도 평창 동계 올림픽 경기의 본고장 알펜시야 스키장과 콘도 일원인데, 알펜시아 컨스트홀에서는 4시부터 슈베르트의 현악 3중주와 5중주가 있고, 저녁 8시에는 야외 음막당 Music Tent에서 슈만의 피아노협주곡과 브람스의 교향곡 1번 연주를 참관한다. 분당에서 평창까지 200KM 거리가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열려서 2시간 20-30분에 접근이 가능하다. 장마가 마침 지나 폭염이 시작되는 휴가철인데도 시원하게 길이 열린다. 음악회 시작 전에 시간여유가 생겨 그 유명한 <대관령 양떼 목장>을 방문하였다. 여기가 스위스인가 뉴질랜드인가 혼동할 정도로 수백 마리의 양들이 초원 언덕을 누비고 있다. 양떼목장 일주 언덕길을 트레킹 한다. 넓고 푸른 초원에 가끔은 큰 풍력발전 날개가 좋은 경관을 선사하고 있다. 문득 알프스 양들은 독일어, 뉴질랜드 양들은 영어나 마우이 언어로, 중국 사천성 양들은 중국어를 익혀 서로 대화가 가능할까 엉뚱한 생각이 든다.
대관령 음악제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를 거닐면 마치 유럽의 어느 중소 도시를 걷고 있는 기분이 든다. 스키장 근처의 식당가도 서양식과 한국요리가 사이 좋게 공존하고 있다. 국내 소상공인 업체와 가게가 불경기로 고전 중인데도 여기는 휴가철 때문인지, 음악회 때문인지 스키 시즌이 아닌데도 인파가 제법 많다. 첫 음악회는 자주 접하지 않는 Schubert의 단출한 현악 3중주와 5중주로 한시간반이 지나갔다. 음악회에는 외국인 청중도 많이 눈에 뛴다. 이런 국제적 예술행사는 국격(國格)을 나타낸다. 음악회를 마치고 시내로 나와 혼밥으로 조촐하게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알펜시야의 야외 음악당으로 재진입했다. 저녁 공연은 너무나 자주 듣는 슈만의 피아노 협주곡과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Big Orchestra가 연주한다. 야외 음악당이라고 해서 밤하늘 별빛이 보이는 진짜 숲속의 야외 공연장을 상상했는데, 근사한 조형미를 보이는 큰 Music Tent 건물 내부에서의 공연이었다. 슈만(Schumann)은 클라라와 연애 스토리로 유명하고, 브람스 (1933-1897)는 중후하고 아름다운 서정성이 빛나는 낭만파 후기 작곡자이다. 두 곡 다 평생 수 백 번 들어서 음률을 외울 정도의 인기 곡이다.
음악회를 마치면 오대산 입구까지 밤운전으로 거리가 만만치 않은 거리여서, 미리 숙소 아줌마에게 밤 10시반 넘는 시간 도착이니 문을 잠그지 말라고 전화 요청을 해두었다. Music tent 옆 좌석은 흰머리 카락이 어울리는 예쁜 귀부인 타입의 중년 여인이 앉아 있는데, 몇 마디 대화만 나누고 연주 후 운전대 잡고 밤길을 달릴 갈 길이 먼 처지라 수양 온 스님처럼 작별 인사만 하고 자리를 뜬다. 첫날 숙소는 작은 농가의 아담한 민박 작은 골방이다. 밤늦게 조심하면서 밤길 좁은 길 운전으로 마을에 도착하니, 아줌마가 마중 나와서 작은 방으로 안내해주었다. 나 땜에 잠도 못 자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다음날 아침은 조용히 도둑 고양이처럼 살그머니 나와서 근처 산채비빔밥 식당이 오픈하기를 기다렸다. 여기는 첫 손님이다.
오대산 오르기
오늘은 당초 오대산 월정사 주차장에 차를 두고 상원사까지 그 유명한 전나무 숲 <선재길> 10키로를 트레킹 하기로 했다. 그런데 거리가 10키로로 가는대만 약 4시간 소요되고, 돌아 오는 길은 한시간에 한번 꼴인 마을버스를 탈 요량이었는데, 자동차 주차장 사용료가 6천원이고, 상원사 주차장에까지 갈 수가 있어, 당초 걷는 계획을 변경하였다. 차로 조용한 비포장 도로를 15분-20분 달려 상원사 주차장에 주차를 하니, 서서히 적멸 보궁까지 올라가보자는 욕심이 생긴다. 오대산은 그간 몇차례 내왕을 했지만 나에게는 추억이 있는 산이다. 대학산악부 시절 2학년 때인가, 산악부원 10명정도가 동계 설악산 등반을 확정하고, 당시 겨울방학인데도 부산 본가로 내려 가지 않고, 설악산 동계 원정을 준비하기 위하여 북한산과 수락산을 예비 훈련하기로 하고 어느 날 신촌 로타리 부근 왕자다방을 아지트로 삼고, 대원들 회동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위 김신조 이북 암살침투조가 청와대 주변까지 처들어 오는 대사건이 발생하였다. 설악산 동계 원정은 고사하고 나라가 온통 난리가 났다. 당연히 설악산 동계등반은 날라가 버렸다. 그해 4월초순 겨우 국가 비상사태가 풀러 대학산악부는 아쉬운 가운데 오대산 봄철 원정으로 대체되었다. 4월 초순 부활절 휴가이지만 오대산은 적설량이 많아 등산길이 만만치 않았다. 더군다나 비상사태는 풀렸지만, 혹시 괴뢰 잔당의 생존 우려로 근처 군 부대에 신고하는 등반 조건으로 오대산 비로봉은 앞뒤 대열에 군인 초병 2명이 콘보이 하는 가운데 실시되었다. 평생 등반을 군인들 호위 속에 해보기는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 당시는 월정사 초입까지도 버스가 없어 서울서는 시골 비포장 도로를 달려서 월정사에서 한참 떨어진 마을에 정차하면 내려서, 월정사까지 걷고, 다시 상원사까지 산길을 걷고, 본격적인 등산으로 적멸보궁을 거쳐 비로봉을 오르고, 정상주변 봉우리 몇 개를 순회하고 상원사로 내려오는 코스가 정상적인 루트 였다. 그후 오대산은 두어 차례 비로봉을 올랐다. 월정사-상원사 구간의 선재길은 계단도 없고 평평한 길인데 명상 속에 걷기에 참 아름다운 길이다. 현재는 비포장도로로 아름다운 전나무 숲길로 참으로 뭇사람을 유혹하는 아름다운 트레킹 코스다.
예정에 없이 적멸보궁 산길에 도전하게 되었다. 계단이 엄청 많은데, 당초 계단없는 트레킹 길을 좋아하는데 예정과는 정반대가 되어 버렸다. 세상 만사 제 마음대로 되는 게 별로 없는 것 같다. 우리나라 여러 산사에 적멸보궁이 5개가 있는데, 오대산이 가장 유명하고,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적멸보궁, 영월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적멸보궁 등이 있다. 상원사 - 적멸보궁 사이 구간의 계곡에서 스님의 목탁과 불경 암송이 시원한 바람을 타고 들려온다. 산에 마이크를 설치해둔 듯 싶다. 중간에 temple stay 하는 불신도의 독경 목소리도 들린다. 마침내 적멸보궁을 가벼운 가랑비 사이를 뚫고 도착하니, 여기서 비로봉 정상이 1.5키로 남았다. 두시간 왕복거리가 약간은 욕심이 나지만 매사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정상 도전은 그만두기로 했다. 적멸보궁에 따뜻한 차가 준비되어 한잔에 마음을 푸근하게 한다. 내려오는 길에 계단숫자을 세어보자는 생각에 카운트를 시작하여 788개에 이르니, 돌로 정밀하게 만든 계단길과 산속 오솔길 갈림길이 나타나서, 오솔길을 택하니, 여기도 얼마 못 가서 나무 데크길이 계속된다. 오늘은 계단의 날이라는 생각이 든다 약 1200계단 정도인 것 같다. 무릎에게 미안하다고 전하니, 받아들이라고 한다. 상원사 주차장에서 온통 땀과 가랑비로 젖은 옷을 갈아 입고 운전대를 잡는다. 그래도 흐뭇한 오전 산행을 끝내고, 월정사 입구 식당가로 가서 점심을 하니 또 메뉴가 산채비빔밥+된장찌게 이다.
오후 시간에는 강릉 지역의 한전 소속 발전소에 장비판매 영업 미팅을 하였는데, 요구사양과도 틀리고, 반원전으로 적자투성이가 되어 버린 지난 정부의 과오로 내가 피해 당사자 중의 하나가 되어 씁슬하다. 또 다른 업체와 연락 소통하고, 저녁에는 속초 항구 주변 숙소로 차를 몬다. 강원도는 길죽해서 강릉-속초간이 70여키로, 속초-고성 간이 또 70 여 키로로 거리가 만만치 않다. 오늘 숙소는 어제의 농가 민박이 아닌, 초대형 건물의 호텔이 속초 항구의 전망을 누리게 한다. 시설은 수준급이지만 주변 동네는 별로 이고, 호텔 운영은 세련미가 없다. 오대산 등산을 마칠 무렵에 나의 절친 피아니스트의 안부 카톡이 반갑게 왔다. 회장님 어제 저녁 대관령 음악제 좋았어요? 질문이 반갑다. 알펜시아 음악당 피아노 모델이 그 흔한 Steinway가 아니고, Buesen 뭐뭐라고 카톡을 보냈더니, Boesendorfer 라고 정확한 스펠을 알려온다. 독일에서 오랫동안 수학한 우리나라 top class 여성 Pianist와의 음악 대화는 항상 즐겁고, 작은 행복 중의 하나다. 지난 2년간 나도 피아노 관련 책 읽기를 엄청 했다. 이번 강원도 투어에도 임현정 피아니스트의 에세이 Bliss를 지참 자투리 시간에 남은 페이지를 다 읽고, 또 한권 어느 여성 요리전문가의 프랑스 여행 책 <맛과 멋의 프랑스 여행>을 동반하고, 속초 해변가 높은 호텔 창밖으로 밤바다를 처다 보니 마치 남 프랑스에 여행 온 기분도 난다.
브람스와의 대화
적멸보궁을 오르면서 어제 밤 음악회의 브람스 교향곡 1번을 연상하면서, 마치 브람스 (1833-1897) 작곡자와 같이 등산하는 상상에 접해 본다. 어제 지휘도 브람스가 직접 한 것으로 상상하니 재미가 있다;
IP; 브람스 선생님, 어제 1번 교향곡 감명 있게 들었습니다. 한국에는 이번이 처음 방문 이신 가요?
Brahms; 예, 며칠 전에 Lufthansa 타고 편하게 왔습니다. 한국이 이제 클라식 음악도 선진국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대관령 음악제도 그렇고, 알펜시야 주변 경관도 인상적입니다.
IP; 어제 연주회 지휘 끝내고 오늘 쉴 시간도 없이 같이 적멸보궁에 오르게 일정을 짜서 미안 합니다.알프스에는 자주 가셨는 지는 모르겠읍니다만, 이곳 오대산 숲도 괜찮으신지요?
Brahms; 아주 경관이 좋네요. 계곡 울창한 숲사이로 불교 스님 독경이 들리니, 제가 작곡한 <독일 레퀴엠>을 작곡하기 전에 한국의 음악을 접했다면 심오한 정감과 숭고함이 좀 더 반영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IP; 선생님 여러 작곡하신 곡 중에 익숙하고 마음에 울리는 곡이 많습니다만, 교향곡 1번 작곡에 근 20년 심혈을 기울이셨다고 하니, Beethoven 10번 교향곡이라고 칭송을 듣는 게 당연한 느낌 입니다.
Brahms; 고맙습니다. 제가 인생을 64세에 마치게 되어서 좀 더 살았다면 교향곡 5번부터 9번까지 몇 개는 더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켰을 텐데, 좀 아쉬운 느낌 입니다. Beethoven을 따라 가자니 버겁고, 후배 말러(Mahler; 1860-1911)도 좋은 작품 많이 남겼지요. 피아노 협주곡을 특히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피아노는 단연 쇼팡과 리스트 그리고 라프마니노프 등 작곡자가 초절기교의 난해한 타건과 아름다운 피아노 곡을 많이 남겼지요. 저는 원래 피아노 전공자이지만 피아노 곡 작곡이 좀 부족한 편이지요.
IP; 내일 저랑 강원도 최북단 고성으로 제 차로 이동하여 북한 금강산 자락도 구경하시고, 오후에 저랑 바다 낚시라도 하면 어떠한지요?
Brahms; 고맙습니다만, 음악가의 생활은 항상 여러 공연이나, 작곡 등에 시간 여유가 없어, 이번에는 서울에서 예술의 전당과 부천아트센타 등 몇 개 공연장을 돌아보고 연주회 마치고 독일로 돌아가야 합니다.
IP; 오늘 위대한 작곡가 선생님과 같이 산길을 거닐고 대화를 나누어서 영광이었고 감사합니다. 한국의 좋은 인상을 가지고 돌아가시고 Aufwiedersehen. 혹시 독일 출장 길에 다시 만났으면 합니다.
Brahms; 오늘 산사에서 접한 불교 독경을 차후 작곡에 한번 도입하여 동과 서가 만나는 장중함을 한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나중에 CD나 You tube 로 들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IP; 제가 오래전 어떤 강의에서 교수님이 강의중에 남자가 가진 3가지 멋진 직업이 있는데, 하나가 프로 야구 감독, 두번째가 해군 함대사령관 (육군은 사단장), 셋째가 큰 오케스트라 지휘자 라고 한 말이 생각납니다. 좋은 클라식 음악의 악보를 좋은 음악으로 탄생시키는 작곡자. 지휘자, 피아니스트 모두가 손끝으로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좋은 인연으로 오대산을 걸으니 일생의 영광 입니다.
오늘 걸음 13,000보 대부분이 계단 오르막 /내리막 인데 이게 우리 인생 길인 것 같다. 인생살이가 항상 평탄한 트레킹 길이 아닌 것처럼. 게단길과 상원사 산사에서 자주 접하는 돌로 만든 석등이 내 눈길을 끈다.
큰 돌 내부를 정교하게 파내고 내부를 비게하여 등불을 넣는 정교함과 석공의 눈에 보이지 않는 노고가 마음에 와 닿는다.
속초 주변 돌아보기
나는 한때 늙으면 경제 활동도 중지하고, 노년의 편한 삶을 생각할 때 희망하는 도시로 강원도 속초, 경남 통영, 제주도 서귀포 등 3개의 도시 중 한 곳을 택하여 살았으면 하고 꿈을 꾸었지만, 여러가지 현실적인 제약조건이 이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모두가 조건이 바다가 있는 도시들이다. 더군다나 아직 경제활동을 지속해야 하니, 시골 생활 동경이란 낭만적인 여유도 없다. 속초는 앞으로는 푸른 동해 바다. 뒤로는 설악산의 웅대한 산맥과 울산바위의 자태가 항상 매력 덩어리로써 작은 도시 생활이 동경의 대상이었다. 가끔씩 들리는 속초이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 이 도시도 엄청나게 발전을 거듭했고, 고층 건물도 많아져서, 예전의 정감을 그리워하기에는 도시가 발전해 버렸다. 대학시절 수시로 다니던 설악산 등산을 위해 비포장 도로를 6-8시간 버스로 달려서 내설악, 외설악을 왕래하던 것이, 이제는 시원한 고속도로로 2시간-2시간반에 도달할 수 있게 되니, 과거의 낭만 또한 줄어들어 버린 것 같다. 오늘의 강원도 돌아보기 셋째 날 우선 속초 주변 두어 군데를 돌아보고, 고성으로 차를 몰아 가기로 했다. 속초에서 고성 최북단까지 근 80키로를 달리면 휴전선 근처 최북단에 도달한다. 속초 주변은 등대전망대와 영금정 정자가 바닷가의 호젓한 경관을 자랑하므로, 아직 일찍 고성으로 출발 전에 두 곳을 들러 아침 바다 사진 몇 컷을 찍었다.
청간정 그리고 통일 전망대
고성으로 가는 길목에는 청간정이란 꽤 유명한 정자가 있어, 차를 정차하고 정자 주변을 산책한다. 1560년도에 정자를 대수리 했다는 기록이 있으니 아마 1500년 초반에 지어진 정자인 것 같아. 그후 6.25에 화재로 소실되어 다시 지었다. 앞으로는 시원한 동해 바닷가, 뒤로는 설악산 산맥 전경이 울산바위를 포도대장처럼 거느리고, 나지막한 언덕에 아름답게 위치하고 있다. 정자 산책으로 숨 고르기를 잠깐하고 다시 고성 최북단에 위치한 남북 통일 전망대로 달린다. 전망대 5키로 전에 출입신고소에 들려야 한다. 차량 통행에 5천원, 입장료 경로 1500원을 납부하고, 신고서에 모든 인적사항를 작성 제출하면 보안교육장으로 안내하여 보안교육을 받고 마침내 출입통행증이 나온다. 마치 수 십 년 전 외국여행시에 안기부에 신고하고, 4시간 보안교육 받아야 겨우 단수 여권 나오던 시절이 생각난다. 전망대 도착 전 육군 경비부대 초소(제진 검문소)를 통과하면 마침내 북한 땅과 남한과 북한의 경비초소, 금강산 가는 육로 길, 울창한 숲과 펜스가 보이고, 아름다운 해금강 끝자락이 바다에 닿는 아름다운 경치가 보이는 4층짜리 전망대가 우리를 반긴다.
금년은 운이 좋아서인지 5월에는 애기봉에서 김포 전망대 그리고 강화도 최북단의 전망대를 방문하여 이제는 별개의 나라가 되어버린 이북 땅과 개미처럼 움직이는 북한 동포를 망원경으로 본 바 있다. 여기 고성 전망대에서는 아름다운 해금강 바다 일부를 보는 것 이외는 아무런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지만, 이제는 남북간의 너무나 다른 환경과 격차 대문에 그리고 통일 후 초래할 혼란을 우려하여 사실 통일을 원치 않는 경향이 많다. 남한 세계에서의 좌익의 준동도 보고 현저한 남북의 차이에서 오는 현실적인 두려움 등이 통일의 염원을 앗싸 가버린 것 같다. 전망대 인근에는 DMZ박물관도 있다. 박물관 내부에서 온갖 전쟁의 잔재물, 사진, 유적, 북한 화폐, 군사지령서 등등을 볼 수가 있다. 박물관 규모도 제법 크다. 젊은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장 역할이 되길 기대해 본다.
고성 최북단에서 아름다운 동해 바다 길을 왼쪽에 끼고 속초 주변의 아야진 어촌마을로 자동차를 달린다. 중간에 작은 어촌 항구인 대진항구에 들리니, 어시장이 눈에 띈다. 멍게와 해삼과 매운탕용 고기를 구입, 이층 식당으로 가셔 혼밥을 즐긴다. 작은 한가한 항구 전경을 보는 것은 점심 식사에 따른 후식 디저트 이다.
동해바다 가자미 낚시
오늘 3일째 오후 마지막 일정은 야심차게 인터넷을 검색하여 찾아 둔 가자미 선상낚시 일정이다. 아야진 이란 작은 항구에 오전에 낚시 예약을 해두고 문자로 받은 주소에 도착하니, 선장이 행방불명이다.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인원수가 부족하니 배를 뛰어도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행방불명 도주한 것 같다. 낚시는 가자미는 2시간에 인당 3만원, 3시간은 4만원이다. 평일이라 인원구성이 안되어 기다리니 어떤 나이든 대리 선장이 나타나서, 기름값도 안 나온다면서 낚시 인원 3명으로 3시간 출어에 마지못해 동의하여 바다로 나갔다. 젊은 시절 삼성 부장 시절 부서원 데리고 인천 만석 부두로 바다 낚시도 가끔 가고, 몇 년 전에는 군산에 출장 가서, 누군가 바다 낚시에 광어 40마리 낚아서, 어시장 횟집에 판매하는 일반 낚시꾼을 보고, 그 다음 군산출장시에 출장 일과를 마치고 일부러 비응 항에 숙박하며, 다음날 새벽부터 광어 낚시에 도전했다가, 파도와 정상적 이지 않는 물결로 멀미에 생고생하고 참패를 하고 돌아 온 슬픈 추억도 있다. 이번에는 한편으로는 걱정도 하면서 용감하게 도전해 보았다. 예상 보다는 낮은 수확이었지만 3시간을 동해바다 선상 낚시를 경험하였다. 가자미들이 경기가 불황이라 러시아 캄차카 반도나 미국 알라스카 주변으로 나를 피해 도망한 것 같다고 혼자 생각해 본다. 이따금 파도가 나의 온 몸에 물을 뿌린다
바다를 사랑하는 해군 장교 출신이지만 어부와는 별개인 것 같다. 같이 출어한 젊은 친구 학생과 그의 아버지는 나보다 훨씬 실력이 좋은 것 같다. 그래도 3시간 오랜만의 바다 낚시를 즐기고 항구로 돌아오면서 내가 잡은 물고기들을 그네들에게 모두 선사했다. 초보 실력의 나한테 잡힌 고기들은 좀 모자라는 고기임에 틀림없다. 어째든 즐거운 시간이었다.
내년에 대관령음악제에 다시 오게 되면 다시금 바다 낚시에 시간을 내어볼 참이다. 3일간의 마지막 일정을 끝내고 저녁 운전 시작 전에 CU에 들려 ice coffee를 사면서, 물어보니 여주인이 유명한 냉면집과 젓갈집을 소개해 준다. 냉면 한 그릇을 비우고, 바다낚시로 다 젖은 옷을 갈아 입고, 좋아하는 가자미 식혜를 한 통 사서,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도로에 진입하며, 여정의 마지막 밤길 운전을 시작한다. 3일간 나름대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면서 나홀로 여행을 즐겼다. 또 동해바다로 올 것 같다. 친구에게 카톡으로 사진을 보냈더니, 부지런히 걸어라 하는 회신이 온다. 여행은 이런 맛 때문 인가 보다. Icebox에 생수 작은 병 10개, 사과 한 개, 봉지 커피 5-6개 준비한 것이 더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여기에 가끔씩은 아메리카노 커피와 강원도 아주머니들의 냉커피 인심이 홀몸 Vegabond를 기쁘게 한 사흘간 여정이었다. 밤 열 시 반 집에 돌아와서 샤워 후 꿀 잠은 추가적인 덤 선물인 것 같다.
The end of Journey.
(2024.7.31)
첫댓글 여행기 잘 읽었습니다.
대단한 문장력에 감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