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재종 | 고진하 | 문인수 |
|
|
|
『쪽빛 문장』 | 『수탉』 | 『쉬!』 |
고재종 시집 『쪽빛 문장』
고재종 시인은 심연(深淵)의 노동자인가.
고재종의 이번 시집에서 아주 돋보이는 “고독”시편들을 읽으며 그런 느낌이
사무쳤다. “창세 이전의 혼돈”이나 “오직 해석만 있고 원문은 알 수 없는 생”
의 심연을 응시하며 “홀로움의 신전에 향촉을 피”우는 시인, 그는 이제 시가
경박한 놀음이 되어 있는 천박한 우리 시대의 시정신을 거슬러 “거대한 고독”
으로 내려가는 길을 제시한다.
하지만 그 길은 둔세(遁世)의 길이 아니라 “다시 피에 젖는 흙빛의 길”이다.
그 흙빛의 길 위에 남도 특유의 유장한 가락이 굽이친다.
―고진하 (시인)
고진하 시집 『수닭』
고진하의 시에는 고요가 있다.
온 우주를 감싸고 있으면서 만물에 내재되어 있는 그것을 시인은 <고요의 어미>
라고 말한다.
모순과 대립과 불화가 있어 보이지만 세계는 고요의 한 가족이다.
홀로 텅 빈 채 모든 것을 품고 있는 넉넉한 한 어미, 고요는 보이지 않지만 사물
들과 나의 근저이다. 자신이 고요의 자식이라는 믿음 속에서 그는 비움의 길을 간다.
그 비움의 끝에 이르러 온 우주를 품고 있는 고요와 하나인 자신을 보게 되는 것
은 아닐까.
사랑스러운 세계에 대한 인식은 그렇게 시작되는 것인지 모른다.
나 아니었던 것들이 마치 나처럼 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다.
그 새로운 마주침의 순간들을 그는 덤덤한 어조, 어슬렁거리는 문체로 기록한다.
-최승호(시인)
문인수 시집 『쉬!』
문인수의 시편 속에서도 땀을 뻘뻘 흘리며 놀이에 파묻히는, 제 것이라 믿어지지
않는 놀라운 몰두와 통찰이 스며 있다.
그의 북질은 상처를 어루만지는 손이 되어 마침내 마음을 쓰다듬으니, 누더기를
깁느라 자신도 누더기가 되어본 사람만이 입을 수 있는 너덜너덜함을 애써 감추려
들지도 않는다.
(중략)젊지 않은 나이에 노래를 익혀 어느새 득음(得音)의 경지를 열어젖힌 그의
내공은 그 동안의 각고가 간단하지 않았음을 일깨운다.
-김명인(시인)
고재종, 고진하, 문인수 시인의 합동시낭송회를 한다고 할 때 개인적으로 기뻤다.
유명하신 세 분을 한꺼번에 뵐 수 있어 참 좋은 시간이 될거라 생각했다.
고재종 시인과 문인수 시인은 그 이전에도 몇번 뵌 적이 있지만 고진하 시인은
한번도 뵌 적이 없기에 더욱 즐거운 마음으로 시낭송회를 기다렸다.
세 분의 합동시낭송회를 하게된 동기는
가우 박창기 시인과 고재종 시인의 남다른 관계로 인해서 라고 들었다.
고재종 시인이 시하늘 시낭송회에 초대된 계기로 알게 된 두 분, 고재종 시인의
모친이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전라도 광주까지 가우 박창기 시인이 병문안을
가셨는데 거기에서 고재종 시인께서 문인수 시인과 고진하 시인이 이번에 새 시집이
나오니 합동 시낭송회를 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하셨다고 하였다.
시낭송회를 위한 준비는 늘 그렇듯이 떡과 과일 그리고 특별히 준비한 꽃다발과 케익
그리고 작은 낭송책자, 그리고 포스터, 작은 현수막, 이름표, 회비 작성 노트, 필기
도구, 음악 담당자, 사회자의 코맨트 내용, 마이크, 낭송 중 들려주는 음악, 그리고
주차권까지 챙겨야하는 작지만 필요한 것들이 이래저래 맞추어져 이루어진다.
그 날 안타깝게도 새로 출판된 세 분의 시집이 준비되지 못해 참석하신 분들께 무척
죄송하고 안타까웠다.
한분 두분 들어오는 손님으로 가득찬 스타지오, 가우 박창기 시인의 인사말과 권순진
시인의 사회로 늘 수고해주시는 음악연주가의 음악을 들으며 시낭송회가 시작되었다.
먼저 고재종 시인의 시편들이 낭송되었다.
배문기 님, 윤양섭 님, 김정숙 님 그리고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분이 저마다 감정을
다스리며 고재종 시인의 시를 낭송하였다.
그 분의 시낭송이 끝나고 고재종 시인의 이야기를 듣기 전 하늘꽃 님께서 장미꽃다발을
전해 드렸다.
고재종 시인의 말씀
『쪽빛 문장』에 실린 지금까지의 시세계와 다른 시들을 읽고 여러가지 말이 많았다.
급격하게 변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쌓아온 세계를 무너뜨리고 새로 시작하는 각오로
쓰지 않으면 안된 시였다. 지금까지의 시세계인 '생태시'와 다른 시를 쓸 것이며,
생태시란 생명추구만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생명과 죽음도 추구하는 시라 생각한다.
김선일 의 죽음, 이라크 파병...... 개인적인 죽음을 자신의 나라, 국가도 책임져
주지않는다, 그래서 그 당시의 시가 막 나왔고, 지금도 쏟아지고 있다.
많은 분들이 본인이 써온 농촌시, 맑은 눈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 시집의 시들은
맑지 않은가보다 다시 돌아오길 바란다는 말도 들었지만 죽음도 생태시의 일부로
너무 나무라지 말아 주었으면 한다.
다음은 이종암 님, 김미선 님, 강문숙 님으로부터 고진하 시인의 시가 낭송되었으며
김양미 님께서 패랭이꽃을 닮은 분홍빛 흰빛이 고운 카네이션 꽃다발을 전해드렸다.
며칠 전 인도여행을 다녀오셨다는 고진하 시인은 조금은 마른 체구에 생활한복 입은
모습이 참 깔끔해 보였다.
특히 시하늘 시낭송회에 처음 오신 이종암 (푸른바람) 님은
문인수 시인의 이미지는 한마디로 '인도소풍'
고진하 시인의 이미지는 '구름패랭이'
고재종 시인의 이미지는 '쪽빛 문장' 이 아닐까 하시면서 시를 낭송해주셨다.
고진하 시인의 말씀
이런 자리가 익숙하지 않다, 거의 처음이다, 이런 시의 성찬을 즐기는 분들이 부럽다.
자신의 시는 '구름의 시학', 구름은 형태가 없고 끝없이 변화하고 경계가 없다.
시 쓰기는 세상의 무수한 경계를 없애는 일, 무덤은 경계가 없다.
자신이 할 일은 목사로서 종교간의 경계를 허무는 일, 인간으로서 삶의 경계를
지우는 일이다.
-문인수 시인을 형이라 부른다, 한번은 문인수 시인의 집에서 잤다, 문인수 시인이
자면서 6가지를 하더라, 골고, 끼고, 불고, 갈고, 떠벌리고.....시끄러웠지만
시 속에 무수히 나오는 것들을 데풀이 하는 듯하였다, 잠속의 잠꼬대, 잠꼬대속에
시가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문인수 시인이 잘 자더냐고 물어서 '아무 짓도 안하고
잘 주무셨다'고 했다, 오늘에야 그 사실을 말한다. 문인수 시인을 좋아한다.
'시에 몰입하는 삶'이 좋다, 늘 건강하셔서 좋은 시 쓰시길 바란다.
-고재종 시인과 대학로에서 술을 마시고 모텔에서 함께 잤다, 죽은 듯이 자는 모습
을 보았다.
한 쪽으로 비껴주면 함께 자려고 하였으나 꼼짝하지 않고 자더라, 밀면 갤까 돈을
주고 다른 방에서 잤다. 죽은 듯이 자는 모습, 평생 간직할 고재종의 모습이다.
고재종 시인은 '현재에 몰입하는 시인' 술을 마시면 바로 나타난다.
언제 들어도 아름답고 연주하는 모습도 아름다운 카우벨 연주를 듣고 난 후 문인수
시인의 시편들을 김종윤 님, 이자규 님, 이미경 님, 윤순희 님이 낭송해주셨다.
문인수 시인의 말씀
고백하건데 낭송하는데 폐이지가 많거나 시가 길면 싫다, 시작부터 지겨워진다,
끝날 때까지의 기다림은 고생스럽다, 그래서 때로 그런 행사장에서 밖에 나와
잡담패들 속에 있다,
나와 고재종 시인과 고진하 시인과 친하다는 소문이 나 있다.
-고재종 시인은 강력한 고참이다. 체구가 커지 않지만 광주에서 당할 사람 없다.
대한민국 전체 문단에서 강력한 힘을 가졌다.
고재종 시인을 표현한다면, 대추가시처럼 콕콕 찌르고 사리가 바르지만, 대추열매
처럼 예쁘고 반짝거리며 대추가 와르르 열린 것처럼 잔정이 많다.
독학자 시는 자기 이야기는 아니지만 고재종 시인은 자기만의 개인사를 가지고 있다.
-고진하 시인은 목사다. 뜻한 바 있어 지금은 쉬고 있다. 고진하 시인의 어느 후배가
고진하 시인을 '바랑을 멘 예수'라 이름 붙혀주었다. 나를 형님 시인이라 부른다.
나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어색하다 그래서 형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함께 자고 일어나
아무 짓도 안하고 잤다는 말을 목사 님이라 믿었는데 오늘 비리를 털어 놓았다.
건강이 안 좋아 수면장애가 있다.
그리고 낭송되지 않은 세 시인의 시편들을 그날 참석해주신 낭송가이자 시인이신
곽홍란 님께서 낭송해주셨다. 고재종 시인의 '첫사랑' 고진하 시인의 '악양 시편 3'
문인수 시인의 '달빛' 시를 낭낭한 목소리로 낭송해주셨다.
목소리가 참 아름다운 분이셨다.
그리고 강해림 시인이 문인수 시인의 시 '모닥불2'가 끝으로 낭송하셨으며 음악이 흐르
는 가운데 이번 3월의 시낭송회가 끝났다.
마지막으로 케익에 촛불을 켜고 세 분의 시집 출간을 축하하며 저마다 못다한 인사를
주고 받는 모습으로 잔치집처럼 분주하였다.
2차 모임 장소인 하바나에 모인 세 분의 시인과 시하늘 식구들은 술과 음식을 먹으며
정담을 나누었다. 많이 참석해주셔서 자리가 모자라 끼어 앉을 자리조차 없었다.
하바나는 시하늘 편집위원인 권순진 시인의 부인이 경영하는 카폐이다. 그래서
그 곳엘 가면 마음이 참 편안하다. 그래서 주인이 바쁘며 내가 써빙을 도와 주곤한다.
그 날도 써빙을 해주며 도와주고 있는데 약간 술이 취한 다른 손님이 식당 종업원인 줄
알고 나를 부르기도 하였다.
밤은 깊어 나머지 돈을 안용태 시인에게 전해주고 혼자 살짜기 집으로 돌아왔다.
늘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분위기를 위해 인사도 못하고 살짝 돌아오지만,
모처럼 만난 세 분의 시인도 이 기회에 즐거운 해후를 하셨을 것이고 시하늘 식구들
역시 모처럼 만나 그동안 쌓아두기만 했을 정담 즐거이 나누었으리라 생각했다.
전라도 담양에서 오신 고재종 시인, 강원도 원주에서 오신 고진하 시인, 가장 가까운
대구에 사시는 문인수 시인 세 분에게 늘 건강이 허락되고 지금도 그러하지만 앞으로도
영원히 좋은 시로 많은 분들께 사랑받는 시인이 되시길 바라며, 세 분의 시집에 실린
'시인의 말','자서' 또는 시집에 실린 '짧은 시'로 이번 시낭송회의
느낌을 내려놓아 본다.
고재종 시집 <시인의 말>
언제부턴가 내 시에서 주체가 사라지곤 했다. 아니 애초부터 그랬다. 그건 내가 나를
별로 신뢰하지도 않지만, 세계와 우주를 '독학'하는 처지에 무슨 목소리를 내랴 싶어
서이기도 했다. 주체가 드러내는 게 '속내'라고 한다면, 어쨌던 그것은 속에서 내를
열든가 산을 세우든가 무슨 길을 찾겠거니 하고 되레 그걸 꼭꼭 눌러두었던 것이다.
그리고는 눈을 항상 밖에 두고 농민이니 생태니 하는 대상에 생각을 의탁하거나 몰입
시키곤 했느니, 그나마 이게 어떤 길을 찾는 몸부림 정도는 될 것이라 생각되어 다행
이었다. 하지만 길을 찾지 못한 주체는 결국 속에서 아우성이었다. 살려달라고, 외롭
다고, 날이면 날마다 외쳐대는 그 죽음과 고독에 들린 존재를 더 이상 억누를 수 없었
다. 그래서 미처 '어떻게' 소리 낼 줄도 모르면서 다만 '왜'를 부르짖는 주체의 절규
를 언어로 받아 적는 일이 요즈음의 일인 것 같기도 하다.
문인수 시집 <自序>
'재미'라는 말 안에 인생 전부,
전반을 우겨넣고 말할 수 있다면, 그렇게 말해본다면
나는 아직 시 쓰려는 궁리,
쓰는 노력보다 더 그럴듯한 일이 없는 것 같다.
이 한 욕심이 참 여러 사람 불편하게 하는 줄 안다.
그런데도 나는 계속 시를 쓴다.
가끔, 뻔뻔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도대체, 끝장낼 수 없는 시여
"넘겨도 넘겨도 다음 페이지가 나오지 않는......"
고진하 시 "나무"
나무는 길을 잃은 적이 없다
허공으로 뻗어가는
잎사귀마다 빛나는 길눈을 보라
.........................................................................,전향 드림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
그 날의 모든 것을 알뜰하게 올려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너무나 수고하셨습니다. 다음에 만나면 어깨 주물러 드릴께요^^
가야 할 때 못간듯 아쉽습니다.
그 날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그린 후기, 늘 감탄입니다
뭘하느라 이제야 보게 되는 지. 자주 들렀거만 못 본 미안함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이렇게 나마 좋은 소식 접하니 늘 감사 하고 고맙습니다. 존경하는 시하늘 선생님들 모두 건강 하시길 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