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따라기] 2
그의 살던 마을은 영유 고을서 한 이십 리 떠나 있는, 바다를 향한 조그만 어촌이다. 그의 살던 조그만 마을(서른 집쯤 되는)에서는 그는 꽤 유명한 사람이었다.
그의 부모는 모두 열댓 세 났을 때 돌아갔고, 남은 사람이라고는 곁집에 딴살림하는 그의 아우 부처와 그 자기 부처뿐이었다. 그들 형제가 그 마을에서 제일 부자이고 또 제일 고기잡이를 잘하였고 그중 글이 있었고 <배따라기>도 그 마을에서 빼나게 그 형제가 잘 불렀다. 말하자면 그 형제가 그 동네의 대표적 사람이었다.
팔월 보름은 추석 명절이다. 팔월 열하룻날 그는 명절에 쓸 장도 볼 겸, 그의 아내가 늘 부러워하는 거울도 하나 사올 겸, 장으로 향하였다.
“당손네 집에 있는 것보다 큰 것이요. 닞디 말구요.”
그의 아내는 길까지 따라 나오면서 잊지 않도록 부탁하였다.
“안 닞어.”
하면서 그는 떠오르는 새빨간 햇빛을 앞으로 받으면서 자기 마을을 나섰다.
그는 아내를 (이렇게 말하기는 우습지만) 고와했다. 그의 아내는 촌에는 드물도록 연연하고도 예쁘게 생겼다.(그는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성내(평양) 덴줏골(갈보촌)을 가두 그만한 거 쉽디 않갔시요.”
그러니까 촌에서는, 그리고 그 당시에는 남에게 우습게 보이도록 그 내외의 새는 좋았다. 늙은이들은 계집에게 혹하지 말라고 흔히 그에게 권고하였다.
부처의 새는 좋았지마 -아니 오히려 좋으므로 그는 아내에게 샘을 많이 하였다. 그리고 그의 아내는 시기를 받을 일을 많이 하였다. 품행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아내는 대단히 천진스럽고 쾌활한 성질로서 아무에게나 말 잘하고 애교를 잘 부렸다.
그 동네에서는 무슨 명절이나 되면, 집이 그중 정결함을 핑계 삼아 젊은이들은 모두 그의 집에 모이고 하였다. 그 젊은이들은 모두 그의 아내에게 ‘아즈마니’라 부르고, 그의 아내는 ‘아즈바니 아즈바니’하며 그들과 지껄이고 즐기며, 그 웃기 잘하는 입에는 늘 웃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럴 때마다 그는 한편 구석에서 눈만 힐금거리고 있다가 젊은이들이 돌아간 뒤에는 불문곡직하고 아내에게 덤벼들어 발길로 차고 때리며, 이전에 사다 주었던 것을 모두 걷어 올린다. 싸움을 할 때에는 언제든 곁집에 있는 아우 부처가 말리러 오며, 그렇게 되면 언제는 그는 아우 부처까지 때려주었다.
그가 아우에게 그렇게 구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그의 아우는, 시골 사람에게는 쉽지 않도록 늠름한 위엄이 있었고, 만날 바닷바람을 쏘였지만 얼굴이 희었다. 이것뿐으로도 시기가 된다 하면 되지만, 특별히 아내가 그의 아우에게 친절히 하는 데는, 그는 속이 끓어 못 견디었다.
그가 영유를 떠나기 반년 전쯤 -다시 말하자면 그가 거울을 사러 장에 갈 때부터 반년 전쯤 그의 생일날이었다. 그의 집에서는 음식을 차려서 잘 먹었는데, 그에게는 괴상한 버릇이 있었으니, 맛있는 음식은 남겨두었다가 좀 있다 먹고 하는 것이 습관이었다. 그의 아내도 이 버릇은 잘 알 터인데 그의 아우가 점심때쯤 오니까, 아까 그가 아껴서 남겨두었던 그 음식을 아우에게 주려 하였다. 그는 눈을 부릅뜨고 ‘못 주리라’고 암호하였지만 아내는 그것을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그의 아우에게 주어버렸다. 그는 마음속이 자못 편치 못하였다. ‘트집만 있으면 이년을…..’그는 마음먹었다.
그의 아내는 시아우에게 상을 준 뒤에 물러오다가 그만 그의 발을 조금 밟았다.
“이년!”
그는 힘껏 발을 들어서 아내를 냅다 찼다. 그의 아내는 상 위에 거꾸러졌다가 일어난다.
“이년, 사나이 발을 짓밟는 년이 어디 있어!”
“거 좀 밟아서 발이 부러졌쉐까?”
아내는 낯이 새빨개져서 울음 섞인 소리로 고함친다.
“이년! 말대답이…..”
그는 일어서서 아내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형님! 왜 이리십니까.”
아우가 일어서면서 그를 붙잡았다.
“가만있거라, 이놈의 자식.”
하며 그는 아우를 밀친 뒤에 아내를 되는대로 내리찧었다.
“죽일 년, 이년! 나가거라!”
“죽에라, 죽에라! 난, 죽어도 이 집에선 못 나가!”
“못 나가?”
“못 나가디 않구. 뉘 집이게…..”
이때다. 그의 마음에는 그 ‘못 나가겠다’는 아내의 마음이 푹 들이박혔다. 그 이상 때리기가 싫었다. 우두커니 눈만 흘기고 있다가 그는,
“망할 년, 그럼 내가 나갈라.”
하고 그만 문밖으로 뛰어나와서,
“형님, 어디 갑니까.”
하는 아우의 말에는 대답도 안 하고, 곁동네 탁주집으로 뒤도 안 돌아보고 가서, 거기 있는 술 파는 계집과 술상 앞에 마주 앉았다.
그날 저녁 얼근히 취한 그는 아내를 위하여 떡을 한 돈어치 사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리하여 또 서너 달은 평화가 이르렀다. 그러나 이 평화가 언제까지든 계속될 수가 없었다. 그의 아우로 말미암아 또 평화는 쪼개져 나갔다.
오월 초승부터 영유 고을 출입이 잦던 그의 아우는, 오월 그믐께부터는 고을서 며칠씩 묵어오는 일이 많았다. 함께, 고을에 첩을 얻어두었다는 소문이 퍼졌다. 이 소문이 있은 뒤는 아내는 그 아우가 고을 들어가는 것을 벌레보다도 더 싫어하고, 며칠 묵어나 오는 때면 곧 아우의 집으로 가서 그와 담판을 하며 심지어 동서 되는 아우의 처에게까지 못 가게 하지 않는다고 싸우는 일이 있었다. 칠월 초승께 그의 아우는 고을에 들어가서 열흘쯤 묵어온 일이 있었다. 이때도 전과 같이 그의 아내는 그의 아무며 제수와 싸우다 못하여, 마침내 그에게까지 와서 아우가 그런 못된 데를 다니는 것을 그냥 둔다고, 해보자 한다. 그 꼴을 곱게 보지 않았던 그는 첫마디로 고함을 쳤다.
“네게 상관이 무에가? 듣기 싫다.”
“못난둥이. 아우가 그런 델 댕기는 걸 말리디두 못하구!”
분김에 이렇게 그의 아내는 고함쳤다.
“이년, 무얼?”
그는 벌떡 일어섰다.
“못난둥이!”
그 말이 채 끝나기 전에 그의 아내는 악 소리와 함께 그 자리에 거꾸러졌다.
“이년! 사나이에게 그따위 말버릇 어디서 배완!”
“에미네 때리는 건 어디서 배왔노! 못난둥이.”
그의 아내는 울음소리로 부르짖었다.
“샹년 그냥? 나갈, 우리 집에 있디 말구 나갈.”
그는 내리찧으면서 부르짖었다. 그리고 아내를 문을 열고 밀쳤다.
“나가디 않으리!”
하고 그의 아내는 울면서 뛰어나갔다.
“망할 년!”
토하는 듯이 중얼거리고 그는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의 아내는 해가 져서 어두워져도 돌아오지 않았다. 일단 내어 쫓기는 하였지만 그는 아내의 돌아옴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두워져서도 그는 불도 안 켜고 성이 나서 우들우들 떨면서 아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의 아내의 참 기쁜 듯이 웃는 소리가 그의 아우의 집에서 밤새도록 울리었다. 그는 움쩍도 안 하고 그 자리에 앉아서 밤을 새운 뒤에, 새벽 동터올 때 아내와 아우를 죽이려고 부엌에 가서 식칼을 가지고 들어와서 문을 벌컥 열었다.
그의 아내로서 만약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그 문밖에 우두커니 서서 문을 들여다보고 있지 않았다면, 그는 아내와 아우를 죽이고야 말았으리라.
그는 아내를 보는 순간 마음에 가득 차는 사랑을 깨달으면서, 칼을 내던지고 뛰어나가서 아내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이년 하면서 들어와서 뺨을 물어뜯으면서 함께 이리저리 자빠져서 뒹굴었다.
그런 이야기를 다 하려면 끝이 없으되 다만 ‘그’, ‘그이 아내’ ‘그의 아우’ 세 사람의 삼각관계는 대략 이와 같았다.
각설-
거울은 마침 장에 마음에 맞는 것이 있었다. 지금 것과 대보면 어떤 때는 코도 크게 보이고 입이 작게도 보이는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그리고 그런 촌에서는 둘도 없는 귀물이었다.
거울을 사가지고 장을 본 뒤에 그는 이 거울을 아내에게 주면 그 기뻐할 모양을 생각하며, 새빨간 저녁 햇빛을 받는 넘치는 듯한 바다를 안고, 자기 집으로, 늘 들러 오던 탁주집에도 안 들러서 돌아왔다.
그러나 그가 그의 집 방 안에 들어설 때에는 뜻도 안 하였던 광경이 그의 눈에 벌이어 있었다.
방 가운데는 떡 상이 있고, 그의 아우는 수건이 벗어져서 목 뒤로 늘어지고 저고리 고름이 모두 풀어져가지고 한편 모퉁이에 서 있고, 아내도 머리채가 모두 뒤로 늘어지고 치마가 배꼽 아래 늘어지도록 되어 있으며, 그의 아내와 아우는 그를 보고 어찌할 줄을 모르는 듯이 움쩍도 안 하고 서 있었다.
세 사람은 한참 동안 어이가 없어서 서 있었다. 그러나 좀 있다가 마침내 그의 아우가 겨우 말했다.
“그놈의 쥐 어디 갔니?”
“흥! 쥐? 훌륭한 쥐 잡댔구나!”
그는 말을 끝내지도 않고 집을 벗어 던지고 뛰어가서 아우의 멱살을 그러잡았다.
“형님! 정말 쥐가-“
“쥐? 이놈! 형수하고 그런 쥐 잡는 놈이 어디 있니?”
그는 아우를 따귀를 몇 대 때린 뒤에 등을 밀어서 문밖에 내어던졌다. 그런 뒤에 이제 자기에게 이를 매를 생각하고 우들우들 떨면서 아랫목에 서 있는 아내에게 달려들었다.
“이년! 시아우와 그런 쥐 잡는 년이 어디 있어!”
그는 아내를 거꾸러뜨리고 함부로 내리찧었다.
“정말 쥐가…..아이 죽겠다.”
“이년! 너두 쥐? 죽어라!”
그의 팔다리는 함부로 아내의 몸 위에 오르내렸다.
“아이, 죽갔다. 정말 아까 적으니(시아우)가 왔기에 떡 먹으라구 내놓았더니-“
“듣기 싫다! 시아우 붙은 년이, 무슨 잔소릴…….”
“아이, 아이, 정말이야요. 쥐가 한 마리 나……”
“그냥 쥐?”
“쥐 잡을래다가…….”
“샹년! 죽어라! 물에래도 빠데 죽얼!”
그는 실컷 때린 뒤에, 아내도 아우처럼 등을 밀어내어 쫓았다. 그 뒤에 그의 등으로,
“고기 배때기에 장사해라!”
하고 토하였다.
분풀이는 실컷 하였지만, 그래도 마음속이 자못 편치 못하였다. 그는 아랫목으로 가서 바람벽을 의지하고 실신한 사람같이 우두커니 서서 떡 상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한 시간……두 시간……
서편으로 바다를 향한 마을이라 다른 곳보다는 늦게 어둡지만, 그래도 술시(戌時)쯤 되어서는 깜깜하니 어두웟다. 그는 불을 켜려고 바람벽에서 떠나서 성냥을 찾으러 돌아갔다.
성냥은 늘 있던 자리에 있지 않았다. 그래서 여기저기 뒤적이노라니까, 어떤 낡은 옷 뭉치를 들칠 때에 문득 쥐 소리가 나면서 무엇이 후덕덕 뛰어나온다. 그리하여 저편으로 기어서 도망한다.
“역시 쥐댔구나.”
그는 조그만 소리로 부르짖었다. 그리고 그만 그 자리에 맥없이 털썩 주저앉았다.
아까 그가 보지 못한 때의 광경이 활동사진과 같이 그의 머리에 지나갔다.
아우가 집에를 온다. 아우에게 친절한 아내는 떡을 먹으라고 아우에게 떡 상을 내놓는다. 그때에 어디선가 쥐가 한 마리 뛰어나온다. 둘(아우와 아내)이서는 쥐를 잡노라고 돌아간다. 한참 성화시키던 쥐는 어느 구석에 숨어버린다. 그들은 쥐를 찾느라고 뒤룩거린다. 그럴 때에 그가 집에 들어선 것이다.
“샹년, 좀 있으믄 안 들어오리……”
그는 억지로 마음먹고 그 자리에 드러누었다.
그러나 아내는 밤이 가고 날이 밝기는 커녕 해가 중천에 올라도 돌아오지를 않았다. 그는 차차 걱정이 나서 찾아보러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