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 1]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주천강 일대 밤낚시 즐기기
여름 휴가철, 산과 바다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나마 한적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은 시원한 물줄기가 흘러 내려가는 강을 선택한다.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을 관통하는 주천강은 쌍둥이처럼 나란히 흐르는 평창강과 만나 서강을 이루고 다시 동강과 합류해 남한강으로 이름을 바꾼다. ‘술 샘이 있는 곳’ 주천(酒泉)강은 동강이나 평창강의 이름 값에 가려 많이 알려지지 않은데다 영월 최상류에 있어 물 맑기로 으뜸이다. 무엇보다 주변 풍광이 뛰어나고 곳곳에 곡류가 흐르면서 모래톱을 만들어 여름철 가족과 함께 피서를 즐기기에 적격이다.
물이 맑으니 강에는 금강모치, 연준모치, 버들치, 열목어, 쏘가리 같은 희귀 물고기를 비롯해 피라미, 송사리, 메기 등이 물 반, 고기 반을 이룬다. 때문에 물놀이와 더불어 낚시를 즐기려는 강태공에게는 더없이 매력 있는 곳이다. 휘영청 밝은 달이 어둠을 먹고 시원한 물줄기 속으로 폭염이 사그라지면 물 위로 하늘이 펼쳐진다. 낚시꾼이 매달아놓은 케미컬라이트는 마치 하늘의 총총한 별을 따다 담가놓은 모습이다. 캄캄한 물가에 고요히 앉아 낚싯대를 드리우면 보이는 것은 오직 찌 끝의 은은한 별빛뿐. 너저분하고 소란스러운 것은 모두 자취를 감춘다. 오직 자연의 소리만 귓가에 들려온다. 커다란 물고기가 철퍼덕 솟구치고, 가녀린 풀벌레의 연주에 맞춰 개구리와 맹꽁이의 합창이 이어진다.
주천강을 따라 낚시꾼이 차례차례 자리를 잡는다. 그중에서도 지난해에 45cm나 되는 대형 붕어가 잡혀 널리 소문난 용석보에는 다른 곳보다 많은 낚시꾼이 자리를 잡는다. 주천면에서 15년 이상 낚시꾼을 안내해온 은성낚시(033-372-9911)의 유시흥 씨는 주천강의 낚시 포인트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주천강 일대는 모두가 낚시 포인트라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굳이 포인트를 꼽으라면 주천면을 중심으로 상류 쪽의 요선암과 도원교 일대의 보, 중류에 속하는 주천면의 주천교 일대 그리고 하류 쪽의 용석보 등 크게 세 지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특히 용석보는 주천강 최고의 씨알 터로 붕어의 씨알이 주천강 유역에서 가장 굵죠.”
물고기는 밤이 되면 낮은 쪽으로 회유하는 습성이 있다. 낮에는 수심이 얕고 물이 맑아 잘 오지 않는 곳도 밤이면 어둠을 틈타 활동 범위를 넓히며 접근한다. 더욱이 주변에 적당한 수초가 있고 사람 발길이 소란스럽지 않은 곳이면 큰 경계심 없이 접근한다. 따라서 밤낚시 포인트는 수초가 분포한 수심 2m 이내의 가장자리 공간. 용석보는 이러한 조건을 모두 갖춘데다 인공으로 만든 보까지 있어 그야말로 밤 낚시터로는 최적이다.
용석보 쪽에 낚시꾼이 열심히 낚싯대를 드리우는 것과 달리 상류 쪽의 요선암과 도원교 일대에는 가족이 함께 만찬을 즐기는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띈다. 지글지글 고기 굽는 냄새가 퍼지는가 하면 강물에 시원하게 담가둔 과일을 꺼내 먹으며 온 가족이 정겨운 시간을 보낸다. 랜턴에 의지해 물 속에 들어가 다슬기를 건지기도 하고 어설프게 투망질을 하기도 한다. 반대편에서 쏘가리 낚시를 하는 낚시꾼이 하나 둘 보이지만 밤늦게까지 물을 첨벙거린다고 싫은 표정을 짓는 사람은 없다. 무릉교 일대와 법흥천계곡 그리고 판운리의 평창강 일대도 마찬가지다. 밤이 깊어가면 야영장의 불빛은 하나 둘 꺼지고, 밤낚시를 즐기는 이들의 케미컬라이트가 별을 이루고 은하수를 이룬다.
Tips 밤낚시 필수 준비물 밤낚시는 캄캄한 밤에 이루어지는 만큼 준비가 완벽해야 한다. 사전에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밤낚시에서 누릴 수 있는 고요한 정취는커녕 낭패 보기 십상이다. 먼저 낚시의 기본 필수품인 낚싯대와 낚싯바늘, 낚싯줄, 봉돌 등과 밤을 밝혀줄 조명 기구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파라솔, 수건, 의자, 미끼통, 모기약, 비닐, 장화, 식료품, 텐트, 취사도구 일체, 식수 등은 챙기지 않으면 불편한 필수 품목이다. 특히 가장 중요한 것은 조명 기구의 일종인 케미컬라이트다. 케미컬라이트는 찌 끝에 연결하여 어둠 속에서도 찌의 신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발광 도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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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2] 가족이 함께 투게더~ 투게더~
가족과 손쉽게 할 수 있는 강낚시
주천강의 밤낚시가 아무리 근사한들 가족을 텐트에 내버려두고 홀로 유유자적하게 낚시를 즐기고 다녔다가는 아내에겐 매정한 남편으로, 아이들에겐 재미 없는 아빠로 찍히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낚시에 취미가 없는 가족에게 밤낚시의 고요함을 즐기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초보에게 밤낚시의 고요함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견디기 어려운 지루함이 될 게 틀림없다. 밤낚시도 좋지만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간단한 낚시 방법은 없을까?
가족과 함께라면 얕은 여울목에서는 족대를 드리워 퉁가리, 모래무지, 피라미 등을 노려볼 만하다. 물살 반대편에 한 사람이 족대를 들고 바위를 살며시 들어올려 물살을 몰면 물고기가 도망을 가다 그물 안에 갇히게 된다. 파리낚시 역시 아이들과 간단히 즐길 수 있는 낚시다. 강변 근처의 낚시점에서 1,000원이면 장비를 살 수 있다. 파리낚시의 낚싯줄에는 한 뼘 간격으로 파리처럼 생긴 털 미끼가 달려 있고 그 속에 바늘이 숨겨져 있다. 물이 얕은 강가에 일정한 간격을 두고 막대기를 꽂은 후 수면 높이에 맞춰 줄을 양쪽 막대기에 꽂으면 간단히 설치가 끝난다. 파리낚시는 줄에 달린 미끼가 흐르는 물에 흔들려 수면 위로 탁탁 튀면 마치 물에 빠진 파리처럼 보이게 되고, 그것을 미끼로 착각한 물고기가 달려들 때 낚는 원시 형태의 낚시 방법이다. 별다른 준비물 없이 즉석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하기 그만이다. 낚시에 취미가 있는 가족이라면 좀더 고급 기술을 요하는 견지낚시와 루어낚시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다.
어항을 이용한 피라미낚시도 재미있다. 떡밥을 목이 오목한 어항에 넣어두고 한두 시간 후에 건져올리면 피라미, 쉬리, 버들치 등이 가득하다. 물살이 세면 물고기가 모이지 않으니 돌무더기를 쌓아 물살을 막아주면 좋다. 어항을 설치하고 기다리는 동안 강변의 조약돌을 들추며 다슬기를 잡아보자. 투명한 물살을 따라 한두 시간만 건져내도 작은 양파 자루 하나 정도는 가득 채울 수 있다.
주천강 일대에서는 가족이 함께 강낚시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수심이 깊지 않은 여울이 많아 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강낚시에 좋은 조건이라고 마구잡이식 포획은 금물이다. 특히 주천강에 서식하는 물고기 중에서 황쏘가리와 어름치는 천연기념물이기 때문에 잡을 수 없다. 일반 쏘가리도 보호종이라 20cm 이내의 것은 놓아줘야 한다. 물고기를 아무리 많이 잡더라도 필요한 만큼만 남겨두고 다시 강에 놓아주는 것이 레저 피플의 에티켓.
[테마 3] 강보다 차가운 계곡이 더 좋아!
법흥계곡 물놀이넓게 트인 강가보다 아기자기하고 시원한 계곡을 원하는 사람은 주천강 상류 쪽의 법흥계곡을 찾는 것이 좋다. 요선암에서 법흥사까지 길게 이어진 법흥계곡은 사자산, 백덕산 등 해발 1,000m 이상의 고봉에서 물이 흘러내려 물이 맑기로 유명한 곳이다. 계곡을 따라 차를 몰다 보면 나무 그늘이 많고 곳곳에 물놀이하기에 좋은 작은 소가 제법 눈에 띈다. 한눈에 봐도 가족 단위의 피서객에게 꼭 맞는 계곡임을 알 수 있다. 바캉스 시즌이라 피서객이 붐빌 만도 한데 한적한 것이 아직까진 사람의 때를 덜 탄 계곡이라는 느낌이 든다.
계곡의 하류 쪽은 숙박하기에 좋지 않지만 수량이 풍부해 천렵을 하기에 좋다. 삼삼오오 짝을 이룬 가족이 형형색색의 돗자리와 비치파라솔로 자리를 잡고 더위를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숙박을 하기 위해선 법흥계곡의 하류보다는 중류 쪽이 좋다. 계곡을 바로 옆에 끼고 야영장과 오토캠핑장, 펜션 등 다양한 숙박 시설이 잘 개발되어 취향에 맞는 곳에 숙박하면 된다. 특히 야영장과 오토캠핑장은 화장실, 식수대, 샤워 시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텐트를 가지고 온 피서객에게 더없이 좋다.
계곡의 상류에는 석가여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보존하기 위해 세운 법흥사가 있다. 법흥사 주변에는 아름드리 잣나무와 소나무가 그늘을 이루어 계곡 물놀이 후 가벼운 산책을 즐겨도 좋겠다.
Tips 즉석 민물고기요리 강낚시로 잡은 물고기는 구워 먹어도 맛있고 얼큰한 매운탕을 끓여도 좋다. 살짝 말린 물고기에 갖은 양념을 발라 프라이팬에 빙 돌려 구워 먹는 도리뱅뱅도 해볼 만한 요리. 머리에서 꼬리까지 남김 없이 먹을 수 있어 아웃도어 요리로 그만이다. 건져올린 다슬기는 맑은 물에 한동안 담가 놓아 흙을 토하게 한 다음 된장을 풀어 살짝 삶아 먹으면 그 맛이 기가 막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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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avel Info |
흑돼지 한번 드셔보시래요~ ‘삼진식육점’
영월군에서 관광 추천 요리로 육성하는 꺼먹돼지(흑돼지)를 맛볼 수 있는 곳. 주천시장에서 20년 이상 운영해온 주천의 명물. 인근에서 만든 참숯을 사용하고 고기를 두툼하게 썰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텃밭에서 키워 내놓는 대여섯 가지 쌈은 유기농 채소. 식육점도 운영하므로 언제든지 싱싱한 고기를 먹을 수 있다.
● 033-372-7315 ● 10:00~22:00 ● 흑돼지 모둠 7000원, 삼겹살 6000원, 등심 1만5000원
낚시꾼의 즐거운 아지트 ‘삼거리쉼터’
강변에 놀러 오면 필히 맛봐야 할 민물고기 매운탕. 주천강에서 잡은 싱싱한 민물고기에 매콤한 양념장을 넣어 얼큰하게 끓인 매운탕은 먹어보지 못한 사람은 감히 상상할 수 없다. 주천강 최고의 씨알 터로 알려진 용석보 바로 앞에 자리한 삼거리쉼터는 이 일대에서도 깔끔하고 맛깔 나게 매운탕을 끓여내는 곳으로 유명하다. 맑은 강에서 직접 채취한 다슬기에 토종 된장을 풀어 시원하게 끓이는 다슬기전골도 일품.
● 033-374-6659 ● 08:00~24:00 ● 민물매운탕 2만~3만원, 다슬기전골 2만원, 닭볶음탕 2만원, 찌개백반 4000원
마니아도 인정하는 최고의 야영지 ‘정든 오토캠핑장’
주천강 상류 법흥천계곡에 있는 오토캠핑장. 7~8년생 느티나무가 터널을 만들어 뜨거운 햇볕을 피해 텐트를 칠 수 있다. 오토캠핑장과 계곡 그리고 식수대와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자연스럽게 동선을 이루어 오토캠핑 마니아 사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 033-372-1388 ● 캠핑장 이용료 (텐트 1동 기준) 2만원
테마가 있는 펜션 ‘올리브그린’
주천강 일대에서 가장 아름다운 펜션 중 하나로 손꼽히는 곳. 앞으로는 법흥천계곡이 흐르고 뒤로는 백석산이 자리해 그 정취가 특별하다. 오로지 다섯 개의 방만 운영하며 방마다 민트향, 라임향, 올리브향, 그린향, 라벤더향 등의 이름을 붙여 독특함을 자랑한다. 아름다운 정원과 아기자기한 소품도 수준급.
● 033-374-0567 ● 커플 룸 8만원, 가족 룸 10만원, 스위트 룸 1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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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찾아가는 길 ]
영동고속도로 남원주에서 중앙고속도로로 진입, 신림 IC에서 88번 국도 따라 주천 방면으로 직진하면 주천 시내가 나온다. 주천 시내를 중심으로 평창 방면으로는 요선암, 무릉교, 판운리, 법흥천계곡, 도원교가 있으며 제천 방면으로는 주천 최고의 씨알 터 용석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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