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아리랑 후렴에 ‘고개’라는 단어가 들어가는데 지역별로 그 형태는 다소 차이를 보인다. 스스로 넘는 고개로, 넘겨달라는 고개로, 눈물의 고개로 다양하게 나타난다. 정선아라리 가사에 나오는 ‘고개’는 조금 특이하다. 보통 아리랑 노랫말에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라는 능동형인데 반해 정선아리랑은 ‘아리랑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라는 수동형으로 나온다.
-정선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고개로 나를 넘겨주게
-본조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문경아리랑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고개로 나를 넘겨주소
-밀양아리랑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고개로 날 넘겨주소
-진도아리랑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문경새재는 웬 고갠가
구부야 구부구부가 눈물이로구나
정선아리랑은 아리랑고개를 ‘넘어가는 과정’을 ‘넘겨주소’ ‘넘겨주게’라며 애원한다. ‘넘어간다’는 당당함이 결부된 건 아닐까. 그 이유에 대해 진용선 아리랑연구소장은 이렇게 설명한다.
“지형적으로 산촌마을인 정선은 자연과 동화된 삶을 살아야 했다. 워낙 험난한 고갯길 인생에 대한 지친 표현일 수도 있지만 점차 자연에 순응하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정선주민들의 심성이 ‘넘겨주게’로 표현됐다.” 정선아리랑이 자연을 사랑하고 삶의 애환을 담은 민초들의 노래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선/박창현 chpark@kado.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