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하남성에서 5일(6)
(2024년 1월 3일∼7일)
瓦也 정유순
4-1. 유리성(2024년 1월 6일)
낙양의 용문석굴에서 밤늦게 정주시로 달려와 곤한 잠을 자고 아침에는 안양에 있는 유리성에서 오늘의 일정을 시작한다. 중국 안양(安陽)시는 하남성의 최북단에 위치한다. 성도인 정주(鄭州)시에서 북쪽으로 100km 떨어져 있으며 인구는 530만 명이다. 안양은 황하 북쪽에 위치한 도시라서 하북((河北)성으로 편입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한국의 안양(安養)시와 발음과 외래어표기법 까지 같아 서로 자매결연 관계에 있다.
<중국 하남성 안양시 위치도>
BC2000년경 전설의 왕 전욱(顓頊)과 제곡(帝嚳)이 이곳에 수도를 정하고 나라를 세웠고, BC14세기 초 상나라가 이곳에서 북쪽으로 2km 떨어진 곳에 수도 은을 세워서 보통 상(商)나라를 은(殷)나라라고도 한다. 이후 상이 멸망하게 되면서 은허(殷墟)유적지가 남아 있다. 남송(南宋)의 명장이자 문장가인 악비(岳飛)와 재상이었던 한탁주(韓侂胄)의 출생지이기도 하다.
<유리성 배치도>
유리성(羑里城)은 안양(安陽)시 탕음현(湯陰縣)에서 북쪽으로 4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며 주문왕이 7년간 갇힌 최초의 감옥이었다. 입구인 패방(牌坊) 중앙 철문에는 태극무늬가 있는데, 음(陰)의 머리에는 양의 점이, 양(陽)의 머리에는 음의 점이 만들어져 있다. 이는 음의 속에는 양이 숨어 있고, 양의 속에는 음이 숨어 있다는 의미 같다.
<유리성 패방>
패방 좌측 벽에는 ‘易(역)’자가 새겨져 있다. 과연 역(易)은 무엇을 가리키는 것일까? 우선 이곳이 주역(周易)의 발상지라는 표시 같다. 고대 기록에 의하면 역은 애초에 하늘신(天神)·땅신(地祗)·종묘(宗廟)에 제사 지내거나 나라의 중대사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자 할 때 사용하던 점서(占書)를 두고 하는 말 같다. 즉 역의 기원이 거북점에 바탕을 둔 점복서(占卜書)의 형태로 인간사와 천지자연의 법칙을 반영한 것은 아니던가.
<‘易(역)자>
패방 안으로 들어가면 주역을 들고 있는 주문왕의 동상이 있다. 주문왕(周文王, BC1152∼BC1056)은 주(周)나라의 15대 군주이며, 이름은 희창(姬昌)이다. 생전에 직위는 서백(西伯)이라는 제후(諸侯)의 지위였으나, 자신의 차남인 무왕 희발에 의해 문왕으로 추숭(追崇)되어 역사에 통상 주문왕으로 불린다. 아버지 계력(이름은 희계력)과 어머니 태임 사이에서 태어났다. 희창은 어릴 때부터 학문을 좋아했고, 농업, 천문, 지리에 능통하였다.
<주문왕 동상>
계력의 치세 당시 주나라는 기산(岐山)을 근거로 하여 주변의 융적(戎狄)을 상대로 토벌하여 세력을 넓혀가자, 주나라의 군주국인 상나라는 계력에게상을 내린다는 명목으로 은(殷)으로 불러 서백에 봉하고 감금한 뒤 구실을 붙여 살해하였다. 계력의 뒤를 이어 주의 군주에 오른 희창은 백이(伯夷), 숙제(叔齊), 태전(太顚), 산의생(散宜生), 육웅(鬻熊), 신갑(辛甲) 등의 유능한 인재를 등용하였으며 강상(태공망, 呂尙으로도 함)을 군사로 삼았다.
<주문왕유리성 비>
희창이 내정을 강화하여 주나라의 세력이 강해지자 상(商)의 주왕(紂王)은 유리(羑里)에 가둔다. 희창은 이때 주역(周易)을 저술하여 복희의 8괘를 64괘로 만들었고, 하나라의 우임금이 낙수라는 강에서 거북이의 등에 있는 낙서(洛書)를 보고 8괘를 배치하여 문왕8괘(후천8괘)를 만든 후 낙수의 서역을 바친다는 조건으로 포락지형(炮烙之刑)을 면했으며, 주나라 미녀인 유신씨(有莘氏)의 딸과 명마인 려융(驪戎) 문마(文馬)을 바친 끝에 풀려난다.
<거안사위(居安思危, 안정된 상황에서도 위기를 생각하라)>
주나라로 돌아온 희창은 상나라를 토벌할 준비를 하였다. 우와 예의 분쟁을 중재하였으며, 견융(犬戎)·밀수(密須)·여(黎)·기(耆)·한(邯)·숭(崇)을 정벌하였고, 풍읍(豊邑)에 도읍을 정했다. 천하의 3분의 2를 장악하고 상나라의 수도 조가(朝歌)로 진격할 준비를 하다가 96세에 사망하였다. 사후 희창의 뒤를 이어 차남 희발이 주나라의 군주인 무왕에 오른 후 아버지 희창은 문왕(文王)으로 추숭되었다.
<주문왕이 감옥에 있을 때 모습>
유리성 유적지는 바닥에서 3m 정도 튀어나온 하나의 커다란 토대(土臺)로 면적은 1만㎡에 달한다. 주문왕 동상 뒤에‘연역방(演易坊)’이라고 쓰 인 패방을 통과하면 ‘주문왕연역처(周文王演易處)’전각이다. ‘역을 풀이할 수 있는 장소’라는 뜻 같다. 쭉 이어서 완점정(玩占亭)과 세심정(洗心亭)이 나란히 있다. ‘세심정에서 마음을 닦고 정한 마음으로 완점정에서 점괘를 보라’는 의미 같다.
<완점정(玩占亭)>
<세심정(洗心亭)>
유리성에는 문왕묘(文王廟), 대전(大殿), 어비정(禦碑亭), 복희사(伏羲祠), 노자사(老子祠) 등 전각과 유적지구, 10여 개의 비석 등이 있으며 이는 주역(周易) 및 은상(殷商)의 역사, 전통 서예 등 연구에 큰 의미와 가치를 가지고 있다. 특히 문왕상(文王像)을 모신 대전 옆의 문왕역비정(文王易碑亭) 안에는 문왕역(文王易)이 새겨진 비석이 있다.
<문왕역비정(文王易碑亭)>
<문왕역비(文王易碑)>
연역대 입구 좌측에는 선천팔괘도의 비가 있고, 우측으로는 후천팔괘도의 비가 있으며, 안의 중앙에는 주문왕이 이곳에 갇혔을 때 모습으로 앉아 있고, 천정에도 태극문양을 중심으로 팔괘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연역대 옆으로는 주문왕이 갇혔을 때 이용한 유리정(羑里井)이란 우물이 있다. 이 우물은 시원하고 상쾌하고 달콤한 샘이 솟았는데, 유리성이 황폐화 될 때 물이 말랐다가 유리성의 복원과 함께 신기하게 물이 솟았다고 한다.
<유리정(羑里井)>
문왕역(文王易)은 <낙서 洛書>와 <후천문왕팔괘도(後天文王八卦圖)>를 바탕으로 하는 문왕(文王)의 역학체계다. <낙서 洛書>는 중국 고대 하(夏)나라의 우(禹) 임금이 낙수(洛水)에서 얻은 글로서, 이를 바탕으로 <홍범구주(洪範九疇)>라는 천하 통치의 대법을 만들었다. 이후 후대를 거치며 <낙서>를 바탕으로 ‘후천문왕팔괘도(後天文王八卦圖)’의 원형이 성립되었다.
<후천팔괘도비>
복희팔괘라고도 불리는 복희씨의 선천팔괘도는 만물의 생성원리를 팔괘로 설명한다. 이에 관한 근거는 <주역>에는 “천지가 자리를 정함에 산과 못이 기운을 통하며 우레와 바람이 서로 부딪치며 물과 불이 서로 쏘지 아니하여 팔괘가 서로 섞이니 가는 것을 수놓음은 순하고 오는 것을 아는 것은 거스르는 것이니 이런 까닭으로 역(易)은 역수(逆數)다.”라고 나온다.
<선천팔괘도비>
유리성 후원에는 팔괘정이 있고 그 주변으로 팔괘를 이용하여 미로게임장을 만들어 놓았다. 팔괘(八卦)는 건(乾☰)·태(兌☱)·이(離☲)·진(震☳)·손(巽☴)·감(坎☵)·간(艮☶)·곤(坤☷)을 말한다. 괘(卦)는 천지만물의 형상을 걸어 놓아 사람에게 보인다는 뜻으로, 그 구성은 음효(陰爻)와 양효(陽爻)를 1대 2, 또는 2대 1 등의 비율로 셋이 되게 짝지어 이루어진다. 게임장에 들어가서 한참을 미로를 걷다보면 팔괘정을 향한 출구를 찾아 나온다.
<팔괘미로>
<팔괘정>
유리성 안에는 태공사(太公祠)도 있다. 태공(太公)은 주문왕의 스승 여상(呂尙)의 호인 태공망이다. 태공망(太公望)이란 문왕의 조부 고공단부(古公亶父)가 “장차 성인이 우리나라에 오게 되면 그의 힘으로 나라가 일어날 것이다.”라는 예언에 따라, 태공(조부라는 뜻)이 바라고 기다린 사람이라는 뜻으로 붙여진 호칭이다. 무왕(武王)을 도와 은(殷) 나라 주왕(紂王)을 멸하고 천하를 평정하였으며, 강태공(姜太公)이라고도 한다.
<태공사>
넓은 권역을 돌아보고 나오는 길목에 주문왕의 큰아들 희고(姬考)의 묘가 있다. 그는 읍(邑)의 관직에 봉해져 읍고(邑考)라 불렀고, 읍고는 주문왕의 장남이라는 뜻으로 앞에‘백(伯)’이 붙었다. 주왕(紂王)이 주문왕을 감금하자, 희고는 부친을 구하기 위하여, 칠향거(七香車) 등 보물을 주왕에게 바쳤으나 애첩 달기(妲己)의 모함으로 사지를 잘라 죽여 그의 골육(骨肉)으로 곰탕을 만들어 부친 희창에게 보내어 먹게 한다.
<백읍고(伯邑考, 희고)의 묘>
주문왕은 괘상(卦象)을 보고 자식이 화를 당했다는 것을 알았고, 다음 날 아침에 곰탕이 올라왔지만, 그는 전혀 모르는 척하고 먹어 주왕을 속인다. 그리하여, 주왕은 희창이 복괘(卜卦)로 미래를 본다는 것이 헛소문이라고 여겨 풀어준다. 고향으로 돌아온 희창은 막 서주의 땅을 밟았을 때, 속이 메스꺼워 입을 열었더니 토끼 3마리가 나왔다. 그는 이것이 희고의 삼혼(三魂)이 화한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가슴이 아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자강불식(自彊不息,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부단히 가다듬어라)>
https://blog.naver.com/waya555/223348657834
첫댓글 등제 감사합니다.
중국의큰땅덩어리에서 긴긴역사속에 전쟁도많이일어났고 사람도많이사살되었군.
제국주의가지금도 연명하고있는걸보면 중국의뿌리깊은 공산주의를 이해할만하다.
중국이이럴진데 근처에있는한국은 큰나라의풍습을따를수밖에....
오늘와다시보니 태극기의주위문양도 중국에서왔군요(건.곤.감.지)
아무튼 생은유한한데,욕심때문에 많은인명만 앗아갔군요!
...15박장춘...
선배님 고맙습니다.
가시는 걸음걸음 마다
청룡의 기운이 함께 하소서!!!